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or of an Alien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221
김세인은 그런 말을 하는 것에서 단지 그게 사람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했고 여기서 말하는 기득권자가 미국을 비롯한 현재의 패권 세력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앞으로도 미국의 주도권을 인정해 달라는 걸로 들렸다.
김세인은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그걸 받아들인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걸 약속하는 것은 자신이 그런 존재라고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뭘 말하는지 이해는 합니다. 사업을 하다 보니 종종 직면하는 문제이기도 하니까요.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느끼고 있습니다.”
“또한 새로운 문명,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할 걸로 보이는데 급격한 변화는 모두를 힘들게 합니다. 그러니 시간을 두고 천천히 진행했으면 합니다.”
“정말 이상한 말씀만 계속하는군요.”
김세인은 말면서도 모르는 척 답변했고 솔라식 박사는 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김세인이 절대로 인정하지 않을 걸 예상한 일이니 새삼스러울 게 없었다. 그저 약간의 당부를 전달하고 싶은 마음에 위험을 무릅쓰고 만난 것이기도 했다.
“세상에는 절대 선도, 절대 악도 없습니다. 그 모든 게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급격한 변화가 일어난다면 아무리 좋은 의도로 일을 했더라도 부작용이 크게 발생합니다. 그러니 뭔가 하실 때는 한 번 더 생각하고 진행하기 바랍니다. 100명이 할 일을 90명이 하는 정도는 세상이 감당할 수 있지만, 80명으로 줄어들어도 어디선가 굶어 죽는 사람이 생깁니다. 하물며 그런데 50명, 30명으로 줄어들면 세상은 감당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런 일은 발전이 아닌 세상의 파괴입니다.”
솔라식 박사의 말이 끝났지만, 김세인은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자신과 수지가 진행하는 일이 그런 위험이 존재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멈출 생각은 없었다. 그저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보완하는 게 최선이라 생각했다.
김세인은 솔라식 박사와 헤어지면서 영 기분이 찝찝했다. 기독교 문화권에도 그런 주술적인 존재가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기도 했다.
넬리 킴 회장은 모처럼 김세인과 별도로 몇 사람과 만나고 있었다. 바로 서부, 주로 할리우드에서 활동했던 연예계 및 방송계 인사들의 모임에 참석했다.
“알리샤, 오랜만입니다.”
나이 70이 되었지만,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젊음을 유지하는 아일랜드계 여인으로 붉은 머리를 휘날리고 있었다. 아일랜드계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할리우드의 여왕으로 군림하기도 했다.
30대 후반에 돈 많은 남자를 만나 결혼한 이후에도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했고 이 자리도 사실상 만든 사람이었다.
“벌써 10년이나 지난 것 같아요. 제가 애틀랜타로 간 이후에 처음 보는 거니 말이에요. 여전히 LA에서 샌버너디노로 가는 곳에 있는 저택에 머물고 계시죠?”
“여전히 거기에 있지만 최근에는 한국에 있었어. 조카손자를 만나서 말이야. 그냥 조용히 있다 가려고 했는데 애가 있으니 움직이게 되더라고. 전이라면 더 좋은 자리라도 귀찮아서 마다했는데 애 혼자 보내기가 불안해서 같아 왔어.”
“우리 할아버지가 아버지에게 했던 말이 생각나네요. 사람은 자식이 생기면 인생관이 달라진다고요.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저도 다 늙어서 애들 때문에 이런 취임식 자리까지 다니니 말이에요.”
“뭘, 알리샤, 이런 자리는 불러주지 않아서 못다니는 거지. 나이 먹고 갈 곳, 못 갈 곳 없이 다닌다고 욕할까 두려워서 세자르와 카렌 핑계를 대는 거지.”
옆에 있던 알리샤의 친구 올리비아가 이죽거렸다. 둘은 젊을 때부터 앙숙으로 지냈고 여전히 티격태격하고 있었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친해 바늘과 실처럼 같이 다니고 있었다.
“둘은 여전하네요. 그렇게 하면서도 같이 다니고요.”
“같이 다니기는요. 애가 따라온 거죠.”
“그건 아니지. 나도 넬리 킴 회장님이 불러서 온 거야. 네가 오는 줄도 몰랐어. 알았으면 따로 만나자고 했을 거야. 여기 와서야 지겨운 얼굴 또 봐야 하나 했지.”
70살이 되었어도 소녀 같은 두 사람의 모습에 넬리 킴 회장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옷 장사를 할 때 광고모델로 기용하여 옷을 후원해 준 이후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이었다.
“조카손자인 세인 킴 회장이 그렇게 뛰어나다는데 언제 한 번 만나게 해줘요. 넬리 킴 회장님의 능력을 그대로 이어받아 투자하는 것마다 성공한다면서요?”
알리샤가 김세인에 대해 언급했다.
“왜, 알리샤는 세인이 하는 일과 연관은 없을 건데?”
“남편인 크라슨이 3년 전에 가고 내가 그 일을 이어받은 실정이에요. 세자르 녀석이나 카렌은 영 능력이 없어서요. 나 죽으면 다 망할 것 같아서 걱정이에요.”
알리샤의 남편 크라슨은 부동산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물려준 재산이 많았다. 그래서 믿을 수 있으면서도 유능한 재산관리인을 물색하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나처럼 혼자 살면 얼마나 편해. 걱정이 없지.”
결혼해서 아들과 딸은 둔 알리샤와 반대로 올리비아는 평생 결혼하지 않았고 애도 없었다. 동거는 몇 번 했지만, 결혼에 이르지 못했고 길어야 5년 정도면 헤어졌다.
“그건 아니지. 말이야 무자식이 상팔자라고 하지만, 그 말은 아니야. 아무도 없어 봐? 늙으면 혼자 처량하게 지내는 거야.”
알리샤가 그렇게 말하고 넬리 킴 회장을 봤고 넬리 킴 회장은 둘의 말에도 아무런 언급하지 않았다. 전에는 올리비아를 지지했을 거지만 지금은 알리샤의 말이 더 공감되었기 때문이었다. 이후 자리에서 일어나 그 자리에 온 다른 사람들의 안부를 물었다.
김세인은 매일 우주선으로 이동하여 마법을 수련하다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하여 논했다. 그날도 중동 문제는 해결이 쉽지 않은 일이라 그저 상황만 보고받았다.
“시리아나 리비아에서 테러만 일어나지 않으면 굳이 이스라엘 문제에 개입할 필요는 없어 보여.”
김세인은 이스라엘이 어떤 짓을 하건 당분간 그냥 둘 생각이었다. 팔레스타인이나 다른 세력이 이스라엘을 공격하고 이스라엘을 그런 일을 핑계로 보복한다면서 팔레스타인인들을 잔혹한 수단으로 해치고 있었다.
“이스라엘의 보복이 너무 잔혹한 것 아니야? 저러다가 진짜 큰일을 저지를 것도 같은데. 민간인 거주지역에 미사일을 서슴지 않고 날리다니. 애꿎은 사람들만 희생이 되고 있고.”
그렇게 해서 공포심을 유발하지 않으면 원한에 사무친 자들이 그냥 있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더구나 한 번 약세를 확인한 상황이라 악착같이 움직이고 있었다.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말이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 생존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상황이라 반대하지 못하고 있어. 가혹할 정도로 단호하게 대응해야 추가적인 희생을 줄인다는 논리이니. 브레진스키 말대로 이스라엘이 악마가 되어 가는 상황이지.”
“결국 테러 때문에 이스라엘이 악마가 된다는 말이네.”
“그렇지. 미국으로서는 이스라엘이 그런 오명을 쓰는 사태는 막고 싶은 거고. 그렇게 되면 이스라엘을 포기해야 하는데 그건 새로운 전쟁의 단초를 제공하는 일이고.”
그러면서 미국 안보 라인의 중요 인사들이 모여서 중동 사태에 대한 대체 회의를 하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거기서 중동 평화회담에 대하여 논의하고 있었다. 여기에 ‘사막의 암류’와 연관이 되어 있는 시리아와 리비아를 참여시키려고 했다.
그렇게 해서 사막의 암류가 그들 세력에 영향력을 발휘하여 평화를 유지하기를 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있다고 해도 할 이유도, 필요도 없었다. 그건 김세인이 내키지 않은 일이었다. 그건 이스라엘을 옹호하는 행위나 마찬가지였다.
“기독교 사회에서는 그나마 유대인인 이스라엘이 그 지역을 차지하고 있기에 불만이 없지만, 이스라엘이 패퇴하여 그 지역을 이슬람권에서 차지하면 문제라는 말이 나오고 있어. 이스라엘을 돕는 것이 아닌 성지 예루살렘을 수호한다는 논리지.”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해묵은 성지논쟁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건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설사 유대인이 그 지역에 나라를 세우지 않았어도 갈등은 여전할 거라는 의미였다.
“결국 기독교 문화권 전체가 잠정적으로 이스라엘을 지지한다는 말이네. 이스라엘은 성지 예루살렘의 파수꾼 역할이고.”
“맞아. 일종의 위탁관리인이라는 말이지. 그렇기에 이스라엘은 그동안 맘 놓고 깽판을 친 면도 있고. 그래서 유럽도 이스라엘을 비난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이스라엘을 옹호해주고.”
결국 이스라엘은 영원히 그 지역에서 자리 잡고 있어야 했다. 만일 이스라엘이 패퇴하여 성지 예루살렘이 이슬람권에 들어가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그건 재앙이나 마찬가지였다.
“시리아 입장에서 결국 골치 아픈 이웃을 두고 봐야 한다는 말이네. 중동 평화회담을 한다는데 어떻게 할 거야?”
“결국 현상 유지이지. 그 이상 어떻게 하려고 하면 파장이 커질 거야. 그중에 가장 골치 아픈 문제는 팔레스타인 지역에 대한 처리야. 원한이 워낙 중첩되어 있어 어떤 합의를 해도 지켜지지 않을 거야. 팔레스타인 지역에 4촌 이내의 혈족이 이스라엘과의 분쟁에서 죽은 팔레스타인인만 12만 명이래. 이스라엘도 4촌 이내의 인원이 4만 명에 달하고.”
“방법은 아예 철조망을 치고 남북한처럼 아예 통행 자체를 하지 않도록 하는 거겠네. 오랜 세월 아예 분리하는 게 답일 것 같은데. 그렇게 하는 게 최선이겠지?”
“한데 그렇게 할 수는 없지. 팔레스타인이나 이스라엘이나 쉽지 않아. 경제적으로 유착이 되어 있어. 이스라엘은 저임금의 팔레스타인 노동력을 포기하기 어렵고 팔레스타인도 이스라엘과 분리하면 일거리 자체가 사라지고 말아.”
“그런 와중에 그런 경제구조가 형성되어 있는 거야?”
“그렇기에 더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이 활개를 치는 거야. 사회구조 자체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착취하는 모양새이니.”
결국은 돈 문제로 귀결이 되고 있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지역이 발전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경제적인 예속이 팔레스타인 독립을 막는 지름길이라 생각하여 철저하게 수탈하여 경제적인 자립을 하지 못하도록 만들기도 했다.
“진짜 해결해야 할 게 너무나 많군. 고질병에 온갖 합병증이 다 걸린 중환자이군. 해결할 방도가 없어.”
“맞아. 그러니 미국도 이스라엘 건국 이후 온갖 노력을 다하지만 해결하지 못하고 있지. 분리독립이 답인데 그걸 용인하면 종기가 커진다고 생각하여 절대 받아들이지 못할 거야.”
“그러면 그냥 담을 쌓고 관여하지 않는 게 최선의 방책이겠군. 이스라엘과 레바논 국경을 철저히 차단하는 게 답이겠어.”
“그렇게 하지. 미국에는 이스라엘이나 인접한 레바논, 요르단,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서 개입하지 않는다고 통보할게.”
중동 평화회담에 아예 참여하지 않을 수는 없기에 대표단은 보내지만 불간섭 원칙을 선언하도록 했다.
“한국의 김준민 당선자는 어떻게 하고 있어?”
김세인은 김준민과 약간의 논쟁을 벌인 이후부터 일거수일투족을 모니터하고 있었다. 그 덕분에 한국에 대해 보다 상세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인수위에 출근하여 취임 이후의 일을 준비하고 있어. 특별히 우리에게 적대적인 행동을 하는 건 아니야. 혹시라도 앙심을 품고 해코지할까 걱정했는데 그나마 다행이지. 그런 움직임이 있다면 바로 말하도록 할게.”
“혹시 다른 재벌들과 만나거나 하지 않아? 뜬금없이 북한의 사업을 우리가 독점한다고 말한 건 아닐 거고, 그걸 누군가 부추겼을 거라 보는데.”
“SG 그룹이 역시 설치고 있어. 김준민 당선자를 만나서 SI 그룹을 제외하라고 부추기는 상황이야. 일이 더 커지기 전에, 빨리 그들을 손봐야 할 것 같아.”
“어떻게 할 예정인데?”
수지의 말에 김세인은 걱정스러운 기색으로 물었다. 누굴 직접 해치거나 하는 것은 여전히 꺼려졌다.
“하나로 네트웍스, 지금의 SI 네트웍스에서 얼마 전에 통신사를 상대로 몇 가지 제품의 납품을 타진했는데 다른 두 회사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검토한다고 하면서 샘플 테스트를 준비하라고 했지만, SG 텔레콤은 보안을 이유로 거절 했어.”
다른 통신사는 기회라도 주려고 하는데 SG 텔레콤은 처음부터 거절하고 있었다. 그건 지극히 적대적이라는 증거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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