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supply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42
나 혼자 무한 보급! 042화
“아카라트?”
놈들이 한국어도 할 줄 알았나?
쿠오쿠오 거리는 게 전부가 아니었 나?
하지만 그 순간 민수를 머뭇거리게 한 건 따로 있었다.
화들짝 놀라 권총을 든 왼손을 바 라보는 민수.
왼손 손가락에서 반짝이는 반지를 보자 그 옆에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아카라트 정찰병의 반지]
[등급 : 2급]
[고대문명 아카라트의 정찰병들에게 기본 지급되던 반지. 기민하고 잽싼 손재주와 정확한 조준을 보장한다. 이 반지 덕에 아카라트 정찰병은 도둑과 소매치기의 주요 목표가 되기도 했 다.]
[특이사항 : 손을 사용하는 모든 행 동에 보정치 +50%]
[가격 : 비매품]
‘……나왔다. 아카라트.’
그냥 아이템 설명인 줄 알았다.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세계관 설정 같은 걸 풀어내는 짤막한 글줄.
카드 게임 같은 데선 플레이버 텍 스트라 부르기도 하는 그것.
그런데 갑자기 다 죽어가는 오크가 이 내용을 입에 담았다.
‘그러고 보니 이 반지, 오크 퍼스 트 킬 보상이었지.’
어쩌면 이거, 그냥 설정은 아닌지 도 모르겠다.
오크들과 고대문명 아카라트가 가 지는 모종의 관계성.
만약 이것이 이 시나리오의 공략과 관계되어 있다면…….
“꾸오오……
그사이 부르르 떨던 오크 전사의 움직임이 잦아들었다.
분노 가득한 눈으로 민수의 왼손만 바라보는 전사.
이윽고 원한 가득한 한숨을 한 번 내뱉더니.
축 늘어진 놈의 몸이 빛이 되어 사라졌다.
[오크 전사를 처치하셨습니다. 50코 인을 획득하셨습니다.] [지구니17 서버 기준 오크 전사 퍼 스트 킬에 성공하셨습니다.] [성공 보수가 경매장 보관함으로 지 급되었습니다.]냉정한 메시지창이 민수의 정신을 일깨웠다.
잠시 메시지창을 노려보던 민수가 이윽고 고개를 저었다.
‘너무 넘겨짚을 필요는 없어.’
아직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다.
시나리오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것도 형편 좋은 추측이고.
어쩌면 별 의미 없는 세계관 설정 일 수도 있다.
백아군락 오크 레인저 건이 그러했 듯.
기억하되 잊어버리지만 않으면 충 분했다.
그렇게 자신의 생각을 일축한 민수 가 입을 열었다.
“……경매장. 오크 전사 퍼스트 킬 보상 좀 보자.”
쿵!
화면을 뚫고 떨어진 것은 심상치 않은 크기의 월도였다.
칼날 너비가 손바닥보다 큰 월도.
거의 칼날과 비등한 수준으로 길쭉 한 자루.
도끼에 가까운 그 비주얼에 감탄하 며 들어보니.
오른손의 근력 강화 장갑을 감안해 도 심상치 않은 무게가 느껴졌다.
‘이거 완전 둔기 아닌가?’
[오크 전사의 월도]
[등급 : 2급]
[산맥에서 활동하는 오크 전사들이 사용하는 월도. 만듦새는 조잡하지만 약간의 실바리온이 첨가되어 나름 마 법적 성질을 갖고 있다. 베는 것보단 무게로 눌러 찢는 식의 운용이 더욱 유효하다.]
[특이사항 : 모든 공격에 경미한 마 법 효과 부여.]
[특이사항 : 두 손으로 사용 시 모든 공격과 방어에 파괴력 보정.]
[가격 : 책정되지 않음]
‘둔기 맞네.’ 참 설명부터가 노골적으로 무식해 보인다.
혀를 찬 민수가 마침 옆으로 다가 오는 병운을 돌아봤다.
“병운 씨. 마침 전사죠?”
“아, 넵.”
“이거 가져갈래요?”
병운에게 사심 없이 월도를 내밀었 다.
흉흉하지만 그만큼 든든해 보이는 위용에 병운이 눈을 크게 떴다.
“지, 진짜 주시려고요?”
“이건 진짜 제가 못 쓰는 거예요. 차라리 병운 씨가 쓰는 게 낫겠네 요.” 뭐 단검류면 생각이라도 해볼 텐 데, 말 그대로 월도다.
두 손으로 잡고 사용하는 게 표준 인 무기.
총을 쓰건 단검을 쓰건 뭐건 간에.
아무튼, 항시 손이 바쁜 자신에겐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무기였다.
“마침 병운 씨도 전사니까요. 딱 좋겠네요.”
“가, 감사합니다. 형님!”
감격해서 고개를 끄덕인 병운이 얼 른 무기를 받아들었다.
여태껏 사용하던 실바리온 장검과 는 다른.
온몸으로 무식함과 야성을 뽐내는 오크 전사의 무기.
몇 번 붕붕 휘둘러 본 병운이 씨 익 웃었다.
“이놈 물건이네요. 딱 좋게 묵직한 것이 맘에 들어요.”
“근데 생각해 보니까 그거 들고 있 음 권총 못 쓰는 거 아니에요?”
“헤헤, 다 방법이 있죠. 제가 손이 좀 빨라서.”
뭐, 그렇다고 하니 믿어줘야지.
애초에 거기까지 신경 써줄 수도 없고.
아무튼, 이런저런 의문점은 남았지 만.
약간이나마 전력의 확충도 이루어 졌다.
작게 한숨을 뱉은 민수가 비로소 몸을 돌렸다.
“가죠. 이제 겨우 하나 처리했을 뿐이니까요.”
던전 진입 약 1시간째.
아직 그 끝은 보이지도 않았다.
소형이 중형이 됐을 뿐인데, 던전 의 스케일은 확 커졌다.
1층에 더해 2층까지 내려가는 복 잡한 미로 같은 던전.
병운과 함께 그 안을 끝없이 헤매 며 내려가는 동안.
민수의 총질에 찢겨나간 오크들만 거의 수십 마리에 달했다.
“아카…… 아, 아카, 라트! 아 카……라트!”
그리고.
“아카, 라트! 아카, 라트! 아카라, 트!”
그 와중에 만난 모든 오크가.
정확히는 오크 전사와 오크 주술사 들이.
“아카, 라트! 아, 카라트! 아아…… 카, 카……!”
“시끄러! 진짜 어지간하네!”
하나 같이 그 단어를 입에 담았다.
짜증스럽게 외치며 민수가 방아쇠 를 당겼다.
“쿠오!”
[오크 주술사를 처치하셨습니다. 30 코인을 획득하셨습니다.]머리가 박살 난 오크 주술사의 시 체가 빛과 함께 사라졌다.
이상한 불덩이 같은 걸 던져대는 놈이라 괜히 시간만 걸렸다.
오만상을 쓰는 사이 옆에서 월도를 박아 넣은 병운이 벌렁 나자빠졌다.
“아이고, 아이고……
“좀 쉬었다 갈까요?”
“따, 딱 10분만…… 이거 못 할 짓 이네요……
맥 빠진 병운의 목소리를 들으며 민수 또한 옆에 주저앉았다.
마음은 급하지만 그렇다고 병운의 심정을 이해 못 하는 것도 아니었 다.
아무리 근력 강화 스킬이 있는 전 사라고 하지만.
두 시간 가까운 지금까지 병운의 혹사는 좀 지나친 감이 있었다.
‘총질도 하고 칼질도 해대니 당연 히 힘들겠지.’
쉴 때는 적당히 쉬어줘야 효율이 나는 법.
특히 이렇게 기약도 없는 수색을 하고 있을수록 더욱 그러하다.
애초에 지금쯤이면 바깥에선 한창 웨이브가 진행되고 있을 터.
생각해 보면 적어도 여기 있으면 웨이브를 피할 수 있으니.
무작정 빨리 공략하는 것도 썩 좋 은 선택은 아니었다.
‘아마 이것도 이 ’게임‘의 선택지겠 지.’
고블린 던전과는 달리, 입장 제한 인원이 정해진 오크 던전.
이 시나리오를 진행하는 플레이어 들에겐 이 던전 또한 선택지일 것이 다.
매일 밤 12시, 웨이브가 진행되는 밖에 나가서 싸울지.
아니면 5명 정도만 모아다 던전에 들어가서 오크들을 상대할지.
‘딱히 뭐가 더 나은 건지는 모르겠 는데.
클리어할 때까지 못 나가는 던전이 란 것도 그렇고.
5명이 상대하기엔 출몰하는 오크들 의 수도 좀 많다.
아마 이 던전은 큰 집단을 이루지 못한 플레이어들을 위한 배려일 것 이다.
그게 아니라면 위급 시 언제든 도 망갈 수 있는 도피처던가.
“••••••형님.”
그때 갑자기 대자로 뻗어 있던 병 운이 입을 열었다.
“이 ‘게임’, 결국 뭘 하고 싶은 걸 까요?”
“무슨 말이에요?”
“몸이 힘들어서 그런가, 별생각이 다 나네요. 우리 이렇게 평생 살아 야 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동굴 천장을 올려다보던 병운의 눈 이 답답하게 흐려졌다.
지금이야 좋은 사람들 만나서 그럭 저럭 잘 지내고 있다지만.
단지 적응했을 뿐이지, 끔찍한 삶 이라는 건 변하지 않는다.
“매일 몬스터 상대로 악다구니 쓰 고, 밤만 되면 늑대 새끼들이 쳐들 어오고. 이거 진짜 끝이 있기는 한 건지, 끝에 가면 모든 게 원래대로 돌아오긴 할는지……
“그냥 그런 생각만 자꾸 드네요. 웬만해선 이런 소리 잘 안 하는데. 형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어떻게 생각하냐고?
당연히 자신은 그 대답을 알고 있 다.
이미 이 게임의 GM들과 직접 대 면하여 확언을 들었다.
이 ‘게임’에는 분명 끝이 존재하며.
그 끝에 다다른 모두가, 이 게임의 마지막을 원치 않았다고.
‘무슨 의미일까?’
그런 말을 한 이유가 전혀 떠오르 지 않는 건 아니다.
당장 자신부터가 그러하다.
이전까지는 일개 휴학생 편의점 알 바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이 ‘게임’을 좌지우지하는 랭킹 1위 플레이어 아닌가.
세상이 달라져서 괴로워하는 사람 도 있지만 이렇게 이전보다 확연히 입지가 나아진 사람도 있다.
되새겨보면 자신은 명백한 후자.
이 ‘게임’의 권력을 쥔 자신은, 어 쩌면 정말로 끝을 원하지 않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게 그렇게 단순한 문제일까?
떠나기 직전 자신에게 보여줬던
M의 미소.
그 모순적인 표정에 담긴 건 그런 뻔한 조롱이 아니었다.
그냥 당연히 그리될 것이라는 듯.
무언가 엄청 커다란 무언가에 굴복 할 것이라는 듯.
내 선택이나 깨달음 따윈 알 바 아니라는, 그런…….
“……다른 건 모르겠지만.”
“ 네‘?”
“끝이 존재한다면, 거기에 이 ‘게 임’ 시작한 놈들도 있겠죠?” 복잡한 생각들의 끝에 남은 건 오 기였다.
눈에 잔뜩 힘을 준 민수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만약 그렇다면 쫓아가서 엿 좀 먹 여주고 싶네요.”
“형님……
“아주 개새끼들이 분명할 테니까 요.”
나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나도 끝을 바라지 않게 될 거라 고?
대체 지금까지 뭘 봐왔기에 그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 렇게 호락호락 당할 생각 없다.
‘앞으로 어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게임’의 끝에 뭐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딱히 무슨 정의감이 있는 것도 아 니지만.
그냥 내 한 몸 건사하면 그걸로 만족할 수 있겠지만.
그런 확언을 듣고 나니 갑자기 속 에서 뭔가 울컥 치밀어 올랐다.
누구나 그랬기에 나 또한 그럴 거 라니.
내가 무슨 선택을 할 줄 알고 그 딴 소리를 지껄이지?
“그리고 그러려면 일단 살아남아야 죠. 살아야만 끝이건 뭐건 볼 수 있 을 거고요.”
“지금은 그것만 보고 싶네요.”
짧은 대답 끝에 남은 것은 미묘한 침묵이 었다.
어딘지 묘한 표정으로 민수를 바라 보는 병운.
이윽고 벌렁 상체를 일으킨 병운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 네?”
“잠깐이지만 그런 생각도 했습니 다. 형님 그냥, 운 좋아서 희귀 직 업 얻은 행운아라고.”
“그럴 수도 있죠.”
사실이 그러한지라 변명할 생각도 없었다.
고개를 끄덕이는 민수의 모습에 병 운이 씨익 웃었다.
“근데 마냥 그런 것만은 또 아니었 네요.”
“나름대로 심지 있는 사람이다 싶 어서요.”
정확한 의미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칭찬일 거다.
병운을 돌아보는 민수의 눈매에 싱 거운 웃음이 걸렸다.
* * *
그렇게 10분간 휴식을 취하고.
다시금 던전 수색을 개시한 지 약 30분 후.
“쿠오오오오!” 드디어 이 지루한 던전 공략의 끝 이 다가왔다.
온몸에 철갑을 ‘용접’한 채 달려오 는 거대한 덩치의 오크.
총구를 겨누며 간파를 사용하자, 그 옆에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몬스터명 : 오크 부족장]
[분류 : 레이드 몬스테
[보유 특성]
[물리 방어 – 강력한 장갑을 두르고 있습니다. 마법적 처리가 없는 공격에 강력한 저항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위대한 부족장 – 오크 계열 몬스터 들의 지휘 개체입니다. 해당 특성을 가진 몬스터가 사망 시, 인근의 오크 계열 몬스터들의 전투력이 상승합니 다.] [집념 – 이 짐승은 본능적으로 강한 집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 번 지 정한 목표물을 좀처럼 포기하지 않으 나, 그만큼 주변에 대한 주의 또한 감 소합니다.]
‘물리 방어…… 마커스 때랑 같네.’ 다만 그때와 다른 점이라면, 이젠 이쪽에 대항수단이 있다는 점이다. 재빨리 혼 블래스터의 탄창을 돌린 민수가 방아쇠를 당겼다.
“꺼져라!”
꽈아아아앙!
“쿠오오오오!”
철갑을 울리는 폭발탄의 시뻘건 불 꽃.
잠시 후 연기가 걷힌 곳에서 참상 이 드러났다.
팔 하나를 잃고 온몸의 철갑이 찢 긴 채 버둥거리는 오크 부족장.
뻐근한 오른쪽 어깨를 가볍게 돌린 민수가 놈을 향해 다가갔다.
“ 야.”
“쿠오, 쿠오오오, 쿠오쿠오, 크오오 오……?!”
“이거 보이지?”
보란 듯이 왼손에 낀 반지를 놈의 얼굴을 향해 내밀었다.
그래도 레이드 몬스터니 다른 놈들 과는 다른 반응을 기대해 봤지만.
유감스럽게도 놈의 반응 또한 앞서 쓰러진 부하들과 다르지 않았다.
“아, 아카…… 라트! 아, 카카, 라, 트! 아카, 라트!”
“그거밖에 할 말 없어?”
“아, 카라, 트! 아카, 카, 라트! 아 카…… 라……?!”
“그래. 잘 가라.”
꽈아아아앙!
불을 뿜은 혼 블래스터의 관통탄의 놈의 심장을 박살 냈다.
가슴팍에 주먹만 한 구멍이 뚫린 채 놈이 절명하고.
그와 동시에 민수의 눈앞에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레이드 보스 오크 부족장의 사냥에 성공하셨습니다!][레이드 기여자 : 김민수 (90%), 김병운 (10%)]
[분배된 레이드 보상이 경매장 보관 함으로 지급되었습니다.]
[지구-117 서버 기준 오크 부족장 퍼스트 킬에 성공하셨습니다.]
[상기 보상이 경매장 보관함으로 지 급되었습니다.]
[던전 공략이 완료되었습니다.]
[공략 참여자 : 2인]
[기여도에 따른 던전 보상이 지급되 었습니다.]
“겨우 끝났네. 뭔 놈의 던전 공략 이 2시간 넘게 걸려?”
“아무튼, 겨우 끝났네. 아, 병운 씨? 보상 들어온 거 확인했…… 왜 그래요?”
“……아뇨. 보면 볼수록 질려서.”
황당한 화력에 병운이 입을 쩍 벌 렸다.
물론 이쪽이라고 아무것도 안한 건 아니다.
총알도 한 탄창 정도 썼고, 잡졸들 정리하는 것도 나름 힘들었다.
하지만 민수는 이 모든 걸 겨우 탄환 두 발로 압도해버렸다.
‘진짜 미친 화력이야.’
그렇게 병운이 혀를 차는 人}이, 주 변의 풍경이 바뀌었다.
오랫동안 방치된 폐업한 노래방의 풍경.
온갖 먼지 쌓인 잡동사니 사이에서 민수가 입을 열었다.
“상태창.”
[플레이어명 : 김민수]
[직업 : 전술 보급관]
[추가보급지수 : 17] [보유 코인 : 337610] [보유 플레이어 토큰 : 2500]“좋았어.”
한 방에 플레이어 토큰 2000 이상 획득.
이걸로 모든 준비는 끝났다.
민수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