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1507)
1508. 광명승천도
임무를 끝마치고 천마신교로 돌아왔다.
심심한 일상이 이어졌다.
연예하라도 있으면 이 따분한 일상도 나름 재밌었겠지만, 그녀는 임무에 나간 상태였다. 무슨 임무인지 모른다. 적멸대의 임무는 기본적으로 기밀이었다.
“아오, 씨발! 염마대 개새끼들!”
오봉이 문을 박차며 들어왔다. 그의 표정에는 분노와 짜증이 가득했다.
“또 염마대가 뭐라 했습니까?”
염마대(閻魔隊).
천마신교 내의 최고의 부대를 손꼽을 때 항상 빠지지 않는 부대다. 소천마 천유운과 미래에 마뇌(魔惱)라 불릴 제갈모순이 소속된 부대였다.
염마대는 교주 직속의 감사 권한을 가진 부대였다. 따라서 그 권위 만큼은 천마신교의 부대 중 제일이라 할 수 있었다.
적멸대와 염마대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적멸대의 경우 염마대 외의 다른 부대와도 사이가 좋지 않지만.
“아니, 아무 말도 안 했어. 그냥 짜증 나잖아.”
“…….”
오봉의 말에 나도 짜증 났다. 이 새끼는 또 왜 나한테 와서 지랄인가. 마음 같아서는 하극상을 벌이고 싶었다.
“그건 그렇고 이번에 임무가 떨어졌어. 이번엔 네 단독 임무야.”
오봉이 품에서 서찰을 꺼내 내게 건넸다. 나는 담담히 서찰을 받아들였다. 서찰을 받아든 나는 내용을 확인하고 미간을 좁혔다.
이번 임무는 천마신교 영역 밖으로 나가서 법기를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기장사(器匠士) 한 명을 포섭하는 임무였다.
“포섭 임무를 적멸대가 합니까?”
“막내야. 우리 6조가 무슨 조라고 했지?”
“…잡일조.”
“그래. 잡일조. 위에서 까라면 까는 조지.”
이어서 그는 탁자 위에 작은 나무 목함을 올렸다.
“시시한 임무라고 생각하지 마라. 기장사의 포섭은 중대한 일이니까. 아, 그리고 지원품 나왔다.”
“설마 이거 공간함(空間函)입니까?”
“어.”
게임으로 비유하면 인벤토리에 가까운 물건이었다. 물론 나는 이미 가지고 있었다.
“공간함 안에 임무보조금과 포섭과 관련된 내용이 들어 있을 거다. 임무보조금은 네 마음대로 써라. 그리고….”
오봉이 정색했다. 그가 한껏 진지해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포섭을 실패하면 기장사를 죽여라. 기장사 정도의 인재가 다른 세력에서 일하면 신교는 힘들어진다. 신교가 가질 수 없는 인재라면 부숴야 마땅하다.”
“알겠습니다. 그 외에 당부하실 점은 없습니까.”
오봉은 분위기를 풀었다.
“임무 기간은 3년이야. 좀 놀다 와도 돼.”
“…3년이나 줍니까?”
“천마신교 밖으로 나가는 임무니까. 이 정도면 보통이지.”
나는 새삼 이 세계의 시간 개념을 깨닫는다. 이 세계는 여러 가지로 스케일이 남달랐다.
“임무에 성공하면 네게 도움이 되는 영약을 받을 수 있을 거다. 열심히 해봐.”
그는 내 어깨를 두들겨 주고는 사라졌다.
천마신교를 떠나기 전에 염마대의 천유운과 제갈모순과 만났다. 저쪽에서 나를 찾아온 것이다.
“포섭 임무를 받았다고 들었다.”
나는 미간을 좁혔다.
“적멸대의 임무는 기밀 아니었나?”
“하하. 기밀 등급이 낮은 임무니 알아보는 건 어렵지 않았지. 염구석. 부탁이 하나 있다.”
“부탁? 말해 봐.”
“묵지련에 관해 알고 있나?”
“얼마 전에 묵지련의 요괴와 임무에서 마주쳤지. 묵지련에 관해선 대충이나마 알고 있다.”
“이번에 묵지련에 조사해 줬으면 한다.”
나는 천유운을 빤반히 쳐다봤다.
천유운이 무슨 꿍꿍이로 이런 부탁을 해오는지 모르겠다. 묵지련에 관해선 나 보다 그가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야 묵지련의 주인이 천유운이니까.
‘제갈모순의 수작인가?’
아니다. 제갈모순이 묵지련에 궁금증을 느꼈다면 내게 부탁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알아봤을 것이다.
“신교에서 내리는 임무인가?”
“신교랑 아무 관계 없다. 내가 네게 개인적으로 하는 부탁이다.”
“이해하기 어렵군. 묵지련에 관한 정보가 궁금하면 신교에 부탁하면 되지 않나? 나는 뭔가를 조사하는 재주는 없다.”
천유운은 팔짱을 끼며 신중한 어조로 말했다.
“요즘 묵지련이 신교의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게 우연이라고 생각하나?”
“신교 내부와 연관이 있다는 건가?”
“나는 장로들을 의심하고 있다.”
너무 당당하게 말해서 좀 황당했다. 묵지련의 주인이 천유운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그에게 낚여 나도 장로를 의심하게 됐을지도 모른다.
“그렇군. 신교의 정보부를 믿을 수 없다는 거군. 하지만… 묵지련을 조사해달라고 해도 뭘 해야 할지 모른다.”
조용히 있던 제갈모순이 한 발 앞으로 나섰다.
“염구석. 당신의 이번 임무지가 종남산 근처지요? 저희는 종남산 근처에 묵지련의 주요 분타 중 한 곳이 있다는 정보를 얻었습니다.”
“그 정보는 어디서 얻은 거냐?”
“이중 첩자가 있습니다. 그를 통해 얻은 정보입니다.”
“그래서 내가 해야 할 일은?”
“묵지련을 조사하는 겁니다. 쉽게 말해 염탐해서 정보는 모으는 일이죠. 습격해서 묵지련의 중요 자료를 갈취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요.”
“…묵지련을 적으로 돌리라고? 그건 아무리 그래도 부담스럽군. 나 혼자서 될 일이 아니다.”
“네. 압니다. 그냥 해본 말입니다. 당신은 그저 될 수 있는 대로 묵지련에 관한 정보를 모아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묵지련의 중요 인물을 암살하면 더 좋다.”
천유운이 끼어들며 말했다. 제갈모순이 항의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묵지련을 너무 자극하게 됩니다.”
“묵지련은 위험할 정도로 빠르게 세력이 커지고 있다. 더 커지기 전에 그 성장력을 한 번 정도는 꺾어야 한다.”
“그 일을 꼭 우리가 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묵지련의 적은 우리뿐만이 아닙니다. 정파를 이용하면 얼마든지 견제할 수 있습니다.”
“그랬다간 일이 너무 커진다. 지금 상황에서 굳이 정파를 끌어들일 필요가 있을까 싶군.”
천유운과 제갈모순의 의견이 대립했다. 드문 일이었다. 나는 그들의 속셈을 이해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묵지련을 이용하려고 하는 것이다.
나는 말이 더 길어지기 전에 천유운을 바라보며 물었다.
“네 부탁은 반드시 필요한 일인가?”
“필요한 일이다.”
“알겠다. 그 부탁, 들어주지.”
나는 염구석의 신분을 숨기며 종남산으로 향했다.
종남산 일대를 관리하는 종남파 때문이다.
구파일방을 중심으로 한 정파 무력단체인 무림맹 소속인 종남파다. 마교인인 내가 대놓고 돌아다니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것이었다. 그러니 일단 염구석의 신분을 숨길 생각이었다.
나는 강호를 떠도는 한 명의 나그네가 되어 종남산으로 향했다.
종남산과 천마신교는 무척 멀었다. 걸어서 대략 3개월 이상 걸리는 거리였다.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멀었다.
‘이럴 때 쓰라고 있는지 자동진행이지.’
3개월의 거리를 3분으로 줄일 수 있었다.
배월시(拜月市). 종남산 근처에 있는 도시였다. 내가 목적했던 도시이기도 했다.
배월시에 들어온 나는 우선 도시 분위기나 살필 겸 객잔에 들어갔다. 객잔을 둘러본다. 3층까지 있었는데 시끌벅적하다.
1층에는 일반인들이 많았고, 2층부터 무기를 허리에 찬 무인들이 보인다.
‘이 중에서 무인이라 부를만한 놈들은 거의 없군. 죄다 삼류 이하의 어중이떠중이들이다.’
나는 3층으로 올라갔다.
층이 높을수록 경치가 좋은 편이다.
마음에 드는 자리를 발견했다. 문제는 좋은 자리를 보는 눈은 다 비슷하다는 거다. 이미 누군가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을 향해 걸어갔다. 젊은 남녀 6명이었다. 무가의 자식들인지 죄다 무기를 차고 있다.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던 그들은 내가 다가가자 대화를 뚝 멈추었다. 무표정한 얼굴이 내게 향한다.
그들 중 한 명, 쾌활하게 생긴 남자가 내게 말했다.
“소협? 우리에게 볼일이라도 있으십니까? 저희가 시끄럽게 굴었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오랜만에 친우들과 만난 자리다 보니 그만 들떠버렸군요.”
“나는 고수다.”
“어, 예?”
“너희보다 배분도 높은 강호의 선배지.”
“…이름이 어떻게 되시는지요?”
“나를 모르는 건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가 긴장했다. 목울대가 위아래로 움직인다.
“저, 저희가 무식하여 선배님의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부디 이름을 알려주십시오.”
“나는 조선제일검 무적유진이다.”
“조선제일검 무적유진…!”
그가 경악한다. 동시에 눈동자가 데구루루 구른다. 필사적으로 내가 누구인지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 조선제일검께서 저희에겐 어쩐 일로….”
“이 자리가 마음에 드는군. 내게 양보해라. 지금 당장.”
“…옆에 다른 자리도 있지 않습니까.”
“이 자리가 마음에 든다고 했다. 후배면 후배답게 강호 선배에게 자리를 양보해라. 고수에게 봉사한다. 그게 너희 하수의 의무이지 않나?”
“…….”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그들의 눈에 적개심이 어린다.
“어디에서 오셨습니까? 저희는 조선제일검 무적유진이란 이름을 들어본 적 없습니다. 조선은 어디 지명입니까? 혹시 문파입니까? 조선파라던가.”
“감히 날 조선족 취급하는 건가?”
“조선제일검이라 하시지 않았습니까.”
“하…. 말이 안 통하는군. 너희와 대화할 마음이 사라졌다. 닥치고 비켜라, 강호의 허접들.”
“이런 미친 새끼가…!”
나는 살기를 발산했다.
응축된 살기가 퍼지며 그들의 몸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하게 변했다. 몸을 파르르 떨고 식은 땀을 흘린다.
“너희는 322번 죽었다.”
“…네?”
“327번 죽일 기회가 있었지만, 내가 손속에 사정을 두어 너희가 살아 있는 거다.”
“…322번이라 하지 않으셨습니까?”
“333번. 나는 지금도 너희를 죽일 수 있다. 슬슬 내 인내심이 바닥을 기는군. 5초 내로 꺼지지 않으면 죽이겠다.”
허리춤에 찬 칼자루를 쥐고 살짝 당겼다.
파지지지지직!
칼집에서 베져나온 칼날과 함께 시퍼런 뇌기가 번뜩인다. 뇌기를 확인한 그들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도망치기 시작했다.
나와 대화하던 남자는 바로 무릎 끊고 대가리를 박았다.
“저희가 감히 강호의 대선배를 몰라봤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용서하지. 꺼져라. 본좌는 강호의 고수로서 강호의 앞일을 걱정해야 한다.”
“아, 알겠습니다…!”
의자에 앉으며 창문 밖을 쳐다봤다. 큰 도시답게 경치를 보는 맛이 있었다. 그러다 식탁 위에 놓인 음식들이 눈에 거슬렸다. 기름진 요리들이다. 보기만 해도 속이 니글거린다.
식탁을 잡고 창문 밖에 빼내 탈탈 털었다. 창문이 박살 나고, 식탁 위의 식기와 요리들이 지상으로 떨어졌다.
쨍그랑 쨍그랑 쨍그랑!
식탁이 깔끔해졌다. 반대로 뭔가 부족해졌다. 나는 이쪽을 보며 입을 떡 벌리고 있는 점소이를 향해 말했다.
“점소이! 이 조선제일검 무적유진님을 위한 죽엽청을 가져와라! 30초 내로 가져오지 않으면 팔을 자르겠다.”
“힉! 가, 가져오겠습니다!”
점소이의 행동은 신속했다. 죽엽청과 술잔을 가져왔다. 술잔에 죽엽청을 따르고 부서진 창문 밖을 우수에 찬 눈으로 바라보며 홀짝였다. 강호의 미래를 걱정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요즘 강호의 후배들은 선배를 개떡같이 아는군. 정녕 강호의 미래는 괜찮은 건가…! 후, 나 때만 해도 이러지 않았는데….”
부르르르르!
몸을 떨었다.
진한 만족감에서 오는 쾌락이었다.
‘이게 강호 고수지!’
나는 온몸으로 고수 간지를 실천하고 있었다.
“후후. 대협. 심심해 보이시는군요. 소첩이 조선제일검의 술 상대가 되어드리겠습니다.”
간드러진 여자 목소리였다.
어떤 여자인지 몰라도 보는 눈이 끝내주는 여자가 틀림없었다. 나는 기대감을 갖고 고개를 돌렸다.
“퐉스?”
미령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