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nt Kill RAW novel - Chapter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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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게임인 듯, 게임 아닌, 게임 같은 그곳.
그렇게 망설이고 있는데, 설상가상으로 다시 메시지가 나타난다.
[지원군 출발!] -요새로부터 지원군이 출발하였습니다. 도착까지 남은 시간 : 09:28아주 죽으라고 고사를 지내는구나. 가뜩이나 머리가 안 굴러가서 죽겠는데, 타임 어택까지 걸려버렸다.
그냥 눈 딱 감고 안으로 뛰어들어?
그런 충동이 일어났지만 형진은 마음속에 될대로 되란 식의 생각이 무럭무럭 피어나는 것을 눈 딱 감고 억눌렀다.
하지만 그것조차 의미 없는 일이었다. 형진이 눈을 감고 무모함을 억누르는 순간, 제법 익숙한 느낌의 울부짖음이 사납게 들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컹컹컹!
화들짝 눈을 떴을 때 형진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잘 먹고 무럭무럭 자라서 아주 살이 튼실하게 오른 개 두 마리가 눈이 뒤집힌 모양새로 똑바로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모습이었다.
그럼 그렇지. 차분하게 생각할 틈 따위 처음부터 줄 생각이 있을 리가 없다.
형진은 급히 몸을 일으키며 들고 있는 창으로 달려드는 개를 찔렀다. 물론, 그 공격은 아주 시원하게 빗나가고 말았다.
젠장할.
하기야 다뤄본 적도 없는 무기로 처음부터 살아있는 맹수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다면 무예니 수련이니 하는 것이 무슨 필요가 있겠나.
개는 자신을 향해 날아든 창날을 피하고 곧바로 허공으로 뛰쳐 올라 형진의 목을 향해 날카로운 이빨을 들이밀었다.
형진은 창에서 손을 놓고 단검을 쥐면서 바닥을 굴렀다. 그러자 후끈한 개의 숨결이 귓가를 스치며 지나가는 감각이 소름끼칠 정도로 실감나게 느껴진다. 젠장. 이런 식으로 귀에 바람을 불어 넣는 건 여자나 해줬으면 좋겠다.
아, 진짜. 이런 식의 리얼함 따위 제발 개나 줘버리라고.
터져 나오려는 상소리를 참으며 형진은 기억을 되살렸다. 외형이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개나 늑대나 따지고 보면 거기서 거기다. 적어도 게임이라는 틀 안에서만큼은. 아니, 저 녀석들은 덩치부터 시작해서 거의 대부분이 잘 자란 늑대와 별 차이가 없다.
형진은 이미 네 마리의 늑대를 동시에 상대해 본 경험이 있다. 바닥을 구르면서 팔꿈치를 잘못 부딪혔는지 팔이 시큰거리기는 했지만, 개 두 마리 정도라면 지금이라도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죽고 싶지 않으면.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으득 소리가 날 정도로 이를 악물고 자세를 낮춘 채 바라보자, 자신을 지나쳐 간 개의 뒤를 따르던 다른 개가 역시나 그를 향해 똑바로 달려드는 모습이 눈에 딱 들어온다. 몸은 그 모습을 보는 즉시 도망치고 싶어하는 본능을 불러일으켰지만, 정신으로 그런 충동을 꽉 붙들어매고 기회를 노린다.
그래. 바로 지금!
상체를 비틀며 달려드는 개를 향해 똑바로 단검을 찌른다. 그렇게 찔러들어간 단검이 개의 이빨과 맞부딪히는 순간 터져 나오는 메시지!
[인스턴트 킬! ‘돌진 Lv.1’이 소멸했습니다!]캐행!
달려들던 개는 곧바로 튕겨 나가며 비명과 함께 경직에 걸렸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무방비상태에 빠진 개에게 최후의 일격을 날리지 못했다. 자세가 좋지 못한 데다, 하필 딛고 있는 발 아래가 미끄러운 돌이라 힘주어 딛는 순간 앞으로 튀어나가기는커녕 휘청거려야만 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다른 개가 그런 빈틈을 노려 다시 달려든다.
형진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일단 무너진 균형을 바로 잡아 달려드는 개를 막을 것인가, 아니면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경직에 걸린 개를 일단 처리할 것인가.
길게 고민할 틈 따윈 처음부터 없었다. 형진은 이 두 가지 선택지가 떠오르는 순간 몸을 던지듯 앞으로 몸을 굴렸다.
방어 따위 집어 치우고 공격을 선택한 것이다!
[인스턴트 킬! ‘사냥개’가 죽었습니다!]무리한 움직임 때문인지 발목으로부터 시큰거리는 느낌이 전해져 왔지만, 어쨌든 목표로 삼았던 개는 성공적으로 쓰러뜨릴 수 있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앞서 병사들을 쓰러뜨렸을 때와는 달리 무언가 익숙한 것이 사냥개로부터 툭 하고 튀어나오는 것이 아닌가.
룻.
그것은 룻이었다.
몹을 잡았을 때 튀어나오는, 사냥의 성과물.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마치 조건반사처럼 형진은 그것을 얼른 손으로 움켜쥐었다.
“헐?”
병사들은 죽여도 아무것도 안 나오더니, 이제는 또 룻은 물론이고 딱 봐도 레어 아이템스러운 무언가가 나와 버렸다.
젠장. 일관성을 좀 가지란 말이다. 뭔 아이템이 나왔다 말았다 하고 난리야.
형진은 속으로 그렇게 혀를 차면서도 얼른 손에 잡힌 그 무언가에 대고 외쳤다. 혹시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떠올리며.
“착용!”
곧바로 무언가가 얼굴에 텁하고 씌워지는 느낌이 난다. 그리고 이어지는 기이한 감각의 확장.
“컥!”
감각이 확장되긴 했는데, 확장된 감각이 하필이면 후각이다. 그리고 그렇게 인간보다 몇 배 강력하게 확장된 후각은, 곧바로 주위의 여러 가지 냄새를 강력하게 인지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지금 입고 있는 옷부터 시작해서 여기저기에 도사리고 있던, 가까스로 잊고 있던 악취들이 동시에 그의 감각을 어지럽히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우웁!”
형진은 치밀어 오르는 욕지기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와중에도 다시 이어지는 사냥개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몇 번이고 바닥을 굴러야만 했다.
망할. 이게 도대체 뭔…
아이템정보
명칭 : 예민한 사냥개 코장식
등급 : 희귀
착용제한 : 없음
설명 : 부드러운 사냥개의 코로 만든 장식. 얼굴에 착용한다.
효과 : 히든스킬 ‘예민한 후각’ Lv.1 증가.
강화시 효과 : 히든스킬 ‘예민한 후각’ 효과 증가. 낮은 확률로 공격력 증가.
경황이 없는 중에도 아이템 정보를 확인해 본 형진은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물론 나쁘다고만은 볼 수 없다. 이런 능력이 있으면 적어도 무언가를 추적한다든가 할 때 굉장히 효과적일 테니까. 문제는 지금 형진에게는 이런 아이템보다 위기를 벗어날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사냥개는 흥분한 채 형진에게 미친 듯이 덤벼들었다. 거리만 조금 더 벌려도 어떻게 기회를 엿보겠는데, 이대로는 그대로 뒤엉키며 문자 그대로 개싸움을 벌이게 생겼다. 게다가 개 짖는 소리 때문에 여기저기서 인기척마저 들려오기 시작한다.
뭔가 방법을, 방법을 찾아야만 하는데!
“이쪽이다!”
하지만 형진의 바램과는 달리, 개 짖는 소리에 이끌려 온 병사들이 마침내 그 모습을 발견하고 말았다.
그리고, 문득 병사 가운데 하나가 나타나더니 자신을 향해 빙긋 웃는 모습이 형진의 시야에 확 들어와 박힌다.
가트.
형진은 그 비릿하게 웃는 표정을 보는 순간 그 병사가 가트라는 놈임을 알아보았다.
가트는 눈이 마주치자 씩 웃더니 슬그머니 어딘가를 향해 모습을 감추어 버렸다. 따로 말을 나눈 것은 아니지만, 형진은 자신이 소란을 피운 사이 가트라는 놈 스스로 목표를 처리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임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우려했던대로, 그는 완전히 미끼가 되어 버린 것이다!
크릉! 컹컹컹!
망할 사냥개 놈. 너 때문에 다 엉망이 되어 버렸잖아!
화가 치밀어 오른다. 화가 치밀어 올라서 미칠 것만 같다!
“젠장! 될 대로 되라 그래! 몰라! 이 망할 개새끼!”
계속해서 공격을 피하던 형진이 그렇게 외치며 오히려 공세에 나서자, 사냥개는 화들짝 놀라며 그가 휘두르는 단검을 피해 주춤주춤 물러섰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형진의 눈에 사냥개의 약점이 나타난다.
“죽어!”
곧바로 단검을 찌르자, 사냥개는 구슬픈 비명 소리와 함께 단숨에 절명하고 만다.
[인스턴트 킬! ‘사냥개’가 죽었습니다!] [‘예민한 사냥개 코장식’을 획득했습니다.] [동일한 액세서리 두 개를 획득했습니다. 강화를 시도하시겠습니까? 단, 실패시에는 모두 사라집니다.]사냥개가 사망하고 동시에 떨어진 룻을 취하자 바로 메시지가 우르르 나타났다 사라진다.
그런데, 강화라고?
원래 엘리시온은 강화석이라는 아이템이 따로 존재한다. 이것은 사냥시 굉장히 낮은 확률로 드랍 되는 아이템이기에 매우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며 반쯤은 실물화폐의 역할마저 한다.
그런데, 방금 나온 메시지는 그것을 뒤집는 내용이었다. 액세서리에만 해당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동일한 아이템 두 개를 사용해 강화를 하는 방식임을 암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실패시 최대 내구도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강화를 시도할 때 사용된 아이템 모두가 사라지는 방식이기까지 하다. 물론 액서서리류는 최대 내구도가 낮아서 강화실패시 파괴되는 확률이 많기는 하지만, 이런 식으로 아예 실패하면 무조건 파괴된다는 식은 아니다.
형진은 깊게 생각할 것도 없이 강화를 시도해 보기로 했다. 어차피 인스턴트 킬에 의한 레어 아이템 드랍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확인한 이상, 강화되지 않은 일반적인 레어 아이템은 같은 대상을 사냥함으로서 얼마든지 획득할 수 있다. 게다가 현재 상태로는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아이템이지만 강화에 성공하면 확률적으로 공격력 증가가 이루어진다는 점 또한 형진의 결정을 부추겼다.
[강화를 시도합니다.]얼굴에 착용하고 있던 것과 손에 들린 것이 웅웅 소리를 내며 공명한다. 그리고 그 공명음과 함께 두 아이템이 진동하더니 뭔가 철커덕 붙는 듯한 소리와 함께 다시 메시지가 이어졌다.
[축하합니다! 강화에 성공했습니다!] [‘+1 예민한 사냥개 코장식’을 획득했습니다.]아직 강화단계가 낮아서 그런지 바로 성공 메시지가 떴다. 형진은 소리를 듣고 달려오는 다른 병사들에게서 급히 몸을 피하며 아이템 정보를 확인했다.
아이템정보
명칭 : +1 예민한 사냥개 코장식
등급 : 희귀
착용제한 : 없음
설명 : 부드러운 사냥개의 코로 만든 장식. 얼굴에 착용한다.
효과 : 히든스킬 ‘예민한 후각’ Lv.1 증가. 공격력 증가(1단계).
강화시 효과 : 히든스킬 ‘예민한 후각’ 효과 증가. 낮은 확률로 공격력 증가.
아싸.
형진은 속으로 쾌재를 올리며 얼른 손에 들린 아이템을 다시 착용했다.
“윽!”
강화까지 되어서 그런가 어째 느껴지는 악취가 더 심해진 느낌이다. 짜릿한 것이 현기증마저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그와 더불어 조금이지만 손아귀의 힘이 강해진 듯한 느낌도 전해져 온다.
엘리시온의 아이템은 명확하게 수치로 표기되는 것이 드물다. 스킬레벨이나 몇단계 증가 하는 식의 표현을 통해 사용자가 효과를 추측하는 정도가 고작이다. 하지만 수치로 얼마가 늘었는지 확인하지 않더라도 대충 가늠이 가능한 이유는, 그 효과가 곧바로 피부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바로 지금처럼!
형진은 다음 순간 뭔가 특이한 것이 시야에 잡히는 것을 알아보았다.
“이건…”
그것은 후각을 통해 수집된 정보를 시각화한 내용이었다. 누군가가 지나던 발자취부터 시작해서, 장애물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다른 이들의 움직임 같은 것이 인간보다 수십배 민감한 사냥개의 후각을 통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대, 대박.”
처음에는 아무 쓰잘데기 없는 아이템이라고 생각했건만, 일단 한 번 강화를 하고 나니 지금까지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새로운 세계가 열리고 말았다. 더구나 이런 식으로 상대의 움직임이나 자취를 또렷하게 알아챌 수 있다면 여기 있는 그 누구보다도 효과적인 행동이 가능해진다.
개다가 발자국과 흔적들 중에는 이해할 수 없는 장소로 이어진 것들도 존재했다. 문이나 통로가 없는 벽을 통해 들어간 듯한, 마치 사람이 아닌 유령이 남긴 것과도 같은 흔적.
하지만 형진은 그것을 확인한 순간, 이 자취가 의미하는 바를 즉시 이해했다.
“비밀 통로.”
성이든 저택이든 간에, 높으신 양반들은 만약의 사태나 비밀스런 만남을 위해 이런 식으로 비밀 통로를 만들어 두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남녀 간의 은밀한 불륜부터 시작해서, 정관계의 고위 인사들의 밀약에 이르기까지 비밀 통로는 많은 쓰임새가 있었고, 때문에 하나만이 아니라 용도에 따라 여러 개를 설치하는 경우도 흔했다.
형진은 지금 이 순간 그러한 비밀 통로 가운데 하나를 발견한 것이다.
더 생각하고 말고 할 것도 없이, 형진은 벽에 난 흔적을 조작해 담벼락 안에 설치된 비밀 통로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가 다시 통로를 닫자, 형진을 뒤쫓던 병사들의 움직임이 급히 접근했다가 사라지는 기척이 느껴진다.
============================ 작품 후기 ============================
주인공: 일해라, 작가. 어제는 한편 밖에 안 올렸지 않은가.
작가: 몰라, 피곤해, 자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