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189
일행이 훈련받은 동작으로 움직이는 가운데 커티스가 포크를 들고 말했다.
“이건 어때? 이 아이템을 이용해서 왕성에 들어가는 거야. 내일까지 기다리지 않을 수 있고, 거기서 어떤 해법을 찾을 수도 있겠지. 등록증을 훔칠 수 있다면, 코어 출입증도 가능하다는 얘기니까.”
“흐음, 확실히 그 방법밖에는…….”
그 순간 테이블에 그림자가 드리워지자 커티스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커티스!”
상대를 본 순간 동공이 흔들리고, 남자의 주먹이 그대로 턱을 직격했다.
“큭!”
-경고. 시스템 적대 행위 감지. 경비대가 라이버 팀을 추적합니다.
“뭐? 이게 무슨…….”
바닥을 구른 커티스는 테이블을 벌컥 뒤집으며 출구를 향해 돌진했다.
문을 지키고 있던 남자가 소리쳤다.
“진정해! 다 끝났다고! 윽!”
경비대가 문을 열고 들이닥치자 남자가 쓰러졌고 식당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놓치지 마! 잡아!”
아직 경비대에 잡히지 않은 자들이 커티스를 한쪽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이봐, 커티스. 나야, 라이버. 우리 얘기 좀 해.”
점차 좁혀 오는 포위망을 좌우로 살피던 커티스가 벽 쪽으로 몸을 돌렸다.
전력으로 돌진한 그가 두 팔로 얼굴을 감싸며 몸을 날리자 그대로 벽을 관통했다.
“어?”
망연자실하게 그 자리에 서 있는 자들을 경비들이 뒤에서 짓눌렀다.
“충성! 죄인 8명 체포했습니다.”
네이드가 경례를 받으며 라이버에게 다가갔다.
“당신들 누구야?”
“닥쳐! 너희들이 지금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아? 다 잡은 용의자를 놓쳤잖아.”
“헛소리하네. 커티스 씨는 형사야.”
“우리도 형사다.”
네이드가 말문이 막힌 가운데 시로네가 물었다.
“같은 형사라면 왜 쫓는 거죠? 커티스 씨는 미제 사건을 해결하는 중인데요.”
“에드리나 말인가?”
라이버가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커티스야. 스물일곱 살 여성 4명을 살해한 살인 용의자라고.”
페나가 말했다.
“난 사람 안 믿어. 하지만 보는 눈은 있지. 커티스가 재수가 없기는 해도, 사이코는 아니야.”
“그 녀석이 어떤 놈인지는 나도 알아. 내 동료이자 친구니까. 하지만…… 증거가 있어.”
시로네가 물었다.
“4명 중에 커티스 씨의 딸이 있는 건 사실인가요?”
“그래.”
“어떻게 죽었죠?”
“목을 맸다.”
“그렇다면 그건 자살이…….”
“그래서 미제 사건이지. 나와 커티스는 별장의 지하 창고에서 에드리나를 발견했어. 천장 파이프라인에 묶은 동아줄이 끊어져서 바닥에 떨어진 상태였지.”
네이드가 물었다.
“그게 자살이잖아요?”
“문제는, 혼자서는 그렇게 죽을 수 없다는 거야. 천장의 높이는 4미터. 창고에는 밟고 올라설 기물도 없었고, 벽을 타고 올라갈 수 있는 구조도 아니었어. 철제문은 수동식 자물쇠였고 안에서 잠겨 있었지. 하늘을 날았을까? 아니, 에드리나는 보통 사람이었어. 마법사가 아니었다고.”
실로 이상했다.
“누군가가 매달았다고밖에는 볼 수 없어. 줄이 끊어져 있는 게 단서가 될 것 같았지만 결국 특별한 점을 찾을 수 없었어. 사실 드문 일도 아니야. 사망 직전의 몸부림은 실로 엄청나니까, 장력이 약하면 쉽게 끊어지기도 하지.”
라이버가 말을 이었다.
“무엇보다, 그녀 외에 3명의 사망자가 더 있었어. 타살로 가닥을 잡고 범인을 추적하는데, 어느 날 우리 앞으로 편지가 도착했어. 죽은 에드리나의 편지가.”
“수신일을 유예시킨 거군요.”
“그래. 죽기 전에 보낸 거야. 국제 우정국을 거쳤더군. 전 세계를 떠돌다가 도착한 거지.”
“뭐라고 적혀 있었죠?”
“딱 한 문장. 아빠의 잘못이 아니에요.”
“…….”
“알겠어? 이건 미제 사건이 아니야. 커티스는 분명 뭔가 알고 있는 거야. 하지만 우리가 정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사라졌어. 그리고…… 멜키두에 온 거야.”
어느 정도 상황을 인지한 이루키가 물었다.
“어떻게 할래, 시로네?”
“일단 커티스 씨를 찾자. 우리에게는 말해 줄 거야. 코어에 가야 한다면.”
네이드가 지시를 내렸다.
“일단 연행해. 감옥에는 보내지 말고.”
“네!”
경비대가 라이버 팀을 데리고 나가자 시로네 일행도 식당을 벗어났다.
페나가 주위를 살폈다.
“어디로 간 거지? 빠른 복구 패스 목걸이를 사용하면 추적은 불가능한데.”
“괜찮아요. 어차피 갈 곳은 한 군데뿐이니까.”
에덴이 고개를 돌렸다.
“왕성.”
시로네가 말했다.
“커티스 씨도 짐작하고 있겠지, 우리가 형사에게 사실을 듣게 되리라는 것을. 함께할 수 없게 되었으니 혼자서라도 코어에 들어가려고 할 거야.”
“정말 범인일까?”
시로네는 단정 짓지 않았다.
“우선 왕성으로 가자. 이벤트는 내일 열려. 지금 들어가는 건 시스템 파괴 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는 거야. 경비 등록증이 있다고 방심하면 안 돼.”
왕성에 잠입한 일행은 빠른 복구 패스 목걸이와 비행 마법을 통해 그랜드 홀에 도착했다.
기사들에게 붙잡힌 커티스가 무릎을 꿇고 있었다.
“커티스 씨!”
국왕이 고개를 돌렸다.
“허허, 왕국의 법도가 이리 무너지다니. 그래, 자네들도 왕을 위협하는 불한당인가?”
‘밑져야 본전이다.’
시로네가 앞으로 나섰다.
“저는 시로네입니다. 멜키두의 코어로 가고 싶어 전하를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아직 이벤트가 발생할 시점이 아니었기에 국왕은 추천서를 읽지 못했을 것이다.
“흐음, 시로네라…….”
하지만 그래서일까, 왕은 다른 의미로 관심을 드러내며 입꼬리를 올렸다.
“시대의 박애께서 살인자의 안식처에는 무슨 일로?”
“응?”
“여기서 야훼를 만나다니. 하긴, 이것 또한 운명이라면 운명일 테지만.”
시로네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당신, 누구야?”
논-플레이어가 아니다.
“글쎄. 설명보다는 직접 보는 게 낫지 않겠소?”
국왕의 얼굴에 이상한 노이즈가 중첩되더니 점차 모습이 바뀌기 시작했다.
검은 머리의 남성, 나이는 40대지만 장난기 가득한 아름다운 외모였다.
“반가워, 시로네.”
오메가를 통해 깨달은 시로네의 눈이 부릅떠졌다.
“카인.”
인류 최초의 살인자.
최초의 요라 (1)
“카인이라고?”
시로네의 말을 들은 이루키와 네이드는 국왕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중년의 나이지만, 나이를 먹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장난기 가득한 눈빛 때문.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인류 최초의 살인자라면 그들이 사는 시대에서 까마득히 예전의 일이다.
“어떻게 살아 있지?”
“공겁.”
시로네가 말했다.
“멜키두의 시간은 현실과 달라. 현실에서 정신으로 파고든 세계이기 때문이야.”
한 번으로 가능한 게 아니었다.
“현실에서 외부 트랙, 외부 트랙에서 내부 트랙, 다시 왕성, 왕성의 그랜드 홀, 그랜드 홀의 왕좌……. 그렇게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면서 시간을 유예시킨 거야.”
페나가 물었다.
“그게 가능해? 영원히 살 수 있다고?”
“영원은 아니에요.”
공겁으로 계속 파고든다고 해도 무한의 개념 앞에서는 끝이 존재한다.
시로네가 처음 깨달은 것은.
‘미궁 안드레의 제19000번 세계.’
인간이 영생을 위해 시작했던 유토피아 프로젝트가 성공하지 못한 이유였다.
‘공겁 프로그램 아르고는 무한을 연산하지 못하고 오히려 오작동을 일으켰다.’
사고를 포기하고 인간을 사육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 공겁은 무한을 이길 수 없다.”
카인이 말했다.
“하지만 그것도 무한이라는 것이 존재할 때의 얘기지. 이 우주가 영원할 거라 생각하나? 내가 알기로 얼마 남지 않았을 텐데?”
율법상으로 5시간 남았다.
시로네가 물었다.
“기다리고 있었던 건가?”
인류의 최초에서, 인류의 마지막 순간까지.
“길고 지루한 여정이었지. 얼마나 많은 단계의 공겁을 거쳤는지 상상할 수 있나? 내가 사는 세계는 고작 이 의자가 전부야. 한 걸음만 나가도 상위 세계가 되지. 현실에 한층 가까워지는 거야.”
시간이 더 빨리 흐를 것이다.
“나는 그렇게 있었다. 내가 만든 멜키두의 가장 깊은 곳에서 오늘이 오기를 기다렸어.”
“무엇을 위해?”
“코어로 가고 싶지?”
“…….”
카인이 지시를 내렸다.
“풀어 줘.”
기사들이 검을 거두고 물러서자 커티스가 목을 쓰다듬으며 작게 내뱉었다.
“……미안하다.”
커티스에게 듣고 싶은 말이 산더미였지만 우선은 코어로 가는 것이 중요했다.
시로네는 카인에게 걸어갔다.
“코어로 가는 출입증, 어떻게 하면 얻을 수 있지?”
“알잖아? 나를 설득시켜야지.”
“룰은?”
“하하! 좀 어색하군. 보통은 논-플레이어인 척 연기를 해서 말이야. 내 성격은 혼돈. 룰도 내 마음대로. 크라임 포인트는 지불하지 않아도 돼. 하지만 기회는 단 한 번이야. 여기서 이기지 못하면 다른 방법 찾아봐.”
생각할 시간을 준 카인이 다시 물었다.
“누가 할래?”
친구들과 눈빛을 교환한 시로네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내가 할게.”
“좋은 판단이군.”
풍경이 바뀌고, 주사위 대결을 연산하는 위상공간이 끝없이 펼쳐졌다.
마치 허공에 앉아 있는 듯한 카인이 시로네 팀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룰은 간단해. 딱 하나의 다이스를 사용. 동시에 던져서 내가 던진 눈과 똑같은 눈이 나오면 너희들의 승리. 다른 눈이 나올 경우 패배.”
이루키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동시에…….”
시로네는 양자 붕괴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숫자가 나오도록 통제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아니야. 원하는 숫자가 무엇인지는 카인조차 알지 못한다.’
말 그대로 혼돈.
시로네가 언짢은 표정을 지은 채 지켜보자 카인이 히죽 웃으며 말했다.
“왜 그래, 인류의 절반을 설득하신 분께서? 야훼는 마음에 통달한 자가 아니었던가?”
기회는 단 한 번이었다.
“좋아.”
시로네가 별다른 생각 없이 허락하자 에덴이 놀란 표정으로 돌아보았다.
‘어쩌려고?’
‘어차피 이긴다.’
시로네는 승리를 확신했다.
‘이곳에서는 화신술을 사용할 수 있어. 그렇다면 핸드 오브 갓, 손의 기술도 가능하다.’
카인의 주사위 숫자를 본 다음, 손의 기술로 결과를 바꿔 버리면 되는 일이었다.
“시작할까?”
카인이 7면체를 손에서 굴리자 시로네도 눈앞의 주사위를 낚아챘다.
시스템 메시지가 들렸다.
-이번 대결에 한해서 카운트를 시작합니다. 카운트 시간은 60초, 판정 범위는 마지막 1초입니다. 60초, 59초…….
카운트가 시작되는 가운데, 시로네와 카인은 서로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3초, 2초, 1…….
동시에 주사위가 허공을 날았다.
‘기회는 찰나야.’
시로네는 눈에 힘을 주고 각자의 주사위가 구르는 것을 지켜보았다.
카인의 주사위가 4에 멈추고, 시로네의 주사위가 3으로 구르는 순간.
‘손의 기술.’
핸드 오브 갓이 시로네의 주사위를 낚아채고 다시 한번 바닥에 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