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supply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66
나 혼자 무한 보급! 166화
미궁 공략 5일차.
기세 좋게 허세를 부리며 버텨왔지 만.
삐걱대던 몸뚱이가 결국 한계에 다 다랐다.
“은비야!”
“커혹…… 퉤!”
입에 고인 피 한 모금을 뱉어낸 은비가 눈에 힘을 가득 줬다.
빨간 비늘로 온몸을 두른 괴인이 열 명.
그 와중에 꼬리도 돋아나 있고 머 리는 하나같이 드래곤 머리다.
볼수록 괴상한 그 모습들을 바라보 던 은비가 중얼거렸다.
“사람 모양 용은 뭐라고 불러야 하 지? 드래곤 휴먼? 아니면 휴먼 드 래곤?”
“거만 떨지 마라. 벌레. 우리는 위 대한 용의 후손, 용인(龍人)들이다.”
“오케이. 알았어. 드래곤맨으로 불 러드리지. 아이언맨 비슷해서 어감 찰지고 좋네.” 꺼드럭대는 자칭 용인에게 대꾸하 고는 주변을 살폈다.
사방에 흩뿌려져 있는 언데드들의 시체 조각.
하나둘씩 빛이 되어 사라지는 용인 들의 시체.
격전의 흔적이 할퀴고 지나간 지상 은 반쯤 폐허가 된 지 오래였다.
“제기랄. 핸디캡 매치도 적당히 해 야지. 보급고 지키겠다고 나는 묶여 있는데 이 자식들은 사방팔방에 서……
“핸디캡? 우리를 상대로 감히 핸디 캡을 논하나?”
“하지만 그럴 자격은 있는 벌레로 군. 저 까만 검에 우리 동족이 열 명이나 당했다.”
뻘건 비늘을 번들대며 은비를 둘러 싼 용인들이 떠들어댔다.
무례하기 짝이 없는 삿대질에 은비 의 미간에 주름이 드리워졌다.
“애초에 저 정도로 강하면 더 이상 벌레라고 할 수도 없지 않나?”
“그렇군. 그럼 뭐라고 불러야 할 까?”
“달리 대체할 표현이 없으니 인간 으로 부르지. 저런 무위를 가지고 있는 자라면 이제 스스로의 종족명 을 자랑스럽게 불러도 되……
치이이이익!
“야. 용대가리들.”
“새끼들이 미쳤나. 어디서 사람 앞 에 두고 평가질이야?”
새카맣게 뿜어진 검강이 아스팔트 를 태워버렸다.
기겁해서 뒤로 물러나는 용인들.
경계심 가득한 그 눈빛들을 보며 은비가 이죽거렸다.
“버러지니 뭐니 하고서는 꼴들이 말이 아니네. 이래서 폭력이 답이야. 열 놈쯤 잡아 죽이니까 자동으로 예 절주입이 되네.”
“……인간.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경고? 네깟 게 감히 나한테 경 고?”
빠듯한 내력을 쪼개 천마군림보를 시전했다.
시커먼 마기를 두른 발바닥이 아스 팔트 바닥을 구르고.
기겁한 용인들이 움찔거리며 아우 성을 쳤다.
“길을 비켜라. 우리는 더 이상 저 미궁을 욕보이는 걸 좌시할 수 없다.” “그럼 더 안 되겠네. 너 같은 놈들 막으라고 내가 여기 있는 거라서.”
“너희는 저 미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저 미궁 밑에는 우리의 위 대한 선조께서 잠들어 계신다. 그분 의 잠을 깨웠다간 감당하지 못할 사 태가……
“시끄러워. 알아먹지도 못할 게임 설정은 X도 안 궁금해.”
불쑥 가운데 손가락을 내밀고는 검 강을 두른 검을 치켜들었다.
물론 기세만 좋았을 뿐, 몸은 만신 창이.
입가에 맴도는 피맛을 삼키며 은비 가 각오를 다졌다.
‘다섯 마리까진…… 어떻게 되겠는 데.’
한 마리 한 마리는 첫날 덮친 드 래곤만 못하다.
하지만 그게 스무 마리가 넘게 덤 벼드니 도저히 무시할 수 없다.
산탄총 따위로 무장한 언데드들은 별 도움도 안 됐다.
1 대 20이라는 일방적인 린치 상 그 와중에 절반이나 잡은 것도 나 름 열심히 한 거다.
‘나도 여기까지인가.’
절망적인 상황을 앞두고도 오히려 머리가 상쾌했다.
죽음이 목전인데도 이상할 정도로 기분이 가벼웠다.
검을 든 손에 자기도 모르게 들어 가는 힘.
힘줄이 터지도록 검을 잡은 은비가 용인들을 노려보며 외쳤다.
“다섯 마리 정도는 저승길에 같이 데려갈 수 있겠네.”
“이 우둔한 것이……!” “나 죽기 전엔 절대 저 밑으로 못 간다!”
미안, 민수 오빠.
그래도 최대한 머릿수는 줄여볼게.
그쪽도 가락이 있으니 다섯 마리 정도는 어떻게 할 수 있을 거다.
그렇게 죽음을 각오한 은비가 검을 치켜든 그 순간.
“쯧쯧. 눈이 죽어 있구나.”
하늘에서 들려온 너무나도 익숙한 목소리.
놀라서 고개를 든 순간, 시커먼 강 기의 폭포가 용인들을 후려쳤다.
“그럼 잠깐 쉬고 있어라!”
“크아아아악!”
쿠우웅!
파리채처럼 넓적하게 펴져 지면을 내리치는 강기.
열 마리의 용인들이 그 순간 비명 과 함께 녹아내렸다.
아무리 강하다 한들 결국 피륙으로 이루어진 생명체.
바위조차 태워 버리는 강기를 막아 낼 수는 없었다.
시커먼 탄 자국만 남은 지면에 내 려앉은 그림자가 끌끌 혀를 찼다.
“용대가리 괴인이라. 꽤 고강한 체 술을 써서 힘들겠다 싶더라니, 그래 봤자 어쩔 수 없는 ‘게임’ 속 괴수 에 불과하구나.”
“스, 스승님! 언제 오셨……
“갈!”
착지한 그림자, 갈중혁이 냅다 사 자후를 내질렀다.
길가 건물들이 유리창이 흔들릴 정 도의 위력.
귀를 틀어막고 엎드리는 은비를 향 해 갈증혁이 호통을 토해냈다.
“아무리 상대가 고강한 고수라 한 들 거기서 포기하고 죽음을 각오하 느냐! 네가 그러고도 본교의 천마라
할 수 있겠느냐!”
“죄, 죄송합니다. 스승님!”
“숨통이 끊어지는 그 순간까지 고 고하게 있어야 천마이거늘. 그런 나 약한 정신머리로 십만대산의 주인을 자청할 셈이냐! 이래서 요즘 젊은것 들은……!”
“알았으니까 작작 좀 해라! 플레이 어 갈중혁!”
쩌렁쩌렁한 고함을 가르며 나타난 건 가느다란 체형의 요정이었다.
무지개색 날개를 포르르 펄럭이며 나타난 금발의 요정.
알리아가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역으로 언성을 높였다.
“하여간 인정머리 없는 놈 같으니! 죽다 살아난 제자한테 처음 한다는 말이 그 따위야?”
“이럴 때이니까 더욱 엄하게 다스 려야 하는 법이지. 외인은 본교의 일에 참견 마시게!”
“하이고, 본교 이 지랄! 느그 마교 처망한 게 언제 적 얘긴데!”
그래, 아무리 깨어 있다 해도 꼰대 는 꼰대라 그거지.
혀를 차며 몸을 돌린 알리아가 은 비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살짝 역겨울 수도 있으니 참아라.”
“아, 알리아? 역겹다니 무슨 O…… 우웨에에엑!”
머리에 올린 손에서 녹색 기운이 스며 나오기 무섭게.
엎드려 있던 은비의 입에서 피 섞 인 구토가 쏟아졌다.
소화되다 만 음식물에 시커멓게 죽 은 피까지.
역겨운 광경에 눈살을 찌푸리는 사 이, 켁켁 기침을 해대며 은비가 투 덜 거렸다.
“컥, 켁. 치료해 준 건 고마운데 뭐 이딴 게 다 있냐……
“원래 다 그렇다. 진원진기가 남아 있는 상황에 외부에서 대량의 생명 력이 들어오니 몸이 거부반응을 일 으키는 거지.”
“하, 망할. 목숨 살려준 앞에서 뭐 라 할 수도 없고.”
피 섞인 침을 탁 뱉은 은비가 몸 을 일으켰다.
복부의 고통도 그럭저럭 가시고, 고장 난 몸도 꽤 나아진 상태.
완전히는 아니지만 이만하면 그럭 저럭 살 만하다.
감탄한 눈으로 어깨를 휘휘 돌리는 은비 앞에서 알리아가 말을 이었다.
“먼저 말해두는데 이거 다 저 영감 탱이 탓이다. 제자의 성장을 확인하 겠다느니 뭐니 하면서 별 지랄을 해 대길래 늦은 거야.”
“스, 스승님답네. 그나저나 왜 이렇 게 서둘러?”
“몰라서 묻는 거야? 지금 미궁 공 략조가 50층 목전까지 다다랐어.”
50층 목전.
이제 거의 공략이 막바지에 다다랐다.
창백한 은비의 얼굴에 다시금 힘이 돌아왔다.
“……다들 무사한 거지? 민수 오빠 는?”
“그건 내려가 봐야 알아. 나한테는 도착 보고 외에는 연락 오는 게 없 거든.”
고개를 저은 알리아가 말을 이었 다.
“아무튼 지금 추세대로라면 내일 아침 즈음 미궁 50층에 다다를 거 야.”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방금 건 어 디까지나 임시조치야. 못 싸우겠으 면 말해. 할 만하겠어?”
“그걸 말이라고 해?”
아무래도 쉴 틈은 없을 것 같다.
고개를 끄덕인 은비가 힘차게 몸을 돌렸다.
* * *
한편 그 시각. 미궁 49층.
“후우!”
와르르르르!
집채만 한 덩치의 바위 도마뱀 두 마리가 카일의 주먹질에 산산이 조 각났다.
기둥 뒤에 숨어서 상황을 살피던 민수와 왕웨이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었다.
“형님? 끝났습니까?”
“보다시피.”
주먹 관절을 뚜둑 푼 카일이 발치 의 바위를 툭 걷어쳤다.
지금은 비록 저리 처참한 신세지 만, 불과 몇 초 전까지만 해도 살아 움직이던 놈들이다.
굴러다니는 바위 조각들을 툭툭 걷 어찬 민수가 혀를 내둘렀다.
“바실리스크라니. 이런 놈이 나올 줄은 몰랐는데.”
“까다로운 놈들이지. 미궁 49층에 배치된 이유가 있다.”
바실리스크.
눈 마주치는 상대를 돌로 만드는 몬스터.
보통 판타지 소설에서는 무작정 강 하게 묘사되지는 않던 놈.
하지만 진짜로 마주친 바실리스크 의 힘은 상상 이상이었다.
‘공격 모션을 취할 필요 없이 고개 만 돌려서 상대를 죽일 수 있으니 말이야.’
그냥 눈이 마주치면 상대가 죽는다.
눈 가리고 싸우지 않는 이상에야 근본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
미궁 밑바닥이 목전인 49층에 배 치된 이유가 있는 몬스터.
하지만 그런 놈들조차도 저 회귀자 의 상대는 되지 못했다.
“이 49층에 배치된 놈은 두 마리. 그 말은 즉, 서로 마주 보게 하면 서로를 석화시켜 죽인다는 말이다.”
“힘은 엄청난데 생각보다 별 볼 일 없는 놈이네요.”
“이 미궁의 모든 몬스터는 어디까 지나 사냥할 수 있게 배치되어 있 다. 방법이 어려울 뿐이지, 아예 못 잡는 놈은 없어.”
그런 말 쉽게 하는 놈은 아마 너 밖에 없지 않을까.
물론 그런 투덜거림이 입 밖으로 나오는 일은 없었다.
사소한 불만을 삼키며 민수가 그 뒤의 입구로 걸음을 옮겼다.
“여기가…… 미궁 50층.”
“그렇다.”
바실리스크 두 마리가 버티고 있던 커다란 홀 뒤쪽.
버려진 옥좌 뒤에 시커먼 출입구가 버티고 서있었다.
‘확실히 이쯤 오니 생긴 게 남다르 긴 하네.’
여태껏 내려왔던 출입구와는 생긴 것부터가 다르다.
폭도 한 서너 배는 될 정도로 넓 고.
계단까지도 하얀 대리석으로 도배 가 되어 있다.
이 밑에 굉장한 게 있다고 전력으 로 광고하는 생김새.
계단 너머를 내려다보는 민수의 입 에서 침이 말랐다.
‘예진 씨 일행은 미궁 45층 웨이포 인트 앞에서 대기 중.’
언제라도 돌입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춘 상태.
그리고 이제 남은 건 자신이다.
이 밑으로 들어가서 웨이포인트가 활성화되면, 그 즉시…….
“뭘 그렇게 머뭇거리지?”
“아, 아닙니다.”
카일의 질문에 냉큼 고개를 돌려버 렸다.
살짝 의아한 시선이 가긴 했지만 그 또한 잠시.
작게 코웃음 친 카일이 앞장서서 계단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들어가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계단을 내 려가는 카일.
민수와 왕웨이 또한 얼른 그의 뒤 를 따랐다.
계단은 단순히 크고 화려하기만 한 게 아니었다.
지하로 내려가는 깊이 또한 무시할 才、 어 1— =
nr ha— —厂= 심지어 경사까지도 상당해서 발 내 딛는 것조차도 힘들었다.
‘진짜 엄청난 놈이 있는 것 같은 데.’
마음 같아선 이 기세로 51층까지 일사천리 직행하고 싶지만.
괜히 과한 욕심을 부릴 필요는 없 을 것 같다.
일단 지금은 회귀자부터 막고, 공 략은 천천히 생각하자.
그렇게 마음먹으며 걷기를 잠시.
드디어 계단 끝에서 환한 빛이 비 쳐 들어왔다.
“우와……I”
“여기가 50층……
나란히 발을 들인 왕웨이의 감탄사 를 들으며 재빨리 주변을 훑었다.
여태껏 지나왔던 미궁들과는 구조 자체가 달랐다.
대충 운동장 두세 개 정도 넓이의 단일 공간.
벽면부터 바닥, 천장까지 뒤덮고 있는 투명한 수정 벽돌.
‘그리고……
그 벽마다 기대져 있는 온갖 무기들.
검, 도끼, 창, 활, 이외 기타 등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날붙이는 여 기 다 있는 것 같았다.
그 압도적인 규모에 민수가 오히려 인상을 썼다.
“이거 완전 그거 같은데. 최종보스 방 앞에 놔두는 세이브 포인트 같은 거……
“선택지를 주지.”
그렇게 민수 일행들이 감탄하던 와중.
앞에 선 카일이 등을 보인 채 입 을 열었다.
“하나. 여기서 돌아간다. 슬슬 알겠 지만 여기서부터 너희는 더 이상 도
움이 안 된다.”
“그리고 나도 이제 너희를 지키며 싸울 수 없지. 불침번 서준 것만으 로도 너희 몫은 다 했다.”
그리고 두 번째.
거기서 슬그머니 고개 돌린 카일이 민수와 시선을 맞췄다.
“아무 거나 무기를 잡아라.”
“무기……
“마지막까지 의리를 지킬 마음이 있단 말이야.”
의리. 의리라.
저렇게까지 말하니까 솔직히 좀 미 안하기도 한데.
물론 그런 생각은 어디까지나 잠시 였다.
저대로 놈이 51층에 다다르게 해 서는 안 된다.
그러니 내가 해야 하는 대답은.
“죄송합니다. 형님.”
이거뿐이다.
작은 한숨과 함께 민수가 입을 열 었다.
“저희, 아니, 우리 선택은 그게 아 냐.”
“뭐라고‘?”
“50층 웨이포인트 활성화!”
[명령 확인되었습니다.] [현 시각을 기해 20층 전역의 웨이 포인트가 활성화되었습니다. ]쏜살같이 지나가는 작은 메시지창.
그와 동시에 카일의 앞에 빛의 도 형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숨겨져 있다가 갑자기 빛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는 50층 웨이포인트. 그제야 상황을 깨달은 카일의 얼굴 이 심상치 않게 굳어졌다.
“웨이포인트……! 설마?!”
“바로 그거지.”
대답이 들려온 방향은 민수가 아닌 웨이포인트 쪽.
점점 거세지던 빛이 삽시간에 홀 전체를 집어삼켰다.
“큭!”
아무리 회귀자라고 하지만 갑작스 레 빛에 노출되면 고개를 돌릴 수밖 에 없었다.
잽싸게 고개를 숙이고 빛이 사라지 길 잠시.
뒤이어 빛이 사라진 뒤, 고개를 쳐 든 순간 보이는 것은.
“오랜만이야, 회귀자.”
임전태세를 갖추고 있는 수십 명의 정예 플레이어들.
이환일, 박영은, 김병운 패거리.
그리고 각자 한 가락씩 한다고 자 부하는 수많은 플레이어.
“며칠 만에 보니까 그새 신수가 더 훤해졌네.
그 살기등등한 현장의 최선두.
어깨에 철퇴를 짊어진 갑옷의 여기
사가 빙긋 웃었다.
“혹시 우리 잊은 건 아니지?”
“……도예진!”
카일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