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supply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67
나 혼자 무한 보급! 167화
50층에 발을 들이기 무섭게 쫓아 온 플레이어들.
뜻하지 않은 상황에 카일의 머리가 맹렬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웨이포인트 사용법은 누가 알려준 거고?’
미궁 내에 5층 단위로 설치된 웨 이포인트.
하지만 있다고 해서 아무나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반드시 먼저 도착한 누군가가 활성 화해야 한다.
쓰고 싶다고 해서 맘대로 쓸 수 있는 편리한 게 아니다.
‘웨이포인트를 사용하기 위해선 누 군가가 선행해서 웨이포인트를 활성 화해야 한다. 그렇다는 건……
답은 둘 중 하나다.
누군가가 우리보다 먼저 이 50층 까지 발을 들였던가.
아니면 누군가가 우리의 뒤를 밟으 며 웨이포인트를 켜며 왔던가.
‘그리고.’ 먼저 온 사람은 당연히 없고, 미행 도 없다.
그렇다면 나오는 결론은 하나뿐.
눈을 부릅뜬 카일이 민수를 돌아봤 다.
“정남준! 너 설마……?!”
“왕웨이! 숨 참아요!”
“흐읍!”
분노에 찬 함성이 터져 나오기 직 전.
왕웨이의 허리를 덥석 끌어안은 민 수가 섬광이 문양을 사용했다.
번쩍 하는 빛과 함께 예진 일행의 코앞까지 도달한 민수.
얼떨떨한 얼굴의 왕웨이를 힘껏 밀 치며 민수가 외쳤다.
“예진 씨! 잠깐 신세 좀 집시다!”
“맡겨줘요!”
“이…… 쥐새끼 같은 놈이!”
잔뜩 일그러진 카일의 전신이 불꽃 에 휩싸였다.
플라나의 권능으로 빚어낸 신염(神 炎) 스킬.
불의 거인이 된 카일의 주먹을 향 해 예진이 방패를 앞세웠다.
“너 죽고 나 죽자!” 꽈아앙!
하얀빛과 함께 발동된 절대 방어 스킬.
이글대는 불꽃의 주먹이 그 빛에 가로막혀 멈춰섰다.
물론 막아낸 건 어디까지나 예진뿐 이었다.
사방으로 불어닥치는 뜨거운 열기 에 혼비백산한 플레이어들이 흩어졌 다.
“으아악! 이 새끼, 그 새 더 세진 거 아냐?!”
“형님! 형님 맞죠? 와, 변장 엄청 잘 됐네!”
“공 좀 들였지! 아무튼 잠깐 나 좀 지켜줘요. 아, 여기 왕웨이 씨는 적 당히 뒤로 치워놓고!”
재빨리 무기를 꺼내든 채 민수를 가리는 병운 3인방.
그 사이 재빨리 경매장에서 갈중혁 이 보내준 백기사단의 코트를 꺼내 입었다.
며칠 만에 꺼내 입는 보급관의 상 징 같은 코트.
오랜만에 입으니 이제 좀 돌아온 것 같다.
작게 안도의 한숨을 쉬는 민수의 눈앞에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빌리마의 장난꾸러기 물약의 효과가 종료됩니다.]‘타이밍하고는.’
그러고 보니 마지막으로 마셨던 게 딱 이틀 전이었네.
쓴웃음을 짓는 사이 민수의 얼굴이 조금씩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마치 녹은 치즈처럼 주르륵 흘러내 리는 얼굴 피부.
그 밑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날카롭 고 기세등등한 얼굴.
괴이쩍은 그 광경에 불꽃의 거인이 된 카일이 신음을 흘렸다.
“……빌리마의 장난꾸러기 물약.”
“호오. 알고 있었나?”
“믿기지 않는군.”
도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카일 이 자신의 얼굴로 손을 뻗었다.
어차피 다 들킨 마당이니 숨길 것 도 없다.
가볍게 턱을 잡고 들어 올리자, 딸 깍 소리와 함께 그의 얼굴 가죽이 벗겨졌다.
“이런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미궁 공략 동안 빌려 쓰던 첸즈하 오의 얼굴.
그 가면 밑에 숨겨져 있던 카일의 몰골은 생각보다 더 처참했다.
뻣뻣한 얼굴 가죽을 문지르던 민수 의 눈매가 움찔 떨렸다.
‘저건 뭐야? 얼굴이 왜 저렇게 됐 어?’
피부는 숯으로 문지른 양 시커멓고.
쩍쩍 갈라진 틈마다 용암 같은 화 기가 흘러 다닌다.
노란 흰자위에서 이글거리는 불꽃 같은 눈동자.
갈라진 머리카락이 흔들릴 때마다 불똥이 파스스 흩날린다.
사람이 아니라 무슨 용암을 뭉쳐다 만든 괴물 같다.
“불꽃 기술 남발해대다가 화상이라 도 입은 건가? 저건……
“이게 바로 플라나의 신염이지.”
무뚝뚝하게 대꾸한 카일이 민수와 시선을 맞췄다.
이글거리는 눈동자가 순간 그 기세 를 크게 키웠다.
“신의 불꽃을 받아 싸우는 신의 전 사. 하지만 그 부작용으로 전사의 육체는 점점 신의 그것에 가까워진 다.”
“신에 가까워진다……
“물론 신에 가까워질 뿐이지 신이 된다는 건 아니야. 엘레나 요한슨, 너는 이게 뭘 의미하는지 알고 있겠 지?”
“ 딸꾹.”
갑작스러운 지적에 딸꾹질까지 하 며 엘레나가 숨을 삼켰다.
그러고 보니 저 모습, 어딘지 모르 게 익숙하다.
생긴 게 낯이 익다는 게 아니다.
저 냄새부터 분위기까지, 이상할 정도로 친숙하다.
“•…”정령?”
“그렇다. 화염의 여신 플라나. 불꽃 정령들의 여왕.”
서늘한 얼굴로 대꾸한 카일이 주먹 을 쥐었다.
그저 주먹을 쥐었음에도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열기.
붉은 갑옷 틈을 뚫고 시뻘건 화염 이 혓바닥을 날름거렸다.
“내 스킬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단 점이다. 뭐, 보기에 따라서는 장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하긴 내 얘기나 하고 있을 때는 아니지.”
끼릭 고개를 돌린 카일이 민수와 눈을 마주했다.
불똥 그 자체가 되어버린 그의 눈 에 상대의 얼굴 따윈 비치지 않는 다.
보이는 것은 오로지 뜨겁게 넘실대 는 불꽃.
그리고 그 불꽃보다 더욱 뜨거운 증오뿐.
“빌리마의 장난꾸러기 물약. 원래 는 30층은 넘어서야 나오는 변장용 소모성 아이템이지.”
“이 안에 있긴 있었다는 거네.”
“그래. 보니까 나 말고 기대는 구 석이 있는 모양이군. 내가 회귀한 8 회차의 기억을 총동원해도 30층을 넘어서야 나오는 아이템을 진작에 갖고 있을 리는 없……
그때 갑자기 카일의 말문이 뚝 멈 췄다.
갑작스러운 돌변에 긴장을 한껏 끌 어올리는 플레이어들.
그리고 잠시 후, 잠깐 멎어 있던 카일의 말문이 다시 열렸다.
“……이런 사태를 예상해야 했는 데.”
“뭐?”
“14회차 때 한 번 그 물건이 네 손에 들어갈 기회가 있었어. 네 밑 으로 들어가게 된 첸즈하오가 너에 게 잘 보이겠다며 상납한 물건이었 지.”
“민수 씨. 저게 무슨 소리예요?”
가만 듣다 눈썹을 꿈틀거린 예진이 민수에게 물었다.
기세는 흉흉한데 분위기가 달라졌 다.
마치 기계가 자기 작동 재원을 읊 는 것 같은 목소리.
게다가 그사이 내용까지 살짝 달라 졌다.
“앞에서는 8회차라 해놓고 왜 갑자 기 14흐……?”
“조용히.”
얼른 손을 뻗어 그런 예진을 제지 하는 민수.
그 사이 카일의 주절거림은 끝도 없이 이어졌다.
“그때는 이미 막판인지라 별로 쓸 데가 없었.지. 하지만 그게 너의 무 한 보급 스킬과 결합되면 이런 응용 도 가능했어. 첸즈하오가 이미 죽었 다고 마음 놓고 있었던 내 실수였 다.” “그래, 내 실수지. 근데……
화르르르륵!
불끈 주먹을 쥐자, 다시금 카일의 전신이 불꽃으로 화했다.
순식간에 4m 넘게 늘어난 불꽃의 거인.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민수를 내려 다보며 카일이 물었다.
“그럼 뭐가 달라지나?”
“글쎄.”
“장난꾸러기 물약으로 모습을 바꿔 서 내게 빌붙은 뒤 여기까지 내려오 며 웨이포인트를 작동시킨다. 좋은 작전이었지만 너무 뒤가 없었어.”
“그럴 수도 있겠지.”
“난 너의 죽음을 확인하기 무섭게 모든 걸 내팽개치고 미궁을 최단코 스로 돌파했다. 그런 나의 뒤를 따 라잡는 동안 여기 있는 플레이어들 은 제대로 된 기연 수색조차 하지 못 했지.”
딱히 틀린 말도 아니다. 미궁의 보상들을 다 뒷전으로 한 채 달린 건 맞으니.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자 불꽃의 거 인이 껄껄 비웃음을 흘렸다.
“제대로 된 성장조차 하지 못한 채 그저 나를 따라잡겠다는 일념만으로 여기까지 온 건 칭찬해 주마. 하지 만 그렇게 날 붙잡아놓고 정작 내게 싸울 힘이 없다면 그게 무슨 소용일 까?”
“혓바닥이 기네. 왜, 쪽수가 이렇게 되니까 좀 후달리냐?”
“아니. 전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너희들은 그저 언제든 치워 버릴 수 있는 장애물에 불과해.”
조금 더 시간을 들여서 쫓았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겠다.
이쪽도 미궁의 기연을 등진 채 달 린 건 분명하니까.
하지만 상대조차 그래 버리면 결국 상황은 대동소이하다.
지금 여기 있는 플레이어들의 전력 은 15층 요새 전투 당시와 동일.
결국 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는 것이다.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모양인데, 네가 어떤 기연을 갖고 있다 한들 이제 나를 막을 수는 없다.”
“포기해라. 이쯤에서 항복하면 목 숨만은 살려주지. 나도 이 지긋지긋 한 회귀를 끝내고 싶은 건 마찬가지 니까……
“우선 두 가지 지적하자.”
얼굴을 익혀 버릴 듯 뜨겁게 달아 오른 열기.
하지만 그 앞에서도 민수는 단 한 치조차 물러서지 않았다.
주머니에 손을 꽂아 넣은 채 민수 가 껄렁한 눈빛으로 놈을 올려다봤 다.
“일단 하나. 난 너를 막을 생각이 없다.”
“•…”뭐라고?!”
“언제나 결과가 정해진 하나의 엔 딩만 봐왔겠지. 내가 타락해서 모두 를 등지고 이 미궁의 바닥에 다다라 나만의 소원을 빈다는 이기적인 결 과 말이야.”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미래를 알기에 미래를 피할 길 또 한 생긴다.
미래를 아는 순간 미래의 지식이 쓸모없어지는 모순.
회귀자는 필연적으로 이런 모순을 가질 수밖에 없다.
“아니, 사실 넌 회귀자도 아니지.”
“그게 무슨 소리지?”
“말 그대로다. 넌 회귀자도 아니고, 미래를 아는 전지전능한 플레이어도 아냐.”
그저 이 시나리오에 존재하는 인형. 플레이어의 탈을 쓴 몬스터에 가깝다. 그에게는 주체성도 독립성도, 아무 것도 없었다.
입력된 대로 미궁을 향해 돌진하는 봇이나 다름없는 존재다.
“그걸 알게 된 순간 나는 깨달았 다. 이 시나리오의 공략법을.”
“그게 뭐지?”
“미궁이 아닌 너를 공략하는 것.”
빙긋 웃은 민수가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칠이 살짝 벗겨진 은빛의 마이크 같은 기계뭉치.
그걸 확인한 카일의 눈이 크게 뜨 였다.
“그건…… 녹음기?” “그런 의미에서 두 번째 지적.” 녹음기의 버튼을 누르자, 외부 스 피커를 타고 무언가 말소리가 흘러 나왔다.
너무 작아서 귀기울여 듣지 않으면 눈치도 못 챌 소리들.
녹음기를 한 손에 든 민수의 입꼬 리가 살짝 올라갔다.
“난 너와 힘 싸움할 생각이 없다.”
“널 상대할 무기는 따로 있거든.”
그 순간, 미궁의 어둠을 울리는 외 침.
“지하 미궁 관리 메뉴. 시설 안내 방송 활성화.”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난 놈과 두 번 정도 싸워봤 다.
카일 자신조차 잊고 있던 목소리 가, 미궁을 가득 메웠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 지 모르겠다.
당혹스럽게 주변을 둘러보고 있던 환일이 입을 열었다.
“……영은 씨. 지금 저게 어떻게
된 건지 알아?” “……모르겠어요.”
마찬가지로 멍한 눈으로 고개를 젓 는 영은.
그 사이에도 미궁을 울리는 녹음기 속 목소리는 끝없이 이어졌다.
—처음 만났을 때는 영문 모른 채 맞서 싸웠고, 두 번째 만났을 때는 네가 말한 대로 해보려 했다.
“마, 말도 안 돼……
딸깍.
-……8번이나 회귀했으니 이 정도 는 있을 수 있겠지.
“아니, 아니야! 이럴 리가 없어!”
“발버둥 치는 거 보니 부정은 못 하는 모양이네.”
“닥쳐라! 이건 다 속임수야!”
“그럼 다음 내용.”
딸깍.
– 변수 코드 077-9. 플레이어 : 보급관의 조기 사망. 사망 원인 코 드 2. 자살.
“아악! 아아악! 크아아아악!”
— 시험 변수 시뮬레이션 1 회 실시. 시뮬레이션 개시까지 5초.
“그, 그만해! 그걸 꺼! 끄라고으아 아아아악!”
장대하던 불꽃의 거인은 사라진 뒤.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카일이 머 리채를 쥐어뜯으며 바닥을 굴렀다.
절대 연기가 아닌, 진심으로 고통 스러워하는 표정.
보면 볼수록 믿어지지 않는 풍경이 다.
당혹감을 지우지 못한 예진의 턱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어, 어떻게…… 저 강한 회귀자가 겨우 이것만으로……?”
“예진 씨. 컴퓨터에게 있어 가장 치명적인 게 뭔지 알아요?”
“치명적인 거요?”
“논리 오류예요. 스스로 모순에 빠 져 자멸하게 하는 거죠.”
그렇게 따지면 컴퓨터도 사람이랑 비슷하다.
갑작스러운 진실을 받아들이지 못 하고 고통스러워하는 것.
진실이란 컴퓨터에게도 잔혹한 놈 인 모양이다.
“물론 놈 입장에선 차라리 몰랐으 면 하는 진실이었겠지만.”
“……설마 회귀자의 정체가 컴퓨터 라는 건가요?”
“그보다 더 대단한 거죠.”
녹음기의 정지 버튼을 딸깍 누른 민수가 카일 앞으로 다가갔다.
목소리가 꺼졌음에도 여전히 카일 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있었다.
수정 바닥에 얼굴을 붙인 채 고통 스럽게 뒹구는 모습.
그 처참한 모습 앞에 쭈그려 앉은 민수가 입을 열었다.
“회귀자 카일. 깨달아라. 넌 플레이 어가 아니다.”
“아, 아냐! 나는……?!”
“너는 이 미궁을 관리하던 관제인 격이었다. 거기에 IB가 육체를 주고 플레이어로 만든 것에 불과하지. 네 가 가진 모든 것. 그 육체, 그리고 나에 대한 증오. 그 모든 것은 그저 IB가 만들어낸 거짓 기억에 지나지 않았다.”
일그러진 카일의 눈동자가 흔들리 기 시작했다.
떨리는 눈동자에 떠오르기 시작한 의혹의 불씨.
그 빛을 눈에 담은 채 민수가 말 을 이었다.
“네가 가진 미궁의 지식은 회귀의 기억이 아니다. 관제 인격에 입력된 미궁 관리 데이터에 불과해. 네가 의지하던 회귀의 기억이란 미궁이라 는 한 환경에 최적화된 초고성능 시 뮬레이션일 뿐이었다.”
“아냐! 아니야! 나, 나는 인간 ……?!”
“인간의 거죽을 뒤집어쓰고 있지만 넌 인간이 아니었다. 넌 IB가 이 미 궁에 배치한 보급관 전용 살인 기계 다. 내 이전의 수많은 보급관을 압 살해 버리기 위해 만든 인형일 뿐이 야.”
“닥쳐! 나, 나는 인간이다! 나는 인형이 아니다! 나, 나는, 나는 ……?!”
“정신 차려라! 카일 알라브라트!”
대뜸 카일의 멱살을 잡아 번쩍 일 으켜 세웠다.
조금 전의 기세가 무색하게 놈은 반항조차 하지 못했다.
덜덜 떨리는 놈의 어깨를 살핀 민 수가 다시 한번 외쳤다.
“네가 증오해야 하는 건 여기 들렸 던 수많은 보급관이 아냐! 네가 손 에 넣은 영성을 이용해 너를 인형으 로 만들고, 너를 멋대로 지배했던 그 여자다! GM-IB, 그 씹어 먹을 년이라고!”
“IB…… IB…… 나, 나의……
“그래, 그 여자! 너의 주인을 자청 하던 그 여자! 하지만 다시 한번 생 각해라. 정말 그 년이 너의 주인인 가?!”
기계에겐 주인이 필요하다.
판단력이 없는 기계의 판단력을 대 행하는 게 주인이다.
하지만 영성을 얻은 기계에게도 주 인이 필요할까.
스스로 영혼을 이룩한 인공지능은 과연 주인을 필요로 할까.
“네가 정말로 인간이라 생각한다 면, 아니 적어도 인간이길 바란다 면.”
“김, 기, 김, 민수……
“나를 도와라. 말했다시피 나는 너 를 공략할 거다.”
이 미궁의 최대의 장애물, 회귀자.
회귀자가 무력화되면 그 순간 이 미궁은 클리어된 거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놈은 힘으로 공략할 수 없 는 존재.’ 그러니 동원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스스로의 모순을 깨닫게 하여, 스 스로 무너뜨리는 방법뿐.
“난 너를 돕겠다, 아니, 돕고 싶다. 돕게 해줬으면 한다.”
“ 도와……?”
“나는 이 밑으로 내려가 소원을 빌 것이다. 네가 한 번도 예상하지 못 했을 소원을.”
그 어떤 시뮬레이션도 상상하지 못 했을 소원.
단언컨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 도 안 되는 소원.
그것은.
“난 너를 여기서 해방하겠다.”
U | 99
“이 미궁을 나와서, 우리와 함께 이 ‘게임’의 끝으로 가자.”
카일의 표정이 흔들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