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158)
〈 158화 〉 158. 던전 서바이벌
158. 던전 서바이벌
“크아아아아악!”
자신만만하게 앞서 나가던 은상민의 몸에 시퍼런 불꽃이 일었다. 그의 어깨에 장착된 에너지 프로텍트가 연신 반짝거리고 있다.
갑자기. 어떠한 징조도 없이 은상민의 몸에 불꽃이 일어났다. 은상민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에너지 프로텍트는 피해를 대신 받을 뿐이라 고통은 고스란히 그의 몫이었다.
“아아아아아악!”
나와 한하린이 깜짝 놀라 은상민을 향해 달려갔다. 나는 급한 대로 상의를 벗어 바닥을 구르는 그의 몸에 불꽃을 꺼뜨리려고 노력했다. 허나 꺼지지 않는다. 파란색의 색깔도 그렇고 보통의 불꽃이 아닌 것 같았다.
“젠장. 여긴 물도 없는데…! 상민 선배, 괜찮아요?!”
“아악! 아아악!”
“뭔가 방법이……. 상민 선배! 마나 방출! 마나를 이용해 불을 꺼봐요!”
내가 생각해낸 방법은 몸속의 마나를 강제로 폭발시켜 파란 불꽃을 꺼뜨리는 것이다. 평범한 불꽃이 아니더라도 마나라면 가능할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크아아아악!”
그러나 은상민은 패닉에 빠져서 내 말도 제대로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온몸이 불타는 고통에 그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하린 선배! 중력으로 불꽃을 꺼버릴 순 없어요?!”
“불가능해! 저건 평범한 불꽃이 아니야. 중력으로 꺼질 불꽃이라면 이미 꺼지고도 남았어!”
“흐아아아악!!”
은상민이 비명같은 기합을 내지르며 마나를 방출했다. 허나 파란 불꽃은 잠시 작아졌을 뿐 곧바로 타오르기 시작한다.
“포기해라. 너희들 실력의 마나 방출로 인페르노를 꺼뜨릴 수는 없다.”
나는 목소리가 들린 쪽을 쳐다봤다. 나무 뒤에 숨어 있었던 3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남자 2명과 여자 1명이다.
남자 1명은 창을 들고 있고, 노란 머리의 여자는 활을 들고 있었다. 내 시선은 중심에 있는 남자에게 향했다.
검은 코트를 입고 손에는 어떠한 무기도 들고 있지 않은 검은 머리의 남자였다. 무표정한 얼굴로 우리를 쳐다보고 있다.
‘강석수잖아!’
강석수. C급 헌터이자 마법사다.
몇 년 전에 대한민국 최고의 천재 마법사라고 신문과 TV에서 과할 정도로 띄워주었기에 알고 있었다.
‘저 새끼 소집일 때 없었잖아.’
생각해보면 소집일에 꼭 참가해야 한다는 말도 없었다.
“끝났군.”
강석수의 말에 서둘러 은상민을 쳐다봤다.
은상민의 몸에 붙은 파란 불꽃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의 어깨에 달린 에너지 프로텍트가 푸른색에서 붉은색으로 바뀌었다. 탈락 확정이다.
“탈락하신 분은 데려가겠습니다.”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협회 직원 한 명이 은상민을 부축했다. 은상민의 몸에는 상처 하나 없었지만, 그는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씨발…….”
멀어지는 은상민이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똑똑히 들렸다.
쐐애액!
화살이 날아온다. 나는 빠르게 칼을 빼들며 화살을 쳐냈다. 그리고 화살을 쏜 여자를 노려봤다.
노란색 머리의 여자다. 염색한건 아닌 것 같고 각성에 의해 머리카락 색이 변한 것으로 보인다.
가슴은 B컵으로 팔다리가 시원시원하게 뻗은 슬랜더 몸매다. 한하린 보다는 못하지만 꽤 괜찮은 미녀인 건 부정할 수 없다.
“너희들도 그 남자와 같이 탈락해라.”
강석수가 오른손을 휘둘렀다. 그의 앞에 빛의 마법진이 생기더니 수박과 비슷한 크기의 송곳 바위가 꽤 빠른 속도로 날아온다.
“내가 막을게.”
나는 피하지 않았다. 마법진이 그려졌을 때 들린 한하린의 목소리 때문이다.
내 앞에 반투명한 중력 방패가 나타났다. 송곳 바위는 중력 방패에 부딪히고 박살나 지면에 후두둑 떨어졌다.
“너는……. 그 한아영의 동생인가.”
강석수가 한하린을 알아봤다.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한아영은 한국인이라면 대부분이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헌터니까.
“하지만 한아영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약하군.”
“…….”
한하린은 말없이 강석수를 노려보며 중력구를 던졌다. 강석수를 감싸고 있는 투명한 마법 배리어가 중력구를 막아냈다. 배리어가 깨졌지만 중력구도 사라졌다.
“흠. 겨우 이런 수준인가….”
강석수의 몸에서 마나가 뿜어져 나온다. 그 여파로 그의 코트가 거칠게 펄럭거렸다. 무언가 강력한 마법을 쓰려는 것이 틀림없다.
턱걸이로 C급 헌터가 된 은상민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실력이 느껴진다.
‘…젠장. 느껴지는 압박이 장난 아니네. 찰나를 쓸 기회를 보고 있었는데…. 지금 써야 하나?’
거리를 가늠한다.
찰나를 이용하면 한 번에 좁힐 수 있는 거리다. 그리고 연속으로 찰나를 사용해 공격한다면… 가능성이 있어보인다.
내가 움직이려고 할 때였다. 하늘에서 드르륵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와 강석수의 고개가 위로 향했다.
하얀 식량 상자를 배달하고 있는 드론이 있었다. 드론은 이쪽이 아니라 조금 떨어진 곳으로 움직이고 있다.
“여기가 아니었나.”
강석수가 혀를 찼다.
“식량을 갖는 게 먼저다. 너희들은 운이 좋군.”
강석수가 우리에게 말했다.
내 눈가가 꿈틀거렸다. 우리 따위는 언제든지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저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중2병 식겁하게 걸렸네. 너 나이 24살 아니냐? 그 나이면 중2병도 정신병이야.”
“싸구려 도발이다.”
“옆에….”
나는 말하려다가 말았다.
옆에 있는 노란년이 나한테 따먹히고도 그 소리를 할 수 있냐고 하려다가 참았다.
‘방송이다. 방송. 참아야 돼.’
녹화본에서 편집 된다고 하더라도 현장에 있는 사람이 많으니 소문이 날게 뻔했다. 행동과 말투에 주의해서 마지막 선을 넘지 말아야 한다.
“석수 형. 식량은 포기하고 여기서 처리하는 쪽이 좋지 않아? 내가 볼 땐 저 둘도 위험해 보여.”
창을 든 남자가 강석수에게 물었다.
“저 정도 수준은 언제든 처리할 수 있다. 지금은 식량을 확보해 제대로 된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이 숲에는 생각만큼 먹을 게 많지 않다.”
그들이 내게서 몸을 돌렸다.
파지직.
내 앞에 만뢰(卍雷)가 나타난다. 뇌전이 만(卍)자로 회전하며 그 중심에 힘을 응축하고 있다.
“번개 능력자였나…!”
강석수가 황급히 마법 배리어를 전개한다.
콰르르르릉!
만뢰의 중심에서 번개가 쏘아졌다. 강석수를 향해서가 아니었다. 그것보다 조금 더 높은 각도. 시퍼런 번개가 하늘을 향해 내달린다.
번개는 정확하게 드론과 식량 상자에 명중했다. 드론이 박살나고 식량 상자가 산산조각나 지상으로 떨어졌다.
“이 자식, 식량을…!”
“하하. 내가 굶어야 하니, 너희들도 굶어야지.”
가질 수 없다면 차라리 부숴 버리겠다.
내가 안 되면 너도 안 되어야 한다.
그게 나다.
내로남불의 왕자지.
니꺼 내꺼. 내꺼 내꺼.
“…지금 당장 탈락하고 싶은게 소원이라면, 그렇게 해주겠다.”
다시금 강석수의 코트가 펄럭거렸다.
“석수형! 근처의 헌터 12명이 여기로 오고 있어요! 번개에 식량이 터지는 걸 봤나 봐요.”
“…쯧.”
“어, 뭐야. 안 하게?”
활시위를 당기던 노란 머리 여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12명이 이곳에 모인다면 나를 노릴 가능성이 높지.”
강석수는 유명인이다. 그만큼 그의 위험성을 헌터들도 깨달을 것이고 자연스레 강석수를 먼저 탈락시키려 들 것이다.
“던전 서바이벌은 아직 첫날이다. 첫날에 내 전부를 보여줄 필요는 없지.”
“에이. 재미없게.”
강석수 팀이 몸을 돌려 이곳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나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화살 하나를 툭 발로 차 위로 올렸다. 화살을 오른손으로 잡고 마나를 사용해 힘을 한계까지 축적한다.
‘뇌전.’
파지지직.
화살촉에 시퍼런 뇌전이 서린 걸 확인하고 노란 머리 여자의 뒤통수로 던졌다.
“정미 누나!”
강석수가 움직였다. 손을 뻗어 내가 던진 화살을 잡아챈 것이다.
나는 그의 어깨에 달린 에너지 프로텍트가 반짝 거리는 걸 확인했다. 피해를 입었다는 뜻이다.
강석수는 나를 사납게 노려보고는 사라졌다.
‘아까 만뢰를 쏘았을 때도 반응이 좀 늦었지. 마법을 제외하면 그렇게 엄청나다는 느낌은 아니야.’
신경 쓰이는 건 창을 든 남자다. 내 생각으로는 아마도 감지 계열 능력자일게 틀림없다. 지금 상황에서 감지 계열 능력자는 보물이라 할 수 있었다.
그 능력이 있으면 몬스터를 찾거나, 숨겨져 있는 것들을 찾아내 생존 포인트를 쓸어 담을 수 있다.
진짜 우승 후보는 강석수의 팀이었다.
‘강석수의 능력이 감각 극대화였나.’
이름 그대로 일시적으로 감각을 극대화시키는 능력. 내 기억상으로는 육체의 오감 뿐만이 아니라 ‘마나 감각’도 극대화 시키는 걸로 안다. 강석수가 천재 마법사라 불렸던 이유가 이 능력 때문이기도 했다.
‘2가지 조건만 갖춰지면 나 혼자서도 강석수를 상대할 수 있어.’
하나는 강석수가 능력을 사용하지 않은 상태 일 것. 다른 하나는 접근한 상태일 것.
‘찰나를 사용하면 이길 수 있어.’
그 조건이 갖춰지는 건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첫 번째 조건은 쉬울지 몰라도 그의 옆에 감지 능력자가 있는 한 접근하는 게 쉽지 않다.
“유진아. 여길 봐.”
“…….”
나는 한하린이 가리킨 땅을 쳐다봤다. 나뭇잎으로 교묘하게 가려져 있었는데, 나뭇잎 사이로 붉은 마법진이 그려져 있다. 몬스터의 피를 이용해 마법진이다.
“인페르노는 상위 마법. 아무리 그 남자라 해도 바로 사용하는 건 불가능해. 상민 선배는 마법 함정에 당한거야.”
“…앞으로는 땅바닥도 조심히 살피고 다녀야겠네요. 가죠, 선배. 아까 들어보니 여기에 모인다고 하니 빨리 도망쳐야 해요.”
나는 한하린과 함께 그 장소에서 벗어났다.
•••
“네! 첫 번째 탈락자가 정해졌습니다! 파란불에 휩싸여 보기에도 두려운 비명을 지르는군요. 그래도 에너지 프로텍트가 있으니 그의 몸은 무사합니다.”
메인 MC 조석후는 말하고 나서도 쓴웃음을 지었다. 밝은 척 말했지만 처절한 비명을 지르는 은상민을 보니 좀 두려웠다. 아마도 이 장면은 굉장히 짧게 편집되리라.
“홍수원 씨.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대한민국 10대 길드 중 하나인 블루버드의 간부 홍수원은 화면을 빤히 쳐다봤다.
“마법 함정이군요. 저기 발아래를 잘 보시면 함정이 숨겨져 있습니다.”
“아. 자료화면 나옵니다. 아까 전에 잡은 몬스터 피를 이용해 바닥에 마법진을 그리고 있군요.”
“역시 강석수 헌터입니다. 인페르노는 평범한 마법사는 사용하기도 벅찬 마법이에요. 게다가 저기에 마법진을 그렸다는 것은 저기로 상대가 올 것이라는 걸 완벽하게 예측했다는 말이 됩니다. 대단합니다. 강석수 헌터. 그를 볼 때 마다 감탄하게 되는 군요.”
백지은은 속으로 혀를 찼다.
홍수원은 아까부터 강석수에 대한 칭찬만 해대고 있다.
‘속이 훤히 보이잖아. 아저씨.’
강석수는 현재 소속된 길드가 없다. 홍수원은 강석수를 스카우트 하기 위해 여기에 참가한 것이 틀림없다. 강석수 정도가 되면 이런 사소한 것에서부터 물밑 작업이 들어가는 것이니까.
이어서 화면에는 강석수 팀과 성유진 팀이 대치하기 시작했다.
‘유진이가 떨어지면 내가 위로해줘야겠다.’
그녀가 보기에도 성유진 팀이 강석수 팀과 정면으로 싸워서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상황은 예상대로 흘려가지 않았다.
“아! 물러나는군요.”
“강석수 헌터는 식량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거죠. 지금 당장이 아니라 미래를 보고 있는 겁니다.”
“어엇?! 성유진 헌터가 번개를 쏘아내 식량을 없애 버립니다! 번개가 위력적이면서도 멋지군요!”
“……적에게 줄 바에야 없애 버린다. 괜찮은 판단입니다. 그런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는지….”
홍수원이 떨떠름하게 말했다. 그의 입장에서 강석수가 완벽했으면 했다.
지금까지 조용히 상황을 보고 있던 백지은이 성유진이 나오자 입을 열었다.
“성유진 헌터는 좋은 판단을 한 거예요. 적에게 식량을 줄 바에는 차라리 태우는게 좋죠.”
“…으음. 그 말이 맞긴 합니다.”
강석수 팀이 등을 돌려 물러나기 시작했다.
성유진은 그런 그들을 향해 화살을 쥐고서 전력으로 던졌다. 강석수가 손을 들어 막아내는 바람에 공격은 성공하지 못했다.
“저, 저 무슨! 비겁하게 등을 노리다니…!”
“비겁하다니요? 등을 보인 쪽이 잘못이죠. 짐승에게 등을 보이지 말라는 말이 괜히 있는 줄 아세요? 헌터는 적에게 함부로 등을 보여선 안 돼요.”
“…….”
홍수원이 노려봤다. 백지은은 눈길을 피하지 않았다. 홍수원이 거대 길드의 A급 헌터라면, 백지은은 헌터 협회의 A급 헌터다. 꿇리는 것은 하나도 없다.
‘왜. 꼬우면 한 번 해보던가.’
호전적인 내심과 다르게 겉으로는 청순가련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
휴식 공간.
헌터는 자정을 기준으로 하루에 한 번 1시간 동안 휴식 공간을 사용할 수 있었다. 이곳에는 전투는 절대금지이고, 내부에는 카메라도 없다. 화장실과 샤워, 세탁 등을 이용 할 수 있었다. 1시간 이상을 사용하면 패널티를 받는다.
우리가 밤 10시에 발견한 휴식 공간은 2층으로 된 고급스러운 오두막이었다.
“선배. 여기서 쉬다가죠.”
생각했던 것보다 늦긴 했지만 무사히 도착했다.
‘사실 여기 위치는 대충 알고 있었지.’
던전 서바이벌에 참가하기 전에 백지은에게 연락해 이 던전에 대한 정보를 몇 가지 얻었다. 인맥은 이럴 때 쓰는 거다.
“다른 건 몰라도 여기서 샤워할 수 있다는 건 좋네.”
“예. 그렇죠.”
나는 음흉하게 웃으며 오두막의 현관문을 열었다.
내 얼굴은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오두막의 내부, 소파에 앉아 있는 강석수와 마주쳤기 때문이다. 강석수가 나를 보고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한쪽 입 꼬리를 말아 올렸다.
‘씨발. 개좆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