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nt Kill RAW novel - Chapter 660
00660 149. 강림 =========================
“후아아아…”
원상회복 시키는 것까지는 무리였지만, 일단 더 이상의 대규모 파괴가 일어나는 것은 어떻게든 막아냈다.
“수고했어.”
“헤헤…”
가만히 손가락을 들어 뺨을 어루만지며 말을 건네자, 보호와 균형은 기쁜 표정으로 그의 손가락에 가만히 뺨을 비빈다.
“적당히 좀 하지?”
생각보다 훨씬 많은 힘을 소모한 탓인지, 아니면 자기 눈앞에서 그렇게 애정행각을 벌이는 것이 눈꼴 사나워서인지 희망과 생명이 그렇게 툴툴거리자 보호와 균형은 얼굴이 빨개져서는 얼른 도망치듯 옷깃 안으로 도망쳐 들어왔다.
공포와 죽음은 별다른 내색 없이 그 모든 모습을 지켜보다가 이내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죄 지은 자의 공포가 느껴져. 아마도 티폰의 출현과 관계가 있는 자가 아닐까 싶은데, 가서 확인해 보는 편이 좋겠어. 위치를 찍어줄게.”
“고마워. 딜리아.”
“…”
공포와 죽음은 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애칭이 불려지는 순간 찻잔을 들고 있는 손이 살짝 떨린다. 물론 다른 이들은 미처 알아보기도 어려울 정도의 작은 떨림에 불과하다.
보호와 균형이 권능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공중에 떠올라 있던 형진은 인공위성이 자리를 잡아가며 전해오는 정보를 확인하며 공포와 죽음이 찍어준 화살표의 위치로 이동했다.
그곳에는, 아마도 무언가를 소환하기 위한 제단처럼 보이는 잔해가 남아있었고, 갑작스럽게 덥쳐 온 이 거대한 파괴의 현장에 휩쓸려 빈사상태에 빠진 몇몇 인물들이 정신을 잃은 채 쓰러져 있었다.
“모두 셋. 엘피, 살릴 수 있을까.”
아마도 수십 명은 될 듯한 시체가 마구 뒤엉킨 채 제단 주위에 나뒹굴고 있었지만, 그 중에 그나마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고작 셋에 불과했다.
“흥. 이 정도 쯤이야. 맡겨둬.”
희망과 생명은 자신의 차례가 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앞으로 나서서 옷깃을 빠져 나오더니 여왕님 같은 모습으로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 같은 세 명의 인원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녀의 손에서 보호와 균형의 그것과는 조금 다른 느낌의 따뜻한 빛이 그들에게 쏟아져 내린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그녀가 지금 이 순간 쏘아낸 빛은 일전에 유아가 병영에서 발휘한 적이 있는 기적의 성광이다. 물론 그때와는 달리 필요한 인원에게 필요한 수준만 핀포인트로 내보내는, 성녀조차 흉내 내지 못할 여신만의 고난도 스킬이다.
기식이 엄엄했던 세 사람은 그 빛을 쐬는 순간 망가졌던 신체가 원래대로 복원되며 호흡이 본래대로 돌아왔다.
“대단한데?”
“흥. 이 정도쯤이야.”
“그래. 아주 잘했어.”
“흥.”
콧방귀를 뀌면서도 형진이 손가락을 들어 볼을 어루만지자 못 이긴 척 가만히 그 감촉을 즐기고는 얼른 옷깃 안으로 돌아온다. 대수롭지 않은 듯한 표정이었지만, 어느 새인가 그녀의 얼굴을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형진은 그런 희망과 생명의 반응에 피식 웃어 버리고는 일단 그들이 도망치는 일을 막기 위해 황혼의 결계를 주위에 둘러쳤다.
하지만 보호와 균형의 권능과 희망과 생명의 권능까지 연이어 경험한 탓인지, 놈들은 아주 푹 잠이 들어서 깨어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형진은 혀를 차며 손가락으로 그들을 가리켰다. 그러자, 균형의 권능을 통해 요동치던 대기가 가라앉으며 다시 햇빛이 비치기 시작한 하늘로부터 느닷없이 날벼락이 떨어져 내린다.
“끄아악!”
“컥!”
“아악!”
초인적인 능력을 갖춘 집행자 같은 이들도 천벌 한 번 맞으면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의 고통과 충격을 받는다. 단순한 벼락을 두들겨 맞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충격이 영혼에 직접적으로 가해지기 때문이다.
이 세 명의 생존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기분 좋은 표정까지 지어가며 깊은 잠에 빠져 있던 그들은 죽는다고 비명을 지르며 정신을 차렸다.
“일어나라.”
그런 그들에게 낮지만 무게감이 넘치는 목소리가 전해진다. 세 사람은 느닷없이 떨어진 날벼락에 놀라고 고통스러워 하다가 그 말을 듣고서야 기겁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겉모습은 일단 인간과 흡사하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히스패닉 쪽 사람들과 비슷한 느낌. 애초에 히스패닉이라는 말 자체가 인종적인 구분이 아니긴 하지만, 어느 한쪽의 인종으로는 구분짓기 어려운 그 미묘한 분위기가 닮아있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누, 누구냐!”
가만히 허공을 딛고 선 채 자신을 내려다 보는 형진의 모습에 그들 중 가장 연장자로 보이는 이가 외쳤다.
“글쎄. 내가 누굴까.”
형진은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그 말을 내뱉은 이를 손가락으로 가리켜 보였다.
“하지만, 내가 누군지를 밝히기 전에 먼저 네 놈의 말버릇부터 고쳐놔야겠구나.”
그 말이 끝나는 순간 다시금 천벌이 떨어져 내린다.
“끄아아악!”
잠결에 벼락을 얻어맞았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비명을 내지르며 남자는 바닥을 나뒹굴기 시작했다. 다른 두 사람은 그 모습을 보고는 낯빛이 핼쓱해지고 말았다. 그럴 수밖에 없다. 지금 바닥을 나뒹구는 이는 벼락이 떨어지는 순간 지니고 있던 호부를 발동시켰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앞서의 그 거대한 재앙이 출현할 때도 목숨을 지켜주었던 호부는 벼락이 떨어져 내리는 순간 새카맣게 타들어가며 그 효용을 완전히 상실하고 말았던 것이다.
형진은 비명을 지르고 있는 이를 향해 다시 말했다.
“일어나라.”
“크윽…”
다시 벼락을 얻어맞고 싶지는 않았는지, 남자는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킨다. 하지만 연이은 천벌의 타격으로 인해 남자는 연신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형진은 자신을 바라보는 세 사람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너희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그, 그것이…”
세 사람은 서로 눈치를 보며 말을 더듬었다. 달리 무언가 기미를 보이지도 않은 채 손가락으로 가리켜 보이는 것만으로 호신용의 부적을 단숨에 부숴버릴 정도의 강력한 힘을 지닌 상대. 어쩌면 자신들이 불러내고자 하는 무언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
서로 눈치를 보며 제대로 대답을 하지 않는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던 형진은 다시금 손가락을 들었다.
“자, 잠깐! 끄아아아악!”
벌써 두 번이나 연속으로 천벌을 얻어맞은 남자는 다급한 표정으로 손을 내저으며 그렇게 외쳤지만, 그런다고 떨어지는 벼락이 피해가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희망과 생명의 힘으로 온전하게 되살려 놨다 해도, 연속으로 세 번이나 벼락을 얻어맞자 그는 커다란 비명을 터트리고는 그대로 거품을 물며 기절해 버리고 말았다.
“…”
형진은 말없이 손가락을 그들 중 다른 이에게로 향했다.
어떻게 보면 이렇게 다짜고짜 천벌을 남발하는 것은 너무 과한 일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형진도 그의 옷깃 안에 숨겨진 공간에서 이 모든 일을 지켜보고 있는 여신들도 그의 조치가 과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티폰 때문이었다.
티폰은 여느 언데드가 아니다. 종말을 맞이한 세계의 사기가 하나로 뭉친 정도의, 짙고 농밀하며 막대한 양의 사기가 모여들어야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는 그런 존재다.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그 세계는 티끌 하나 남기지 못하고 사라질 수 밖에 없는 그런 우주적 재앙이다. 그런 존재가 이런 생명력 넘치는 세계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간단하다.
티폰을 불러들일 정도의 사기를 누군가 인위적으로 모아들여 압축시킨 것이다. 아주 오랜 기간 동안, 무언가의 목적을 가지고. 그렇지 않고서는 지금의 상황은 이해될 수 없다.
물론 그들이 세계 그 자체를 멸망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이런 일을 벌인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아마도 그렇게 불러들인 무언가를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노스페라투 같은 존재를 불러들여 종속시킨다면, 일반적인 생명체로는 감당할 수 없는 큰 힘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 물론, 마음먹은 대로 종속이 된다는 가정하의 얘기겠지만.
목적 자체는 그렇다 치고 넘어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기라는 것은 결국 죽음을 통해 얻어지는 것. 그리고 티폰을 불러낼 수 있을 정도의 사기라면 절대로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모아들일 수 없다. 그것이 바로 천벌의 이유였다.
“그, 그건…”
벼락에 맞아 바닥을 나뒹구는 남자의 모습을 보며 남은 두 사람은 갈팡질팡했다. 하지만 굳이 그들의 입을 빌어 내막을 들을 필요도 없었다. 처음부터 그런 걸 기대한 자는 이 자리에 아무도 없었다.
“어리석은.”
가만히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공포와 죽음의 입에서 분노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지금 이 순간 그녀는 그들의 내면에서 용솟음치며 뿜어져 나오는 죄 지은 자의 공포를 명확하게 읽어낸 것이다.
“저들은…”
공포와 죽음은 저들이 지은 죄를 입 열어 말하려다가, 조금 불안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보호와 균형의 시선을 깨닫고는 작게 한숨을 쉬더니, 메시지를 이용해 그 내용을 전했다.
“…”
그러자, 형진의 전신에서 은은한 분노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커흑!”
“으, 으으으…”
두려움에 떨며 말을 해야 말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던 자들은 형진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를 직시하는 순간 필설로는 형용할 수 없는 거대한 공포를 느껴야만 했다.
그 분노는 직시하는 것만으로도 시신경이 타들어가며 그것과 연결된 두뇌가 저며지는 듯한 고통이 뒤따른다. 공포는 신경을 타고 전신으로 흘러들어가 전신을 개미가 뜯어먹는 듯한 고통을 유발한다. 가장 고통스러운 죽음을 보통 화형이라고 말하지만, 지금 이들이 겪는 형벌은 전신이 타들어가는 감각보다도 더욱 끔찍한 고통이었던 것이다.
“지, 진님?”
격렬하게 분노를 일으킨 그의 모습에 보호와 균형이 놀라 그렇게 이름을 부르며 몸을 일으키자, 희망과 생명이 고개를 저으며 일어나는 그녀의 팔을 잡았다.
“가만히 있어.”
“네? 하지만…”
“녀석이 저렇게 분노한다면, 그 이유는 뻔해. 아마도 아이들과 관련된 것이겠지.”
“…”
아이들은 그 어떤 자들도 감히 건드릴 엄두를 내지 못하는 형진의 역린이다. 공포와 죽음이 전한 저들의 죄목이 어떤 것인지는 둘 만이 알고 있겠지만, 이 정도로 격렬하게 분노할 정도라면 굳이 내용을 들을 필요도 없는 것이리라.
“너희들은 이 세상에 뼈를 묻을 가치조차 없다.”
터져 나오려는 분노를 억지로 참는 듯한 목소리로 형진은 선고를 내렸다.
“사라져라.”
그 말과 함께 세 사람의 모습은 그대로 사라졌다. 마치 이 세상에서 지워지기라도 한 것처럼. 하지만 그것은 그들을 단숨에 소멸시켜 버리거나 한 것이 아니었다.
사라지라는 말과 함께 세 사람은 그대로 아무것도 없는 암흑의 공간에 던져졌다. 작은 빛조차도 없는 그 공간에 던져지는 순간, 그들은 극한의 냉기가 자신들의 몸을 얼려가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공포로 인해 절여져 있던 육신의 아주 작은 말단으로부터 서서히, 아주 서서히.
하지만 그 와중에도 그들의 의식은 또렷하게 남아 있었다. 무엇하나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공간에 던져진 것과 그런 와중에 수없이 많은 바늘로 쿡쿡 찔러대는 듯한 고통이 전해지자 그들은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그들의 목소리는 스스로도 들을 수가 없었다. 그들의 목소리를 전할 매질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의 몸 내부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혈액 내부에 녹아있던 기체들이 서서히 끓어오르고 산소의 결핍으로 인해 그들의 사고는 점차로 멈추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만히 놔둬도 죽는 것은 기정사실이지만, 형진은 그들에게 그런 간단한 죽음을 내릴 생각이 전혀 없었다.
이젠 정말 꼼짝없이 죽는구나 하는 생각을 떠올리던 그들은 갑자기 무언가에 삼켜졌다.
문자 그대로 삼켜졌다. 어디선가 날아든 거대한 불덩어리에 의해.
그들은 자신들의 세상을 밝혀주던 거대한 태양으로 던져졌다. 그 상태로 그들은 또렷하게 의식이 남은 상태에서 얼어붙었던 자신의 몸이 다시 천천히 녹는 것을 느꼈다. 얼었던 상태가 풀리는 것이 아니다. 보호의 권능이 그들의 몸을 지켜주는 영역이 점차로 줄어들면서, 그것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그들의 육신이 문자 그대로 녹아내리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비명을 질렀다. 차라리 죽여달라며 아우성을 쳤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누구에게도 전해지지 않았다. 자기 자신에게조차. 그 상태로 그들은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천천히 죽어갔다.
============================ 작품 후기 ============================
두편째.
다시 한 번 알립니다. 나쁜 어른이들.
주무시기 전에 설문에 참여해 주세요.
표지 시안이 나왔는데 제목 같은 텍스트의 위치를 정해야 합니다.
그냥 제가 임의로 정해도 되지만,
역시 독자님들의 의향을 묻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요.
모두 세 가지 시안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설문조사에 첨부된 그림은 희미해서 잘 보이지 않아서
주설정에도 표지 시안들을 첨부해 놨습니다.
작품설정에 들어가서 확인하시면 됩니다.
설문조사는 일요일까지입니다.
참고로 10권완결이라고 되어 있는 부분이라든가
19금 표시 같은 건 위치를 지정하기 위한 것이니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