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nt Kill RAW novel - Chapter 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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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1. 어흥!
부드러운 혀가 뱀처럼 휘감겨 온다. 형진은 요요로운 붉은 눈동자를 홀린 듯 바라보며 입 안을 농락하는 그녀의 혀를 받아들였다.
두 혀가 서로 뒤엉키며 캄캄한 어둠 속은 곧바로 헐떡거리는 거친 숨소리와 후끈한 열기로 채워지기 시작한다.
“자, 잠깐.”
“왜요?”
미엘의 손은 어느 틈엔가 자신의 옷을 벗기기 시작하고 있다. 세상에. 이래서야 완전히 자신이 당하는 입장인 것 같지 않은가.
“여기서 이러면 비행에 문제가 생기지 않겠어?”
괜히 비행 중에 정신 못 차리다가 그대로 추락하거나 하면 그야말로 대형 참사다. 하지만 우려가득한 형진의 말에 어둠 속에서 빛나던 미엘의 붉은 눈빛이 얼핏 웃는 듯한 느낌으로 바뀐다.
“자신만만하시네요. 어디 이쪽도 그렇게 자신에 가득차 있는지 한 번 볼까요?”
그렇게 말하며 미엘의 손은 가차 없이 형진의 바지를 벗겨 버렸다.
“크흠.”
뭔가 민망하다. 그러고 보면 자신에 의해 속옷이 벗겨질 때 유아나 제랄딘도 이런 느낌이었을까.
“어머.”
어둠 속에서도 형진의 모습이 훤히 보이는 것인지, 미엘은 작은 감탄사를 내뱉으며 그의 신체를 살살 보듬기 시작한다.
“저기… 역시 도착하고 난 뒤에…”
“걱정 말래두요.”
“하지만… 으음…”
다시 뭐라고 말을 하려던 형진은 자신의 신체를 촉촉하게 감싸는 따뜻한 느낌에 작은 신음성을 토하고 말았다. 그리고 집요하게 민감한 곳을 농락하는 혀의 감촉에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게 되어버렸다.
이건 단순히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그녀는 요요로운 기운을 뿜어내며 마치 마법처럼 형진의 신체로부터 모든 감미로운 감각을 끌어내고 있었다. 그렇다. 이것은 마법이었다. 남자의 감각을 극한으로 끌어올려, 그 안에 내재된 정기를 남김없이 끌어내기 위한 그런 요사스러운 마법.
“으읏!”
결국 형진은 채 몇 분 견디지도 못하고 그녀의 입 안에 정을 쏟아내야만 했다. 미엘은 가만히 가쁜 숨을 내쉬며 모든 정을 받아 삼킨 뒤에야 비로소 그의 몸으로부터 입을 떼었다.
“좋았어요?”
“그게…”
좋기는 한데, 솔직히 무섭다. 이런 식으로 정기를 빨리면 솔직히 제 명에 살 수 있을까 싶은 느낌이 들 정도로.
“싫었어요?”
“그건 아니지만…”
“쿡쿡.”
미엘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형진의 상의를 벗기고는 가만히 몸 전체에 입맞춤을 하기 시작했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하지만 맞닿는 순간 짜릿하게 전기가 흐르는 듯한 느낌의 요사로운 입술의 감촉이 전신을 스치고 지나가자 형진의 몸은 다시 분기탱천해서 하늘을 향해 치솟아 오른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까요.”
형진의 몸이 기운을 되찾자, 미엘은 누운 형진의 몸 위에 조심스럽게 걸터앉고는 그의 몸을 자신의 몸 안으로 인도했다.
“아…”
“으음…”
작은 신음 소리와 함께 둘의 육체가 마침내 결합했다. 서로의 몸이 합쳐지는 그 감각의 여운에 잠시 몸을 떨다가, 이내 천천히 미엘의 몸이 움직이자 둘의 호흡은 격하게 타오르기 시작한다.
미엘과 몸을 합치는 것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그 격렬했던 처음의 경험은 즐긴다는 느낌보다는 극복해야할 상황이라는 느낌이 더 컸다. 형진만의 얘기가 아니다. 미엘 역시 끓어오르는 욕구를 주체하지 못해 즐긴다는 생각은 꿈도 꾸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그것이 끝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후의 관계는 아무래도 그때의 후유증 때문인지 조금은 드라이한 느낌이 될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유아나 제랄딘을 배려해서 조금은 더 방관자에 가까운 느낌으로 미엘이 정사에 임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지난 시간의 경험들과는 완전히 달랐다. 무엇보다도 미엘 스스로가 이 상황을 즐기고자 하는 마음이 강했다, 잉태의 의무를 다하기 위한 정기의 흡수라는 측면으로서의 정사가 아니라, 진정한 연인으로서의 정사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마음가짐이 바뀌자 신체에 전해지는 느낌 역시 바뀌었다. 단지 격렬한 쾌락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보듬어 안고 체온과 열정을 전해 받으며 그것으로부터 즐거움을 얻는 그런 일이 비로소 가능해진 것이다.
다른 모든 것을 잊고, 지금 이 순간에만 열중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어떻게 보면 형진이 지금 이순간 라이언하트를 발동하지 않고 있는 것도 그래서였다. 지금 자신의 몸을 안고 기쁨에 겨워 흐느끼는 이 아름다운 여체를 단순한 공략의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아아…”
처음의 그 기세는 어디 갔는지, 미엘은 치밀어 오르는 기쁨에 헐떡이다가 그 모든 감동을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무너지듯 형진의 가슴에 쓰러지듯 안기고 말았다.
“괜찮아?”
“네. 그냥… 몸이 떨려서…”
“…”
이전에 처음 형진과 밤을 보낼 때도 여자의 기쁨을 느끼긴 했다. 마치 폭발하듯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폭풍에 휩쓸리며 정신이 나가버릴 것만 같은 쾌락 속에 허우적거렸었다. 라이언하트의 무자비한 공략으로 인해 전신의 감각이란 감각은 모두 일깨워진 탓이다.
그 때의 강렬했던 쾌락에 비한다면, 지금 찾아온 절정은 차라리 별 것 아닐 수도 있었다. 하지만 미엘은 지금 이 순간 가슴 한 구석에서 벅차오르는 커다란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단순히 쾌락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어쩐지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지는 그런 감동이다.
형진은 잠시 그렇게 자신의 가슴에 안겨 헐떡거리는 미엘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기를 얼마나 했을까. 문득 감속하는 듯한 느낌이 전해지는가 싶더니 여운에 젖어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던 미엘이 몸을 일으키며 말한다.
“적당한 곳을 찾았어요.”
“그래?”
이제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싶었기 때문에 형진은 그런가보다 했지만, 닫혀져 있던 입이 열리고 주위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입이 쩍 벌어지고 말았다.
“허… 여긴.”
“어때요?”
“대, 대단해.”
그들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작은 산호초였다. 하얀 모래사장이 반지처럼 둥글게 이어져 있고, 가운데에는 사파이어처럼 빛나는 깊고 푸른 바다가 자리하고 있었다. 섬의 한쪽 구석에는 마치 에메랄드처럼 보이는 녹색의 숲이 자리하고 있었으며, 적당한 높이의 언덕 위에는 푸른 초지가 펼쳐져 있다.
일부러 만들려고 해도 어려울 정도의 자연 경관. 게다가 주위 어디에도 사람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는다. 수평선 너머 어디에도 다른 섬의 흔적 같은 것조차 보이지 않는다.
“마음에 들어요?”
“응. 여기에 별장 하나 지어 놓으면 부러울 것이 없겠는걸.”
“쿡.”
이런 경치를 보고서도 그새 또 무언가를 만들 생각부터 하는 형진의 모습에 미엘은 작게 웃음을 터뜨리고는 적당한 해안에 내려앉았다. 그리고 그렇게 땅에 내려앉는 순간 거대한 흑요호의 모습은 사라지고, 헐벗은 모습의 두 남녀만 남는다.
다른 이라고는 아무도 없는 천상의 낙원.
형진과 미엘은 다시금 서로 부둥켜안은 채 입맞춤을 나누었다.
“잠깐만요.”
그렇게 농밀한 입맞춤을 나누는데, 갑자기 미엘이 형진을 밀치며 몸을 떼더니, 인벤토리에서 무언가를 꺼내 걸친다.
“어때요?”
“그건…”
“일전에 수영복이란 걸 보여준 적이 있잖아요. 혹시 나중에 쓸 데가 있을까 해서 만들어 뒀어요.”
“…”
그렇다. 지금 미엘이 입고 있는 것은 바로 비키니 수영복이었다.
“다른 건 없어?”
미엘이 자신을 위해 서비스를 하기로 마음먹었다는 것을 알아차린 형진은 재빨리 그렇게 요구사항을 말했고,
“물론 있죠.”
미엘은 기다렸다는 듯이 분신들을 불러내 그의 눈앞에서 패션쇼를 펼치기 시작했다.
메이드복을 베이스로 삼은 느낌의 원피스 수영복부터 시작해서, 바니걸을 복장을 연상시키는 수영복에 이르기까지 별에 별 옷이 다 있다.
“어때요?”
“멋져. 훌륭해. 황홀해. 대박. 끝내줘.”
“킥.”
수호자들을 녹여버리던 그 유창한 언변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얼빠진 표정으로 그렇게 좋다는 뜻의 단어를 주워섬기는 형진의 모습에 미엘은 다시 웃어버리고 말았다.
“어머?”
그렇게 웃고 있는데, 문득 형진이 스륵하며 움직이는가 싶더니 메이드복을 연상시키는 수영복 차림의 미엘을 뒤에서 와락 껴안는다.
“진?”
“미안. 도저히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어.”
“네? 흣!”
미엘은 느닷없이 밀려들어오는 형진의 신체에 자신도 모르게 야릇한 비음을 토하고 말았다. 알게 모르게 달궈진 그녀의 신체는 거침없이 쇄도하는 형진의 몸에 의해 다시금 기쁨에 젖어들기 시작했다.
그녀를 흥분하게 만드는 것은 거칠게 자신을 범하기 시작한 형진의 행동만이 아니었다. 다른 분신들으 눈을 통해 그렇게 범해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비춰지는 상황 또한 그녀의 흥분을 더욱 격하게 끌어올리는 한 가지 이유였다. 서로 다른 자신이 지켜보는 가운데, 마치 주인님에게 범해지는 듯한 메이드 모습의 자신이라니.
아아, 역시 옮아버렸나 보다.
하긴.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이 변태 같은 남자에게 반해버린 시점에서 자신 역시 변태가 되어버리는 건 차라리 운명인 건지도.
그래. 되버리자. 까짓거 못 될 건 또 뭐란 말인가.
“좋아?”
“좋아요. 아아… 더… 더… 주인님… 더 세게…”
“원한다면.”
메이드라는 역할 놀이에 심취한 듯한 그녀의 애달픈 음성에 형진은 더 열심히 힘을 내기 시작했다.
“하아… 으으으…”
“저도…”
“저도…”
주위를 에워싸고 있던 서로 다른 옷차림의 크고 작은 미엘들이 헐떡거리며 거친 숨을 내뱉고 있는 둘에게 마치 피라니아처럼 달라붙었다.
미엘들은 형진의 몸에 엉기듯 달라붙었다. 형진은 메이드복 차림의 미엘을 범하는 와중에도 그런 다른 미엘들의 몸짓 또한 거부하지 않았다. 하지만 속으로는 슬슬 경각심이 일어나고 있었다. 아무래도 미엘들의 눈빛이 자신이 이전에 보았던 때와 비슷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거 괜찮은 건가. 지금이라도 라이언하트를 발동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읏!”
결국 견디다 못한 메이드 미엘은 마침내 절정에 도달하자 그대로 다리에 힘이 풀리며 주저 앉고 말았다. 갑작스런 그 행동에 둘의 결합이 풀리자, 기회라는 듯이 곧바로 비키니 수영복 차림의 누님 미엘이 형진을 덮쳐온다.
“앗!”
“다음은 내가 노리고 있었는데.”
다른 미엘들이 투덜거렸지만, 누님 미엘은 형진의 허리에 다리를 올리며 그 자세 그대로 결합을 시도했다.
“큰 가슴 좋아하죠? 자, 마음대로 해도 좋아요.”
꿀꺽.
슬며시 수영복을 밀어 올리자 커다란 두 개의 과실이 여과없이 모습을 드러낸다. 형진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 침을 꿀꺽 삼키고는 그대로 누님 미엘을 거칠게 밀어 넘어뜨리고 말았다.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누님 미엘 다음엔 소녀 모습의 미엘이 풋풋한 모습으로 유혹하더니, 그것을 극복하자 다음은 산타 미엘이 은근하게 그를 유혹한다. 그것마저 극복하자 이번에는 바니걸 미엘이 기다린다. 바니걸 미엘 다음은 리본 미엘이, 리본 미엘 다음은 야시시한 슬립을 걸친 미엘이. 그리고 이런 식으로 한 바퀴 돌면 다시 기운을 차린 메이드 미엘이 기다리는 식으로 무한 반복.
하지만 이전과는 확실히 달랐다. 형진을 말려죽이려는 것처럼 미친듯이 달려들기 보다는 여운을 즐기고 휴식하며 힘을 보충할 시간을 충분히 배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가 있다면, 이런 식으로 느긋하게 서로의 몸을 즐기다보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르게 되어 버린다는 점.
그야 말로 미엘 놀음에 도끼 자루 썩는 줄 모르는 느낌이랄까.
결국 형진과 미엘은 남국의 이름 없는 섬에서 하루를 꼬박 새고 난 뒤에야 비로소 집에 돌아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