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rid the White Deer RAW novel - Chapter 144
00144 [스무 번째 역] 자장가 =========================================================================
요헨에게 이끌리듯 다시 파블리아 저택으로 돌아온 리건은 멍청하니 서있었다. 죽고 싶다. 죽고 싶다. 다시는 그 여자를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죽고 싶었다. 좆같은 파르네세들이 그와 잉그리드를 찢어놓을 것 같았다. 그 자들은 정말 그럴 만한 종자들이 아닌가. 벤디트 파르네세 그 새끼가, 잉그리드를 만나지 못하게 했다. 죽고 싶다. 죽고 싶다.
몸이 괴로운 것도 의식하지 못할만큼 리건은 넋이 나가 있었다. 요헨은 한시도 그의 곁을 떠나지 못하고 어떻게든 그를 위로하려 애썼다.
“형, 어떻게든 해볼 테니까, 정말 정신을 좀 차려봐.”
먹은 것도 없는데 구역질이 나 견딜 수가 없었다. 리건은 소파에 앉은 채 허리를 구부려 그대로 신물을 게워냈다. 요헨이 놀라 리건의 등을 두드렸다. 리건은 간신히 소파테이블을 쥐고 버텼다. 헨슨이 따뜻한 물을 가지고 왔다. 목이 찢어질 것처럼 아파서 리건은 신음도 흘리지 못하고 덜덜 떨리는 손으로 물잔을 쥐었다.
그리고 물을 마시려다가 눈에 박히는 한 사람의 모습에 멈추었다. 손의 떨림도 멎었다.
아주 잠깐 정신이 돌아온 것처럼 맑아졌다. 리건은 잔 안의 물이 비추는 자신을 응시했다.
‘잉그리드가 지금 당신의 모습을 보면 그나마 당신에게 남은 정도 떨어질 겁니다.’
리건은 지금 이 잔 위에 멀겋고 초췌하게 뜬 사람이 누군지 모르겠다 생각했다.
비틀거리며 일어서 응접실의 거울로 걸어갔다. 요헨이 불안하게 그의 뒷덜미를 눈으로 좇았다.
‘지금 그렇게 취한 채로, 당신의 아이를 잃은 여자를 찾아와서 뭘 어쩌시겠다는 겁니까? ……거울이나 보고 말 하십시오.’
파르네세의 개새끼들이 시키는 대로 하려는 생각은 없었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리건은 이미 거울 앞에 서있었다.
리건은 지금 자신을 마주보고 있는 저 새끼가 누군지 모르겠다.
비쩍 야위어, 입술은 죄 뜯겨 있고, 눈은 붉은자위라 불러야할 만큼 시뻘겋고, 시체처럼 창백해, 자기 자신을 경멸하고, 온 얼굴이 절망에 무너져 흘러내린 사람이 서있다.
리건의 고개가 서서히 기울어 거울에 닿았다. 그가 말라 터진 입술로 겨우 소리냈다.
“…….헨.”
요헨이 다가와 그를 부축하기 위해 손을 뻗었다. 리건이 차갑게 머리를 식히는 거울에 기댄 채로 왈칵 토해냈다.
“내가, 오늘 이 꼴로, 잉그리드를 보러 갔나……?”
“형, 일단 침대에 가 누워.”
“나, 오늘만 이래?”
요헨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평소라면 ‘그러게 누가 약 같은 거에 손을 대래.’하며 핀잔을 두었을 테지만, 그건 리건이 뻔뻔하게 굴 때나 할 수 있는 말이다. 솔직히 지금 한 달 가까이 매일 토하고 잠도 자지 못하며 버티는 리건을 보는 것만으로도 하루하루가 살얼음이었다.
리건의 턱이 잘게 떨렸다.
“먹을 거, 가져와.”
“형.”
“들어갈 테니까. 나.”
중독자라는 것이 만세상에 알려지면 파르네세가는 그것을 빌미로 더 강력히 이혼을 요구해올 수 있게 된다. 리건이 중독 치료를 하러 간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불안해하고 있다는 건 요헨도 잘 알았다. 하지만 리건이 스스로 저렇게 말했으니, 그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어떻게든 리건의 상황부터 정리해야 했다.
요헨이 헨슨에게 눈짓하자 헨슨이 음식을 준비해오겠다며 물러갔다.
“이게 사람이야?”
리건의 자조가 창백하게 흘렀다.
“…….이거, 사람이냐?”
이런 꼴로,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여자를 만나려 했다니.
죽어버려라, 리건 에스펜서.
*
이틀 후, 리건은 엘뷔니를 떠났다.
그로부터 2주 후, 스렌타인사 주간지에 이런 기사가 대서특필되었다.
충격! 발렌틴의 방탕아, 리건 에스펜서 중증 중독자로 밝혀져! 밀로아 영지 사업 잠정 보류!
그 동안 소문으로만 암암리에 떠돌았던 에스펜서 공작, 리건 에스펜서가 심각한 약물 중독자라 밝혀졌다. 지금 현재 그는 스스로 필로본의 재활치료소로 들어갔으며, 그로인해 한창 경제부흥을 시작하고 있던 밀로아의 영지 사업과 철도 사업이 잠정 보류된 것으로 알려져, 인근 영지의 투자자를 비롯한 밀로아 영주민들의 불안이 배가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미 오래 전부터 에스펜서 공작의 생활 습관에 대하여는 행실이 좋지 않다는 평이 많았으므로 어쩌면 예정된…..]
수많은 사람들이 리건 에스펜서를 조롱거리 삼아 비웃었다. 잉그리드 에스펜서가 곧 잉그리드 파르네세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박수를 치는 이들도 있었다.
*
밀로아를 떠나온 것이 지난해 12월 말이었다. 두 달 가까이가 되었다. 잉그리드는 근래 조금씩 잠이 줄어들어 어느 정도 평소의 생활 패턴을 찾기 시작했다. 정신이 들기 시작하니,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아졌다. 경황이 없어 밀로아에도 연락을 하지 못했다. 어머니인 파르네세 공작부인이 자신이 다 알아서 했다 말했지만 솔직히 믿음이 가지는 않았다. 어머니가 예의를 잘 차려 해결해주었을 것을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리건에 대해 이야기만 나오면 단칼에 ‘그는 잘 지낸다니 신경쓰지 말렴.’하고 대꾸하고 넘기려는 태도를 지난 몇 주 동안 보았다. 벤디트가 어머니의 화를 풀어주기 위해 애를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러지 않았다 해도 그를 탓하지는 않는다. 원래 벤디트는 부모님에게 순종적인 오빠였다. 게다가 에드원이 끝없이 리건을 싫어하는 티를 내는데, 효과가 있을 거라 기대하는 게 더 이상한 일이다.
하지만 애써 꿋꿋하게 마음을 정리했다. 그래서 이제 조금 나아졌으니 돌아가야 할 것 같다는 말을 꺼낸 직후였다.
집에서조차 흐트러짐 없이 단정하게 옷을 차려입고, 장신구를 달고, 반듯한 자세로 앉은 파르네세 공작부인은 신문과 주간지를 넘기며 무덤덤히 말했다.
“돌아가기에는 아직 네 몸이 회복되지 않았으니 좀 더 쉬렴.”
잉그리드에게는 시선도 주지 않은 채였다. 잉그리드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어머니. 아무리 그래도 제가 할 일이 있는 걸요. 계속 미루기만 할 수는 없고…… 제 본분은 다해야 하니까요.”
“전 르제나 백작부인이 알아서 할 거란다.”
“유난인 것처럼 보이고 싶지는 않아요.”
잉그리드의 말에 파르네세 공작부인이 보고 있던 신문을 내려놓았다.
유난인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다는 잉그리드의 태도는 아주 흡족했다. 맞는 말이었다. 자식을 잃는 이들은 많았다. 파르네세쯤 되는 여자라면 이런 일도 잘 이겨내야 하는 게 맞다. 상황이 경악스러울만큼 끔찍한데도 어떻게든 흔들리지 않으려는 제 딸의 태도는 칭찬할 만하다. 하지만 파르네세 공작부인은 이미 마음을 굳혔다. 잉그리드의 남편 되는 종자가 그 모양 그 꼴인 건 더 보고 있지 않을 생각이었다.
귀 아래로 흘러내린 백금발을 느릿이 쓸어 넘긴 파르네세 공작부인이 응접실 한켠에 서있던 하녀에게 우아하게 손가락을 들어 까딱 했다. 하녀는 재빠르게 다가왔다.
“부인, 하명해주세요.”
“지난 주 스렌타인사 주간지를 가져오렴.”
우아하고 고상한 목소리에는 조금의 주저도 없었다. 이미 잉그리드가 스스로 견딜 수 있을만큼 회복되었다 말하고, 리건 에스펜서가 자발적으로 사라졌으니 슬슬 이혼에 대해 이야기 할 시기였다.
하녀가 곧 응접실 한켠에 쌓인 지난 주간지들과 신문들을 정연하게 꽂아둔 작은 책장을 뒤져 주간지 한 뭉치를 가지고 돌아왔다.
잉그리드는 좋지 않은 느낌으로 하녀의 손에 들린 주간지를 바라보았다. 파르네세 공작부인이 테이블에 놓인 주간지를 잉그리드쪽으로 부드럽게 밀었다.
“상황이 좋지 않단다.”
잉그리드가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불안을 감추기 위해 얕게 숨을 마시며 주간지를 들었다. 지난 주의 것이었다.
[스렌타인사 주간지 2월 셋째 주.충격! 발렌틴의 방탕아, 리건 에스펜서 중증 중독자로 밝혀져! 밀로아 영지 사업 잠정 보류!
그 동안 소문으로만 암암리에 떠돌았던 에스펜서 공작, 리건 에스펜서가 심각한 약물 중독자라 밝혀졌다. 지금 현재 그는 스스로 필로본의 재활치료소로 들어갔으며…..]
그동안 거의 방에서 잠만 자며, 대부분의 이야기들에는 귀를 닫고 지냈다. 그녀에게 소상히 상황을 일러준 이도 없었다. 잉그리드의 입술이 잘게 떨렸다. 그런 잉그리드를 위로하듯 파르네세 공작부인이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자의 중독이 심각한 수준이었다는구나. 따로 재활치료를 하려 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만 불가능했던 모양이지. 차라리 이런 자와 계속 연을 이어나가는 것보다는 차라리 이혼을 하는 게 더 나을 테니 밀로아나 에스펜서가의 생각은 하지 말고 쉬렴.”
잉그리드는 초점 잃은 눈으로 주간지의 일면을 장식한 리건의 이름을 바라보았다. 부지불식간에 눈물이 차올랐다. 그러나 울지 않고 깊이 심호흡했다. 목소리가 떨리지 않게 힘쓰는 것이 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잘……, 그래도, 잘 지내고 있다고 하셨잖아요.”
“더 큰 사고 일으키지 않고 멀쩡히 숨 붙어 살아있는 거면 저 자치고는 잘 지내는 거지.”
“엄마.”
“이혼에 관해서는 이미 왕비전하께서도 그러는 편이 낫지 않겠느냐 하셨다.”
“내가 언제 이혼한다고 했어요? 저는 분명히 말했어요. 돌아갈 거라고.”
“나는 너희를 이혼시키지 않겠다 한 적 없다.”
잉그리드의 숨이 금세 가쁜 것처럼 차올랐다. 잉그리드는 주간지를 꽉 쥐고 어떻게든 침착하기 위해 애썼다.
“나…… 이혼 안 해요.”
파르네세 공작부인은 잉그리드가 간신히 뱉는 목소리에 느리게 고개를 들어 잉그리드를 마주보았다. 두 쌍의 보랏빛 눈동자가 밀로아에서 그랬듯 허공에 적대적으로 부딪쳤다.
“결혼을 하겠다 했을 때 이 어미는 네 뜻을 존중해주었지만, 이번만큼은 그냥 넘기지 않을 테니 그리 알렴.”
차분한 파르네세 공작부인의 응대는 덤덤해서 더 잔인하게 잉그리드의 말문을 막았다. 정신이 혼미했다. 그간 어렴풋이 느꼈던 불안이 실체로 다가왔다. 잉그리드는 제 어미가 화가 풀릴 때까지 어떤 형태로든 행동을 취할 거라 생각은 했지만 에스펜서가에게 지난 스캔들에 대한 정식 사과 표명을 요구하거나, 적당한 보상으로 조절하는 것 정도만 생각했다. 강제로 이혼시킬 것까지는 생각지도 못했다. 심지어 왕비인 마젤리까지 거론하는 것은 어제오늘 결정한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아버지…… 아버지의 뜻이에요?”
“내가 그리 하겠다 말했단다. 네 아비에게 뭐라 할 생각은 마라.”
“리건은, 국왕 폐하께서 아끼시는 아들이에요. 이혼이 쉬운 거라 생각하세요?”
“국왕 폐하께서도 이번만큼은 도리가 없으실 거다. 에스펜서가 파르네세를 모욕했다는 증거가 산처럼 쌓여있으니까. 지난 번 네 아비에게 난폭한 행동을 한 것은 너를 보아 눈감아주었으나, 이번에 그들은 제대로 대가를 치러야 할 터이니 너는 가만 있거라.”
“내 결혼이에요.”
“어린 소리.”
“그저 한 번 실패한 거예요. 아기가 죽은 건 내가 더 잘 하지 못해서. 엄마가 그랬잖아요.”
죽은 아기를 실패라고 말하는 자신이 지독히 잔인하게 느껴졌지만 잉그리드는 그렇게 밖에 표현할 길을 몰랐다. 파르네세를 마주하고, 파르네세와 이야기를 나누는 데에는 감정적인 것보다는 현실적이어야 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이다.
“처음은 서투른 거라고요. 그리고 이번 일은 내 잘못이에요. 내가.”
“너를 자책할 필요는 없다. 약물 중독자들의 자식에게 문제가 생기기 쉽다고는 에스더 선생도 말했다.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일 거라는 확신이 있다면 네가 그리 말한다 해도 이해하겠지만, 한 번의 실패가 아니라, 두 번, 세 번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거라 네가 확신할 수 있다고? 네 자식을 두 번, 세 번 죽이고 나서야 포기할 셈이냐?”
현실적인 비수였다. 잉그리드는 멍하니 주간지를 내려다보다가 조용히, 소리 없이 의자를 밀어 일어섰다.
잉그리드는 방으로 돌아왔다. 침실 앞에 서있던 하녀 엘자는 잉그리드의 손에 쥐인 스렌타인사 주간지를 발견하고 제가 더 하얗게 질렸다. 잉그리드는 멍하니 엘자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을 지켜보았다. 알고 있었구나. 알았구나.
잉그리드는 창백한 제 안색을 염려해 따라 들어오려는 하녀 엘자를 밀어내고 문을 잠갔다.
그녀는 제 가족을 사랑했지만, 제 가족의 이런 냉혹함을 벗어나고 싶어 떠났다. 그녀 역시 파르네세들을 보고 자랐으므로 잔악한 구석이 있어, 간혹은 정말 이기적으로 굴었지만 그래도 그게 싫어 떠났다. 대귀족의 품위와 기품을 지키면서 수많은 정적들에게 흠잡히지 않기 위해 애써야 한다는 것을 어릴 때부터 가르침받았다. 필요한 일이라면 상대가 누구든 암암리에 그들을 무너뜨리는 가족들이었다.
에스펜서가의 사람이 된 후에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을 잠시 잊었다.
리건은 스스로를 감추지 못하고 솔직해서, 그 감정이 간혹 잉그리드가 감당하기 어려울만큼 폭발적인 사람이었고 클레아는 스스로가 바라는 것이나 생각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여성이었으며, 요헨은 안팎으로 다름없이 따뜻한 사람이었다.
쥐고 있던 주간지를 다시 주섬주섬 펼쳤다. 잉그리드의 보랏빛 눈동자에 눈물이 고여 뚝뚝 떨어져 내렸다. 리건의 마지막 모습은 그녀만큼이나 힘들어 하며 그녀에게 매달리던 것이었다.
‘잉가, 잉그리드, 제발. 내가 잘 할게, 내가…… 내가.’
이 사람도 힘들 거란 걸 알았는데 그냥 두고 와버렸다. 제 뱃속이 텅 비어서 그 공허감을 이기지 못해서, 이 사람을 보고 있기 힘들어서, 이 사람을 달래줄 힘이 없어서, 그런 변명거리만 남기고 돌아왔다.
그의 얼굴을 볼 때마다, 제가 제대로 돌보지 못해 도망쳐버린 아기가 생각이 나서, 미안해서.
‘잉그리드, 제발 나한테 사과 하지 마……’
전부 자신의 잘못이라며 붙잡던 사람의 아픔은 그냥 뒤로한 채 저 홀로 도망쳤다.
서러운 울음이 치받쳤다. 떨리는 손으로 건반을 누르던 남자의 뒷모습이 떠올랐다. 매일 불안에 떨던 그녀의 배를 어루만지며 괜찮을 거라고 말해주던 남자였다. 더 나아지겠다며 치료를 받으면서도, 그것이 고통스러워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내색하지 않고 그녀를 안심시켜주려 애썼던 남자였다.
세상이 아무리 그를 비난해도, 이기적인 파르네세인 그녀는 저에게만 잘하면 좋을 일이었다.
사랑인지, 정인지는 스스로도 알지 못했지만 그와 함께 있는 시간을 좋아했다.
때때로 힘들어도, 때때로 보통 사람과 같지 않은 그를 보는 마음이 아파도, 그래도 때때로 행복했다.
어쩌면 자신만큼이나 괴로울 사람을 그렇게 두고 와서, 그렇게 두고 와버려서.
잉그리드는 입술을 가린 채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저 혼자의 아픔만 생각해, 이 사람도 자식을 잃었다는 것을 외면하려 도망친 자신은 여전히 파르네세였다. 어쩌면 이 부족한 사람이, 자신보다 더 나은 사람이었다.
울음 소리는 점점 커져서, 통곡처럼 일그러졌다. 문 밖을 서성이던 하녀 엘자가 소리를 듣고 놀라 문고리를 당기며 잉그리드를 불렀다. ‘아가씨, 아가씨……! 문 좀 열어보세요!’ 잉그리드는 젖어드는 주간지를 끌어 안고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