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supply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70
나 혼자 무한 보급! 170화
“제길!”
끝도 없는 어둠에 휩싸인 공간.
화면을 노려보던 IB의 입에서 결국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명령을 따라라! 저놈들을 죽여! 카일 알라브라트! 죽이라고!”
히스테릭한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화면 속 불꽃 거인.
하지만 그녀의 바람이 무색하게, 그 움직임은 시원찮기 짝이 없었다. 예리함을 잃은 채 허공을 휘적는 주먹.
가뭄에 콩 나듯이 공격이 들어가도 그마저도 야무지지 못하고.
움직인다 싶으면 제멋대로 튀어나 가 들이박기만 할 뿐.
“빌어먹을……
이쪽의 조작에 문제가 있을 리는 없다.
애초에 지금 카일은 수동 조작 모 드로 움직이고 있다.
아무리 사람 형태를 갖추고 있다고 한들 결국 카일의 정체는 무기물. 유저의 조작 명령을 일방적으로 무 시할 수 없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걸리는 건 하나뿐이다.
IB의 시선이 화면 속 불꽃 거인의 어깨를 향했다.
흔들리는 불꽃의 형태지만 그래도 확실히 보인다.
축 늘어져서 맥없이 흔들거리는 왼 쪽 어깨.
조금 전 자해로 가장 먼저 박살 난 부위다.
‘신염 스킬 사용 직전의 부상이 사 용 후에도 반영되는 건가?’
그렇다면 모든 게 설명된다.
어깨가 으스러졌는데 주먹을 휘두 를 수 있을 리 만무하고.
발등이 짓이겨졌는데 뛰어다닐 수 있을 리 만무하다.
일단 조작은 통하지만, 그 조작을 수행할 수 없는 상태.
지금의 카일은 말 그대로 고장 난 인형 그 자체다.
‘카일…… 설마 이걸 염두에 두고 자해한 건가?’
회귀자 카일 알라브라트의 시나리 오 내 전투력은 절대적.
단언컨대 보급관과 그 떨거지들은 절대로 카일을 이길 수 없다.
애초에 그렇게 되도록 설계된 시나 리오이니 그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만약 그 회귀자, 카일의 상 태가 정상이 아니라면?
‘부상의 정도가 깊어. 왼쪽 어깨는 으깨지고 발등도 망가졌지. 게다가 주먹으로 자기 배를 때려 내상을 입 히고, 거기에 검상까지 합하면……
그냥 부상 병동.
아니, 억지로 움직이는 시체나 마 찬가지 다.
아무리 회귀자가 날고 기어도 그런 상황에서까지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카일의 자해는 단순히 스스로의 정 신을 일깨우기 위한 게 아니었다.
‘여차하면 보급관과 그 동료들이 정말 자신을 죽일 수 있도록…… 스 스로의 전투능력을 극도로 저하시켜 서……!’
섬뜩한 상상에 IB의 얼굴에서 핏기 가 가셨다.
여태껏 이런 상황은 한 번도 없었 다.
회귀자가 보급관의 설득에 넘어가 는 거로도 모자라.
보급관의 승리를 위해 스스로를 자 해하는 상황이라니.
‘이게 충분히 성장한 보급관인가?’
화면 속 카일과 민수의 동료들을 노려보며 IB가 입술을 짓씹었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로 카일이 당해 버릴 수도 있다.
클리어 확률 0%인 이번 시나리오 가 클리어될 수도 있다.
주인님께서 주신 임무를 실패할 수 도 있다.
‘만약 그렇게 되면……!’
주인님께서 주신 임무를 실패할 것 이다.
주인님게서 내게 실망하실 것이다.
그러면 주인님께 버림받을 것이다.
주인님이, 내가 사랑하는 주인님이, 나를, 나를……
“……그렇게는 못 해!”
거기까지 생각이 다다른 순간.
발작적으로 고함친 IB가 눈앞에 새 로운 윈도우를 열었다.
시뻘건 빛깔이 섬뜩한 관리자 전용 시나리오 설정 화면.
일개 GM의 권한으로 여기까지 건 드리는 건 월권 중의 월권이다.
아마 다른 ‘개발’이 본다면 거품을 들며 날 삭제하려 하겠지만.
“나는…… 주인님을 실망시킬 수 없다……!”
그런 건 나중 가서 생각해도 된다.
주인님께 버려진 나는 살아 있을 가치가 없다.
붉은 화면을 노려보며 IB가 서슬 퍼런 목소리로 외쳤다.
“시나리오 설정 활성화! 플레이어 카일 알라브라트의 체력을 9999% 로!”
화르르르륵!
“어우, 씨!”
“……환일 씨! 물러서요!”
갑작스럽게 몸집을 키우는 불꽃의 거인.
깜짝 놀란 환일을 집어삼키기 전, 재빨리 달려온 은영이 그 앞에 섰 다.
시퍼런 기운이 담긴 주먹을 잔뜩 뒤로 뻗은 은영.
괴성도 뭣도 아닌 이상한 소음과 함께 내질러지는 불꽃의 주먹.
부릅뜬 눈으로 그 불꽃의 주먹을 노려보며 은영이 마주 주먹을 내뻗 었다.
“……우리 딸이랑 약속했어! 환일 씨, 털끝 하나 다치지 못하게 하겠 다고!”
“크오오오오!”
“……작작 하고 사라져라! 회귀 자!”
구천지무(九天之武) 제팔천(第八 天) 천지무쌍(天地無雙) 노랗게 빛나는 내공이 담긴 두 주 먹
잔상만을 남긴 수천 개의 주먹질이 소나기처럼 카일을 향해 쏟아졌다.
아무리 거인이라 해도 당장 눈앞에 서 쏟아지는 맹공을 어쩔 방법은 없 었다.
멀쩡한 오른팔로 얼굴을 가리며 주 저앉는 불꽃의 거인.
그 사이 환일의 뒷덜미를 붙잡은 영은이 풀쩍 뛰어 저 멀리 다다랐 다.
환일 씨. 괜찮아요?”
“그야 당연하지! 내가 임자 내버려 두고 설마 먼저 가겠어?!”
“두 분 금실 좋은 건 알겠으니 조 금만 자제해 주시겠어요?”
그 틈을 못 참고 분위기 잡는 두 어른을 제지하는 예진.
그러는 그녀의 손에는 거대한 정령 열상포가 들려있었다.
그 사이 기관총으로 무장을 완료한 플레이어들.
야마다와 그 패거리. 그리고 재열 까지.
엘레나가 소환한 화염의 정령을 힐 끗 살핀 예진이 외쳤다.
“사격!”
타다다다다다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총알의 소나 기.
시뻘건 궤적을 남기며 불꽃의 거인 을 두들기는 정령열상포의 빛줄기.
그야말로 정신없이 쏟아지는 압도 적 화력의 향연이었다.
총열이 녹아버린 기관총을 던지고 새 기관총을 집어 드는 플레이어들.
그 옆에서 정령열상포를 냉각하던 예진이 민수를 돌아보며 물었다.
“민수 씨! 일단 여기까진 왔는 데…… 어떡하죠?”
“저 쐐기 10분 제한시간 있다면서 요? 슬슬 10분 다 돼가는 것 같은 데, 이제 방침을 정해야죠!”
“……어르신. 직접 붙어서 싸워보 니까 어떻습니까?”
“솔직하게 말씀드려도 되겠습니 까?”
다소 긴장한 기색으로 대답한 갈중 혁이 옆에 있는 은비를 돌아봤다.
입가에 피를 흘린 채 씩씩 숨을 몰아쉬는 은비.
아직 내상이 완전히 낫지 않았는데 무리하게 마기를 끌어쓴 부작용이 다.
답답한 얼굴로 고개를 저은 갈증혁 이 대답했다.
“불합리합니다. 이 싸움은 이길 수 없습니다.”
“ 이유는요?”
“싸우는 내내 회귀자의 상태를 관 찰했습니다. 몸은 성치 않은 게 분 명한데, 타격을 입을 때마다 그것이 순식간에 복구되더군요.” 처음엔 그냥 장비나 스킬 효과인 줄 알았다.
하지만 몇 번이고 직접 검을 박아 넣어 보니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 다.
‘치명상을 끝도 없이 누적시켰음에 도 계속 복구된다. ’게임‘이라는 걸 감안하면 말도 안 되는 수준이야.’
민수의 무한 보급 스킬도 생명력만 큼은 방법이 없다.
그만큼 생명력이라는 건 이 ‘게임’ 안에서도 대단히 손대기 까다로운 영역이다.
반면 지금 날뛰고 있는 저 회귀자 는 어떤가?
“타격이 들어가지 않는 것처럼, 아 니 타격을 입어도 비정상적인 속도 로 회복합니다. 운영 측의 개입이 있는 게 분명합니다.”
“그리고 이 상황에 개입할 수 있는 거라면 분명 IB뿐이겠죠. 귀인이시 여, 일단 물러나시죠. 플레이어라면 모를까, 상대가 GM이면 후퇴도 흠 이 되지 않습니다.”
나름 충심이 담긴 조언.
하지만 그럼에도 민수는 그 제안을 따를 생각이 없었다.
‘바로 뒤가 보스룸이고, 그 밑으로 내려가면 51층이다. 여기서 물러나 면 끝이야.’
우리가 퇴각하면 카일은 51층으로 직행할 것이다.
죽여도 안 죽는 놈인데 보스라고 무슨 문제가 될까.
그렇게 보스를 처치한 놈이 51층 에 다다르면 그 순간 시나리오 실 패.
그 말은 즉, 여기서 지면 지구 멸 망이다.
‘어떻게든 지금 이 자리서 해결을 본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아주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쏟아지는 총탄들을 노려보던 민수 가 나직이 입을 열었다.
“상태창.”
간만에 열어보는 상태창은 이전과 달라진 게 없었다.
숫자가 모조리 물음표로 대체된 상 태창 맨 마지막.
민수의 긴장된 시선이 스르륵 그 쪽으로 옮겨졌다.
[무한격 (Lv.?) – 사용 금지.]‘무한격……
도쿄에서 키무라 패거리를 상대로 처음 썼던 그것.
사실 이게 뭐하는 스킬인지는 아직 도 모르겠다.
총알이 무제한으로 늘어나는 무적 의 공격수단?
아니, 왠지 느낌상 그런 단순한 건 아닌 것 같다.
‘이래저래 위험부담이 크다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그래도 안 써보고 죽는 것보다는 낫겠지.
메마른 입술을 축인 민수가 나직이 입을 열었다.
“무한격.”
[거부되었다.] [이것은 그대를 해칠 수 있다.]예상하고 있던 거절의 메시지.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시금 말했 다.
“무한격.”
[거절한다.]“무한격.”
[그대는 이를 사용해선 안 돈!다.]“무힌격.”
[재고를 권한다.]연신 주변에서 터지는 총성과 폭 음.
끊임없이 떠오르는 거절의 메시지.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중얼거리길 잠시.
기어코 민수의 눈앞에 최악의 메시 지창이 떠올랐다.
[알데마-브론 현실고정장치의 제한 시간이 종료되었습니다.] [해당 장비류가 영구히 파괴됩니다.]“민수 씨!”
기겁한 예진의 외침.
쏟아지는 총탄이 멈춘 걸 확인한 불꽃의 거인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 다.
“크르르르르……
반쯤 정신이 나간 듯, 적의가 뚝뚝 흐르는 외침.
이제 더 이상 나가는 건 위험하다.
거절의 메시지창을 노려보며 민수 가 말했다.
“다시 한번 말한다. 무한격.”
“지금 안 쓰면 내가 죽는다.”
침묵을 지키는 메시지창.
섬뜩하게 다가오는 불꽃의 거인.
점점 빠르게 가까워지는 그 모습을 앞두고.
“아카라트의 적자가 죽을 것이다. 정말 그 꼴을 봐야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번 말한다.”
가까스로 뜨거워진 숨을 가다듬으
며 민수가 말했다.
“무한격.”
[사용 시 더는 돌이킬 수 없다.] [그래도 사용하겠는가?]몇 초의 침묵 후 떠오른 메시지창.
조금 전보다는 그 내용이 상당히 온건해져 있었다.
아마 이게 이 ‘게임’이 내게 베풀 수 있는 최선이리라.
망설임 없이 민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다.
[그대의 선택을 존중하겠다.] [다시 한번 외치라.]“쿠오오오오!
그 人}이, 불꽃의 거인은 민수 일행 의 지척까지 다다라 있었다.
일대 혼란에 빠져 허우적대는 플레 이어들.
이를 갈며 방패를 세우고 앞서가는 예진.
기겁해서 검을 드는 갈중혁과 은 비, 환일.
그리고 그런 그들의 뒤에서.
“무한격!”
다시 한번, 힘을 담아 크게 외친 순간.
[퀘퀘스스트 로로로그가가가 재새새 생되.] [나나나나는 가가가간섭할수 어어어 없어.] [그그그 선태태태택에 해행운이 하함 께하.]“큭‘?!”
갑자기 눈앞에서 터지는 황금빛.
민수의 의식이 그 아득한 빛과 함 께 날아가 버렸다.
* * *
정신이 들자마자 눈에 띈 것은 도 시였다.
“여긴……?” 허공에 둥둥 뜬 채 자신의 발밑을 바라보는 민수.
발밑에 펼쳐진 장엄한 풍경에 할 말을 잃었다.
“황금의 도시……
발밑에 펼쳐진 너른 대지.
산 하나 없이 사방에 지평선만 드 리워진 땅.
그곳을 황금의 건물들이 가득 채우 고 있었다.
금색으로 반짝이는 드높이 솟은 마 천루.
장엄한 금빛 성채. 쉴새 없이 오가 는 금빛 차량.
하늘을 수놓는 금빛 비행기들.
모든 것이 금으로 이루어진, 그야 말로 전설 속 엘도라도의 풍경.
“설마 저게 전부 다 진짜 금은 아 니겠…… 우왁?!”
쿠우우우우!
느닷없는 괴성에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지면에 거대한 그림자를 남기며 지 나가는 공중전함들.
당연하지만 그것들 또한 모든 게 빈틈없는 금빛이다.
어색할 정도로 낭비 가득한 그 광 경에 민수가 혀를 내둘렀다.
“퀘스트 로그라고 해도 굉장하네. 그나저나 여태까지의 흐름대로라면 이 또한……
“그렇습니다. 아카라트의 적자여.”
기별도 없이 들려온 목소리에 놀라 고개를 돌렸다.
온몸을 검은 로브로 감싼 괴인.
괴이한 모습이지만, 이미 한 번 본 적 있는 얼굴이다.
화들짝 놀란 민수의 얼굴이 절로 굳어졌다.
“그 모습…… 설마 우시아-641에 서……?”
“무림 세계에서의 퀘스트 로그를 보고 오신 모양이군요.”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는 괴인.
소리도 내지 않고 날아온 그가 민 수의 코앞까지 다다랐다.
“제대로 보셨습니다. 그게 바로 저 입니다. 물론 그건 제가 가진 수많 은 모습 중 하나에 지나지 않습니다 만.”
“수많은 모습?”
“아주 오래전, 저는 수많은 모습으 로 다양한 차원계에 개입해왔습니 다. 아카라트의 원죄가 낳은 이 ‘게 임’, 이 잔혹한 ‘게임’을 어떻게든 막기 위해서요.”
로브의 후드 속에서 힘없는 웃음이 흘러나왔다.
“물론 그 모든 게 무의미한 짓이었 지만요. 아카라트의 탐욕은 그런 걸 로 막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방법을 찾다 못해 스스로 이 ‘게임’ 속에 숨어들기까지 했습 니다. 물론 결과적으로 제 바람은 이루어졌죠. ‘게임’을 이끌던 아카라 트는 그 죗값을 치렀습니다. 하지 만……
“넌 누구지?”
날선 질문에 괴인이 흠칫 몸을 떨 었다.
후드의 그림자 속, 보이지 않는 얼 굴을 노려보며 민수가 물었다.
“누군지도 밝히지 않고 이런저런 헛소리들을 늘어놓나? 일단 스스로 가 누구인지부터 밝혀야지.”
“……하긴 그렇군요.”
쓴웃음을 지은 괴인이 얼굴을 가린 후드를 잡았다.
살짝 빛이 드리워진 곳에서 어렴풋 이 비치는 하얀 피부.
잠시 망설이던 괴인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그럼 각오해 주십시오.”
“ 각오?”
“어쩌면 조금 놀라실 수도 있을 테 니 말입니다.”
그렇게 말을 마친 후, 괴인의 두 손이 힘껏 후드를 젖혔다.
번뜩이는 황금빛 아래 드러난 모순 적인 존재감.
남자인지도 여자인지도. 몇 살인지도.
인종도 색깔도 짐작할 수 없는 그 논리적이지 못한 생김새.
U I 9)
지금껏 몇 번이고 봐온, 잊을 수 없는 얼굴.
눈을 부릅뜬 민수가 떨리는 목소리 로 중얼거렸다.
“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