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supply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56
나 혼자 무한 보급! 156화
시간을 되돌려, 약 열흘 전.
요새에서 진행된 비밀회의 현장.
“난 그놈 가짜라고 생각한다.”
“뭐?”
“회귀자 말이야. 그놈 아마 진짜 회귀자 아닐 거야.”
알리아의 질문에 대답한 민수가 탁 자 위에 물약을 내려놓았다.
병 안에 가득 든 빨간 액체가 잔 망스럽게 찰랑거렸다.
“애초에 회귀라는 표현 자체가 에 러야. 알리아. 회귀라는 게 뭐지?”
“원점으로 돌아오는 것이지. 여기 서 말하는 원점은 시간, 그러니까 모든 사건이 시작된 지금 이 시점.”
“그렇지. 그렇다면 그 회귀자란 놈 이 회귀하게 하는 것은 무엇이지?”
“이 시나리오의 끝. 그러니까 아마 도 놈이 패배했을 거라고 추정되는 시간선이고.”
“맞아. 하지만 그런 게 가능할까?”
지금 여기서 ‘회귀’라는 단어는 성 립될 수 없다.
우리가 ‘회귀’의 존재를 알게 된 순간, ‘회귀’라는 단어는 그 의미를 상실한다.
“회귀라는 현상이 존재한다는 걸 우리가 알았고, 이제부터 우리는 놈 에게 회귀를 선택하게 만든 그 사건 을 회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게 되지.”
“미래를 바꾼다는 건가?”
“지금도 바꾸고 있잖아. 아니, 애초 에 바뀔 수밖에 없어. 적어도 놈이 회귀를 통해 손에 넣은 미래 지식만 큼은 모조리 쓸모없는 거로 만들어 버릴 수 있지.” 멀리 갈 것 없이, 나부터 행동해도 충분하다.
다른 플레이어들을 배려하고. 물자 를 마구잡이로 풀어대고.
수많은 사람을 지키며 희생을 최소 화하는 노선을 선택하면 된다.
이렇듯 회귀라는 능력은 모순으로 가득하다.
회귀가 알려진 그 순간부터. 회귀 로 얻은 미래 지식을 활용하는 그 순간부터.
회귀 능력이 가지는 모든 이점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된다.
“하지만 놈은 거리낌 없이 미래 지 식을 남발하고 있지. 그리고 다른 걸 다 떠나, 놈이 회귀하자마자 우 리한테 뭐라고 했지?”
“비극은 두 번 반복되지 않을 것이 라고. 귀인이시여. 그렇다는 건……?”
“놈에게는 확신이 있는 겁니다. 제 가 어떤 상황에서든 간에 옳지 않은 판단을 할 거라는 확신이.”
그렇다면 그 확신이 무엇일까?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알량한 미 래 지식?
겨우 그런 걸 믿고 나에게 그런 적대감을 드러내나?
“즉 놈에게는 그런 게 있는 거지. 내가 미래를 바꾼다고 해도 거기에 대응할 수 있으며, 더불어 내가 타 락하는 미래를 흔들림 없이 확신할 수 있게 하는 무언가.”
“보통 이런 걸 뭐라고 하는지 알 아?”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건지 모를 리 없었다.
침을 꿀꺽 삼킨 알리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미래 예지……
“정답. 그게 내가 예상한 놈의 정 체야.”
“말도 안 된다. 미래 예지라는 건 어디까지나 참고에 불과해. 완벽한 미래 예지는 존재할 수 없다.”
그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다.
실제로 가장 가능성 큰 가설이기도 하고.
하지만 정말 미래 예지라고 하면 이 상황은 더 말이 안 된다.
“수많은 세계의 우주들을 배경으로 수도 없이 반복된 척살용 시나리오 다. 셀 수 없이 다양한 지적 생명체 들이 가지는 성향, 특성, 배경 등의
변수를 전부 끼워 맞춘 채 미래 예 지를 실시한다고? 그게 가능한 건 아마 신뿐일 거다.”
“이 ‘게임’ 뒤에 신 비슷한 양반들 이 있다며? 대충 가능하지 않을까?”
“설령 가능하다고 해도 문제야. 상 식적으로 말이 안 되지 않나? 틀릴 수밖에 없는 예지를 내려주는 미래 예지라니. 미래를 알 수 있다는 놈 이 이런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플레 이어를 배제하려 들 이유가 있나?”
“그러니까 이제부터 그 이유를 알 러 가야 한다는 거지.”
탁자 위에 올려놓은 물약을 살짝 흔들어 봤다.
피처럼 시뻘겋게 물들어 찰랑거리 는 병 안의 내용물.
그 너머로 알리아의 얼굴을 노려보 며 민수가 말을 이었다.
“그 정체가 미래 예지인지 시뮬레 이터인지는 하나도 안 궁금해. 그리 고 우리가 알 바도 아니고. 우리한 테 중요한 건 하나야.”
“그놈은 자칭 회귀자란 거짓부렁으 로 우리를 낚았고, 이젠 더 이상 속 지 않으리라는 거.” 그리고 놈의 미래 지식이 확정된 미래가 아니라면.
우리가 그 빈틈을 들쑤셔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것.
“그걸 위해서 놈을 낚을 거다. 놈 의 가면을 벗겨보지.”
“프, 플레이어 김민수. 취지는 이해 했지만 이건 너무 위험한……
“명을 내려주십시오. 귀인이시여.”
“플레이어 갈중혁!”
기겁하는 알리아의 외침에는 아랑 곳하지 않고 갈중혁이 민수 앞에 부 복했다.
굳게 쥐어진 주먹 위로 핏대가 솟 았다.
“귀인께서 구해주신 목숨이고, 귀 인께서 주신 목숨이십니다. 말씀드 렸다시피 이제 이 목숨은 제 것이 아니니, 귀인의 뜻대로 써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어르신.”
“오히려 저로서는 감사할 따름입니 다. 이렇게 저를 따로 부르셨다는 건, 제게 무언가 중한 임무를 맡기 시리라는 의미 아닙니까?”
“맞습니다.”
선선히 고개를 끄덕인 민수가 갈중 혁 앞에 앉았다.
그제야 고개를 든 갈중혁이 민수와 시선을 맞췄다.
“신뢰할 수 있는 플레이어들은 많 습니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반드시 어르신께서 해주셔야 합니다.”
“실례가 아니라면 물어봐도 되겠습 니까?”
“……조금 가혹할 수도 있겠는데. 정말 괜찮으신가요?”
“귀인께서 분부하신 것이라면 무엇 이든.”
역시 이 어르신의 열의는 남다른 구석이 있다.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 민수가 옆에 있던 알리아를 불렀다.
“알리아.”
“미, 미친놈! 보나 마나 뻔하다. 저 거 마시고 회귀자 쪽으로 잠입하자 는 거지?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난 네가 벌이는 또라이 짓에 가세하고 싶은 마음 따윈 추호도 없다!”
“난 네 의사 따원 물어본 적 없 어.”
“저, 적어도 거부권은 쓰게 해다 오! 아니, 애초에 무슨 바보 같은 짓거리냐! 목숨 버리고 싶거든 곱게 버릴 것이지, 만약 걸렸다간 그놈이 목이라도 한 방에 쳐주길 기도해 야……?!”
“아, 거 더럽게 오버 떠네. 너더러 같이 가자고 안 해.”
오만상을 찌푸린 민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겁먹은 알리아의 오밀조밀한 얼굴 을 내려다보며 민수가 쯧 하고 혀를 찼다.
“그리고 너 지금 하는 거 보니 데 려가 봤자 별 도움도 안 될 것 같 고. 하여간 쫄보 같으니.”
“쪼, 쫄보……
“애초에 너한테는 딴 거 맡기려고 했어. 나 따라오면 안 된다고.” 오로지 알리아와 갈증혁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지도부 내에서도 가장 특수한 입장 에 처해 있는 두 사람.
회귀자를 흔들어 볼 가장 결정적인 함정을 팔 수 있는 건 이들뿐이다.
주춤대는 알리아를 들여다보며 민 수가 물었다.
“알리아. 천마 어르신 살렸을 때 네가 했던 말 기억나냐?”
“뭐, 뭐냐?”
“진원진기는 신체 장기와 같은 거 라고. 그렇다는 건 뭐냐. 이게 좀 싸가지 없는 발언인 줄은 아는 데……
그 와중에 힐끔 갈중혁의 눈치를 살피는 민수.
고개를 갸웃하는 그에게서 도망치 듯 시선을 뗀 민수가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그건, 어르신 상태가 그 거라는 거 아니냐‘?”
“그게 뭔데?”
“좀비.”
이 새끼가 못 하는 말이 없어.
알리아의 목젖까지 욕지거리가 쑤
욱 치밀어 올랐다.
약간 의심하는 기색은 있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정남준으로 분한 민수는 별다른 저 항 없이 왕웨이와 함께 충칭 플레이 어들 사이로 잠입했다.
“그러니까 15층에 놈들이 쌓은 요 새가 있다, 그 말이지?”
“그렇습니다.”
“요새 한복판에 16층으로 향하는 유일한 출입구가 있고?”
“네. 요새 약도도 대충이나마 그릴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모른 채 민수 일행을 끌 고 간 뒤.
첸즈하오로 분한 카일이 가장 먼저 물은 것은 당연하지만 15층 요새 건이었다.
“요새의 내부 구조는 알고 있나? 숨겨진 통로라던가.”
“주둔 중인 병력은 어느 정도지? 전원 플레이어인가?”
“오각형 요새라. 방어에 적합한 형 태군. 출입은 어떻게 하지?” 한참이나 카일은 15층 요새에 대 한 건을 꼬치꼬치 캐물었다.
몇 번이고 물은 걸 또 물어서 슬 슬 귀찮게 느껴질 정도로.
물론 그에게는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는 의미기도 하다.
귀찮은 기색을 꾹 참은 채 민수는 아는 만큼 열심히 대답했다.
‘말하는 것만 들어보면 요새에 대 해 전혀 모르는 모양이군. 이걸로 확실해.’
놈의 미래 지식에 요새에 대한 건 없다.
즉, 이것은 그가 예상하지 못한 상 태다.
바꿔 말해 나의 행동이 그가 아는 미래를 바꾸었다는 으]미.
아직은 눈에 띄는 이상은 보이지 않지만.
자신의 예상대로라면, 조만간 놈이 뭔가 행동을 개시할 것이다.
“에휴. 죽는 줄 알았네.”
그렇게 한참이나 카일에게 시달리 다 풀려난 후.
민수가 향한 곳은 가까운 건물의 옥상이 었다.
“그나저나 중국이라.”
고개 돌릴 때마다 보이는 중국어 간판들.
지금 자신이 있는 곳은 놈의 거점 으로 사용되고 있는 충칭.
얼마 전에는 일본에 이번에는 중국 이라니. 여행 한 번 알차게 한다.
피식 웃은 민수가 들고 있던 장기 비축 빵을 한 입 씹었다.
“근데 이거 오랜만에 먹으니까 좀 멕히네. 어디 잼 같은 거 없……
“형님.”
“깜짝이야!” 갑작스레 들려온 목소리에 기함한 민수가 빵을 내던지며 물러났다.
가까운 건물의 어둠 속에서 슬그머 니 모습을 나타내는 그림자.
쓰고 있던 야구 모자를 슬쩍 들어 본 왕웨이가 슬쩍 윙크하며 웃었다.
“하하, 죄송합니다. 몰래 형님 찾아 다니느라 스킬 좀 써서.”
“인기척 좀 내고 다녀요! 간 떨어 질 뻔했네. 그보다 스킬이라고요?”
“제 직업이 도적이잖아요? 도적 전 용 스킬입니다.”
진짜 이름값 하는 스킬이로군.
혀를 내두른 민수가 다시금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하아. 알았어요. 일단 여기 앉아 요. 오면서 미행 없었죠?”
“제가 누굽니까? 형님. 다 확인하 고 왔습니다. 아, 그보다 이거 드실 래요?”
“과자네요? 중국 과자 처음 먹는 데.”
“제가 형님 드리려고 특별히 하나 챙겨왔습니다. 장기비축 빵보다는 드실 만할 겁니다.”
“고마워요.”
남 보는 눈 때문에 보관함에 든 물자도 함부로 꺼내기 힘든 상황.
그 와중에 이런 걸 갖다 주니 그 저 고마울 따름이다.
꾸벅 고개 숙인 민수가 얼른 과자 봉지를 뜯어 한 입 넣었다.
“그보다 형님.”
“네?”
“요새에 대한 거 거의 다 실토하셨 다고 들었습니다.”
살짝 매콤한 과자를 아삭아삭 씹던 중.
근심스러운 얼굴을 한 왕웨이가 슬 쩍 민수의 귓가에 속삭였다.
“괜찮겠습니까? 놈이 요새에 대한 정보를 손에 넣으면 만에 하나 요새 가 허무하게 함락당할 가능성도 있 을 텐데요.”
“상관없어요. 어차피 그 요새는 함 락당하기 위해 존재하는 곳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애써 지은 요새인 데……
“그리고 아마 쉽게 함락당하지도 않을 거예요. 제가 알고 있는 건 어 디까지나 요새의 기초적인 정보뿐입 니다. 아마 지금쯤 우리 플레이어들 이 요새를 난공불락의 거점으로 강 화하고 있을 거예요.”
그러려고 일부러 요새에 거리를 뒀 다.
이제 그 요새는 완전히 자신의 손 을 떠났다.
예진, 은비, 지도부 플레이어들.
그리고 제대로 된 화기로 무장한 수백 명의 플레이어.
이제 요새는 그들 나름의 방법으로 체계를 갖추고 규모를 키울 것이다.
“제가 잘난 척하긴 했어도 진짜로 요새에 대해선 잘 모릅니다. 열흘 가 까이 시간이 흐른 지금은 아마 더하 면 더했지 덜해지진 않을 거고요.”
“……형님. 플레이어들을 믿으시는 군요.”
“그야 우리 식구들이잖아요. 식구 를 믿지 그럼 누굴 믿겠어요?”
“식구들이라……
태연한 대답에 왕웨이의 눈이 살짝 복잡하게 흐려졌다.
보고 있으면 참 태평하면서도 부러 운 모습이다.
스스럼없이 누군가를 믿고, 또 누 군가에게 신뢰받는 모습.
세상이 ‘게임’이 된 이래, 상상조차 못 했던 모습이다.
‘이게 보급관이 가진 진짜 힘이겠 지.’
보급관이 보장해 주는 건 단순히 물자와 전기뿐만이 아니다.
보급관은 주변 사람들에게 희망을 보급해 준다.
누군가에 대한 신뢰, 협동, 상부상 조의 정신.
매 순간이 투쟁이 되어버린 세상에 선 있을 수 없는 것.
그런 걸 가지고 있으니, 보급관과 그를 따르는 플레이어들이 강한 것 이리라.
“아, 그러고 보니 잊고 있었네.”
“네?”
“이거 받아요.”
그 때 주머니를 뒤적거린 민수가 무언가를 내밀었다.
굵은 볼펜 두세 자루 합친 것 같 으 으비 워톳
1_— I— 三K I그 O •
위에는 붙은 버튼 네댓 개. 끝에 달린 조그만 구멍.
단박에 그게 뭔지 알아본 왕웨이가 고개를 갸웃했다.
“녹음기 아닙니까? 이걸 대체 왜……?”
“거기 있는 제일 큰 빨간 버튼이 녹음 버튼이에요. 한 번 누르면 녹 음 시작, 다시 한번 누르면 정지. 대충 알겠죠?”
“그야 눈깔 달린 놈이면 눈대중으 로라도 알죠. 근데 저한테 이걸 왜 주시는지……?”
“……왕웨이 씨. 지금부터가 중요 합니다.”
주변을 둘러본 민수가 얼른 자세를 낮췄다.
침을 꿀꺽 삼킨 왕웨이가 그를 따 라 자세를 낮췄다.
“지금부터 저나 왕웨이 씨, 둘 중 한 명은 회귀자한테 찰싹 붙어 있어 야 합니다.”
“붙어 있으라고요?”
“놈이 하는 발언 중 뭔가 심상치 않은 게 있을 겁니다. 들어봐서 좀 수상하다 싶으면 일단 전부 녹음하 세요.”
우리는 회귀자의 약점을 쑤시러 온 것.
그리고 실수하기 가장 쉬운 건 뭐 니 뭐니 해도 말이다.
아무리 날고 기는 회귀자라도 주둥 이 간수까지 칼 같진 못할 거다.
어떻게든 놈의 말을 하나하나 주워 담다 보면.
그중에서 결정적인 무언가를 발견 할 수 있을 거다.
“사실상 이게 이번 작전의 핵심입 니다. 왕웨이 씨. 명심하세요.”
“••••••네.”
“힘으로 못 조지는 놈은, 말로 조 지면 되는 겁니다.”
말로 조진다라.
여전히 위험하지만 그나마 상책이 긴 하다.
고개를 끄덕인 왕웨이가 얼른 녹음 기를 품 깊숙한 곳에 챙겼다.
그리고 다음 날 새벽.
곤히 자고 있던 민수의 옆구리로 무자비한 발길질이 날아들었다.
“푸헉‘?!”
“거기 한국인. 일어나.”
“네, 네?”
“첸즈하오 형님이 찾으신다.”
멋대로 자기 할 말만 남긴 남자가 몸을 돌렸다.
아직 잠이 덜 깬 머리를 채찍질하 며 일어난 민수.
떡진 머리만 대충 정돈하고 달려가 자, 왕웨이가 그를 맞았다.
“아, 형!-……•”
“쉬잇. 호칭 조심.”
“……흠흠. 남준아. 가자.”
재빨리 호칭을 정정한 왕웨이를 따 라 밖으로 나섰다.
주차장에 우글우글 몰려든 수백 명 의 플레이어.
잔뜩 긴장된 현장의 분위기에 민수 가 입을 쩍 벌렸다.
“이게 무슨……?”
“일어났나? 정남준.”
전날 익숙해진 목소리가 민수의 정 신을 일깨웠다.
첸즈하오의 거죽을 뒤집어쓴 카일 을 향해 민수가 꾸벅 고개를 숙였 다.
“덕분에 잘 잤습니다. 형님. 그런데 무슨 일로……?”
“간밤에 네가 준 정보를 바탕으로 생각을 좀 했다.”
“생각이요?”
“상황이 썩 좋지 않아. 그렇게까지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을 줄은 몰 랐다.”
지그시 눈을 감은 채 카일이 고개 를 저었다.
“그리고 나는 변수를 별로 안 좋아 하지. 그게 뭐가 됐었건 간에.”
“형님? 그 말씀은……?”
“시간이 좀 많이 지나긴 했지만, 이제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다. 더는 내버려 둘 수 없어.”
그쯤 듣자 민수 또한 대중 돌아가 는 상황을 깨달았다.
몰래 마른침을 꿀꺽 삼키는 민수를 힐끗거린 카일이 시선을 돌리며 말 했다.
“지금부터 미궁 15층 공략을 시작 한다.”
“오늘 밤, 우리는 미궁 16층에 다 다를 것이다.”
전면전의 막이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