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nt Kill RAW novel - Chapter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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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게임인 듯, 게임 아닌, 게임 같은 그곳.
병사는 형진이 덤벼들자 호각을 꺼내 불려던 것을 멈추고 허둥지둥 무기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형진은 이것이 게임이라는 생각에 무작정 덤벼들었다.
설마 튜토리얼에서 한 방에 즉사하기야 하겠냐 생각하면서.
“큭!”
“억!”
하지만 그건 안이한 생각이었다.
곧바로 형진과 병사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온다. 마치 목숨을 도외시한 듯한 형진의 공격에 당황한 상황에서도 병사는 단검을 뽑아 반격을 가했고, 결국 둘은 팔에 비슷한 부상을 입고 주춤거리며 물러서야만 했다.
아프다. 뒤질 것처럼 아프다! 뭐야! 뭐가 이렇게 아픈건데?
[상태 이상 ‘출혈’에 걸렸습니다. 응급처치를 해야만 합니다.]게다가 상대의 단검에 조금 긁힌 것 뿐인데 상태 이상까지 걸렸다. 족제비한테 그렇게 얻어터지면서도, 카마이타치한테 넝마가 되어 버리는 상황에서도 걸려본 적이 없는 출혈 말이다.
예상치 못한 형국에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데, 문득 병사의 안색이 시커멓게 죽어가기 시작하더니 이내 피거품을 물고 그 자리에서 폭 고꾸라진다.
뭔가 현실감이 없다.
“…”
뭐냐. 이거.
혹시 쇼하는 건가 싶어 기다려 봤지만,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메시지가 나타난다.
[‘병사’가 죽었습니다.]인스턴트 킬이 아닌 사망 메시지라 그런지 뭔가 막 어색하다. 하지만 왜 갑자기 폭 고꾸라진 걸까.
이번에도 친절한 메시지는 그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1 예리한 철제 단검’에 부여되어 있던 ‘치명적인 독’ 효과가 사라졌습니다.]“아…”
어찌나 경황이 없었는지 자신의 단검에 독이 발라져 있다는 사실조차 잊었다. 형진은 허탈한 기분마저 느끼며 죽어 넘어진 병사에게 다가갔다. 뭔가 떨군 것이 없나 싶어서였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다. 병사의 시체는 사라지지도 않았고, 무언가를 떨구지도 않았다. 입고 있는 갑옷이나 들고 있던 단검 역시 그대로 남아 있었다.
마치 이것은 게임이 아니라 현실이라고 강변하듯이. 이래도 아직 게임 타령을 할 거냐고 따지듯이.
“…”
뭔가 이상하게 돌아간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떠올리면서도 형진은 일단 잘 됐다는 생각을 떠올리며 병사가 입고 있던 갑옷을 벗겨 내기 시작했다. 머뭇거리다가 사라지기라도 하면 큰 일이라는 생각을 떠올리면서.
“크으… 냄새.”
자신의 몸에 걸쳐진 누더기의 곰팡내도 끔찍하긴 하지만 어느새 익숙해져서 잠시 잊고 있었는데, 병사의 몸에 걸쳐진 갑옷을 벗겨내자 지독한 악취가 흘러나온다. 단순히 땀이나 곰팡내나 홀아비 냄새와는 다른 뭔가 구수하고 친숙한 느낌의…
“이런 젠장! 이 새끼 지렸잖아!”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소리를 버럭 지르고는 제 풀에 놀라 얼른 입을 가리고 주위를 돌아 본다.
하지만 딱히 다른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것을 확인한 형진은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병사를 내려다 보았다.
인스턴트 킬에 의해 단숨에 절명한 것도 아니고 독에 의해 서서히 죽음에 이른 탓일까. 병사는 똥오줌을 지린 채 죽어 있었다. 인스턴트 킬처럼 간단하고 명쾌한 죽음이 아닌, 공포에 잔뜩 절어버린 표정을 지은 채.
망할!
욕지기가 치밀어 오른다. 울컥하면서 안에서 치밀어 오르는 무언가를 급히 억누른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생리적인 현상. 심리적인 욕지기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형진은 속으로 외쳤다. 절규하듯 외쳐댔다.
내가 원한 리얼함은 이런 게 아니라고!
누가 게임에서까지 똥오줌 냄새에 코를 틀어쥐고 싶겠냐! 누가 맡을수록 수명이 줄어드는 느낌의 이 썩은 곰팡내를 현실도 아닌 게임에서까지 맡고 있겠냐 이 말이다!
사용자가 원하는 리얼함과 창작자가 생각하는 리얼함이 다소 차이가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쳐도, 이건 정말 너무 하지 않은가!
빌어먹을!
이 게임은 이제부터 똥오줌 온라인이다. 이런 똥이나 처먹을 개발자 자식아!
“…”
물론 입 밖으로 소리를 내진 못한다. 아까는 너무 놀라 욕설을 입에 담았지만, 자칫 그 소리가 밖에 들리기라도 해서 다른 병사가 들어오기라도 하면 큰일이니까. 소심해 보여도 어쩔 수 없다. 일단은 뭐가 되었든 살아남아야만 하니까.
형진은 투덜거리며 일단 병사가 몸에 걸치고 있던 갑옷을 대충 몸에 걸친다. 아까처럼 상대의 무기로 인해 직접적으로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상, 치명상을 피하기 위해서는 이거라도 몸에 걸치고 있어야만 한다.
인스턴트 킬을 내보겠다고 달려들었다가 자신이 인스턴트 킬을 당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으, 냄새…”
어찌된 일인지 냄새가 좀처럼 가시질 않는다. 가만있으면 좀 덜한데 움직일 때마다 파릇파릇한 새 냄새가 마구 솟아나니 정말 미칠 지경이다.
갑옷을 걸쳐 입은 그는 병사가 지니고 있던 물품을 살폈다. 하지만 지니고 있던 투박한 검집의 단검 하나와 동전 몇 개가 들어 있는 허름한 주머니가 전부였다.
하기야 튜토리얼에서 처음 마주친 상대가 갑옷이랑 무기를 준 것만 해도 어딘가.
다행히 갑옷을 다 걸쳐 입을 때쯤 출혈은 멎어 있었다. 물론 상처 입은 곳에서 화끈거리고 욱신거리는 통증이 전해져 오는 것은 여전했지만 말이다.
정말이지, 난 이런 식의 리얼함을 원한 게 아니라고! 빌어먹을 똥오줌 온라인.
형진은 다시 한 번 그렇게 속으로 투덜대며 바깥의 기척을 살폈다. 다행히 따라 내려오는 다른 인원은 없는 모양이다.
조심스럽게 계단을 올라갔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자 자근거리는 모래 소리가 은근히 신경 쓰인다.
마침내 문에 도달했다. 인기척을 살폈지만 달리 기척이 느껴지진 않는다.
잠시 더 기다렸지만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을 확인한 그는 조심스럽게 문을 밀쳐냈다.
끼이이이익!
녹슨 경첩으로부터 소름끼치는 소음이 울려 퍼지며 문이 열렸다. 형진은 눈을 찌푸린 채 밖으로 나가려다가 문 앞을 지키고 있던 병사와 눈이 딱 마주치고 말았다.
“…”
“…”
형진은 물론이고 병사마저 그대로 딱 얼어붙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직면하자 잠시 사고가 멎어 버린 것이다.
망할. 내 감각 따위를 믿는 게 아니었는데.
감옥에 지키는 사람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다니, 이런 멍청한 일이 있나!
아니, 그건 그렇다 쳐도 있으면 군기 빠진 병사들답게 잡담도 좀 하고 짝발도 좀 짚고 후임병도 갈구고 그래야 하는 거 아닌가? 왜 또 이런 데선 묘하게 언리얼인 건데?
일관성을 좀 가지란 말이다!
“누구냐!”
그럴 수만 있다면 콘솔게임처럼 메뉴나 저널 같은 걸 불러내어 잠시 시간을 멈추고 싶은 생각 뿐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그런 일이 가능하다면의 얘기이고, 또한 현재로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희망사항이다.
“젠장!”
갇히면 죽는다. 지금 상황에서 감옥 안에 그대로 갇히면 병사들은 곧바로 동료를 불러 모을 것이고 가뜩이나 전투 자체에 익숙하지 않은 판국에 수적인 열세까지 더해지면 그 순간 게임 오버다.
그래서 형진은 되든 안 되든 일단 앞으로 치고 나가며 자신을 향해 들고 있는 창을 돌리는 병사의 품안으로 뛰어들며 단검을 찔렀다.
“윽!”
하지만 다음 순간 비명을 지른 것은 병사가 아니라 바로 형진이었다. 인스턴트 킬도 아니고, 단단한 사슬 갑옷에 무턱대고 단검을 찔러 넣었으니 오히려 그 반동이 손에 가해진 것이다.
아, 진짜… 왜 또 여기선 쓸데없이 리얼한 건데! 그냥 대충 공격 성공이라고 해주면 안 되는 거냐?
이쯤 되고 보니 슬슬 자신의 지금 상황이 단순한 게임 같은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형진의 머리 속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지만, 당장은 그런 걸 고찰하는 것보다 눈앞에 서 있는 두 병사를 어떻게든 처치하는 것이 더 시급한 일이다.
삐이익!
형진이 다른 병사에게 달려들자 옆에 서 있던 병사는 곧바로 호각을 입에 대고 힘껏 불었다. 젠장. 이 병사들을 훈련시킨 게 누군지는 몰라도 정말 원망스럽다. 튜토리얼이면 튜토리얼답게 좀 군기 빠진 병사들을 배치시켜 놓으면 얼마나 좋은가.
어느새 개발자가 아니라 훈련시킨 사람을 원망시키고 있었지만, 형진은 그런 사실조차 스스로 인식할 겨를이 없었다.
손목이 접질린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형진은 일단 창대로 자신을 후려치는 병사의 공격을 피하며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공격으로는 상대에게 피해를 입힐 수 없다는 것을 비로소 뼈저리게 인식한 것이다.
집중. 집중.
형진은 늑대 네 마리와의 사투도 이겨낸 전력이 있다. 물론 창과 갑옷으로 중무장한 병사 둘은 늑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강적이지만, 그래도 튜토리얼이라면 이길 정도의 난이도로 세팅을 해놨을 거다.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지금의 이 상황이 튜토리얼이라는 가정 하에서의 얘기긴 하지만.
두 병사는 섣불리 공격을 하기 보다는 형진을 다시 감옥으로 밀어 넣고자 했다. 굳이 위험을 자초하기 보다는 일단 가둬두고 다른 증원 병력이 오면 힘을 합쳐 제압하고자 하는 속셈인 셈이다. 그것은 현재 병사들이 얻어낼 수 있는 최선의 상황이며 또한 현재의 형진에게 있어 상정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기도 했다.
“후우우우…”
들끓는 마음을 다스리며 깊게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떠올리고자 했다.
처음 약점을 보았던 바로 그 순간처럼, 지금 눈앞에 서 있는 두 병사가 그저 대리석으로 만든 조각상이라고 생각하고자 했다. 자신이 이겨냈던 늑대들과 모습만 조금 다를 뿐이라고 그렇게 생각하고자 했다.
부와악!
고작해야 보초 서는 병사가 휘두르는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우악스런 소리를 터뜨리며 창대가 다시 형진의 머리를 노리고 휘둘러진다.
바로 그 순간, 형진의 눈빛이 번쩍하고 빛났다.
[인스턴트 킬! ‘휘두르기 Lv.1’이 소멸했습니다!]“큭!”
형진의 머리를 노리고 창대를 휘두르던 병사가 짧은 신음을 터뜨리며 경직에 걸렸다. 그것은 또한 상대를 인스턴트 킬로 쓰러뜨리기에 가장 좋은 순간이기도 하다.
기회를 포착한 형진은 벼락같이 앞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주춤거리는 병사의 목 아래 드러난 약점을 향해 단검을 찔러 넣었다.
푸화아아아악!
“컥!”
[인스턴트 킬! ‘병사’가 죽었습니다!]세차게 뿜어져 나오는 피보라와 병사의 억눌린 신음소리, 그리고 인스턴트 킬을 알리는 메시지가 동시에 울려퍼진다. 성공이다. 해치우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런 개자식!”
하지만 형진에게는 자신의 성공에 기꺼워할 틈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동료의 죽음에 분노한 다른 병사가 사납게 창대를 휘둘렀기 때문이다.
“컥!”
형진은 피할 틈조차 없이 속절없이 창대에 어깨를 두들겨 맞았다. 어찌나 아픈지 맞는 순간 절로 무릎이 팍 꺾이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러자 병사는 곧바로 창을 끌어당기더니 찌르기의 예비 동작으로 들어갔다. 형진이 경직에 걸린 병사에게서 약점을 보았듯이, 이 병사 또한 어깨를 두들겨 맞아 휘청이는 형진의 모습에서 빈틈을 발견한 것이다.
죽는다.
형진은 자신을 노리는 시퍼런 창날을 보는 순간 그 단어를 떠올렸다.
바로 그때였다.
[임무가 갱신되었습니다] -가트는 약속한 대로 단검과 열쇠를 넣어주었다. 일단 족쇄를 풀고 감옥을 벗어나자. (완료!)-양동작전이 시작되었다. 서둘러 안채로 진입하자.
그 메시지가 나온 순간 굉음이 터지며 어디선가 뿔피리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고, 병사는 형진을 찌르려다가 멈칫하며 훈련받은 대로 뿔피리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 순간 형진의 눈에 다시금 병사의 약점이 드러났다.
“끅!”
[인스턴트 킬! ‘병사’가 죽었습니다!]병사는 자신의 갈비뼈 사이를 파고든 예리한 단검에 눈을 희번득거리며 덜덜 떨다가 이내 그 자리에 힘없이 풀썩 쓰러지고 말았다. 아주 잠깐 주의가 흐트러진 것에 대한 보상은 자비 없는 죽음이었던 것이다.
“헉… 헉…”
형진은 숨이 턱까지 올라오는 것을 느끼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아주 잠깐 격하게 움직인 것 뿐인데도 마치 백 미터를 전력질주 한 것 같은 피로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이겼다. 그리고 살아남았다.
그러나 어떻게든 이기긴 했어도 형진은 통쾌함보다는 혼란을 느끼고 있었다.
누가 봐도 이건 튜토리얼이라고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니, 이젠 게임이 맞는지조차 의문스럽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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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아예 제목을 똥오줌 온라인이라고 하는 건 어때?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