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supply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55
나 혼자 무한 보급! 155화
미궁 15층에 요새를 건설하고 열 흘 남짓 흘렀다.
그사이 광명시의 플레이어들은 각 자의 방식으로 강해지는 길을 선택 했다.
“총 들고 있는 패거리에게 지휘체 계가 없는 건 말이 안 되지.”
“분대, 소대, 중대 단위로 편제를 개 편할 겁니다! 각 중대의 중대장은 지 도부 플레이어들이 맡기로 합시다!”
“군 생활 간부로 한 사람 없나? 부사관이건 장교건 상관없으니까 빨 리빨리 나와보쇼!”
총기를 보급받은 플레이어들은 지 휘체계를 확립하고.
“미궁 16층 출입구 통행 전면 통 제한다!”
“어차피 내려가 봤자 아무것도 못 해. 생목숨 날아가는 꼴 보기 싫으 면 웬만해선 틀어막아!”
“뭐? 곧 죽어도 내려가겠대? 하아, 별수 없지. 어디 내려가 보라 그래! 대신 죽어도 우리 원망하지 말라고 전하고!” 미궁 16층 출입은 전면 통제되었 으며.
“정신들 똑바로 차려! 이번에 상대 해야 하는 건 몬스터가 아냐. 같은 플레이어, 사람이다!”
“몬스터보다 훨씬 똑똑하고 전략적 으로 움직이는 적이다. 앗 하는 순 간 목숨 날아가니까 절대 방심하지 마라!”
“지금부터 전사 플레이어들은 방진 대형 연습한다! 자, 하나! 두울! 세 엣!”
몇몇 플레이어들은 자기 나름대로 전략, 전술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보니까 좀 신기하네요.”
“뭐가?”
“민수 씨 없어도 이렇게 착착 잘 돌아가는 거요.”
그렇게 맞이한 미궁 15층 요새의 11일 차 오전.
캄캄한 미궁 천장을 올려다보던 예 진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확실히 이전보다는 다들 익숙해졌 네요. 민수 씨가 없는 생활에.”
“그 정도인가요?”
“첫 번째 시나리오 때, 민수 씨가 사흘 정도 자리 비웠던 적이 있었거 든요. 그때는 다들 패닉 상태였어요. 민수 씨가 하루라도 늦었다면 아마 지금 우린 이 자리에 있지도 못했을 거예요.”
“허어•…”
들어보니 생각 이상으로 리더십이 있는 남자인 모양이다.
뜻밖의 고백에 놀란 켄지가 이윽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하긴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죠. 김 대표님은 이 캠프의 존재 근거 그 자체니까요.”
“그렇죠.”
“그래도 뭐, 다들 애가 아니니까요. 대표의 부재를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이 캠프의 지휘체계가 확고한 것도 있고……
“윽, 예진아! 이거 좀 움직이기 빡 세다!”
말을 자른 것은 한참이나 낑낑대던 준열의 목소리였다.
그의 온몸을 두른 흑색의 마도기 갑. 손에는 큼지막한 양손 도끼.
흑색 마도기갑의 관절에서 돌아가 는 구동부를 살핀 예진이 언성을 높 였다.
“억지로 팍팍 움직이려 하지 말고 요령껏 하세요. 평소보다 행동을 절 반 정도 한다는 느낌으로요.”
“행동을 절반?” “그거 생긴 것만 판금 갑옷이지, 실제로는 강화복이에요. 육체의 움 직임을 증폭시켜주는 거니까 평소처 럼 움직이려 하면 다칠 수도 있 “커 헉!”
까앙
말이 끝나기도 전에 휙 올라간 준 열의 무릎이 자기 복부를 때렸다.
오만상을 쓰며 바닥을 구르는 준열 과 흑색 마도기갑.
뜻하지 않은 슬랩스틱 코미디의 현 장에 켄지 또한 피식 웃어버렸다.
“아, 실례. 아무튼, 이렇게 보니 굉 장하군요. 저 마도기갑이라는 거.”
“에테르 기관 제작 스킬 올리느라 죽는 줄 알았어요. 뭐, 그래도 아슬 아슬하게 배치했으니 제 밥값 해주 기만 바라는 수밖에요.”
“그야 저 정도면 충분하지 않겠습 니까? 총에 더해 강화복이라니. 디 자인 통일성은 부족하지만, 구색만 놓고 보면 완전 SF 영화에 나오는 미래 군대인데요.”
예진이 얻은 두 번째 시나리오의 스킬북 보상.
에테르 기관 제작 스킬을 3레벨까 지 올리면서 마도기갑의 생산이 가 능해 졌다.
현재 마도기갑 생산 시설은 아이젠 하이드 내부에 설치된 상태.
지금 이 순간에도 몇 벌의 마도기 갑들이 추가 생산 중이었다.
“이쯤 되면 지는 게 더 힘들 겁니 다.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고 맘 편 하게 계세요.”
“……저도 좀 그랬으면 좋겠는데 쉽지가 않아요.”
“뭐 걱정거리라도 있으신 건가요?”
“아무렴요. 있다마다. 지금 일주일 째 자리 비우고 있는 우리 보급관 님.”
아, 그 얘기인가.
대중 상황을 이해하고 고개를 젓는 켄지.
그 말 나오길 기다렸다는 듯 예진 의 입에서 온갖 불만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도대체가 그 사람은 뭘 믿고 그렇 게 무모한 건지 모르겠어요. 아니, 직업이 보급관이잖아요? 뒤에 가만 히 앉아서 고개만 까딱거려도 주변 사람들이 어련히 알아서 해줄 거라 고요. 그런데 꼭 자기가 나서서 뭘 하질 못하면 성에 안 찬다니까요?”
“하하하……
“하는 짓만 놓고 보면 완전 고양이 야. 자기 목숨이 아홉 개쯤 있다고 착각하는 거 같다니까요? 툭하면 목 숨 거는 게 예사니까 이젠 지적하는 것도 지쳤어. 말 나와서 말인데, 그 사람 두 번째 시나리오 때 뭐 했는 지 알아요? 일언반구 말도 안 하고 지상 400m에서……
“네, 네. 알겠습니다.”
놔뒀다간 온종일 불만만 늘어놓게 생겼다.
얼른 손을 뻗은 켄지가 그녀의 말 문을 막았다.
“김 대표님 얼마나 걱정하시는지, 또 얼마나 소중히 여기시는지도 알 겠군요.”
“그야 당연히 소중히 여겨야죠. 그 사람이 우리 밥줄이나 마찬가지인 데.”
“쑥스러워하실 필요 없습니다. 저 희도 다 알아요.”
“……안다고요?”
네가 뭔데 알고 말고를 따져?
삽시간에 가늘어지는 예진의 눈빛. 그 앞에서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켄지가 말을 이었다.
“원래 연애 초기라는 게 다 그렇습 니다. 특히 다른 사람들한테는 비밀 로 하는 연애니까요. 입장 상 부정 하셔야 하는 것도 맞습니다만, 그래 도 사람들 생각하는 게 그리 각박하 진 않아요.”
“뭐, 뭐요? 연애 초기? 뭐?”
“그나저나 김 대표님의 투철한 이 타심에는 감탄을 금할 수가 없군요. 캠프 대표로서 신뢰를 우선시하여 연애 감정조차 숨기시다니. 물론 도 상에게도 지금 엄청 감동하고 있습 니다.”
“이봐요! 지금 뭐라고 했어요? 뭐? 연애 감정?”
놀란 나머지 자동으로 언성이 험악 해졌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기분 나 쁜 기색도 없이 켄지는 고개를 갸웃 할 뿐이었다.
“음? 이상하네. 김 대표님이랑 사 귀시는 사이 아닌가요?”
“사귀기는 무슨. 아니에요. 아직은 아냐!”
“아직은……! 아, 그렇군. 이해했습 니다! 오케이. 거기까지!”
“뭘 실실 웃으면서 자기 혼자 납득 해요? 아, 미치겠네! 지금 뭔 소문 이 도는 건지는 몰라도 다 오해니 까……!”
그때, 갑자기 요새 너머에서 우렁 찬 외침이 터져 나왔다.
“보급관 김민수우우우우!”
드넓은 미궁 15층을 가득 메우는 외침.
그 외침에 잠시 실랑이를 미뤄둔 예진과 켄지가 요새 성벽으로 달려 갔다.
“저 사람들은……?!”
“아는 사람인가요?” “네. 뭐, 아주 좋은 인연은 아니었 지만.”
예진의 질문에 대답한 켄지가 성벽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성벽 밑에서 지친 얼굴로 씩씩대는 남자 열댓 명.
입고 있던 양복은 이미 상거지 꼴 이 다 된 지 오래.
그간 저들이 겪어왔을 고초를 상상 하는 사이, 빡빡머리 덩치 한 명이 앞으로 나오며 외쳤다.
“보급관 김민수한테 전해라! 도쿄 의 야마다 세이지! 약속대로 내 발 로 직접 미궁 15층까지 내려왔다!”
“ 어어••••••
“아 씨, 진짜 뒈지는 줄 알았네. 야! 힘들게 사람 왔는데 물 한 잔은 좀 주라! 이러다 우리 애들 다 죽게 생겼네!”
연신 길길이 날뛰는 야마다와 그 야쿠자 부하들.
15층 대(對)회귀자 요새에 탱커 예 비군들이 도착한 순간이었다.
뭔가 이상하다.
최근 들어 카일은 강렬한 위화감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김민수가 왜 이렇게 조용하지?’
자신이 아는 김민수는 이렇게 얌전 하게 굴 남자가 아니다.
회귀 전의 기억까지 갈 필요도 없 었다.
당장 내 존재를 인식하기 무섭게 그가 무슨 짓을 했던가?
‘아이젠하이드의 드릴로 미궁을 파 고들어 간 후, 날 포위 섬멸하려 시 도했다. 가능 불가능 여부를 떠나 그 정도 행동력은 가지고 있는 놈이 야.’
그런데 어째선지 지금은 이상할 정 도로 조용하다.
아니, 조용한 건 김민수뿐만이 아 니었다.
‘미궁 전역에 걸쳐서 놈을 따르는 플레이어들의 활동이 급감했어. 마 치 일부러 통제라도 거는 것처럼.’
그나마 가끔 목격되는 녀석들은 일 부 신규 플레이어들뿐.
그의 휘하에 있는 강력한 플레이어 들은 귀신같이 자취를 감췄다.
이쪽을 찾는 기색도, 무언가를 뒤 쫓으려는 기색도 없다.
어색함을 넘어 오싹할 정도의 침 묵
이쯤 되면 바보가 아니고서야 깨달 을 수밖에 없었다.
‘놈。] 뭔가를 꾸미고 있다.’
그리고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든 내 발목을 제대로 붙 잡을 방법임은 분명할 거다.
다른 사람도 아닌 김민수, 그놈이 떠올린 작전이니까.
‘무슨 꿍꿍이인지 알아내야 해.’ 그리고 그날은 생각보다 더 빨리 찾아왔다.
미궁 12층 공략을 준비하려 하던 어느 날.
백화대 안에서도 고르고 고른 최정 예 플레이어들과 함께 걷던 중.
느닷없이 카일의 귓가로 낯선 목소 리가 들려왔다.
“하악, 하악! 어이! 첸즈하오!”
첸즈하오의 얼굴을 뒤집어쓴 카일 보다 주변의 플레이어들이 더 빨리 반응했다.
일제히 미궁의 어둠을 겨누며 번뜩 이는 날붙이들.
그리고 잠시 후, 어둠 너머로부터 거지꼴이 된 그림자 두 개가 다가왔 다.
“하아아. 제길. 미궁이 넓다지만 그 래 봤자 땅속이군. 뒤지면 만날 수 는 있구만.”
“아, 제길. 표정 안 좋네. 그래! 내 가 잘못했어! 식량 창고에 손댄 거 후회하고 있다고!”
“이놈! 왕웨이!” 벽력같은 고함을 내지르며 플레이 어들이 왕웨이를 포위했다.
전신을 겨누는 날붙이에 남자, 왕 웨이의 얼굴이 하얗게 물들었다.
“야, 이 망할 놈들아! 항복이라고! 항복한다니까! 봐도 못 믿냐?!”
“이 자식이 어디서 혓바닥을 놀 려!”
“식량 창고에 손댔다가 수틀릴 것 같으니까 도망친 놈이 지금 와서 돌 아오겠다? 뻔뻔한 것도 정도가 있어 야지!”
“그래! 내가 죽일 놈이다. 그런데 죽일 때 죽이더라도 일단 얘기라도 하게 해주면 안 되냐?!”
그렇게 대답한 왕웨이가 얼른 첸즈 하오, 즉 카일 쪽을 돌아보며 외쳤 다.
“첸즈하오! 아니, 형님! 여기 왕웨 이가 돌아왔습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그 빵즈 놈들 이 밥 먹여준다고 꼬시는 바람에 제 가 잠시 정신이 회까닥했어요! 이제 정신 차렸으니 제발 제 얘기 좀 들 어 주십쇼. 형님께 꼭 드려야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야단났다. 저 자식 대체 누구지?
첸즈하오의 가면 밑, 카일의 민얼 굴에 식은땀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회귀 지식에 없는 놈■이다. 첸즈하 오 주변에 저런 놈이 있었나?’
아무리 되새겨 봐도 없다.
애초에 충칭에 플레이어가 어디 한 두 명인가.
악명 높은 첸즈하오의 부하들이라 고 하지만, 그 면면을 다 기억하고 있을 리 만무하다.
‘말하는 거 들어보니 나랑 만나기 전에 첸즈하오랑 틀어졌던 놈이군. 그렇다면 내가 모르는 거도 당연하 겠지만……
얼굴도 본 적 없고 당연히 속내도 모르는 놈.
마음만 같아선 외면하고 싶지만,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보아하니 다른 플레이어들은 저놈 을 알고 있다. 지금 와서 내가 모른 다고 하면 의심을 살 거야.’
인제 와서 가짜라는 사실이 탄로 나면 끝이다.
공들여 키워온 백화대의 뿌리가 혼 들릴 수도 있다.
적어도 김민수의 목을 벨 때까지 백화대는 유지되어야 한다.
만에 하나의 위험성과 백화대의 존 립.
둘을 비교했을 때, 자신이 선택해 야 하는 쪽은.
“……따라와라.”
당연하지만 백화대 쪽이다.
얼른 표정을 관리한 카일이 첸즈하 오의 얼굴로 근엄하게 대답했다.
“일단 얘기 들어보고 판단하지.”
“아이고, 감사합니다. 형님!”
“그보다 옆에 있는 그 친구는 누구 지?”
“아, 내 정신 좀 봐. 이 친구 소개 를 못 했네.”
한결 안도한 얼굴로 왕웨이가 같이 따라온 그림자를 냉큼 떠밀었다.
낡고 해진 옷에 허리에 찬 검 한 자루.
냉큼 카일 앞에 엎드린 그가 재빨 리 고개를 처박았다.
“처음 뵙습니다, 첸즈하오 형님. 정 남준이라고 합니다.”
“정남준?”
“한국의 보급관 플레이어 밑에서 플 레이어 관리를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I”
설마 했던 김민수 측근의 전향 선 언.
가면 밑 카일의 눈이 크게 뜨였다.
* * *
정남준. 자칭 김민수의 전(前) 플 레이어 관리 담당 중 1인.
그 입에서 나온 보고는 자못 충격 적이었다.
“지금 보급관은 미궁 15층에 모든 전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15층의 유일한 통로에 시커먼 요새 같은 걸 세워두고 총기를 뿌리고 있습니다.”
“총기?”
“이겁니다.”
냉큼 고개를 끄덕인 남준이 지고 있던 보따리를 풀었다.
보자기 안에서 드러난 시커먼 소총 한 정.
주변에 몰려 있던 플레이어들 사이 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진짜 총이잖아……?”
“대체 이게 어디서 나서…… 형님. 이거 좀 심각한 거 아닙니까?”
“제길! 어렵게 생각할 필요 있어?
까짓거 두들겨 패고 총 뺏으면 되는 거지!”
호기심. 걱정. 그리고 약간의 허세.
주변에서 왁자지껄 떠들어대는 소 리를 들으며 카일이 눈매를 좁혔다.
‘이전 회차에서는 이런 적이 없었
다.’
김민수는 아주 교활한 놈이다.
자신의 무력 우위가 총기에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 때문에 총기를 뿌리는 데에도 아주 신중했다.
아예 뿌리지 않거나, 아니면 일부 믿을 만한 플레이어들에게 극소수 지급하거나.
그런데 그놈이 갑자기 무제한 총기 무장을 실시했다고 한다.
“……증거가 있으니 믿을 수밖에 없겠군.”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형님.”
“그럼 하나 더 묻지. 그놈은 지금 이걸로 뭘 하고 있는 거지?”
“16층으로 내려가는 미궁 통로를 통제하면서 전 세계에서 몰려오는 플레이어들을 병사로 포섭하고 있습 니다. 뭔가를 막아야 한다면서요.” 그 뭔가가 무엇인지 카일이 모를 리 없었다.
뒤집어쓰고 있는 첸즈하오의 가면 이 불쾌하게 일그러졌다.
“보급관 놈. 이런 식으로 나오다 니……
“플레이어 구실만 하면 마구잡이로 받아들이다 보니 관리할 사람이 필 요해졌습니다. 그리고 그 역할은 본 래 같이 있던 플레이어들에게 맡겼 고요.”
“관리라. 그러고 보니 한국어로 떠 드는데 어째선지 알아들을 수 있군. 스킬을 배웠나?”
“놈이 미궁 어디서 얻어온 아이템 을 썼습니다. 일부 스킬을 임의로 추가해 주는 아이템인데, 이걸로 자 기 밑의 플레이어들에게 통역 스킬 을 주고 있습니다. 외국인 플레이어 들 관리시키려고요.”
미궁에 그런 아이템이 있다는 얘기 는 들은 적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없다고 치부할 수 도 없었다.
실질 면적이 무한에 가까운 넓은 미궁.
이 안에는 온갖 기상천외한 아이템 들이 널렸다.
거기에 스킬 추가해 주는 아이템 하나 있다고 해서 이상할 건 없었 다.
“아무튼, 지금 그놈은 미쳤습니다. 대체 뭘 막을 생각인지 말도 안 해 주고 플레이어들을 쥐어짜고 있어 요. 그게 과연 이전의 그 김민수가 맞나 의심스러울 지경입니다.”
“무제한인 물자를 이용해서 플레이 어건 비플레이어건 가리지 않고 겁 박하고, 그걸로 전력을 강화하고 있 어요. 명령을 안 따르면 물자 보급 을 끊겠다고 협박까지 하면서요.”
‘그놈다운 일이군.’
이전 회차에서도 그랬으니 새삼스 럽지는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걸 덥석 믿고 싶지는 않았다.
‘갑자기 이전 회차에서 하지 않은 행동을 취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날 막기 위해서라고 해도 너무 급진적 이야. 하지만……
이게 사실인지 거짓인지 검증할 방 법이 없다.
당장 미궁 전역에서 김민수 휘하 플레이어들의 씨가 마르지 않았는가. 거짓이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사 실이라면 일이 골치 아파진다.
미궁 15층에 전력을 집중시키고 있는 김민수와 휘하 플레이어들.
만약 이 보고가 사실이라면, 마냥 정면대결만 떠올릴 수는 없다.
‘이게 김민수가 판 함정인지, 이놈 이 김민수의 스파이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외면할 수만 도 없다.’
물증인 총까지 나온 마당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일단은 사실이라고 봐야겠지.
그렇다면 이제부턴 도박을 시작할 수밖에 없다.
만약 사실이라면 이놈의 정보를 받 아 놈과 일전을 치러야 할 것이고.
만약 거짓이라면 당장 이놈의 머리 통부터…….
“……좀 더 시간을 가지고 판단해 보지.”
“감사합니다. 형님.”
“착각하지 마라. 아직 완전히 믿는 건 아니야.”
매몰차게 대답한 카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를 따라 일제히 주변을 정리하는 백화대의 플레이어들.
당당한 걸음걸이로 카일이 그들의 앞을 향해 나섰다.
“오늘은 돌아가자.”
“네!”
그렇게 일제히 대답한 플레이어들 이 카일의 뒤를 따랐다.
자연스럽게 왕웨이와 남준을 포위 하는 진형으로 걷기 시작한 플레이 어들.
그들 사이에서 잔뜩 위축된 남준이 고개를 깊이 숙이더니.
“걸렸다.”
입가를 가린 채 흘러나오는 나직한 중얼거림.
살그머니 찢어지며 섬뜩한 미소를 그리는 입꼬리.
“두고 보자고. 회귀자 양반.”
목소리에 묻어나오는 살기를 슬그 머니 숨긴 채.
정남준, 아니, 김민수가 조용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