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nt Kill RAW novel - Chapter 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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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정벌
처음 이동스킬을 수련할 때가 떠오른다. 이동스킬을 습득하고 그리칸 시내를 질주하던 때가 어제 같은데.
마스터 레벨에 도달한 전율의 질주가 펼쳐지자, 그렇지 않아도 검은 기운으로 뒤덮여 있던 형진의 몸은 내부로부터 어둠의 장막이 피어오르며 완벽한 어둠으로 침잠해 들어갔다. 이 순간, 그의 몸은 외부의 충격에도 스킬 발동에 지장을 받지 않는 수퍼 아머 상태로 변화했고, 거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자 어둠의 장막은 공포의 장막으로 승화하며 그것을 지켜본 이들로 하여금 공포로 몸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만들어 버린다.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전율의 질주. 지켜보는 이들 모두에게 전율을 선사하는 진정한 모습이다.
새카만 빛의 검은 무언가가 화악 스쳐 지나가자, 길을 지나던 자들은 자신이 본 것이 무엇인지조차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대로 몸이 굳으며 두려움에 떨기 시작했다. 형진이 지나가고도 한참이나 아무런 행동조차 하지 못한 채 경직된 상태로 그렇게 몸을 떨던 사람들은, 좀 더 시간이 지나 경직이 풀리고 나자 두려움에 젖은 채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누군가에게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알리는 것도 불가능했다. 전화기를 들어 도시를 질주하는 검은 빛의 무언가를 촬영할 엄두는 내지도 못했다. 그것이 시야로 들어온 순간, 그들의 몸은 마치 메두사의 눈을 본 것처럼 자유를 잃고 석상처럼 굳어 버렸기 때문이다. 지나가고 나서도 그렇게 굳어버렸던 몸은 한참이나 그대로였고, 비로소 강제적인 경직에서 벗어났을 때는 끝모를 공포로 인해 더 이상의 다른 행동을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이거… 꽤 괜찮을지도.”
전율의 질주라면 원거리에서 포착되더라도 상대를 경직에 몰아넣을 수 있으니 원거리에서의 저격 확률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 문제는 마스터 레벨이라는 것이 그리 간단하게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점과, 설령 도달하더라도 직접 눈으로 보지 않고 레이더 같은 감시 장비를 동원할 경우 경직 효과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한 가지 가능성을 확인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적어도 이런 식의 경직 효과 같은 것은 아무리 강력한 현대 무기를 지니고 있다 해도 견뎌 내기 어려운 부분이니까. 공포의 낙인처럼 정신을 보호해주는 무언가를 갖추고 있지 않은 이상은. 결국 아무리 강력한 무기라도, 그것을 다루는 것은 인간이라는 얘기. 바로 거기에 해법이 있는 셈이다.
화아악!
검은 빛으로 몸을 감싼 형진의 몸이 마치 거대한 암흑의 날개를 지닌 새처럼 건물 위를 활강하듯 스쳐지나간다. 환청인지, 아니면 정말로 바람을 가르는 소리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가 스쳐 지나갈 때마다 모래더미가 쏟아져 내리는 듯한 소리가 주위로 퍼져 나간다. 자신의 몸을 에워싼 공기마저 그의 몸을 가린 공포의 장막에 굴복하여 비명을 지르는 것은 아닐까. 실제로 사람들은 그 소리를 듣는 순간 형진의 모습을 직접 보지 않았음에도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몸이 떨리는 것을 경험하고 있었다.
그렇게 건물 위를 질주하다보니 어느 틈엔가 화살표가 가리키는 장소에 도달했다.
카르텔의 아지트는 제법 넓은 정원을 가진 3층의 저택이었다. 집 주위는 높고 두터운 벽이 에워싸고 있었으며, 야자수와 선인장이 심어진 정원 안에는 사자와 퓨마 같은 육식 동물이 애완동물로 길러지고 있었다. 성벽처럼 세워진 두터운 담장에는 총과 대전차 화기를 든 조직원들이 버티고 서 있었으며, 건물 안에는 상시 출동이 가능한 수십명의 조직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문자 그대로 주택가 한복판에 자리한 작은 요새와도 같은 곳.
“…”
하지만 공포의 장막을 드리운 채, 검은 날개로 몸을 감싼 형진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 담장 위에서 경계를 하고 있던 조직원들은 비명도 고함도 지르지 못한 채 그대로 굳어 버리고 말았다.
이 저택을 지키고 있는 자들은 평범한 조직원들이 아니다. 일부러 비싼 돈을 주고 외국에서 데려온 숙련된 용병들이다. 수년간의 전투 경험으로 다져진 그들은 아무렇게나 모아서 쓰고 버리는 일반적인 조직원들과는 차원이 다른 그런 군인들이었다.
하지만 그들도 공포의 장막이 지닌 힘은 견뎌내지 못했다. 오히려 그들 내부에 자리잡은 어둠이 더욱 크게 호응하며 그 효과를 몇 배나 증폭시키고 있었다. 무기를 들어 올리지도, 침입자가 나타났음을 알리지도 못한 채, 그들은 석상처럼 굳어 있다가 형진이 스쳐지나가며 약점을 한 번씩 찌르는 순간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그대로 절명하며 털썩털썩 주저 앉아 버린다.
애완동물로 기르던 맹수들은 그의 모습을 보는 순간 꼬리를 만 채로 땅바닥에 머리를 처박았다. 이성보다 본능을 우선하는 동물들은 형진의 모습을 보는 순간 이 존재가 먹이사슬을 초월해 버린 포식자라는 사실을 깨닫고 인정해 버렸다. 차라리 야생에서 자라난 맹수들이라면 흉성을 드러내며 저항했을 수도 있지만, 집안에서 길러진 맹수들은 그런 건 꿈도 꾸지 못한 채 그대로 주저앉으며 복종의 뜻을 보일 뿐이다.
순식간에 외부의 조직원들을 무력화시킨 형진은 천천히 건물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아쉽게도 전율의 질주가 끝나 공포의 장막은 해제되어 버렸지만, 좁은 건물 안에서 벌어지는 시야거리 안의 전투라면 그를 감당할 수 있는 수단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후아아암…”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조직원 하나가 맹수들의 먹이로 보이는 무언가를 들고 집 밖으로 나오다가 형진을 발견했다. 하지만 유령처럼 스르르 눈앞으로 다가온 형진의 모습에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강인한 손아귀에 목덜미를 잡힌 채 들어 올려지고 말았다.
당황해서 발버둥을 쳤지만 목을 죄고 있던 손아귀에 힘이 가해지자 소름끼치는 소음과 함께 경추가 부러지며 조직원은 즉사해 버리고 말았다.
“이런 놈에겐 인스턴트 킬을 쓰는 것조차 아깝지.”
형진은 죽어버린 놈의 시신을 머리를 처박은 채 벌벌 떨고 있는 맹수들에게 던져줄까 하다가 그냥 건물 안으로 밀어넣으며 들어갔다.
현재 이 카르텔은 외부로 병력을 출동시킨 상태라 경계를 강화한 상태라 건물 안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이들조차 모조리 무장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건물 내부에 있는 인원들 대부분은 외부에서 경계하던 이들과는 달리 조금은 긴장을 풀고 휴식을 취하는 중이었다. 쉴 때 쉬어 둬야 정말 필요할 때 정신력이나 체력이 고갈되는 사태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형진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을 때, 그곳에는 서너명 정도의 조직원이 둥근 탁자에 둘러앉은 채 카드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바라보다가, 온 몸을 검은 기운으로 감싼 무언가가 유령처럼 소리도 없이 다가서는 모습을 보고는 기겁을 하며 무기를 잡았다.
콰콰쾅!
밀폐된 실내라 그런지 연발로 놓고 갈기는 총소리가 무슨 폭탄이 터지는 것처럼 울려 퍼진다. 형진은 고막을 때리는 그 커다란 소리에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지만, 어느 새인가 자신을 향해 겨누어진 서브머신건을 검은 빛의 꼬리로 쳐올리며, 또다른 꼬리로 놈의 심장을 꿰뚫어 버렸다.
“끄륵…”
보자마자 일단 방아쇠부터 당기던 놈의 입에서 피거품이 뿜어져 나오며 숨넘어가는 소리가 흘러나오자, 함께 카드 놀이를 즐기고 있던 녀석들도 급히 자신의 무기를 손에 잡고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빛의 무언가를 향해 그것을 겨누었다.
화악!
하지만 다음 순간, 형진의 몸은 검은 안개처럼 일순 사라지는가 싶더니, 놈들의 머리위로 몸을 뒤집은 채 떨어져 내리며 거대한 회오리처럼 휘몰아쳤다.
“커흑!”
“큭!”
두 번도 필요 없었다. 검은 기운은 마치 예초기가 잡초를 베어내는 것 같은 모습으로 조직원들의 몸을 베어냈고, 그들은 뭐에 당하는지도 모른 채 피를 뿜어내며 죽음을 맞이했다.
“쳇.”
전율의 질주를 쓰고 있을 때를 떠올리고 잠시 방심했다고는 하지만, 보자마자 방아쇠부터 당길 줄은 미처 예상치 못했기 때문에 형진은 가볍게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총소리를 들은 조직원들이 집안 곳곳에서 곧바로 그가 있는 곳을 향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퍽!
쌍권총을 들고 달려 나오던 커다란 덩치의 조직원은 거실로 들어서는 순간 강렬한 타격을 안면에 받으며 그대로 뒤로 날아가 버렸다.
“꺄아악!”
바라보니 침대 위에 한 명의 여자가 시트로 몸을 감싼 채 찢어질 듯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하긴 방금 전까지 자신과 뒹굴던 남자가 느닷없이 피떡이 되어 박제처럼 벽에 처박혀 버리는 모습을 아무렇지도 않게 볼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저 여자는 어떻게 해야 할지 잠시 고민하고 있는데, 문득 남자가 날아가 처박힌 벽이 우르르 무너져 내리며 그 안에 감춰져 있던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낸다.
“…”
맙소사.
형진은 벽 안에 숨겨져 있던 무언가를 보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눈을 찌푸렸다. 얇은 회벽으로 감추어진 벽의 내부에는 죽어서 반쯤 미이라가 되어 버린 시체들이 푸줏간의 고기처럼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남녀노소. 문자 그대로 그 모든 이들이 그곳에 진열되어 있었다.
바로 그때, 여자가 침대 밑에서 소총을 꺼내더니 형진을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딱!
숙련된 솜씨. 거리가 가까워도 속사로 사람의 머리를 단숨에 맞추는 것이 과연 운이 좋아서 되는 일일까를 고려하면, 이 여자도 단순히 운 나쁘게 마침 이 자리에 불려나온 창부는 아니라고 봐야 한다.
피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형진은 벽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희생자의 모습에 분노해 있었고, 그러한 감정을 해소할 희생물을 찾고 있던 중이었다. 여자의 행동은 그런 형진에게 더할 나위 없는 명분을 던져 주었다.
“괴, 괴물…”
여자는 머리에 총을 맞고도 고개를 갸웃거릴 뿐인 형진의 모습에 그렇게 중얼거렸다.
괴물이라. 맞다. 자신은 물론이고, 저런 짓을 태연하게 저지르는 이들 또한 모두 괴물이 맞다. 그래서 형진은 결심했다. 이 집안에 있는 자들을 더 이상 인간으로 대접하지 않기로.
콰득!
여자는 자신의 벗은 가슴을 꿰뚫고 들어온 검은 빛의 무언가를 천천히 내려 보다가 입으로 울컥 피를 쏟았다. 하지만 그렇게 명백한 치명상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바로 숨을 거두지 못했다. 그녀의 몸은 순식간에 붉은 화염에 휩싸여 타오르기 시작했고, 피부에서 수포가 터져 나와 갈라지고 피하 지방이 흘러나와 녹아내리며 근육이 뒤엉켜 터져 나가는 순간에도 그 모든 고통을 온전하게 느끼다가 결국 쇼크와 함께 숨을 거두고 말았다.
따다다딱!
그의 등판에서 다시 한 번 전격 살충기에 벌레가 날아와 터져 나가는 듯한 소음이 울려 퍼진다. 어느 틈엔가 모습을 드러낸 조직원들이 그를 향해 총을 쏴대기 시작한 것이다.
형진은 더 이상 피하지 않고 그것을 온전히 견뎌내며 몸을 돌렸다. 그런 그에게 이번에는 로켓탄 하나가 정면으로 날아든다.
콰아아아!
하지만 로켓탄은 그의 몸에 닿기도 전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부딪히며 폭발했다. 성형작약탄이 폭발하며 만들어진 메탈제트는 그의 몸을 에워싸고 있는 검은 기운과 갑주를 뚫고 신체에 타격을 주기 위해 휘몰아쳤지만, 어느 순간 그 화염들은 형진의 의지에 굴복하며 그의 몸 주위에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진!
형진이 로켓탄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내자 놀란 요안나가 그렇게 비명 같은 외침을 터뜨렸다.
“괜찮아.”
-…
요안나는 그의 목소리를 통해 전해져 오는 은은한 분노의 감정에 입을 다물었다.
형진은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발악하듯 자신에게 총을 쏴대고 있는 자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온몸에서 쉴 새 없이 전격 살충기에 벌레가 터져나가는 듯한 소음이 울려 퍼지고 있었지만 신경 쓰지 않고 계속 앞으로 걸었다.
“맙소사…”
“무, 물러나!”
총열이 휠 정도로 탄환을 쏘아대던 조직원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 모든 공격을 받아내며 다가서는 형진의 모습에 질려버렸다. 로켓탄에 직격 당하고도 휘청거리는 기색조차 없이, 검은 기운과 화염을 몸에 휘감은 채 다가서는 그의 모습에 공포를 느꼈다.
몇몇이 그를 향해 수류탄을 던졌지만, 형진은 그것을 야구 하듯 가볍게 쳐내 되돌려 주었다. 되돌아오는 수류탄에 기겁한 놈들이 물러날 틈도 없이 허공에서 그것들은 폭발하며 화염과 파편을 사방에 흩뿌렸다.
가까이 있던 놈들은 단숨에 즉사. 조금 떨어져 있던 놈들도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나뒹굴어 버린다. 형진은 천천히 다가가 그런 놈들의 가슴을 꿰뚫고 그 심장에 불을 붙였다.
일층으로 몰려나왔던 조직원들이 불붙은 송충이마냥 몸을 뒤트는 모습을 뒤로 한 채, 형진은 주위를 살폈다.
요안나가 전해주는 정보를 확인하자, 위층을 살피니 서너명 정도가 층계 쪽으로 바리케이드를 쌓고 있는 모습과 지하를 통해 도망치고 있는 십여명 정도의 인원이 파악되었다.
형진은 그대로 천장을 뚫고 위로 치솟아 올랐다. 그리고 가구등을 쌓아 바리케이드를 만들고 있던 조직원들의 심장에도 역시나 불을 심어 준 다음, 더 이상 저택 안에 살아남은 이가 없는 것을 확인하는 즉시 지하를 향해 움직였다.
============================ 작품 후기 ============================
두 편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