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048
아무것도 아니기에 모든 것을 걸고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의 모순이었다.
‘너도 이미 깨닫고 있겠지.’
인간에게서 죽음이라는 개념을 제거하지 못하면 통합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너는 제시해야 한다.’
현실의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명백한 증거를, 바깥 세계에서 가져와야 한다.
‘그러면 인류는 통합될 수 있다. 하지만 또한…… 그 순간 인류는 전멸이다.’
아르고네스가 발동되는 이유였다.
‘가이아인조차 전멸했다지. 이 세계는 우리가 바깥 세계를 아는 것을 허용하지 않아.’
왜일까?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시로네는 지상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할 수 있어.’
모든 사용자들이 이 세계를 지키고자 하는 일념으로 마음을 모으고 있다.
그 순간 마음은 율법이 되고, 양자 신호가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장 거대한 시스템이 된다.
“울티마 시스템.”
그들 모두의 마음이 하나로 집중되면서 시로네의 무태에 힘을 더했다.
‘일격에 끝낸다.’
-스틸 레인이 발동합니다. 지금까지 하이 기어를 사랑해 주신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 마틴 박사의 음성은 완벽한 기계음으로 돌아와 있었다.
하늘에서 비가 내렸다.
강철로 만든 무수한 막대기가 세계를 파괴하기 위해 추락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저게 뭐야?”
증강현실을 통해 확인한 사실은 하나하나가 도시를 파괴할 위력을 지녔다는 것.
“싸워! 끝까지 싸우는 거야!”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죽음의 공포가 없는 사용자의 마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꼬마마녀는 문득 향수를 느꼈다.
‘그랬었는데.’
바깥 세계 따위 없어도, 가이아인은 죽음의 공포를 이겨 낸 유일한 종족이었다.
“우린 무한히 자유로웠지.”
비록 용기의 기제는 다르지만, 이곳에 있는 사용자들의 표정을 보고 있노라면.
“덤벼! 우리가 주인이다! 절대로 시스템에 굴복하지 않아! 최후까지 싸울 것이다!”
절대적 확신의 목소리로,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밀고 나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나는…….”
얼마나 위대한 곳에서 왔는가.
‘그리고 나는 지금, 얼마나 높은 곳에서 추락하고 있는 것일까?’
실수라고 하기에는 억울하다.
인간의 정신에 선과 악을 심어 버린 것은 스스로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너는 날 이해해야 돼.’
꼬마마녀는 울고 있는 듯했다.
“너만큼은 날……!”
그녀가 말을 토해 내려는 순간 시로네를 이루는 코드가 크게 일렁거렸다.
‘이거다!’
높은 하늘에서 금속의 파편이 모여들더니 거대한 미켈란 건이 되었다.
‘핸드 오브 갓.’
사위가 암흑으로 변하고, 미켈란 건의 중심에 엄청나게 거대한 포톤 캐논이 탄생했다.
쿠쿠쿠쿠쿠쿠!
수를 헤아릴 수 없는 강철의 비가 내리는 가운데 사용자들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
거대한 빛의 구체를 보고 있노라면 언어가 얼마나 부질없는지 깨닫게 된다.
‘그냥 저것.’
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이데아.
“간다!”
야훼2가 팔을 휘두르자 하늘에 있는 미켈란 건이 포톤 캐논을 집어 던졌다.
마틴 박사에게 섬광이 꽂히는 것과 동시에 크리처들이 모조리 폭발했다.
증강현실이 시스템 메시지로 가득 차고, 마침내 시로네는 랭커가 되었다.
-특전이 부여됩니다.
그 순간 마틴 박사의 기체가 폭발하면서 세계를 이루는 신호를 찢어발겼다.
하늘이 열리고.
‘저기다.’
그곳에 하나의 눈동자가 있었다.
금속 날개 다빈치를 발동한 시로네는 세계의 장막이 찢어진 곳을 향해 날아갔다.
잠깐의 교전으로 넝마가 된 욜가의 아들이 추락하며 말했다.
“확실히 보고 와라.”
시로네가 고개를 끄덕이고, 지상의 모두에게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응?”
-랭커 특전이 발동됩니다. 야훼2의 코드명이 랭커 코드명으로 바뀝니다.
운영자도, 금화륜도, 승천도, 파괴마신707 일행과 마피아 일행도, 심지어 텐맨들까지도…….
“하하.”
하늘로 올라가는 유일무이한 개념을 멍한 표정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야훼.
신이란 무엇인가 (2)
시로네는 하이 기어의 세계를 굽어보고 있는 듯한 눈동자를 살폈다.
감정은 느낄 수 없지만, 본다는 것의 의지는 뚜렷하게 드러나 있었다.
‘왜 눈인가?’
태초에 생물이 생겼을 때 이 세계를 감각하는 방법은 무한에 가까웠을 터였다.
‘어째서 보는 것을 택했는가?’
본다.
설령 앞이 보이지 않는 인간일지라도, 그의 눈은 명백히 심연을 보고 있다.
그런 의미의 시視.
‘빛을 본다. 세계를 본다. 그 안에 있는 이치와 시스템을 본다. 내 안의 마음을 본다.’
보려고 하지 않았다면 사고 체계가 달라졌을 테고, 사고가 달라지면 마음도 달라진다.
‘즉, 전혀 다른 우주가 탄생하게 되는 것.’
다시 돌아와서.
‘왜 눈인가?’
시로네는 신호의 장막 너머에 있는 눈동자의 정체를 짐작할 수 있었다.
‘저것은 의지다.’
전시안全視眼.
이 세계를 보겠다는 바깥 세계의 유일한 의지가 눈의 형태로 투사된 것이다.
‘따라서 생물이 보는 것은 필연.’
무엇을 보기 위해?
‘신.’
그렇다면 신은 어디에 있는가?
‘아아.’
시로네는 깨달았다.
‘질문 자체가 틀렸던 거야. 생물은, 인간은 처음 눈을 떴을 때부터…….’
신을 보고 있었다.
눈앞에 신을 두고도, 마치 눈이 없는 사람처럼 신의 존재를 찾아 헤맸던 것이다.
‘우리는 신을 보기 위해 눈을 떴다.’
찢어진 장막으로 들어가는 찰나의 순간, 시로네는 마지막 물음에 도달했다.
결국.
‘신은 무엇인가?’
시간.
온 우주에 퍼져 있고, 누구도 벗어날 수 없으며, 모든 차원에서 독립되어 있는 신호.
‘그렇기에 눈이다.’
생물은 시간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빛의 신호를 받아들이는 감각기관. 이 세계의 거대한 율동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그 의지야말로 지성의 시작이자 끝.
‘그럼에도 인간은 신을 찾아 헤맨다. 어째서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너무 거대하기 때문에.
‘시간의 크기는 공간의 크기.’
천사들은 ‘굽어보기’를 통해 아주 먼 곳의 정보까지 확인할 수 있다.
시폭이라 한다.
만약 누군가가 100억 광년 바깥에 있는 행성을 눈으로 볼 수 있다면.
‘시간은 거의 멈추게 될까?’
만약 누군가가 우주의 크기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시야를 얻는다면.
‘그곳에 신이 있을까?’
그때가 되면.
‘우리는 신을 눈으로 보았고, 따라서 신은 실재하며, 비로소 신에 대해 알았다고.’
말할 수 있게 되는 것일까?
“…….”
생각은 거기까지였다.
‘나네.’
섬광처럼 빠르게 지나간 사고를 갈무리하며 시로네는 하이 기어를 이탈했다.
‘네가 보는 것을, 나도 본다.’
장막이 닫혔다.
“뭐, 뭐야?”
야훼가 갑자기 사라지자 지상에서 지켜보고 있던 사용자들이 웅성거렸다.
“어디 간 거야? 코드를 뛰어넘은 건가?”
오퍼레이터에게 메시지가 왔다.
-사용자 코드명이 말소되었어요. 데이터베이스에서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그런 일이 어떻게 가능한지 알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테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야훼.”
이 세계의 모두가 그가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
정의할 수 없는 공간.
무에 가깝다는 것은 빛이 없는 어둠 속에 자신의 모습이 비치는 것으로 알 수 있었다.
‘가기여…….’
시로네가 말했다.
“고라계세깥바?”(*작가 주 : 가독성을 위해 사고의 역전을 문자로 표현하는 방식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사용하지 않겠습니다.)
현재 그의 생각은 거꾸로 흐르고 있으나 당사자는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다.
“이게 나라고.”
어둠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하이 기어의 기체가 아닌 현실의 시로네였다.
“아니, 그것도 알 수 없지.”
현실의 시로네라는 형태도 이데아에 투영되어 있는 그림자일 뿐이었다.
‘어디까지 가야 하는 걸까?’
그저 막연히 걸었다.
걷는다는 느낌은 있지만 실제로 공간을 나아가고 있는 것인지는 의문이었다.
“대체 뭐야?”
그는 걸음을 멈췄다.
‘공간이라는 게 없다면 시간도 없다는 뜻. 여기는 그럼 무엇으로 이루어진…….’
의식이 아련했다.
“응?”
시로네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는기여?”
바깥 세계를 기준으로 다시 사고가 역전되었으나 여전히 위화감은 없었다.
“철의 고향이잖아?”
하이 기어에 처음 들어와 메탈랫을 잡았던 기억이 머릿속에 생생했다.
“레벨 3.”
그때 고철 더미를 직각으로 꺾어 들어간 곳에서 철이 긁히는 소리가 들렸다.
이 또한 익숙했다.
“설마?”
그곳으로 달려가자 거대한 기체에 수많은 메탈랫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그래, 맞아. 난 저걸 사냥하려고 했고…….’
당시를 회상하며 수류탄을 손에 들자 기체 너머에서 익숙한 얼굴이 드러났다.
“야! 너 미쳤어?”
인공지능으로 확인할 필요도 없이, 파괴마신707의 기체가 눈에 들어왔다.
‘뭐가 어떻게 되어 가는 거야?’
메탈랫이 흩어지자 파괴마신707이 악을 지르고, 익숙한 2명의 사용자가 더 등장했다.
‘데스공쥬. 최강코드명.’
그들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그때 최강코드명이 다가와 소총을 겨누었다.
시로네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분명 그때…….’
두 사람이 동시에 말했다.
“너, 지금 우리에게 시비 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