Infinite supply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35
나 혼자 무한 보급! 135화
거대한 마기가 구형의 폭발을 일으 켰다.
깜짝 놀라 일제히 고개를 숙이는 플레이어들.
그리고 잠시 후, 눈 앞에 펼쳐진 참상에 예진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세상에……
갈중혁의 검기가 꽂힌 바로 그 지 점.
그곳을 시작으로 반경 10m 일대가 증발해 있었다.
파괴나 붕괴가 아니, 문자 그대로 증발.
스푼으로 떠먹은 아이스크림처럼 아스팔트 바닥이 깔끔하게 도려내 졌다.
모서리가 어찌나 날카로운지 손만 갖다 대도 베일 것 같다.
“미, 민수 씨?! 민수 씨 괜찮 ……?!”
“하!”
다급한 예진의 부름에 헛웃음 소리 가 돌아왔다.
칼로 파낸 듯 증발한 그 괴이쩍은 파괴의 현장.
그 앞에서 에테르 단검을 치켜든 민수가 질린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어르신 오랜만에 운동 좀 하신다 고 너무 신나셨네.”
“오, 오빠? 괜찮아?”
“나는 괜찮아. 뭐…… 일단은.”
등 뒤에 숨긴 은비의 물음에 짧게 대답한 민수가 시선을 돌렸다.
시야 왼쪽 구석에 떠오른 조그만 메시지창.
슬쩍 그 내용을 훑어본 민수의 미
간에 살짝 주름이 졌다.
[에테르 역장 발생장치 횟수 : 1/6] [역장이 파괴될 수 있습니다. 주의하 십시오.]‘ 미쳤어……
뉴욕에서 얻은 에테르 역장 발생장 치.
총 6회 공격을 막아주는 그 역장 중 5개가 단 일 검에 까였다.
몇 번 공격을 받아낸 것도 아니고, 단 일 검이다.
분명 갈중혁은 한 번 검을 내리그 었는데.
그 한 번으로 역장 5개가 날아가 버린 것이다.
‘사실 한 번이 아니라 5연참 쯤 됐 던 건가? 아니, 설마 그럴 리가.’
초인지 종합 전투술로 똑똑히 목격 했다.
갈중혁의 공격은 분명 단 한 번이 었다.
그리고 메시지창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 결론은 둘 중 하나다.
초인지 종합 전투술의 인지 속도를 넘어선 연참이었던지.
그게 아니면 단 일 검에 5회 공격 을 성공시키는 정신 나간’…….
“쿨럭!”
그런 민수의 상념을 일깨운 것은 거친 기침이었다.
한 움큼이나 피를 토하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는 갈중혁.
파리한 그의 손에서 검이 떨어지자 대경한 은비가 달려갔다.
“스, 스승님!”
“……귀인께서 놀라시는 걸 보니, 본좌의 재주가 퍽 마음에 드신 모양 이군.”
피로 물든 얼굴을 든 갈증혁이 힘 겹게 웃었다.
필생의 역작을 완성한 노장 같은 뿌듯함이 힘없는 눈동자에 가득 찼 다.
“어떠하신가? 진원진기까지 긁어모 아 펼친, 그야말로 필생의 일 초일 세.”
“덕분에 진짜 죽을 뻔했네요. 만약 공격 한 번이라도 더 들어왔다 면……
“많이 놀라게 했다면 사과하겠네. 하나 보여드릴 필요가 있어서 보여 드린 것이야.”
지그시 눈을 감은 갈중혁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본좌는 이 시나리오에 속한 키 플 레이어일세. 이 시나리오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가장 잘 아는 것 또한 본좌야.”
“뭔가 생각하시는 게 있었다는 겁 니까?”
“그것도 그렇지만, 사실 귀인께서 절대 다치지 않으시리라는 확신 또 한 있었다네.”
“확신이라니 무슨……?” “귀인이시여. 당신이 가진 그 힘은 단순히 놀라운 권능 따위가 아닐세.”
쿨럭!
재차 터지는 피 섞인 기침.
입가를 닦아주려는 은비의 손을 뿌 리친 갈중혁이 말을 이었다.
“그것은 이 ‘게임’의 근반, 이 ‘게 임’을 있게 하는 것…… 그것이 무 슨 연유로 귀인의 손에 들어온 것인 지는 모르나, 그것을 가지고 있는 자는 단언컨대 그리 쉽게 죽지 않을 걸세.”
“쉽게 죽지 않는다뇨?”
“그 강대한 권능을 가지고 여기까 지 오셨으니 분명 본좌의 검 따위는 얼마든지 막아낼 수 있었을 것이야.
내 말이 틀린가?”
할 말이 없다.
실제로 에테르 역장 발생장치가 제 역할을 해줬으니까.
그의 말대로 보급관 플레이어가 아 니었으면 결코 얻지 못했을 장비.
그는 상상 이상으로 이 ‘게임’의 법칙을 상세하게 꿰고 있었다.
“어르신. 일단은……
“쿨럭! 미안하네. 귀인이시여. 노인 네가 너무 시간을 끌었군.” 피 섞인 기침을 토한 갈중혁이 하 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 낀 하늘이 평소답지 않게 노 래 보인다.
인제 와서 노환이 도진 건 아닐 터.
아마 내 목숨이 얼마 남지 않았다 는 징조이리라.
“진원진기를 끌어 일생의 절초를 펼쳤네. 이제 본좌에게는 그 어떤 갈망도, 미련도 없다네.”
“조용한 곳으로 옮겨주게나. 시간 이 많지 않으니.”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다.
바들거리는 갈중혁을 민수가 가볍 게 둘러업었다.
“편안히 가셔야 하는 길에 귀찮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갈중혁을 입고 향한 곳은 근처에 있던 은행 안이었다.
참가자는 민수, 은비, 나브, 예진, 환일 뿐.
은행 벤치에 걸터앉아 힘겹게 숨을 몰아쉬는 갈중혁을 향해 민수가 물 었다.
“하지만 전 반드시 알아야겠습니 다. 이 ‘게임’이 무엇인지.”
“그러시게나.”
“먼저 묻겠습니다. 이 ‘게임’의 끝 에는 무엇이 있습니까?”
가장 오래됐으면서 가장 급한 질 무
이 ‘게임’의 끝에서 기다리는 무엇, 혹은 누군가.
그 질문에 갈중혁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떠올랐다.
“신 (神).” “신…… 이요?”
“그들은 신이라는 표현을 싫어하긴 했지만, 적어도 본좌가 들은 바에 의하면 그러하다네. 한낱 잡신들과 는 비교할 수 없는…… 아주 강대한
신.”
맥없이 고개를 뒤로 젖힌 갈증혁이 설명을 이었다.
“하지만 본좌가 생각하기에, 귀인 께서 떠올리는 그런 신과는 좀 거리 가 있을 거야.”
“무슨 의미입니까?”
“지금 귀인께서 가지고 계신 건 아 카라트의 권능일세. 모든 것을 무한 으로 만들어내는 힘. 존재 자체가 천륜을 거스르는 권능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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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권능을 가진 자들이 신이라 고 부를 정도의 존재라면…… 과연 얼마나 강대한 존재겠는가?”
순간 등골에 소름이 쭈뼛 솟았다.
갈중혁의 증언에 의하면, 이 무한 보급 스킬은 아카라트의 권능.
그것만으로도 세상을 온통 뒤흔들 수 있는, 신과 같은 힘이다.
그런데 그런 신과 같은 자들이 신 이라고 부를 정도라니.
신들이 모시는 신이란 대체 얼마나 강하단 말인가?
“아무튼, 본좌가 들은 바에 의하면 그렇다네. 이 ‘게임’의 끝에는 그 신, 어쩌면 신과 가까워질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고.”
“그것이 이 ‘게임’의 최종 우승 보 상인가요?”
“그렇다더군. 그것으로 모든 것을 마음대로 돌릴 수 있다고 하네. 과 거, 현재, 미래, 가능, 불가능. 그 모 든 것을 포괄하여 원하는 바를 무엇 이든 이를 수 있다고.”
거기까지 들었을 즈음, 퍼뜩 M을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올랐다.
-이 ‘게임’의 끝에 다다른 모든 플레이어는.
— 이 ‘게임’이 끝나는 걸 바라지 않았으니까.
– 아마 ‘당신’ 또한 마찬가지일 겁 니다.
‘그게 그런 의미였나.’
하긴 이해가 가는 표현이다. 신과 같은 아카라트가 신이라고 부 를 정도의 존재.
그 존재의 힘을 손에 넣을 수 있 다는데, 누가 이 ‘게임’의 종료를 바 랄까.
M이 자신만만해하던 것도 이유가 있었다.
고개를 끄덕인 민수가 다음 질문을 입에 담았다.
“그럼 어르신. 도그마 (Dogma) 란 무엇입니까?” “도그마…… 허허. 그것까지 알고 계셨나?” 힘없이 웃음을 터뜨린 갈중혁이 민 수와 시선을 맞췄다.
“사실 거기에 대해선 본좌도 그리 많이 알지 못한다네. 그건 염두에 두시게.”
“상관없습니다.”
“무언가 가치 있는 능력을 말하는 것으로 여겨지네. 하나의 세계에 오 로지 하나뿐인, 아카라트가 탐낼 만 큼 가치 있는, 오로지 그 세계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 말이야.”
“가치 있는 능력……?”
“예를 들자면 본좌의 천마신공이 있겠지. 이 또한 그들이 말하길 중 원, 우시아-641의 도그마라고 하더 군.”
낮게 기침을 터뜨린 갈중혁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본좌가 추측하기에 이 ‘게 임’은…… 그런 도그마를 모으고, 비교하기 위한 방편일걸세.”
“비교한다고요?”
“수많은 세계로부터 수집한 도그마 를 ‘게임’이라는 틀 안에 가둔 뒤, 그들 사이의 경쟁을 유도하여 궁극 적으로 가장 강력한 하나의 도그마 를 찾아내는 것.”
즉, 도그마 사이의 생존경쟁.
도그마를 부여받은 플레이어들을 경쟁시켜서 그들을 통해 가장 강한 도그마를 선별하는 과정.
“그것이 이 ‘게임’의 진짜 목적으 로 추정되네. 아카라트가 수집한 수 많은 도그마 중 하나를 골라내는 장 대한 선별과정. 결국, 이 ‘게임’의 본질은 도그마 간의 투기장인 것이 지.”
“대체 그렇게 해서 뭘 하려고 하는 거죠?”
“신들이 하는 바를 어찌 한낱 인간 이 짐작하겠는가?”
할 말이 없었다.
침묵을 지키는 민수를 바라본 갈중 혁이 지그시 눈을 감았다.
“귀인이시여. 지금부터 본좌가 하 는 말을 귀담아 들어주시게.”
“네. 어르신.”
“본좌가 생각하기에 지금 이 ‘게 임’은 망가져 버렸네. 아카라트의 권능을 가진 이는 결코 플레이어로 서 참가해선 안 돼. 아카라트의 강 대한 권능은 이 ‘게임’의 본질을 아 주 손쉽게 망가뜨릴 수 있네.”
“도그마 간의 경쟁 말입니까?”
“그렇다네. 상식적으로 경쟁이 될 리가 없지. 그 힘이 100이건 100만 이건 100억이건, 무한 앞에서 싸움 이 되겠나?”
무한(OO).
끝없는 수. 한계가 없는 수.
그 어떤 숫자로도 범접할 수 없는 궁극의 수.
“무한이 존재하는 시점에서 이 ‘게 임’은 본질을 잃게 되네. 그런데도 아카라트가 가진 무한의 권능이 귀 인에게 주어졌다는 건……
“정말 뭐가 단단히 잘못됐다는 거 군요.”
“그렇다네. 어쩌면…… 그런 게 필 요할 정도로 일이 심각하게 돌아가 고 있는 걸지도.”
쿨럭쿨럭!
거친 기침 소리가 다시금 갈증혁의 설명을 가로막았다.
입가를 타고 흘러내리는 걸쭉한 죽 은 피.
이제 정말로 시간이 없다.
갈중혁이 다급히 고개를 들어 올렸 다.
“귀인이시여. 부디 기억해주시게. 귀인께서 존재하신다는 건 이 ‘게 임’이 망가져 버렸다는 의미일세.”
“네.” “그리고 만약 정말로 그렇다면, 귀 인이야말로 마지막 희망이네. 이 ‘게임’의 괴상한 본질을 제압하고, 정말로 이 천하와 우주에 다시 질서 를 가져다줄……
재차 터지는 거친 기침 소리.
피를 토해내며 바르르 떨리는 그의 어깨.
죽어가는 늙은 천마의 시선이 마지 막으로 그 제자를 향했다.
“……은비야.”
“네, 네. 스승님.”
“비록 나고 자란 세계는 다르 나…… 너는 이제 어엿한 마교도이 며, 본좌의 뒤를 잇는 천마다.”
피 묻은 스승의 손이 제자의 손을 굳게 잡았다.
“본좌의 패배를 인정한다. 이젠 네 가 본교의…… 134대 천마이니라.”
“스, 스승님……!”
“비록 죽어 없어진 세상이나, 이젠 그 모든 것을 네게 맡기겠다. 젊은 이가 짊어지기엔 가혹한 짐인 줄은 아나…… 미안하다. 이 늙은이는 이 제 더 남길 게 없구나.” 사람은 죽어서 무엇을 남기는가.
가죽을 남기겠는가. 이름을 남기겠 는가.
“너에게 본좌의, 본교의…… 무림 의 이름을 맡기겠다.”
만약 남길 게 이름뿐이라면.
이제 그 이름을 기억할 이는, 눈앞 의 이 마지막 제자뿐.
“부디 기억해다오. 무림이, 무와 협 이, 협객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 다오. 본교의 위명에 부끄럽지 않은, 강대한 힘 앞에 굴하지 않는, 천하 위에 군림하는 천마로 살아다오.”
“네, 네……!”
“이제부터 귀인과 함께 먼 길을 떠 나야 할 것이다. 귀인께선 이 ‘게임’ 의 마지막 희망이야. 부디 귀인께서 가시는 길을 잘 보필해 드리려무나. 그리고……
가늘어지는 숨소리. 거칠어지는 기 침 소리.
하염없이 저물어가는 생명의 불꽃.
마지막 기력을 쥐어짠 갈중혁이 나 직이 중얼거렸다.
“만약, 만약에…… 네가 귀인과 함 께, 이 ‘게임’의 끝에 다다른다 면……
“스승님…?”
“그리하여 네게도 그 힘이 약간이 나마 주어진다면, 그렇다면….”
이젠 다 포기한 욕심이지만.
그래도 굳이 그 욕심의 끝자락이나 마 잡아보자면.
“이 우주에…… 무림이 있었다 는…… 사실을…… 기, 억……
결국, 마지막 말도 맺지 못한 채.
헐떡이던 노인의 숨이 멎으려던 순 간.
“이제…… 후회는, 없…… “죄송합니다. 어르신.” 퍼뜩 고개를 든 민수의 손에 무언 가가 잡혔다.
금빛으로 빛나는 냄비뚜껑 같은 무 언가.
하안사거리의 풍요를 책임져왔던 저 전설의 냄비뚜껑.
한발 늦게 그 존재를 확인한 예진 의 눈이 경악스럽게 벌어졌다.
“미, 민수 씨! 설마……?!”
“멋지게 가시고 싶은 마음 이해하 고, 인생 정리하고 홀가분해지고 싶 으신 마음 십분 이해합니다.”
“귀, 귀인이시여……?”
“근데 죄송합니다. 제가 좀 타고나 길 반골로 타고나서.”
물론 그 마음 이해 못 하는 건 아 니다.
솔직히 내가 좀 몹쓸 짓을 하는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여한을 풀고 멋지게 인생을 정리하 는 노인의 모습.
그 나름의 무게가 서린 결정을 폄 하할 생각도 없다.
하지만.
“이대로 순순히 보내드리면 제가 지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무, 무엇을…… 하시려고……?”
“이런 짓을 하려고요.”
부우웅!
힘껏 잡아당기자 갈중혁의 앞에 금 색 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활짝 벌어진 내부에서 쏟아져 나오 는 요사스러운 청록색 빛.
비로소 그가 뭔 짓을 하려는지 깨 달은 갈중혁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서, 설마……?!”
“정말 죄송합니다. 천마 어르신.”
그리고 다음 순간. 힘없는 갈중혁의 어깨를 민수가 덥 석 붙잡더니.
“통수 좀 치겠습니다!”
“허어어어어억?!”
있는 힘껏 관 안으로 집어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