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nt Kill RAW novel - Chapter 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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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정벌
-데이터 전송합니다.
요안나의 목소리와 함께 시야에 다양한 데이터가 표시된다. 풍속, 풍향부터 시작해서, 최대 5킬로미터 범위 내에서 감지되는 여러 가지 요소들을 분석한 정보가 표시된다.
지구의 현대 무기들은 시야 밖에서 예상치 못한 타격을 가하는 경우가 많다. 타나토스나 엘리시온에서의 전투와 본질적으로 달라질 수밖에 없는 점이 바로 이것이다.
이 두 곳에서는 대부분 시야 거리 안에서 목표물을 포착, 위험 요소를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지구상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일반적인 군용 총기의 경우 기본이 수백 미터 거리의 유효 범위를 지니고, 저격 소총이라면 이 거리는 1킬로미터 안팎까지 늘어난다. 만약 상대가 대전차 미사일을 운용한다면 이 범위는 5킬로미터를 넘어갈 수도 있으며, 포병 전력이 동원되었을 경우 다시 수십 킬로미터 이상으로 확장되기도 한다.
복잡하고 짧은 거리 내에서의 교전이 주가 되는 근접 시가전이라면 이렇게까지 사거리를 엄밀하게 신경 쓸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다만 이번처럼 넓은 개활지에서 준군사조직이라 할 수 있는 대상과 교전이 벌어지게 된다면, 전장 환경에 대한 정보를 확보하는 일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사안이 된다.
물론 공포와 죽음이 전폭적으로 서포트를 하는 상황을 가정할 경우, 이 정도의 전장 정보를 처리하는 건 큰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집행자가 형진만 있는 것도 아니고, 앞으로 지구상에 뿌리를 내리게 될 집행자 전원을 그런 식으로 공포와 죽음이 전부 서포트할 수는 없는 일이다. 만약 그런 일이 가능했다면 지부장이라는 체계는 만들어질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공포와 죽음은 신도들에게 많은 관심이 있으며 그 능력도 다양하고 강력한 신이지만, 그렇다고 전지나 전능에 도달한 신도 아니다. 과거 스스로 밝혔던 바와 같이 신들이 전지의 능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인과율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엘리시온 뿐이다. 허세와 망상이 만든 거짓된 천국이 아닌 진정한 엘리시온 말이다.
이번 전투는 그래서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닌다. 앞으로 지구의 집행자들이 다루게 될 전장 정보 시스템을 시험해 보는 것과 더불어, 요안나의 근거지인 미국에 가장 가까이 인접한 흉악 무도한 범죄 집단을 징치하여 공포와 죽음의 이름을 세계에 각인시키는 것. 이것이 가장 커다란 두 가지 목표라 할 수 있었다.
요안나의 역할은 후방에 남아서 전장이 될 지역 내에서 무차별적으로 수집되는 다양한 정보를 선별하고, 전장에서 직접 전투에 임하는 집행자에게 그렇게 선별된 정보를 전하는 것이다.
눈앞의 전투에 집중해 시야가 좁아질 수밖에 없는 전투원을 대신해 전장에서 한발 물러선 상태로 더 넓은 시야를 유지하며 전투를 지원하는 이 역할은, 여러 개의 아바타를 활용해 전투와 지원을 동시에 수행하는 형진의 스타일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기도 하다.
형진이라면 요안나를 후방에 배치시킬 필요조차 없이 아바타를 이용해 이 모든 것을 수행할 수 있겠지만, 아바타는 기본적으로 신위를 얻거나 얻을 예정인 존재가 아니면 다룰 수 없는 물건이기에 일반적인 집행자들은 사용이 불가능하고, 이 때문에 지금과 같은 2인 1조의 전장 정보 시스템을 구상하게 된 것이다. 저격수를 운용할 때 감적수를 붙이는 것과도 비슷한 개념이다.
그런 식으로 요안나가 선별하여 보내준 정보에는 현재 이동중인 마약 카르텔의 차량과 호위 병력의 상세가 명료하게 나타나 있었다.
“많기도 하네.”
준군사조직에 가깝다니. 저건 그냥 군대다. 사제로 트럭에 철판을 붙여 장갑차를 만들고, 전원 방탄복과 군용 라이플, 대전차 미사일까지 갖춘 상태로 대열을 지어 보무도 당당하게 한낮에 대로를 질주하고 있는 저 모습을 과연 뭐라고 불러야 할까. 듣기로는 잠수정까지 자체 제작해서 마약거래에 사용할 정도라고 한다.
“시작해 볼까.”
형진은 이동 중인 마약 카르텔 행렬의 측면을 향해 저공으로 빠르게 날아들었다. 개활지인데다 한낮이라 그런데 차량에 탑승 중이던 조직원 몇이 어렵지 않게 접근중인 그의 존재를 확인했고, 이내 잠시 시끌벅적하게 떠들어 대더니 사격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나와야지.”
핑핑 거리는 소리와 함께 탄환이 날아든다. 은신이나 잠행을 쓰면 좀 더 은밀하게 다가서는 것도 가능했겠지만, 이번 전투는 현대 무기에 대응하기 위한 데이터 수집도 한 가지 목적이기에 이렇게 드러내놓고 강습을 시도하는 중이다.
딱! 따딱!
마치 전격 살충기에 벌레가 날아들 때의 소리 같은 것이 그가 두르고 있는 검은 기운으로부터 흘러나온다. 거리가 가까우면 총구의 방향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총알의 궤적을 파악해 처리할 수 있겠지만, 이렇게 장거리에서는 역시 그런 식의 대응이 쉽지 않다.
-죄송해요.
“아니, 이 정도는 괜찮아.”
사과와 함께 총탄의 예상 궤적이 시야에 잡힌다. 하지만 적의 수가 많다보니 효과적으로 대응하기조차 쉽지 않다. 형진은 곧바로 라이언하트를 극성으로 펼쳐 전달되는 예상궤적을 회피하기 시작했지만, 일반적인 집행자들로서는 흉내조차 내기 어려운 일이다.
“이건 좀 문제가 있네.”
역시 개활지에서 닥치고 돌격은 여러모로 문제가 있다. 차라리 이쪽에서도 아예 원거리 교전을 상정하고 대응한다면 모를까, 이런 식으로 거리를 좁혀 상대하려면 목숨이 몇 개라도 부족할 판이다. 하긴 은신과 잠행이 있으니 상관은 없으려나.
슬쩍 슬쩍 날아드는 총탄의 궤적을 피하던 형진은 마침내 선두에서 질주하는 장갑 트럭에 도달했다.
“으랏차!”
제법 경사 장갑까지 갖춘 그럴 듯한 사제 장갑차였지만, 형진의 발끝에서 불과 바람 속성으로 증폭된 폭렬차기가 터져 나오자 그대로 뒤집히며 길옆으로 굴러 떨어진다.
선두의 사제 장갑차가 그런 식으로 나가떨어지자, 뒤이어 좀 허름해 보이는, 하지만 그래서 더 괴악스러워 보이는 사제 장갑차가 형진을 뭉개버리려는 것처럼 전속력으로 달려든다.
“어림없지.”
하지만 형진은 물러서기는커녕 몸을 틀며 주먹을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그의 손으로부터 화염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소용돌이가 생겨나며, 거대한 사제 장갑차를 훌러덩 뒤집어 버린다.
사제 장갑차는 달려오는 관성으로 인해 뒤집히며 그의 머리 위를 날아 길바닥에 거꾸로 처박혔고, 뒤이어 달려드는 차량들 역시 계속 해서 터져 나오는 용오름의 일격을 순서대로 맞는 신세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후우…”
황야 한복판을 가로지르던 카르텔의 장갑차 행렬은 한순간에 모두 무력화되고 말았다. 안에 타고 있던 자들 역시 차량이 뒤집히고 날아가 처박히는 충격으로 인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개중에는 이를 악물고 차량에서 벗어나 형진에게 총구를 겨누는 자들도 있었지만.
탕!
총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요안나가 보내주는 정보를 통해 총탄의 궤적을 인지하고 있던 형진은 가볍게 고개를 젖혀 그 공격을 피했다.
“걱정 마라. 그렇지 않아도 놓아줄 생각 따위 없었으니까.”
어떻게 보면 어제 프리츠가 처치했던 살인마는 이들에 비하면 애교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제의 살인마가 작은 도둑이라면, 이들은 큰 도둑이라고 해야 하나. 더구나 이들에 의해 유통되는 마약의 폐해는 또 어떠한가. 솔직히 요안나를 통해 이 세계를 이미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공포와 죽음께서 이제껏 가만히 놔둔 것이 신기할 정도다.
-오른쪽이요.
“고마워.”
요안나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형진이 날개처럼 펼치고 있던 꼬리 가운데 하나가 오른쪽으로 날아가 트럭을 엄폐물 삼아 무기를 겨누던 조직원을 꿰뚫어 버린다.
순간, 허공을 향해 날아가는 대전차 로켓. 사람한테 대놓고 대전차 로켓을 쏘려 하다니. 하긴 지금 자신의 모습을 그냥 사람이라고 생각할 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싶긴 하다만.
“우아아아!”
차량이 날아가 처박힐 때의 충격 때문에 입은 상처인지 거한 하나가 머리에서 피를 철철 흘리며 정글도를 들고 그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형진의 손이 휘둘러지자 들고 있던 정글도가 단숨에 꺾이며 덤으로 거한의 머리 역시 뭉개져 버린다.
털썩.
앞으로 달려나오던 관성으로 인해 몸이 뒤집히며 처박히자, 간신히 정신을 차리며 몸을 일으키던 조직원들은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한다.
“산타… 무에르테…”
“어째서…”
“우리에게 가호를 내려 주어야 할 죽음의 여신이…”
여신이라니. 자신의 어떤 면이 여신이라는 건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에게 요안나가 산타 무에르테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었다.
-누에스트라 세뇨라 데 라 산타 무에르테. 줄여서 산타 무에르테라고 부르는 죽음의 여신이에요. 가톨릭과 멕시코 토착 종교가 융합하여 만들어진 신앙이죠. 세뇨라 네그라, 밤의 숙녀라는 이명으로 인해 밤에 위험한 일을 하는 이들을 수호하는 성녀로도 여겨지고 있죠.
“카르텔의 수호신쯤 되는 건가.”
-그런 식으로 변질된 면도 있어요. 원래는 그런 의미가 아니었지만.
“흠…”
형진은 어쩐지 공포와 죽음이 이들을 목표로 삼은 이유 중에 이것도 포함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떠올렸다. 명예를 소중히 하는 신께서, 이런 갱단들의 신과 동일시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별로 탐탁지 않았던 것인지도.
생각해 보면 지구에서는 신이라는 존재가 범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존재로 악용되는 사례가 얼마든지 있다. 하긴 그렇게 보면 자신도 그리 다를 바가 없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신의 이름으로 이렇게 살인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니.
“물론 그렇다고 동병상련 같은 건 느껴지지도 않지만.”
몇몇은 산타 무에르테라는 이름을 되뇌이며 자비를 구하기도 하고, 또 몇몇은 발악하며 그에게 최후의 도전을 하기도 했으나 형진은 그들 모두에게 공평한 죽음을 내려 주었다.
그렇게 박살나 뒹구는 차량들을 돌며 마지막 한 명까지 확인사살을 마쳤을 즈음, 다시 요안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군대에요.
“어느 쪽?”
-미국과 멕시코의 합동작전인 것 같네요. 미군의 전투 헬기가 30초 거리까지 접근했어요.
“그 정도면 이미 포착되었겠군.”
형진은 요안나가 알려준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니나 다를까. 미군의 전투 헬기 두 대와 수송 헬기 서너 대가 대열을 이루며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모습이 보인다. 아마도 저들 역시 자신이 처치한 조직원들의 이동을 포착하여 섬멸하려는 작전을 세워두고 있었던 모양이다.
“먼저 먹는게 임자지.”
형진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은신으로 모습을 감추고는 유유히 그 장소를 이탈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공포와 죽음께서 내려주신 임무는 이들의 본거지까지 완전히 소탕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잠행으로 전투 현장을 이탈한 형진은 언제나와 다름없이 커다란 화살표가 동동 떠있는 위치를 향해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검은 기운을 흘리며 전율의 질주로 황야를 가로지르자, 이내 도시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미국과 멕시코의 접경지대에 위치한 이 도시는 과거 관광지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거대한 악의 구렁텅이로 변모해 버린 상태.
화살표는 도시 한복판을 가리키고 있다. 마약왕이라고 하면 보통은 정글 한복판에 요새처럼 꾸며진 은신처에 몸을 숨기는 것을 연상하겠지만, 이곳의 마약왕들은 그런 녹색 정글보다는 회색의 콘크리트 정글을 선호하는 모양이다.
팟!
형진의 몸이 가볍게 떠오르는가 싶더니, 거대한 새처럼 사뿐하게 건물 위로 내려앉는다.
“보여?”
혼잣말처럼 형진이 중얼거리자, 곧바로 요안나의 대답이 들려온다.
-괜찮으니 그대로 진행하세요.
“알았어. 그럼 잘 부탁해.”
-네.
탁 트인 개활지와 번잡한 도시는 아무래도 탐지해야할 정보량에서 막대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출발지점에서 상당히 떨어진 거리이기 때문에, 제대로 탐지가 이어지고 있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앞서의 전투가 개활지에서의 전투를 상정한 것이라면, 이번에는 복잡하기 이를데 없는 도시 안에서의 시가전을 시험할 차례다. 시가지는 현대식 군대에 있어서 가장 번거롭고 짜증스러운 전장이지만, 집행자에게는 오히려 반대다. 은신과 잠행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집행자에게 있어, 거대한 도시는 자신들의 특기를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잠시 주위를 살핀 형진은 건물 위를 빠른 속도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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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한 편.
아침에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