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66
시간 차는 없다시피 했고, 울크가 공격 후에 자세를 채 가다듬기도 전이었다.
‘지금이다!’
눈에 힘이 들어간 시로네가 손에 모은 광자를 쏘았다.
섬광이 쭉 늘어나더니 울크의 복부에 처박히는 순간 구체의 형태로 짓눌렸다. 그리고 다시 울크를 밀어내면서 금빛 선이 되어 뻗어 나갔다.
“크아아아앙!”
엄청난 힘에 밀린 울크가 괴성을 내지르더니 다른 울크와 충돌해 산 밑으로 굴러떨어졌다.
알토르 일행은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말도 안 돼. 방금 봤어? 저 거대한 몬스터가 수십 미터나 날아가 버렸잖아.”
놀란 것은 울크 무리도 마찬가지였다.
시로네의 섬광을 본 족장이 콧잔등을 끌어당겼다. 지능이 꽤나 높은지, 인간의 언어가 새어 나왔다.
“마……법……사.”
그 말을 듣는 순간, 호전적이던 울크들이 흠칫했다.
반면에 적들이 당황할수록 시로네는 족장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사회성이 강하다면 우두머리를 잡는 게 가장 효율적인 전략이기 때문이다.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비록 광자에 담은 질량은 미세하지만 준아광속으로 박히는 충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또한 이것이야말로 세상에서 오직 시로네만이 구사할 수 있는 언로커의 마법.
‘광양자포.’
바로 포톤 캐논이었다.
드림 온(1)
피가 마르는 대치 상태.
시로네 혼자 수십 마리의 울크를 압박하고 있는 모습에 아이들은 희망을 가졌다.
“됐어! 겁먹었나 봐! 시로네가 해냈다고!”
“아니.”
알토르의 생각은 달랐다.
울크는 짐승이 아닌 몬스터. 섣불리 덤비지는 못하더라도 다수의 이점을 계산할 능력이 있는 한 포기하지 않을 터였다.
“시로네가 아무리 강해도 혼자야. 객관적인 전력은 여전히 저쪽이 더 세다고.”
알토르의 분석대로 울크 족장은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마법사의 능력은 분명 파괴적이지만 희생을 감수하면 못 이길 상대는 아니었다.
“크르르르, 죽……어……라.”
“크아아앙!”
사방에서 포위진을 형성하고 있던 울크들이 시로네에게 모조리 달려들었다.
수십 마리가 모여드는 광경에 아이들은 아찔했으나 시로네는 여전히 냉정했다.
‘할 수 있어.’
순간 이동으로 날아오른 시로네는 적들의 위치를 살피고 포톤 캐논을 퍼부었다.
섬광이 우박처럼 내리꽂힐 때마다 땅이 터지고 바위가 쪼개졌다.
포톤 캐논에 맞지 않더라도 충격파만으로 울크가 쓰러질 정도였다.
“크아아아아!”
그럼에도 울크들의 위세는 위축되지 않았다.
집단을 이루었을 경우에는 숲의 왕이라 불리는 오거조차 한 수 접어주는 호전적인 종족이 그들이었다.
동족의 피해에 개의치 않고 뛰어오른 울크들이 시로네에게 손톱을 휘둘러 댔다.
황급히 지상으로 낙하한 시로네가 고개를 들자 일곱 마리가 모여들고 있었다.
“큭!”
스피릿 존을 공격형으로 전환하자 창처럼 긴 정신체가 울크들을 꿰뚫었다. 동시에 다연발 포톤 캐논이 쏘아졌다.
피할 겨를도 없이 섬광에 얻어맞은 울크들이 뼈가 부러진 상태로 튕겨 나갔다.
아이들은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우와, 진짜 엄청나잖아…… 시로네.”
알토르 또한 이제는 울크가 더 강하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1명의 인간이 수십 마리의 몬스터와 싸우다니.
영웅들의 무용담은 세간에 떠도는 허풍이라고 생각했건만, 시로네의 전투를 보면 그것도 아닌 모양이었다.
“하아. 하아.”
시로네의 호흡이 점차 거칠어졌다. 포톤 캐논을 다연발로 시전할 때마다 머리가 핑 하고 돌았다.
광자 출력을 10분 이상 지속시키는 정신력으로도 버티기 어려운 이유는, 빛과 질량이 결합한 퓨전 매직이기 때문이다.
마법사는 동시에 두 가지 마법을 시전할 수 없다. 인간이 두 가지에 동시에 집중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물론 더블 스피릿 존이 가능한 이루키라면 가능하겠지만, 그런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고위 마법사라고 해도 한 번에 하나의 마법만을 구사할 수 있었다.
그래서 고안해 낸 것이 하나의 전지에 두 가지 이상의 개념을 담는 퓨전 마법이었다.
냉기와 바람을 결합한 시이나의 아이스 토네이도나, 빛과 화염을 결합한 사드의 파이어 선이 대표적인 예였다.
물론 전문가적 소양인 만큼 퓨전 마법에는 상당한 집중력이 요구된다.
그런 마법을 연달아 시전했으니 시로네가 피로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큰일이다. 몇 발 안 남은 것 같아. 전부 쓰러뜨릴 수는 없을 것 같은데.’
시로네는 애써 표정을 감췄다.
울크는 사냥감의 감정을 귀신같이 읽어 내고, 조금이라도 피곤한 기색을 보이면 오히려 더 공세를 가할 터였다.
실제로 울크의 족장은 전력의 3분의 1을 잃은 상황에서도 끝없이 동족들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었다.
울크의 눈빛에서 두려움이 옅어지는 것을 느낀 시로네는 황급히 포톤 캐논을 시전했다.
복부에 섬광을 직격당한 울크가 바닥을 끌면서 밀려 나가더니 두 다리를 땅에 박고 버텨 냈다.
곧바로 피를 토하기는 했으나 즉사가 아니라는 사실에 시로네는 아찔했다.
‘위력이 떨어진 거야.’
확신을 얻은 울크 족장이 총공격을 지시했다.
“크앙! 크앙! 크앙!”
승기를 직감한 울크들이 괴성을 내지르며 돌진하는 모습에 시로네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렇게 된 이상…….’
남은 것은 이모탈 펑션의 개방이었다.
하지만 버틸 수 있을까?
광자 출력과는 차원이 다르다.
정신력의 소모가 심한 퓨전 마법을 무한의 영역에서 시전하는 것은 급류 속에서 중심을 잡는 것과 흡사할 터였다.
“크으으으!”
이모탈 펑션을 개방하는 순간 시로네의 정신에 엄청난 압력이 가해졌다.
무한의 개념이 자아를 휩쓸고 스피릿 존이 끝없이 커져 갔다.
“으아아아!”
빛으로 가득 찬 스피릿 존이 맹렬하게 폭발하는 순간 질량파가 울크들을 밀어냈다.
흩날리는 황금빛 파편 사이에 시로네가 손바닥에 빛의 구체를 띄우며 모습을 드러냈다.
“으으으으!”
이미 의식이 반은 흐릿했지만 남은 절반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확실히 알고 있었다.
‘포톤 캐논!’
밀려드는 정신력만큼이나 연거푸 마법을 시전하자 이미 연결되어 있었던 것처럼 섬광이 쏘아져 나가 울크들을 멀리 튕겨 냈다.
순식간에 십여 마리를 해치웠으나 시로네도 의식을 붙잡고 있기가 어려웠다.
‘예상보다 더 심하잖아.’
마법에 따라 지불해야 하는 정신력은 당연히 다르다. 그래서 마법사는 상황에 따라 가장 효과적인 마법을 선택하게 되는데, 지불해야 하는 정신력보다 효율이 월등히 높은 마법을 오버 파워라 부른다.
시간 마법 스톱, 투명 마법 인비저빌러티, 연금 마법 인젝션, 치유 마법 힐 오브 올마이티 등, 쉬운 마법도 최상급의 마법도 있지만 관건은 지불 대비 효율이 얼마나 높냐였고, 그런 의미에서 포톤 캐논은 후자에 가까운 오버 파워였다.
위력, 속도, 단발과 연사, 빔의 형태까지 모든 조건을 갖춘 전천후 공격 마법이지만, 높은 대가를 지불하고 높은 효과를 얻는 방식이라 미숙한 상태에서 남발하다가는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으으으으!”
더 이상 지속하다가는 정말로 사라질 것 같은 느낌에 시로네는 공격을 멈췄다.
대략 3초 정도의 연사에 불과했으나 사방에서 먼지가 피어올라 한 치 앞도 볼 수 없을 정도였다.
바람이 한바탕 휘몰아치면서 먼지가 쓸려 나가자, 알토르 일행은 눈앞의 광경에 전율했다.
아예 지형지물이 바뀔 정도로 전방이 초토화되어 있었다.
“세상에…….”
울크들이 땅에 씹힌 듯 파묻혀 있고, 도망친 놈들 또한 동족의 죽음을 슬퍼할 정신도 없이 외진 곳에서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시로네는 탄성을 터트렸다.
“하아.”
모든 시도가 최초이기에, 포톤 캐논의 위력을 실감하는 것도 처음이었다.
섬광이 지나간 자리에는 정말이지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마법을 시전한 사람이 끔찍할 정도였으니 당한 쪽의 입장은 오죽할 것인가.
울크 족장의 눈에서는 이미 분노가 꺼져 있었다. 오히려 파르르 떨리는 안면 근육을 진정시키느라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크르르. 우리…… 간……다. 보내…… 달라.”
시로네 또한 이모탈 펑션을 개방한 뒤라서 정신이 녹초가 되어 있는 상태였다.
물론 절대로 내색은 하지 않고 오히려 매몰차게 쏘아붙였다.
“다시는 이곳에 오지 마. 한 번만 더 이 산으로 들어오면 이걸로 끝나지 않을 테니까.”
울크 족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서툰 인간의 언어로 비굴한 감정을 전했다.
“안…… 온다. 강하……다, 마법……사.”
“떠나.”
시로네가 손을 휘두르자 울크 족장이 먼저 몸을 돌렸고, 다른 울크들도 미련 없이 숲으로 들어갔다.
모두가 떠난 것을 확인한 시로네가 비틀거리더니 그대로 땅에 고꾸라졌다.
“시로네! 시로네!”
“쉿, 조용히 해. 놈들이 다시 올지도 몰라.”
아이들의 입을 틀어막은 알토르는 시로네를 살폈다. 숨소리가 고른 것을 보니 단순히 기절한 모양이었다.
걱정도 잠시, 세상모르고 자는 모습에 헛웃음이 나왔다.
화전민촌의 아이들도 세파의 흐름에 따라 성격이 많이 변했지만, 시로네만큼은 어린 날의 모습 그대로 자란 듯했다.
‘마법사는 나이를 먹지 않는다더니. 그때는 네가 무엇을 꿈꾸는지 몰랐지만, 결국 지켜 낸 모양이구나.’
처음에는 흔해 빠진 산꾼의 자식이라고 생각했다. 그것도 어디서 주워 온 자식.
시로네는 빈센트 아저씨와 조금도 닮지 않았고, 그래서 더욱 우습게 봤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과를 알고 뒤를 돌아보니 그를 향한 모든 감정이 해소가 되었다.
‘마법사였구나.’
시로네는 꿈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내려가자.”
알토르는 시로네를 번쩍 들었다.
그의 완력에 비하면 깃털처럼 가벼운 시로네지만, 아주 무거운 것을 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을 돌아보며 알토르가 미소 지었다.
“사냥놀이는 끝이야.”
***
“헉!”
시로네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누군가의 집이었고, 아늑한 마루가 눈에 들어왔다. 모닥불 위에는 화로가 끓고, 직각으로 꺾인 부엌에서 음식 만드는 소리가 들렸다.
“어? 시로네 깼다. 루미나, 시로네 일어났어!”
마틴이 소리치자 부엌에서 우당탕 소리가 났다. 잠시 후 벽 너머로 루미나가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그런 일을 겪어서인지 태도가 좀 이상했다.
“안, 안녕? 잘 잤어?”
시로네는 그제야 기억해 냈다. 어릴 적에 아버지와 자주 머물렀던 루미나의 집이었다.
위층에서 아이들이 우르르 내려왔다.
사냥을 나갔던 차림새 그대로인 걸 보니 집에 돌아가지 않고 시로네의 곁을 지킨 모양이었다.
알토르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시로네, 괜찮냐?”
집에 도착하자마자 상태를 살폈지만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하지만 마법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많으니 단정 지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음, 그게…….”
시로네는 몇 가지 자가 검증을 통해 머리에 이상이 생겼는지 살폈다.
기억은 온전했고 정신도 맑았다.
“괜찮아. 피곤해서 쓰러졌나 봐.”
“후우, 다행이다. 우린 네가 잘못되는 줄 알았어.”
시로네는 친구들을 걱정시켰다는 생각에 적잖이 미안했다.
물론 아이들의 생각은 정반대였지만.
“오랜만에 단잠을 잤더니 기분이 상쾌하네. 이제야 피로가 가시는 것 같아.”
학교 숙소에서 숙면을 취했지만 사실 피로는 별로 풀리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지금은 정말로 기분이 좋았다. 지긋지긋한 초상감이 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다행이다.’
막연히 이겨 낼 것이라 자신만만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있던 것이 사라지자, 그동안 얼마나 힘든 상태에서 버티고 있었는지 실감이 갔다.
‘아르민 씨의 말이 맞았어. 포톤 캐논을 터득하자마자 감각이 되돌아왔어. 악몽도 꾸지 않았고.’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오랜만에 느껴 보는 허기였다. 부엌에서 흘러나오는 구수한 냄새 또한 굶주림을 자극하는 데 일조했다.
시로네는 입맛을 다시며 루미나에게 물었다.
“그런데 지금 뭐 만들어?”
“돼지고기 스튜. 엄마가 고기 사 왔거든.”
말이 끝나기 무섭게 루미나의 엄마가 국자를 들고 부엌에서 나왔다.
“시로네, 안녕? 오랜만이네.”
“안녕하세요, 아줌마. 저 때문에 괜히 죄송하네요.”
“후후, 그런 소리 하면 섭섭하지. 우리 딸이 얼마나 너를 기다렸는데.”
루미나의 얼굴이 확 불어졌다. 하지만 이내 슬픈 눈빛으로 고개를 숙였다.
알토르는 그녀의 심정을 이해했다.
그가 시로네를 인정하는 것만큼이나, 루미나도 알았을 것이다. 시로네는 절대로 화전민촌의 리더가 될 수 없음을.
시로네는 마법사가 되어야 한다.
분위기가 가라앉자 알토르가 박수를 치며 호탕한 목소리로 외쳤다.
“자, 자! 배고프다! 일단 밥이나 먹자.”
“와! 오랜만에 고기 먹겠다! 고! 기! 고! 기!”
루미나의 엄마가 통을 식탁에 올리자 돼지고기를 넣고 끓인 스튜가 적정선을 넘어 출렁거렸다.
드림 온(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