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nt Kill RAW novel - Chapter 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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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정벌
“끄아아아악!”
“그만! 차라리 죽여줘!”
폐쇄된 지하 통로임에도 불구하고 저택 안에서 조직원들이 지르는 비명이 그대로 전해진다. 저택의 주인이었던 호세 카를로 스타비야는 모골이 송연해지는 느낌에 진저리를 치며 호위병들을 따라 통로를 미친 듯이 달려나갔다.
사람들은 흔히 그를 마약왕이라고 부르지만, 카르텔이라는 것 자체가 언제 누가 어디서 뒤통수를 칠지 모르는 살얼음판 같은 곳이다보니 그런 호칭은 따지고 보면 허울에 지나지 않는다. 그저 마약상 가운데 큰 세력을 가지고 있는 일부 거상들에게 언론이 붙이는 칭호라고나 할까. 물론 개중에는 한 나라를 들었다 놨다한 파블로 에스코바르 같은 전설적인 마약왕도 있었지만, 호세는 자신을 그 정도의 인물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사람을 죽이는 방법 중에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화형이라고 일컬어진다. 지금 그의 부하들은 심장으로부터 점화된 불이 내장에 옮겨 붙으며 타들어가는 끔찍한 고통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죽어가고 있었다. 차라리 겉에 붙은 불이라면 물에 뛰어들든 뭐든 하겠는데, 몸속으로부터 타들어 가고 있으니 가슴을 쥐어뜯으며 몸부림치다가 피투성이가 되어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죽어서도 그들의 시신에 옮겨 붙은 불은 꺼지지 않았다. 마치 인체 발화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 시체처럼 그들의 몸은 천천히 타들어가고 있었다.
투다다다!
“커흑!”
정신없이 도망치던 호세는 뒤쪽에서 다시금 총성과 비명소리가 울려 퍼지자 움찔하고 말았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했다. 저택을 습격한 누군가가 지하의 통로를 확인하고 추격을 시작한 것이다.
누굴까.
경쟁중인 다른 조직에서 병력들이 빠져나간 틈을 노리고 기습을 한 것일까. 아니면 빌어먹을 미국 놈들이 정부와 손을 잡고 쳐들어 온 것일까. 짚이는 곳이 너무 많아서 누구를 특정해야 할지조차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최초의 총성이 들려오는 순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일단 자리를 피했다. 일단 살아남아야 뭐든 할 수 있는 법. 버티고 있다가 죽어봐야 금새 누군가가 자신의 자리를 차지할 뿐이다.
“컥!”
또다시 외마디 비명이 지하 통로 안에 울려 퍼진다. 이번에는 총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저 무언가 부서지고 깨지고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 억눌린 듯한 작은 비명이 울려 퍼졌을 뿐이다.
“아, 악마… 끄아아악!”
이게 뭔가 싶은 기분이 들 찰나, 또다시 후미에서 따라오던 호위병 하나가 찢어질 듯한 비명을 내지른다. 호세는 뒤를 돌아보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지만, 꾹 눌러참고 숨을 헐떡거리며 계속해서 통로를 달려나갔다.
오늘따라 이 통로가 왜 이렇게 길게 느껴지는 것인지.
탈출용 통로라는 건 사전에 알려지면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기 때문에, 출구를 들키지 않으려고 일부러 멀리까지 이어지도록 만들었다. 저택이 공격 받는 상황이라면 분명 물 샐 틈 없는 포위망을 만들었을 터. 그것을 돌파하기 위해서도 가급적 먼 곳에 출구를 만들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순간 호세는 그것이 실수였다는 생각을 떠올리고 있었다. 멀든 가깝든 일단 이 끔찍한 어둠만 벗어날 수 있다면 정말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켁!”
또다시 비명이 들려온다. 이번에는 더 가깝다. 마치 바로 등 뒤에서 들려오는 듯한 그런 기분. 호세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자꾸만 자신의 뒷덜미를 잡아 끄는 듯한 기분마저 느끼고 있었다.
“으아아아아!”
발악하는 듯한 외침과 함께 사나운 총성이 통로를 가득 메운다.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바로 근처까지 다가왔다는 것을 증명하듯, 달려 나가는 호세의 시야에 뒤쪽에서 총을 발사하는 순간 생겨난 화염과 함께 그림자가 비춰졌다.
“…”
턱이 덜덜 떨리며 이빨이 맞부딪힌다. 바로 죽음이 바로 코앞까지 다가온 것이 피부로 느껴진다. 으슬으슬 떨려오는 몸을 필사적으로 억누르며 무작정 달려 나가던 호세는 순간 무언가에 발이 걸리며 그대로 요란하게 바닥을 구르고 말았다.
하지만 그의 앞에서 선도하던 호위병은 그를 흘깃 돌아보더니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꽁지가 빠져라 도망쳐 버렸다. 뒤따르던 호위병들은 쓰러진 그를 일으키기는커녕 짓밟으며 지나쳐 버렸다. 미친듯이 달려가다가 그의 몸에 걸려 넘어진 이들의 총기와 무장들이 그렇지 않아도 요란하게 바닥을 구르느라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호세의 몸을 짓이긴다.
“으으으…”
호세는 통증으로 인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필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고개를 든 그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정신없이 내빼는 호위병들의 모습이었다.
망할 놈들. 내가 저 놈들을 고용하느라 쓴 돈이 얼마인데.
호세는 이를 바득 갈면서 힘겹게 몸을 일으키다가, 천천히 밝아지는 주위의 모습에 그대로 굳어 버렸다.
무언가 다가오고 있었다. 발걸음도 인기척도 들리지 않았지만, 무언가가 다가오는 느낌이 확인하게 등 뒤에서 전달되어 오고 있었다.
호세는 학질에 걸린 것처럼 와들와들 떨며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태어나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무언가가 있었다.
전신에는 심연과도 같은 짙은 어둠이 드리워져 있었고, 눈동자는 분노에 가득차 붉은 화염을 뿜어내고 있었으며, 등 뒤로 피어오르는 여러 갈래의 날개들에는 꼬치처럼 몸이 꿰뚫린 채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발버둥치고 있는 자신의 조직원들이 매달려 있었다.
도저히 현실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명백하게 자신의 눈앞에 드러난 그 모습에 호세는 그대로 굳어 버리고 말았다.
“악마…”
그는 이제야 왜 호위병들이 뒤도 돌아볼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그렇게 바로 내빼버렸는지 알 수 있었다. 사람이라면 미친 척 하고 덤벼볼 수라도 있지, 이런 악마를 상대로 뭘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발소리조차 없이 다가온 그 무언가는 바닥에 쓰러져 벌벌 떠는 호세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친 순간 호세는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파르르 떠는 것 외에는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토록 잔인하게 자신에게 반대하는 이들을 학살했던 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그는 겁이 아주 많은 사내였다.
콰득!
순간 무언가가 날아들어 호세의 심장 언저리를 파고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호세는 자신의 가슴 속에서 무언가 후끈 타오르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커흑…”
호세의 다소 둔중한 육체는 가슴을 관통한 무언가에 의해 떠올라 이미 타오르고 있는 조직원들과 마찬가지로 허공에 둥실 매달린 상태가 되었다.
“끄으으으…”
처음에 화끈 달아오르던 어떤 기운은 이내 심장 전체에 퍼져 있는 신경들을 자극하며 호세에게 이루 형언하기 어려운 고통을 선사했다. 영 좋지 않은 곳을 걷어차인 정도의 고통은 차라리 이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정도다.
신경과 근육의 가닥 하나하나가 모조리 도화선처럼 타들어 가는 그 끔찍한 고통을 견디다 못한 호세는 스스로의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헤집기 시작했다.
옷이 찢겨나가고 살점이 뜯겨지며 그 안의 뼈가 드러난다. 하지만 그렇게 가슴을 헤집어도 고통은 사그라 들지 않았다. 오히려 심지에 불이 붙은 양초처럼 서서히 타들어가며 고통을 배가시키고 있을 뿐이다.
어느 순간부터는 목소리도 나오지 않게 허우적거리며 뼈가 드러나도록 가슴을 헤집던 호세의 움직임도 어느 순간이 되자 멈추었고, 그대로 하나의 인간 횃불이 된 채 매달려 있기만 했다.
“쏴!”
형진이 통로의 출구에 도착한 순간, 대기하고 있던 병력들이 일제히 화력을 그에게 집중했다. 개인 화기부터 시작해서 기관포, 로켓과 지향성 지뢰등 인간이 휴대할 수 있는 거의 모든 화기가 순간 형진에게 불을 뿜었다.
두두두두!
꽝! 꽈광!
연이어 터지는 총성과 폭음. 그렇게 악에 받친 모습으로 미친 듯이 퍼붓고 있는데, 화염과 연기로 가득한 출구로부터 무언가가 천천히 앞으로 나서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마, 말도 안 돼…”
이 정도 화력이면 중장갑의 전차도 어렵지 않게 무력화시킬 수 있는 수준이건만,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는 아무런 느낌도 없다는 듯이 계속해서 그들에게 다가서고 있었다.
휙!
총을 쏘던 조직원들의 머리 위로 무언가가 날아든다. 기겁을 하고 몸을 피하던 조직원들은 그것이 기괴하게 일그러진 채 불타고 있는 시체임을 깨닫고는 안색이 창백해졌다.
타다만 옷가지. 비록 고통과 공포로 잔뜩 일그러지긴 했어도 그 체격과 인상착의만으로도 조직원들은 그 시체가 자신들의 두목이었던 호세임을 알아차렸다.
툭! 투둑!
연이어 다시 시체 몇이 그들에게 던져진다. 호세보다도 더 타들어가 형체를 알아보기조차 힘든, 그래서 바닥에 부딪히는 순간 몇 개의 숯덩이로 부서져 흩어지는 그런 시체들.
조직원들은 이제 완전히 질려버렸다. 그렇게 탄환을 쏟아 부어도 상처 하나 입지 않고, 오히려 자신들의 동료와 두목의 처참한 시체만 목격했을 뿐이다.
철컥! 철컥!
그리고 어느 순간 총성이 멎기 시작했다. 탄창이 비고 탄띠가 끝을 맺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그냥 무의식적으로 방아쇠만 당기고 있었지만, 공포에 절어버린 조직원들은 그것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스윽.
그런 조직원들의 사이로 소리 없이 다가섰다.
화들짝 놀라던 조직원들은 이내 뜨끔한 느낌과 함께 자신의 가슴 어림을 무언가가 꿰뚫는 감각을 느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렇게 바람 구멍이 난 가슴 안쪽으로부터 연기가 피어오르고 불길이 치솟는 것을 깨달았다.
“끄아아악!”
다시금 찢어질 듯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고, 몇몇 조직원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몸을 돌려 도보와 차량으로 그곳에서 도망치려 했다.
번쩍!
하지만 뒤이어 한줄기 빛줄기가 뿜어져 나오는 순간, 그들이 타고 도망치려던 차량은 거대한 폭음과 함께 공중으로 떠올랐고, 등을 보이며 도망치던 이들 역시 심장 어림을 스치고 지나가는 뜨끔한 기운과 함께 몸속으로부터 피어오르는 끔찍한 불길에 휩싸여 버렸다.
“후우우…”
형진은 그제서야 깊은 숨을 내쉬며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비명을 지르며 아우성치던 조직원들의 목소리가 점차 사그라드는 것이 느껴질 즈음, 조심스럽게 전해지는 요안나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헬기에요.
“아까 그 녀석들인가.”
-아마도요.
“…”
형진은 로터 소리가 울려 퍼지는 방향을 무심하게 바라보다가, 요안나에게 말했다.
“그들에게 내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까.”
-잠시만요.
요안나는 잠시 무언가를 뒤적거리는가 싶더니 바로 대답했다.
-가능해요.
“그런가. 잠시만.”
-네.
형진은 요안나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공포와 죽음에게 말했다.
“나의 신이시여. 저들에게 공포와 죽음의 이름으로 포고를 내려도 되겠습니까.”
그러자 잠시 대답이 없던 공포와 죽음이 작은 목소리로 응답했다.
[소용이 있을까.]글쎄. 그건 형진으로서도 확신하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다.
따지고 보면 마약 카르텔은 그 뿌리가 깊고 원인 역시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단숨에 해결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다. 괜히 세계 최강을 자처하는 미국이 반쯤 손을 놓은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고나 할까. 때문에 섣불리 무언가를 선포하거나 하는 행위는 오히려 공포와 죽음의 이름에 누가 될 수도 있었다.
형진은 그래서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도 역시 결론은 마찬가지였다.
“지구에는 페스타가 없습니다.”
[알고 있다.]
일명 망자의 제전이라 일컬어지는 페스타. 그것은 집행자들이 반드시 막아내야만 하는 세계의 균열이며 오류다.
“저는 지금의 이 사태가 페스타와 동등한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음…]
마약은 단 한 번 손을 대는 것만으로도 인간을 파멸로 몰고 간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 누구도 이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 그래서 형진은 생각했다. 이것이야 말로 신의 뜻이 아니면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형진의 뜻을 이해한 공포와 죽음은 마침내 결정을 내렸다.
[그것이 조정자인 너의 뜻인가.] “네.”[그렇다면 너는 이미 나의 뜻을 대신할 자격이 있다. 전에 내려준 것이 있음을 기억하겠지.] “…”
형진은 그제서야 자신의 인벤토리에 잠자고 있는 하나의 아이템을 떠올렸다.
그것의 이름은 최고급 권한 명령서. 공포와 죽음을 대신해 최고급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명령서이다.
그렇다. 이것은 신의 뜻을 구현하는 명령서. 그 자체로 신과 동등한 권한과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 지금 다가오는 헬기에 뜻을 전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 가능한, 그런 초월적인 물건이다. 어쩌면 공포와 죽음은 이 명령서를 건네주면서 이미 지금과 같은 상황을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감사합니다.”
형진이 감사의 뜻을 표하자, 공포와 죽음은 다시금 이렇게 선언했다.
[뜻하는 바대로 행하라. 그것이 또한 나의 뜻일지니.]인벤토리에서 최고급 권한 명령서를 꺼내든 형진은 잠시 눈을 감고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조심스럽게 그것을 사용했다.
그 순간, 지구 전역에 공포와 죽음을 대신하여 형진의 의지가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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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