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nt Kill RAW novel - Chapter 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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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너무 좋다.”
마음 한 구석을 조금 무겁게 내리누르고 있던 쿠치넬리의 일이 나름 좋게 해결되자 네아는 변화된 몸에 적응하는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있게 되었다. 때문에 그녀는 시간 날 때마다 자신에게 배정된 별궁 주위를 마음껏 날아다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중이다.
그녀는 자신의 책임이 아주 막중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형진은 그녀를 빛의 신이 지닌 유일성을 부수는 비수로 사용하기 위해 신의 반열에 올려놓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솔직히 그게 가능한 일일까 싶었던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며칠 전 형진의 딸 가운데 하나가 신으로 예정된 모습을 보고는 작게나마 남아 있던 의심도 완전히 걷어 버린 상태다.
그리고, 형진이 본래 신이 아니었다는 것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다희라는 이름을 가진 그 귀여운 공주님은 신의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신이 아니었다. 물론 신들이 아이를 어떻게 낳고 기르는지, 일개 추종자에 불과한 그녀로서는 알 수가 없는 일이긴 하다. 그러나 부모라면 자신의 자식이 특별해지기를 바라는 건 어느 종족이든 마찬가지. 신으로 태어나게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인간으로 낳을 이유는 없지 않을까.
“글쎄요. 반드시 그렇다고만 단정하기는… 아마도 어렵지 않을까요?”
“그래요?”
“네. 신들에게도 저마다 사정이라는 것이 있는 법이니까.”
미아는 그렇게 에둘러 말하기만 했지만, 그것은 사실 아란의 일을 염두에 둔 말이었다. 물론 네아로서는 바로 코앞에 자신의 생각을 부정하는 구체적인 사례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지만.
어쨌든 분명한 것은, 다른 모든 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신이 되기 위해선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익혀야 한다는 점이다. 이미 신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거짓이 아님이 밝혀지긴 했지만, 자신이 반드시 신이 될 거라고 확정된 것도 아니다. 만약 자신이 다른 이들이 보기에 신이 되기 위한 역량이나 다른 자격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면, 밤의 신은 아마도 그와 같은 결정을 보류하고 더 좋은 대상을 물색하게 될 것이다. 그런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그녀는 지금보다 훨씬 더 정진할 수밖에 없다.
“뭐…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네?”
“그 괘씸한 가슴만 있어도… 쳇. 아무튼 열심히 해.”
리페는 그렇게 투덜거리면서도 그녀의 변화한 몸에 이상이 없는지 꼼꼼하게 살펴주었다. 일단 알마네아라는 이름을 지닌 종족의 모습을 모조리 바꿔버리기 전에 시험적으로 먼저 변화를 경험해 보고 있는 입장이니 만에 하나 문제가 있지는 않은지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따로 어디 아픈 데는 없고?”
“어깨가 좀 많이 결리는 것 빼고는…”
“쳇. 그건 어쩔 수 없어. 그 묵직한 살덩이를 어떻게 하지 않는 이상. 한결 같아도 어쩜 그런 부분만 한결 같은지.”
“…”
가슴에 대해서라면 이미 한 번 얘기를 꺼내봤지만, 절대로 본래대로 바꿀 생각이 없다는 점만 확인했다.
어쨌든 그 묵직한 무언가 때문에 이전에는 없었던 어깨 결림이 생겼다는 점을 제외하면 네아의 일상은 제법 만족스러웠다. 먹는 순간 천상을 오가는 듯한 맛있는 음식은 물론이거니와, 푸른 하늘을 원하는 대로 마음껏 날 수 있게 되면서 스트레스 같은 것도 바로바로 날려 버릴 수 있었다.
그녀의 변화는 간병인이라는 명목으로 별궁 안에 모여 있던 다른 아가씨들에게도 큰 영향을 주었다. 시름시름 앓고 있던 그녀가 어느 순간 아주 건강해졌을 뿐만 아니라, 더욱 아름다워진 모습으로 변화하기까지 했으니 그런 그녀를 바로 코앞에서 지켜보는 아가씨들로서는 하루 하루 바뀌어가는 네아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일이다.
질투라는 것도 어느 정도 격이 맞아야 가능한 일이다. 너무 극명하게 차이가 나버리면, 질투조차 할 엄두를 내지 못한 채 그 감정은 동경으로 바뀌게 된다. 물론 원래부터 성격이 꼬여 있다면야 상대가 어떤 인물이든 간에 꼬인 감정으로 바라보겠지만, 적어도 이곳에 모여 있는 아가씨들은 나름대로 각 종족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고르고 골라 보낸 이들이다 보니 그런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아, 부럽다.”
“역시… 밤의 신께서 은총을 베푸신 거겠지?”
“그렇겠지.”
사실 신이 은총을 내린다는 식의 표현은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큰 문제가 없는 말이다. 하지만 그들이 매일 접하는 신들은 이전에 그들이 상상했던 신들과는 달리 너무나도 인간적이어서 그런 일상적인 표현도 뭔가 다른 의미를 상상하게 만들어 버린다.
“그 정도로 아름다우면… 역시 남자로서도 흥미가 생길거야.”
“하지만 밤의 신께는 여신님들이 계시잖아.”
“나도 들은 얘기긴 한데, 밤의 신께서 거느리신 반려 중에는 신이 아닌 분들도 있대.”
“정말?”
“응. 그 비서 분들도 그런 경우라고 들었어.”
어떻게 보면 지금 여기 모여 있는 아가씨들은 간병인이라는 명목이 있긴 해도 실제로는 신에게 바쳐지는 공물 같은 느낌으로 보내진 이들이다. 실제로 몇몇 아가씨들의 경우는 출발할 때 자신들의 처지를 비관해서 자살을 시도하려고 한 적도 있을 정도다. 밤의 신이라는 이름부터가 뭔가 어둡고 두려운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탓이기도 하고, 그동안 그들이 어떤 식의 지배를 받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조금은 자포자기한 상태로 이곳에 와서 그녀들이 겪은 것은 밤의 신이라는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게 맑고 화창한 아름다운 자연 환경과, 도대체 어떻게 만든 것인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 맛있는 음식, 설령 어두운 밤이 되어도 아무 걱정 없이 돌아다닐 수 있는 안전하고 아름다운 궁궐이었다. 뭐랄까. 예상과는 완전히 다른, 그것도 좋은 쪽으로 다른 그 모든 것에 아가씨들은 놀라고 경탄하기 바빴다.
그렇게 묘령의 아가씨들이 떼로 몰려 있는 곳에 드나드는 남자라고는 형진 하나 뿐이니 그에게로 관심이 쏠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음? 어째 평소와는 다른 모습인 것 같은데.”
이 별궁 안에서는 짐작도 못할 일이지만, 빛의 신과의 전쟁은 점차로 격화되고 있었다. 새로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알마네아와 마뇰, 그리고 뤼넬의 세 종족이 사는 지역을 우선 탈환하는 작전을 진행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특히 알마네아의 경우엔 네아가 별 문제 없이 새롭게 변화된 신체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상, 조만간 종족 전체에 그녀가 겪었던 것과 같은 변화를 일으키기 위한 준비를 서두르는 중이라 더욱 급하게 몰아치는 경향이 있었다. 빛의 군세가 점거하고 있는 시점에서 그와 같은 변화가 종족 전체에 일어나게 되면, 자칫 불필요한 희생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 먼저 손을 쓸 수밖에 없는 일이다.
오늘 형진이 별궁을 방문한 것은 네아의 상태도 살피고, 앞으로의 일에 대해 언질도 주기 위함이다. 그런데 앞서 말한대로 어쩐지 평소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간병인으로 별궁에 머물고 있는 아가씨들이 나름대로 때 빼고 광낸 모습으로 예쁘장하게 차려입은 채 그를 맞이하고 있었다.
“누군가의 눈에 들고 싶은가 보죠.”
아란이 작게 눈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대답하자, 형진은 난감한 표정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물론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천국처럼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딸린 가족이 많은 판에 이렇게 많은 아가씨들을 다 받아들일 수는 없는 일이다.
“뭔가… 대책을 세우든가 해야겠네.”
“왜요?”
“왜요라니. 아무리 나라도 한계는 있는 법이라고.”
“정말요?”
“끙…”
이쯤 되면 칭찬인지 욕인지 모르겠다. 형진은 의미심장한 아란의 눈웃음에 어쩐지 소름이 돋는 기분마저 느끼며 모르는 척 마중 나와 있는 네아에게로 향했다.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안으로 드시지요.”
“크흠.”
주위의 분위기가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오늘따라 네아의 분위기도 뭔가 더 화사한 느낌이다. 원래부터도 미모로는 견줄 데가 없는 네아였기 때문에 형진은 괜히 헛기침을 하며 그녀의 인도를 받아 안으로 들어갔다.
“그래, 몸은 별 문제 없고?”
“네. 걱정해 주신 덕분에.”
사실은 어깨 결림이 여전히 문제긴 했지만, 그래도 미아나 리페가 꾸준하게 살펴준 덕분인지 요새는 그럭저럭 잊고 지낼 만 했다. 다만 비행 중에 급격한 기동을 하거나 하면 출렁거리는 움직임이 역시 신경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형진은 일단 주위에 모여 있던 간병인들을 밖으로 나가게 한 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미 예상하고 있겠지만, 조만간 총공세가 있을 예정이야. 그 전에 최대한 많은 수의 종족들을 우리 편으로 끌어올 필요가 있어.”
드디어.
네아는 작게 심호흡을 한 뒤, 또렷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는 언제든 준비되어 있습니다.”
“좋아. 아마도 공세의 시작과 즈음해서 알마네아에게 변화가 찾아오게 될 거야. 우주 각지에 퍼져 있는 그들에게 변화를 찾아오는 것이 공세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되겠지.”
“그렇습니까.”
이렇게 되면 상징적인 의미에서도 그녀의 가치는 더욱더 올라가게 된다. 한때 빛의 신을 스스로의 몸에 강림시켰던 네아가 이제는 상대의 숨통을 끊는 마지막 일격의 상징이 되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이번 대공세에 있어서 네아가 사전에 알고 있어야 할 것들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마친 형진은 아란이 내온 다과를 즐기며 잠시 휴식하던 도중에 다른 얘기를 꺼냈다.
“아, 그리고…”
“네?”
“이번 일에 들어가기 전에, 한번쯤 우리 쪽 세계를 돌아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아…”
사실 스틱스나 현재 머물고 있는 별궁 같은 곳은 제법 돌아보았지만, 정작 형진이 본래 살고 있던 세계에 대한 것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네아가 본 것은 그저 피상적인 것들에 불과하므로, 동족을 비롯한 이들을 설득할 생각이라면 저쪽 세계의 진상을 봐두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물론 형진이 사실을 왜곡하거나 은폐하려고 마음먹는다면, 그래서 보고 싶은 것만 보도록 만들고자 한다면 네아로서는 달리 방법이 없긴 하다. 그러나 그의 의도가 무엇이건 간에, 네아는 형진이 이런 식의 기회를 마련해 주었다는 것 자체가 기뻤다. 단순히 정해진 사안을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입장을 먼저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는 반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저로서야 그런 일이 가능하다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그런가. 좋아. 그럼… 우선은 거짓된 천국부터 들러보는 것이 좋겠군. 쿠치넬리 그 녀석이 어떻게 지내는지도 궁금할 테니.”
“거짓된 천국이요?”
“일종의 가상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야. 물론 완전한 가상공간은 아니고 틈새 공간이라는 곳에 마련된 곳인데…”
거짓된 천국에 대해 설명을 길게 이어가려는 낌새가 보이자,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아란이 조심스럽게 그의 잔을 채워주며 이름을 불렀다.
“진.”
“음, 설명이 너무 장황한가. 뭐… 어쨌든 중요한 곳인 것만은 분명하니까 더 자세한 사항이 궁금하면 그곳을 만든 이에게 직접 만나보도록 해. 쿠치넬리의 직속 상사이기도 하니까.”
“그렇게 하겠습니다.”
형진은 잠시 더 얘기를 나누다가 돌아갔지만, 네아는 그날 밤 살짝 잠을 설치고 말았다. 형진이 본래 사는 세계를 돌아보게 된다는 사실에 가슴이 설레었던 탓이다. 그러다가 문득 자신의 주위에 모여 있는 아가씨들의 일이 떠올랐다. 어차피 그녀들 역시 다른 종족의 대표격으로 자신에게 보내진 이들. 기왕이면 그들 또한 형진의 세계를 돌아보는 편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걔들도? 흠… 다른 곳은 약간 조치가 필요하겠지만, 거짓된 천국이라면 상관없을지도 모르겠군. 알았어. 그렇게 하도록 해.”
혹시 안 된다고 하면 어쩌나 싶어 걱정했지만, 의외로 형진은 간단하게 그녀의 청을 허락해 주었다.
그 소식은 곧바로 아가씨들에게 전해졌다.
“정말요? 정말로 저희도 가요?”
“물론이죠. 어서 준비하세요. 기다리고 계십니다.”
“네! 알겠습니다! 금방 준비할게요.”
나름 예쁘게 꾸미고 형진을 기다려도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 그의 모습에 조금 실망스런 기색을 보이고 있던 아가씨들은 갑작스런 나들이 계획에 흥분하며 얼른 준비를 갖추었다.
========== 작품 후기 ==========
두편째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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