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1679)
1683. 헌터 VS 뱀파이어
“온다!”
어느 눈 좋은 교관이 긴장감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직후, 뒷산의 수풀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바람에 의한 소리라고 하기엔 지나칠 정도로 부자연스러웠다.
“올 것이 왔군. 명심해라. 함부로 방아쇠를 당기지 마라. 총알을 낭비하지 마라. 총알이 전부 떨어진다면 죽는 건 우리가 될 것이다.”
총교관이 근엄하게 말했다. 소총을 든 훈련병들이 긴장감을 숨기지 못하고 마른침을 삼켰다.
“보, 보였습니다! 방금 나무 사이로 뱀파이어가 지나갔습니다!”
“뭐 하는 거냐! 보였으면 쏴라! 먼저 죽이지 않으면 죽는 건 네가 될 거다!”
“예, 옙!”
탕! 타앙! 탕탕탕!
어두운 밤에 총성이 울렸다. 교관과 훈련병이 뒷산에 대고 총을 갈긴다. 총성 사이로 간간이 비명이 들렸다. 총에 맞은 뱀파이어가 비명 소리였다.
저격 총을 정문에 겨누고 엎드려 있는 나는 총성과 비명에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25번 훈련병.”
내 옆에 있는 총교관이 나를 불렀다.
“네. 총교관님.”
“조금도 동요하지 않는 그 모습, 매우 훌륭하다! 뒤에 뱀파이어가 오고 있다. 두렵지 않나?”
“총교관님을 믿고 있습니다.”
좀 더 정확하게는 원작을 믿고 있었다. 원작에서 기습당했는데도 불구하고 뱀파이어들을 이겨낸다. 원작과 달리 미리 알고서 대비하고 있으니 질 리가 없었다.
“25번 훈련병. 너는 날 감동시키는군. 너 같은 인재가 많이 있었다면 바퀴벌레 같은 뱀파이어 놀들의 숫자도 많이 줄어들었겠지. 회사는 너 같은 인재를 원한….”
총교관의 말을 끝까지 듣기 전에 방아쇠를 당겼다. 지루한 총교관의 말을 끊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면 입구, 연병장 너머에 뱀파이어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내 시야에 들어온 뱀파이어는 미간에 구멍이 뚫려 사망했다.
총교관은 바로 적외선 망원경을 쓰고 감탄했다.
“야간에 500m가 넘는 거리를 이렇게 쉽게 저격 성공하다니…. 저격 실력 하나만큼은 교관들 이상이군.”
“감사합니다.”
말하면서도 적이 보였다. 방아쇠를 당긴다. 뱀파이어 반응은 빠르지 못했다. 500m 거리가 있으니 뱀파이어도 총구를 보고 피하지 못하는 거다. 은탄은 뱀파이어의 머리에 정확하게 탄착했다. 문제는 뱀파이어가 방탄모를 쓰고 있다는 것이었다.
평범한 방탄모가 아니었다. 평범한 방탄모라 하기엔 지나치게 컸고, 통짜 강철을 갖다 놓은 것 같았다. 인간이 머리에 쓰면 목뼈가 부러질 것 같은 투구다. 인간보다 강한 뱀파이어만이 쓸 수 있는 방탄모다.
‘헬멧뿐만이 아니다. 아예 온몸을 강철판으로 도배했군.’
뱀파이어는 중세 시대의 무장한 기사처럼 뛰어온다. 속도는 느리지만 방어력은 그 만큼 더 높다. 장갑차가 천천히 내 쪽으로 오는 느낌이다. 놈의 뒤로 뱀파이어들이 뒤따른다.
“멍청한 것들이 머리 좀 썼군.”
총교관이 혀를 찼다.
“다른 뱀파이어를 노려라. 그게 더 낫겠군. 저 오리 새끼처럼 뒤따라오는 뱀파이어는 처리할 수 있지 않나?”
“저 강철 덩어리를 포함한 피 모기 새끼들을 전부 죽이겠습니다.”
“자네의 패기는 인정한다만, 현실적으로 그건 불가능하다.”
“할 수 있습니다. 보여드리죠.”
[찰나(刹那)를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6]마나를 사용할 수 없어도 스킬은 사용할 수 있었다.
찰나를 사용하니 세상이 느려진다. 나는 집중력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찰나는 멈춘 것처럼 느껴지지만, 멈춘 게 아니다.
아주 느리지만 세상은 흐르고 있다.
‘찰나를 썼으니 방아쇠를 당기는 건 순식간이다. 하지만 총알이 날아가는 속도는 계산해야 해.’
노리는 것은 목에 있는 틈이었다. 투구와 갑옷 사이에 있는 작은 틈. 편의성을 위해서인지 미처 가리지 못한 부분이다.
‘눈까지 빈틈없이 가린 주제에 목 부분은 가리지 않다니 어처구니없군.’
이해하지 못할 건 아니다. 그 틈은 투구 아래에 있고 틈도 작아서 10m 거리에서 사격해도 명중하기 어렵다. 하지만 난 다르다. 사격 실력은 물론이고 찰나까지 있다. 집중력을 한계까지 끌어올리면 남들에겐 불가능한 저격도 나는 할 수 있게 된다.
‘지금.’
방아쇠를 당긴다. 총성과 함께 은빛 탄환이 직선을 그리며 철갑 뱀파이어의 목 부분에 정확히 박힌다. 전진하던 뱀파이어의 발걸음이 멈춘다. 이윽고 뱀파이어는 앞으로 쓰러졌다. 쿵 소리가 내 귀에까지 들린다.
“…허. 이건 대단한 수준을 넘어섰군. 25 훈련병. 혹시 뱀파이어인가? 아니면 네 몸에 늑대 인간의 피가 흐르나?”
“뱀파이어나 늑대 인간이면 저처럼 할 수 있습니까?”
“내가 멍청한 질문을 했군….”
나는 계속해서 방아쇠를 당겼다.
철갑 뱀파이어의 뒤에 있던 놈들이 일제히 흩어져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당황할 필요 없다. 놈들과의 거리는 400m 이상 남아 있다. 100m를 8초 만에 주파하더라도 30초 이상의 시간이 내게 주어진다.
’30초면 충분하다.’
방아쇠를 당기며 은탄을 뱀파이어의 머리에 처박는다. 탄창을 바꿔 끼우는 데는 2초도 걸리지 않는다.
[찰나(刹那)를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5]찰나를 사용한다. 느려진 시간 속에서 뱀파이어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연속으로 방아쇠를 당긴다. 결과는 전부 명중.
놈들은 100m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고 전멸했다.
“처리 완료.”
“완벽하다! 허나 끝까지 방심하지 마라! 뱀파이어 놈 중에는….”
콰콰쾅!
옥상 바닥에서 뱀파이어가 치솟았다. 두더지와 닮은 모습을 한 뱀파이어였다. 내가 총구를 놈에게 돌리기 전에 총교관이 움직였다. 미리 알고 있었던 것처럼 허리춤에서 검을 뽑더니 뱀파이어의 목을 단번에 친 것이다.
“지렁이처럼 땅을 기어 다니는 놈들이 있지.”
총교관은 깜짝 놀라 이쪽을 돌아보는 훈련병들을 향해 외쳤다.
“뒤를 봐라! 아직 놈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훈련병들이 다시 고개를 돌리며 뒷산을 향해 총구를 겨눴다. 나도 마찬가지다. 정면으로 뛰어오는 또라이 뱀파이어는 모두 죽었기에 뒷산에 총을 겨누었다.
“놈들이 온다!!”
최상우가 외쳤다. 늑대 인간의 감각이 접근하는 뱀파이어들의 기척을 감지했다.
“캬아아아아아악!”
산속에서 10명이 넘는 뱀파이어들이 일제히 뛰어 건물로 달려든다. 훈련병들이 기겁하며 방아쇠를 당기고, 교관들은 이를 악물었다. 최상우는 가장 앞에서 옥상으로 넘어온 뱀파이어와 일대일로 싸우고 있었다.
‘너무 가까워서 맞추기 어렵군.’
나는 당황하지 않았다. 침착함을 유지하며 확실하게 죽일 수 있는 놈들부터 차근차근 처리한다.
전투는 그로부터 3분 만에 끝났다. 압도적인 전투에 겁에 질린 뱀파이어들이 몸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한 것이다. 대략 4마리 정도를 놓쳤다. 산속으로 도망쳤는지라 저격할 수도 없었다.
“기뻐해라! 우리가 승리했다! 나는 너희가 자랑스럽다!”
총교관이 소리치며 승리를 선언했다. 교관과 훈련병들이 함성을 내지른다. 나도 기쁜 마음으로 함성을 내질렀다. 내가 죽인 뱀파이어의 숫자만 해도 17마리다. 습격한 뱀파이어들의 절반 정도를 내가 죽인 것이다.
‘이건 서울 지부로 가는 건 확정이고… 보상까지 주어지겠군. 어쩌면 회사에 가자마자 승진할 수도….’
행복 회로가 활활 돌아간다.
그리고 잠시 후 회사에서 지원 병력이 도착했다. 그 뒤에는 버스와 트럭이 찾아왔다.
“너희들이 피곤하다는 건 안다. 하지만 이 위치는 이미 뱀파이어들에게 알려졌다. 언제 습격당해도 이상하지 않게 됐다. 한시 빨리 떠나야 한다. 짐을 챙겨라. 우린 강원도에 있는 회사 숙소로 간다. 그곳에서 훈련을 마무리할 것이다.”
총교관의 명령에 잠도 자지 못하고 짐들을 옮겨야 했다.
수료식은 아침 일찍 시작되었다.
수료식이 끝난 뒤에 바로 회사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나를 비롯한 훈련병들은 수료식 전에 정장을 입었다. 평범한 정장이 아니다. 인류의 기술력이 정수가 녹아든 정장이었다.
방검 효과가 있고, 운동복 이상으로 움직이기 편하다. 내구성은 말할 것도 없다.
“회사원은 정장을 입는다. 당연한 일이지. 너희들 모두 정장이 잘 어울리는군.”
단상 위에 선 총교관이 연설을 이어간다. 자신의 과거를 빗대어 교휸을 주려고 한다. 나는 하품이 나오는 것을 참으며 시간을 보냈다.
“25번 훈령병 성유진. 앞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총교관의 앞으로 다가갔다. 지금 이 장면은 교관을 통해 녹화되고 있었다.
총교관이 내게 직접 수료증을 건넸다.
“25번 훈련병. 나는 자네가 오랫동안 살길 바란다. 오랫동안 살아서 빌어먹을 모기들을 퇴치해다오.”
“모기들에게 지옥이 뭔지 보여주겠습니다. 놈들에게 이 세상은 인간의 것임을 각인시킬 것입니다.”
“아주 마음에 든다. 아니, 성유진 사원.”
총교관이 직접 내 목에 사원증을 걸어주었다.
“수석으로 수료하며 네게 2천만 원의 지원금이 지급된다. 또한 이번 뱀파이어 습격 사건에서 공을 세웠으니 추가로 1억원이 보상으로 지급될 거다. 필요한 곳에 쓰도록.”
나는 아쉬움을 삼켰다. 돈이 아니라 인사 점수로 줬으면 더 좋았을 거다.
“감사합니다.”
1등 2등 3등은 모두 BC 회사 서울 지부를 배정받았다. 1등은 나였고 2등과 3등은 최상우와 지현성이었다. 나는 그들과 함께 회사에서 제공한 차에 올라탔다. 운전대는 내가 잡았다. 최상우는 조수석에 앉았다.
뒷좌석에 앉은 지현성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회사에 막 입사한 신입들은 베테랑들과 조를 짜게 된다더라. 너희는 누구랑 조를 짜고 싶냐?”
“너부터 말해봐. 난 서울 지부에 아는 사람이 없어서.”
내가 물었다. 최상우는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 나야 당연히 주서현 대리님이지! 실력도 실력이지만 외모도 여신처럼 아름다우시잖아. 너희도 훈련소에서 그 영상봤지? 검 솜씨가 비현실적이었잖아. 아, 그래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려나. 주서현 대리님 파트너를 원하지 않으시니까.”
나도 그 점이 좀 걸렸다. 보나 마나 혼자 움직이는 게 편하다는 이유로 파트너 없이 움직이는 것일 터다. 주서현의 성격이라면 그랬다.
“최상우, 너는?“
”나는….“
최상우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1684. 헌터 VS 뱀파이어
“최상우. 너는?”
“나는….”
최상우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는 뱀파이어만 죽일 수 있다면 파트너가 누구든 상관없다.”
최상우의 목소리에서 짙은 살기가 느껴졌다. 나나 지현성은 최우상의 살벌한 대답에도 개의치 않았다. 최상우가 가진 뱀파이어에 대한 증오는 훈련소에서 이미 지겹게 경험해봤다.
‘뭐, 최상우는 원작대로 늑대 인간 하프를 파트너로 두겠지.’
아마 별일 없다면 원작에서처럼 최상우와 썸 아닌 썸을 타게 될 것이다.
‘원작이 로맨스 장르가 아니어서 연애 감정은 꽤 시간이 지나서 느끼게 되지만.’
그리고 연애 감점을 알게 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나는 원작의 히로인, 최상우의 직속 상사가 될 가능성이 높은 최선영을 떠올렸다. 나름 인기는 있었지만 예쁜 여주인공이라 하기엔 애매한 구석이 있었다.
“유진아. 넌 어때? 누가 파트너가 됐으면 좋겠냐?”
“당연히 주서현이지.”
“왜? 예뻐서?”
“뭐, 그것도 있고.”
나는 말을 아꼈다. 주서현과 내가 아는 사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아직 나는 주서현을 어떻게 대할지 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단 주서현의 반응을 보고 정해야지.’
파트너에 대한 주제가 지지부진 끝나자, 지현성은 다른 주제를 꺼냈다.
“최근에 뱀파이어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고 하더라. 저번 주에는 미국의 유명 기업가가 알고 보니 뱀파이어 슬레이브였다던가? 일본 야쿠자 쪽은 뱀파이어가 지배했다는 말도 있더라.”
운전을 하던 나는 룸 미러를 확인해 뒤에 앉은 지현성을 힐끗 쳐다봤다. 지현성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웃는 얼굴로 정보를 풀어내고 있었다.
“넌 그런 정보를 어디서 얻는 거냐?”
내가 지현성에 물었다. 지현성은 훈련소에 있을 때도 이런저런 정보를 제공하며 여러 훈련병과 친분을 다졌다.
“훈련소에 들어오기 전에 이것저것 조사했거든. 정보란 게 있으면 있을수록 좋으니까. 훈련소에서는 교관이랑 친해져서 이것저것 들었어. 방금 정보는 오늘 아침에 스마트폰으로 찾아낸 건고.”
가만히 있던 최상우가 지현성에게 조용히 물었다.
“뱀파이어 로드에 관한 정보도 있나?”
“몇 개 있긴 해. 관심 있어?”
“뭐지?”
최상우가 등을 꼿꼿이 세우고 머리를 움직여 지현성을 돌아봤다. 말하지 않으면 주먹이라도 휘두를 기세였다. 지현성은 조금 당황하며 말했다.
“어, 그게. 기업 사장이나 공무원 쪽으로 높으신 분들을 찾아가서 제안을 한다더라. 뱀파이어가 되라는 제안 말이야.”
“뱀파이어 로드가 직접 움직이면서?”
“뱀파이어 로드의 피가 있으면 노블을 만들 수 있잖아.”
“…그렇지. 그놈들은 자기들의 피가 얼마나 귀한지 알고 있다. 그렇기에 노블급 뱀파이어를 만들지 않는다. 노블급은 자신들의 경쟁자가 될 수 있으니까. 자기 권력을 위해서 노블급을 만드는 건 자제하지.”
“네 말대로야. 하지만 최근에 그 생각과 방침이 바뀌었을지도 모르잖아. 유명 기업인과 권력자들을 찾는 건….”
“자신들과 같은 동족으로 만들어 세력을 키우겠다는 거겠지. 노블급이라면 부자와 권력자라면 혹할 수밖에 없을 거다. 수명의 제한이 사라지니까.”
“맞아. 그리고 그 제안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꽤 많다나 봐. 뭐, 이해 불가능한 건 아니야. 아무리 착하게 살았다고 하더라도 막상 죽음이 다가오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는 게 인간이니까.”
“중요한 건 뱀파이어 로드들이 뭔가를 꾸미고 있다는 거다.”
“뻔한 거 아니겠어? 사회 고위층부터 시작해서 인간을 지배하려는 거지.”
“지금은 옛날이 아니다. 지금 시대에선 그것도 힘들다. 회사가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
“뱀파이어 입장에선 안 하는 것보단 낫잖아.”
차 안에 침묵이 찾아왔다. 최상우는 멍하니 창밖을 보며 생각에 잠겼고, 지현성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무언가를 검색하고 있다. 나는 운전에 빡 집중했다.
‘이 씨발 색히가! 감히 내 앞에서 칼치기를 해? 오냐! 네놈의 도전을 받아주마!’
보복 운전이 뭔지 제대로 보여주기로 했다. 뒤로 바짝 달라붙어서 경적을 울리며 상향등을 시종일관 깜빡거린 것이다.
칼치기를 했던 벨로스터가 짜증이 났는지 하향등을 깜빡이기 시작했다. 나는 거의 박듯이 자동차를 딱 붙였다.
“자, 잠깐. 뭐 하는 거냐?!”
“안전 운전! 안전 운전하자고!”
최상우와 지현성이 당황하며 천장에 달린 손잡이를 꽉 잡았다.
“저 씹새끼가 칼치기를 했다고! 이건 못 참지!”
“좀 진정해라. 우린 지금 회사로 가고 있다. 적당히 참고….”
끼이이이이이익!
브레이커를 꽉 밟았다. 벨로스터 새끼가 급브레이크를 밟아서 어쩔 수 없었다.
벨로스터 운전석에서 한 남자가 내린다. 왼쪽 팔뚝에 문신한 뱃살 두둑한 남자였다. 돼지문신충은 대범하게도 알루미늄 배트를 들고 이쪽으로 걸어왔다. 놈의 눈에서 살기가 느껴진다. 물론 그렇다고 쫄 내가 아니었다.
“십새끼가 뒤지려고.”
“기다….”
최상우의 만류를 무시하고 차에서 내렸다.
“이 씨발 새끼가 운전 좆같이… 컥!”
인상을 팍 쓰며 욕부터 하는 놈의 턱에 어퍼컷을 먹였다. 혀가 씹힌 모양인지 입에서 피가 튀었다. 나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주먹으로 놈의 머리를 후려쳤다. 단련된 내 주먹을 맞은 놈은 쓰러질 듯 말 듯이 비틀거리더니 배트를 휘두른다.
“죽어, 개새끼야!”
나는 이상함을 느끼면서도 발을 놀리며 놈의 배트를 피했다.
‘혀가 씹히지 않았나? 근데 왜 이리 발음을 정확한 거지?’
주먹으론 놈의 머리를 연타한다. 퍽! 퍼억! 퍽! 일반인이라면 기절해도 이상하지 않은 위력일 텐데도 놈은 버텼다.
“성유진! 너 미쳤냐?! 일반인에게 무슨 짓이야?!”
지현성이 달려들어 나를 말리려고 했으나, 최상우가 그의 어깨를 잡아 저지했다.
“지현성. 잠깐 있어봐라. 저놈, 뭔가 이상하다.”
최상우가 코를 킁킁거렸다. 곧 그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했다.
“저놈, 뱀파이어다!”
최상우가 달려들었다. 끝내주는 숄더 어택으로 놈의 옆을 공격했다. 간신히 균형을 잡고 있던 놈이 바닥에 쓰러졌다.
“끄아아아아아아악!”
나는 놈의 머리를 밟았고, 최상우는 놈의 가슴을 쿵쿵 밟았다.
“에잇 씨팔! 뱀파이어 확실한 거지?!”
달려온 지현성은 놈의 사타구니를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밟기 시작했다. 지현성은 생각 외로 잔인한 놈이었다.
“씹새끼야! 감히 내 앞에서 칼치기를 해?!”
“죽어라, 뱀파이어!”
“뱀파이어 맞지? 확실하지? 응? 애먼 놈 잡는 건 아니지?”
도로 중심에서 사람 하나를 죽어라 밟고 있자니 시선이 모여들었다. 그리고 경찰이 3분도 지나지 않아 도착했다. 너무 빠른 출동에 경찰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당장 멈추고 떨어지세요! 어서!”
경찰들이 달려온다.
어쩔 수 없이 우리들의 공격이 멈췄다. 뱀파이어는 지속되던 고통이 멈춘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다.
뱀파이어의 피부가 꾸물거리며 진한 회색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진체를 드러내려는 것이다.
‘어지간히도 빡쳐나 보군. 대낮에서 모습을 드러내다니 말이야.’
코팅액을 몸에 발랐다고 해도 햇빛에 영향을 받지 않는 건 아니다. 진체로 변한다면 햇빛 아래에서 3분도 버티지 못 하리라.
“어, 어어어어?”
달려오던 경찰관이 당황했다.
나는 오른손 검지와 중지를 쭉 뻗어 뱀파이어의 두 눈을 깊이 찔렀다. 최상우는 양손을 깍지 끼고 점프해 몸무게를 실어놈의 가슴을 타격했다.
“카아아아아아악!”
뱀파이어가 괴로움에 몸부림친다. 허나 부족하다.
“거기 경찰 아저씨! 뭐합니까! 빨리 총 꺼내세요! 저 새끼 뱀파이어입니다!”
지현성이 경찰관을 타박했다. 뱀파이어가 온갖 문제를 일으키는 세상인 만큼 한국 경찰도 테이저건이 아닌 권총을 사용한다. 탄환은 물론 은탄이다.
“어, 어어어, 그, 그게….”
경찰관이 당황하며 손에서 권총을 꺼냈다. 총구는 뱀파이어에게 향했으나, 권총을 쥔 손이 덜덜 떨린다.
“쏴! 쏘라고!!”
지현성의 외침에 경찰이 방아쇠를 당겼다. 은탄이 놈의 허벅지에 박혔다. 상처 부위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머리! 아니면 심장을 노리라고! 경찰이면 그 정도는 알잖아?!”
경찰은 이를 악물며 놈의 가슴에 총알을 모조리 때려 박았다. 뱀파이어가 절명하며 상황은 끝났다.
“……여러분이 누군지 대충 짐작 갑니다만, 같이 서로 가주셔야겠습니다.”
경찰이 폭삭 늙은 얼굴로 말했다.
상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후,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우리는 방금 막 훈련소를 수료했으나 HC 회사 직원이었다. HC 직원이 뱀파이어를 사냥하는 건 흔한 일이었다.
회사에서 차를 보냈다. 무려 특수부 2과 과장이 직접 차를 끌고 왔다. 우리는 차에 타면서 그의 칭찬을 조금 듣고 잔소리를 왕창 들어야 했다.
서울 지부 회사에 도착했다.
포탑이라던가, 장갑차라던가 회사 근처에 군사 병기들이 가득했다. 과연 뱀파이어를 전문적으로 처리히는 회사라고 해야하나.
“자네들은 이곳에서 기다리게.”
“네? 여기 1층 로비에서요?”
지현성이 되물었다. 1층 로비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았고, 무장한 경호원들로 인해 살벌한 분위기를 풍겼다.
구형진 과장은 히죽 웃는다.
“우리 지부에는 전통이 있지. 신입들은 그 파트너가 직접 사무실로 데려가는 거야. 일종의 신고식이라네.”
“그래서 이렇게 우릴 구경하는 사람이 많은 거군요.”
“맞아. 이번에 자네들의 파트너가 될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리지 않았거든. 이 이벤트를 위해서 말일세. 하하. 그리고 자네들은 여기 오는 도중에 거하게 사고 치지 않았나? 여러모로 시선을 끄는 신입들이지. 난 이만 가보겠네. 여기서 5분 정도만 기다리게.”
구형진이 사라지고 3분 뒤.
위층에서 3명의 남녀가 로비로 내려왔다. 2명은 여자였고, 1명은 턱수염이 난 꺽다리 아저씨였다. 그들은 정확히 우리가있는 곳으로 오고 있었다.
작은 이벤트를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은 저마다 당황한 기색을 내비쳤다.
“어, 잠깐. 저기 주서현 대리잖아?”
“주서현 대리님이… 여기에 왔다는 건….”
“주서현 대리가 신입을 선택했다고? 이야, 이거 대박인데?”
“대박 소식!”
주서현은 내 눈을 마주하며 당당히 걸어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