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269
시로네는 필사적으로 감정을 통제했다. 분노의 냄새를 맡은 내면의 괴물이 또다시 튀어나오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승기를 잡은 조크레는 자신의 말을 하기에 바빴다.
“장식도 없고 짜리몽땅한 걸 보니 싸구려가 분명해. 하긴, 네 주제에 어디서 비싼 검을 구하겠냐마는…….”
조크레는 손잡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길이가 짧으니 칼날도 볼품이 없을 것이다. 그것을 뽑아 들고 여태까지 당한 굴욕을 2배로 되갚아 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생각은 거기에서 끝이었다.
스르릉 물소리가 나면서 조크레의 동작이 멈췄다. 이어서 두 팔이 천천히 올라왔다.
눈동자는 충격에 떨렸고, 한기를 느낀 피부가 솜털을 일으켜 세웠다.
“이, 이건…….”
루드반스와 비비안의 얼굴이 경악에 물들었다. 시로네의 검이 저절로 뽑혀 나와 조크레의 턱 밑으로 깊숙이 파고들어 있었다.
“뭐, 뭐야? 어떻게 검이…….”
시로네는 무섭게 인상을 쓰고 있었다.
조크레에게 화가 나서가 아니다. 감정을 통제하는 게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이미 조크레의 목은 빙판 위를 굴러다니고 있을 터였다.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어.’
정격조종은 대단한 기능이지만 동기화가 너무 완벽해서 심층 1단계에 있는 마신의 작용에까지 영향을 받는다는 게 문제였다.
시로네는 어떤 상황에서도 냉철함을 잃지 않도록 정신을 단련한 마법사였다. 하지만 그것이 감정의 변화가 없다는 뜻은 아니었다.
찰나의 빈틈을 타고 치솟은 분노가 아르망을 검집에서 나오게 했다.
그런 자신에 대한 실망감이 시로네를 화나게 했다.
주인의 분노를 감지한 아르망이 부르르 떨리자 조크레의 고막을 타고 칼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조크레가 이를 뿌드득 갈며 시로네를 노려보았다.
“너……!”
“마지막 경고입니다. 그냥 돌아가세요. 한 번만 더 무례하게 굴면 저도 참지 않을 겁니다.”
죽음의 압박감을 겪고 있는 조크레의 다리가 힘이 풀린 듯 빙판 위에서 앞뒤로 미끄러졌다.
이대로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쓰러질 터였다. 그러자 루드반스가 다가와 조크레의 뒤를 받쳤다.
“돌아가자. 우리는 정식 마법사야. 여기서 사고를 치면 손해를 보는 건 우리야.”
조크레의 기를 살려 주기 위한 말이었지만 현실적으로도 옳은 소리였다.
“흥! 건방진 자식들! 얼마나 잘되나 두고 보자.”
조크레는 마지막까지 악담을 퍼부었다.
하지만 루드반스가 뒷고대를 잡아당기면서 끌고 가고 있었기에 오히려 초라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조크레 일행이 스케이트장을 완전히 나간 뒤에야 시로네는 아르망을 칼집에 꽂았다.
“야야, 아무리 화가 나도 칼을 휘두르면 쓰나.”
단테의 말에 시로네의 눈이 샐쭉해졌다.
“웃기고 있네! 이게 다 너 때문이잖아! 하필이면 그런 도발을 해 가지고! 내 코트 어쩔 거야! 네가 변상해!”
“단추 같은 거야 다시 달면 돼. 그나저나 차고 있는 검은 뭐야? 그것도 마법이야?”
에이미가 주위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그러지 말고 일단 자리를 옮기자. 사람들이 쳐다보고 있잖아. 어쩌면 경비대가 올지도 몰라.”
아직까지는 시로네가 평민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기에 해프닝쯤으로 여기고 있지만 경비대가 출동해서 조사를 하면 일이 복잡해질 터였다.
“그럼 어디 카페에 들어가서 커피라도 마실까? 물론 내가 도와줬으니 너희가 사는 걸로 하고 말이야.”
“뭐가 예쁘다고 커피를 사 줘? 그리고 너 지금 마시고 있는 건 커피 아니야?”
“이건 아이스커피. 그러니까 따듯한 걸 마시러 가자고.”
“너…… 혹시 커피 중독자니?”
단테는 아이스커피를 들고 한쪽 눈을 찡긋했다.
“아니. 커피 마니아지.”
***
시로네 일행은 상가 구역에서 ‘아늑한 찻집’이라는 카페를 찾아서 들어갔다.
온기가 전해지자 뺨이 발그레하게 달아올랐다.
옷에 달라붙은 한기를 털어 내듯 몸을 부르르 떤 시로네는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바느질 도구를 꺼냈다.
메뉴판은 단테가 받았다.
“여행을 오면 특산품을 시켜 줘야지. 어디 보자, 얼음 여왕의 따듯한 커피? 이거 좀 이상한 이름 아닌가?”
에이미가 귀찮은 듯 손을 저었다.
“이상한 건 패스. 난 그냥 오렌지 주스 마실래.”
“그래? 그렇다면 난 얼음 여왕의 따듯한 커피. 시로네, 너는 뭐 마실 거야?”
시로네가 단추를 기우는 데 집중하며 말했다.
“난 따듯한 코코아.”
전투 마법사의 철학 (3)
바느질을 하는 시로네의 눈빛에서 장인의 기운이 느껴지자 단테가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야, 바느질을 꼭 여기서 해야겠냐?”
“코트는 이것밖에 안 가져왔단 말이야. 그리고 밖에서 하려면 손 얼어서 힘들어.”
시로네는 아직 차가운 손에 입김을 후후 불어 넣고는 다시 바느질에 집중했다.
카운터에서 차를 주문한 단테는 돌아오는 길에 시로네가 벽에 기대어 놓은 아르망을 가지고 왔다.
시로네는 시선만 들어 아르망을 살폈다. 그렇게나 까다롭게 굴던 마검이 쥐 죽은 듯 조용했다.
마치 단테 정도라면 자신을 살필 자격이 된다는 듯.
사람들의 이목이 있기에 단테는 검을 뽑지 않은 채로 수직으로 세우고 외관을 살폈다.
“헤에, 그러니까 이게 S급 오브제란 말이지.”
오는 길에 대략적인 설명은 들은 터였다.
정격조종과 금강무장의 개념을 장착한 마검.
마력을 증폭시키는 것은 물론 신체적 공수 능력을 극대화시키는 기능까지 갖춘 완전무결한 병기였다.
단테는 아르망을 벽으로 던졌다. 그러자 시로네가 정격조종으로 정확하게 원래의 위치에 데려다 놓았다.
직접 눈으로 확인한 단테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은 무기네. 희소성까지 따지면 40억 골드가 넘는다는 것도 이해가 돼.”
벽난로 쪽으로 돌아앉아 불을 쬐고 있던 에이미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40억 골드를 쉽게 말하네? 하긴, 에어하인 가문은 왕국 재계 서열 20위에 드는 재벌가니까. 그런데 그런 집의 도련님이 어째서 커피는 얻어 마실까?”
“하하! 원래 남이 타 주는 커피가 더 맛있잖아. 남이 사 주는 커피도 더 맛있지. 그리고 검 한 자루에 40억 골드면 우리 부모님도 턱이 벌어질걸.”
첫 번째 단추를 기운 시로네가 두 번째 단추에 바늘을 연결하며 말했다.
“아쉽네. 관심 있으면 30억 정도에 팔려고 했는데.”
아르망의 보석이 웅 하고 떨리는 소리가 들렸다.
“딱히 물건 수집하는 거에는 관심이 없어서. 여행할 때도 기념품은 사지 않는다는 주의거든.”
S급 오브제를 고작 물건 수집이라고 말하는 단테도 확실히 정상적인 인간은 아니었다.
하지만 시로네는 그런 점이 마음에 들었다.
어차피 마법사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 외에는 어떠한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종자들이니까.
시로네가 바느질을 끝내고 코트를 다시 입을 동안 점원이 차를 가져왔다.
시로네와 에이미는 주스와 코코아를 마시며 한참이나 말이 없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낄낄대며 좋아 죽더니 단테가 있자 갑자기 내외하는 모습이었다.
단테는 다리를 꼰 자세로 삐딱하게 앉아서 커피를 홀짝이며 두 사람을 지켜보았다.
그러다가 커피 잔을 든 손으로 에이미를 가리켰다.
“그나저나 좀 어때?”
“응? 뭐가?”
“둘 다 한가하게 데이트나 할 성격은 아닌 것 같은데. 위로 여행, 뭐 그런 건가?”
시로네는 잔을 내려놓고 에이미를 돌아보았다. 졸업 시험에 관해 그녀가 이야기를 하는 건 처음이었다.
“흐음.”
에이미는 턱을 괴고 창밖을 돌아보았다.
“솔직히 잘 모르겠어. 의욕이 떨어진 건 아닌데, 너무 막연하다고 해야 하나?”
그동안에 충분히 생각을 정리했는지 에이미도 담담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어쨌거나 6년간 최선을 다해서 시험을 본 거잖아? 그런데 탈락하고 말았지. 더 이상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단순히 실력을 올리는 것 가지고는 안 될 것 같다는 느낌도 들고. 그래서 뭐랄까…….”
에이미는 콧김을 내쉬고 어깨를 으쓱했다.
“일단 가다듬고 있는 중이지 뭐. 두 번째 도전이라는 심리적인 문제일 거야. 특별한 계기를 찾거나 만들어야겠지.”
단테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는 졸업 시험에 떨어질 가능성은 고려조차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만약 떨어졌다면 지금의 에이미와 같은 고민을 했을 터였다.
“그렇군. 그런데 당시의 상황이 정확히 어땠던 거야? 물론 나도 관전은 했지만, 직접 현장에서 뛰는 것과는 다르니까.”
시로네는 긴장한 표정으로 에이미를 살폈다. 그녀에게는 절대로 떠올리기 싫은 기억일 것이다.
하지만 듣고 싶은 것도 사실이었다.
특히나 방학이 끝나면 자신도 페르미 일행을 상대해야 하니 정보는 많을수록 좋았다.
다행히도 에이미는 딱히 괴로워하는 얼굴은 아니었다. 1차원적인 고통의 시기는 이미 극복한 듯했다.
“내가 집단 린치를 당한 건…… 전투가 시작하고 1분 32초부터야.”
에이미의 홍안이 붉게 빛나며 당시의 정보를 끄집어냈다.
“대인 전투 항목이 걸리자마자 이천번이 발동했고, 모든 참가자들이 빠른 속도로 움직였지. 그때 내가 가장 먼저 노려야겠다고 생각한 건 사누엘이야. 다른 참가자도 같은 생각을 한 것 같았어.”
시로네가 말했다.
“사누엘은 언령 마법사니까.”
“맞아. 언령 마법이 발동하려면 시간이 걸려. 훈련 당시에 사누엘의 초음술 수준은 148음절 퍼 세크였어. 중급 마법을 발동하려면 최소 4초가 걸리지. 하지만 일단 언령이 완성되면 증폭력이 엄청나기 때문에 대인 전투 항목에서는 최우선 제거 대상이야. 그런데 페르미가 흐름을 깬 거야.”
에이미의 얼굴이 심각하게 변했다.
“정말 이상했어. 그 느낌. 위화감. 물론 전투 당시에는 담합까지 떠올릴 정신이 없었지만, 본능적으로 타깃을 페르미로 바꿔야겠다고 판단을 내린 것 같아. 결과적으로는 그게 오판이었지. 라이컨의 플라즈마가 깔린 상태라 타깃을 정확히 볼 수 없었어. 그래서 근접 전투를 시도했는데 그쪽에서 약속된 플레이를 했던 것 같아.”
에이미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아마도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던 당시의 상황을 복기하고 있는 듯했다.
회한을 털어 버리듯 그녀는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다시 현실로 돌아와 어깨를 떨어뜨렸다.
“그 후부터는 전세가 기울었고, 알다시피 일방적으로 밀려서 조기 탈락을 하고 만 거지.”
생각에 잠겨 있던 단테가 물었다.
“하지만 페르미 일행은 예전부터 그런 전술을 썼다고 하던데? 약속된 플레이라는 거 말이야.”
“맞아. 나도 대비를 하지 않은 건 아니야. 졸업반에 들어가면 6개의 시험 과목을 로테이션으로 훈련해. 파벌도 파악할 수 있고 각자의 실력 또한 알 수 있어. 하지만 시험 당일에는 무언가 달랐어. 약속된 플레이는 전술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해도, 그들이 사누엘의 집중포화를 막아 주어야 할 필요는 없어. 하지만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가 버렸지. 어째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어.”
“분위기가 넘어갔다…….”
대인 전투에서 전장의 분위기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을 정도라면 그들의 실력이 예상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실력을 숨기고 있는 것을 에이미 정도의 눈썰미가 간파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렇기에 에이미도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한 위장 전술이 아니야. 밝혀지지 않은 무언가가 있군. 아마도 주체는…….’
졸업반 서열 1위인 페르미.
아군의 실력을 완벽하게 은폐할 수 있거나, 아군의 실력을 급격히 향상시킬 수 있거나.
어떤 방법을 사용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두 가지 중의 하나를 할 수 있는 게 분명했다.
“흐음, 결국 힘에서 밀렸다는 거로군. 그렇다면 변명의 여지가 없지. 어쩐지 올리비아 스승님이 나서지 않더라니.”
에이미는 고개를 저었다.
물론 패배를 변명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실력이 떨어져서 탈락한 것은 아니었다.
정상적인 대결이었다면, 최소한 중립 파벌들이 페르미에게 휘둘리지만 않았다면 최종 10인에 들고도 남았을 터였다.
“규칙이 그런 것이라면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참가자들과 비교해서 내 실력은 절대로 뒤떨어지지 않았어. 나 대신에 사누엘이 당했어야 한다는 게 아니야. 페르미가 전장의 흐름을 통제할 수 있다면, 타깃에 걸린 자는 누구라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야.”
단테는 의외라는 듯 눈을 깜박거렸다. 에이미의 표정을 보니 진심으로 하는 얘기였다.
“물론 억울할 수 있다는 건 인정해. 하지만 상대가 결국 그렇게 나왔잖아? 그러니 힘에서 밀렸다는 게 정확한 표현 아닐까?”
에이미가 주스 잔을 내려 두고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자꾸 이해를 못 하는데…….”
“아니, 충분히 이해했어. 페르미 일행이 전장의 흐름을 통제했고, 모두가 너를 타깃으로 삼았지.”
“그럼 그게 내 탓이라는 거야? 왜? 내가 평소에 재수 없게 굴어서? 아니면 내가 가장 만만해 보여서?”
“그렇게 흥분하지 말고…….”
“내가 흥분하지 않게 생겼어!”
에이미가 테이블을 치고 일어났다. 카페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다.
그들을 의식한 에이미가 살그머니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얼굴은 여전히 달아올라 있었다.
“좋아, 개인의 생각은 자유니까. 하지만 나는 졸업반에서 1년 동안 사투를 벌였고 시험에 참가했어. 만약 단테 네가 나와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그때도 같은 말을 할 수 있어?”
단테는 대답하지 않았다.
물론 그의 생각이 변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미 흥분한 그녀를 열 받게 만들어 봤자 냉정한 대답은 들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단테는 마법사. 그리고 에이미 또한 마법사였다. 감정 때문에 사실을 감추는 건 둘 다 적성에 맞지 않았다.
“어리광 부리지 마, 에이미.”
에이미의 눈에 분노가 차올랐다.
“어리광이라고? 내가?”
“좋아, 그러면 시로네에게 물어볼까? 이번 졸업 시험의 결과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이야.”
에이미가 돌아보자 시로네는 마른침을 삼켰다. 어떤 대답을 한다고 해도 에이미의 마음에 들지는 않을 터였다.
“시로네, 너도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단테의 말대로 내가 어리광을 부리는 거야?”
“어, 저기…… 글쎄? 나는…….”
“솔직히 말해 줘. 나는 단테의 실력도 인정하고 너도 인정하고 있어. 두 사람이 나를 그렇게 보고 있다면 그게 맞는 거겠지. 내가 알고 싶은 건 정확한 사실이야.”
에이미는 진심이었다.
마법을 전공하는 학생으로서 입에 발린 거짓말 따위에 위로를 받을 만큼 나약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자신을 믿었다.
결코 약해서, 실력이 떨어져서 졸업 시험에 탈락한 게 아니었다.
시로네는 우물거리다가 침묵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어렵게 말을 꺼냈다.
“도의적으로 어긋난 시험이었던 것은 맞아. 하지만 어떤 상황이 닥치든…… 마법사라면 이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에이미는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시로네까지 그렇게 말한다면 자신이 착각하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마음으로는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어리광이라고? 내가?’
마법을 공부하면서 한 번도 게으름을 부려 본 적이 없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사투해 왔다고 자부했다.
그런데 어리광이라니?
무엇보다 억장이 무너지는 건, 자신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그들의 판단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단테가 말했다.
“물론 너는 강해. 1년 만에 졸업반 서열 5위까지 올라간 실력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
에이미의 시선이 천천히 단테에게로 향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그건 네가 가진 재능이 너무나 뛰어나기 때문이야.”
“재능……이라고?”
“현재 알페아스 마법학교에는 왕립 마법학교에 버금갈 만큼 뛰어난 애들이 포진되어 있어. 서번트의 이루키, 연금술의 네이드, 초경의 아린, 마도 생물체를 다루는 카니스, 언로커인 시로네 그리고 중앙 연산 마법진을 구사하는 나. 물론 사비나와 클로저도 만만치 않지. 소환 마법의 보일과 향기 마법의 판도라도 하나의 특화된 재능을 가지고 있지.”
에이미는 묵묵히 단테의 말을 듣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봤을 때, 무엇을 가지고 태어났느냐의 기준으로 순위를 매기자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