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1766)
1775. 뱀파이어 형사
“칙쇼!!”
일본 총리가 소리쳤다. 총리의 분노에 총리실에 모여있던 일본의 장관들은 목을 움츠렸다.
총리.
현 일본에서 왕이나 다를 바 없는 권력의 최정점. 그가 마음만 먹으면 이곳에 있는 장관들을 갈아 치우는 건 일도 아니었다.
“성수운! 이 미친 새끼!!”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도쿄에서 가장 안전한 방공호에 숨어 있는 총리는 모니터를 통해 바깥의 상황을 알 수 있었다.
현재 도쿄는 최악의 상황은 아니어도 그에 가까운 상황이었다.
대천 그룹의 성유진 회장을 죽이기 위해 기꺼이 도와준 성수운과 뱀파이어 부대. 총리는 이길 거라고 믿었다. 제아무리 성유진이라도 혼자 도쿄에 와서 수백에 달하는 뱀파이어 진조 병사들을 싸워 이길 수 없을 테니까.
그러나 총리의 생각은 빗나갔다.
성수운은 터무니없는 트롤짓을 벌였다.
‘설마 200명이 넘는 뱀파이어 진조를 잡아먹을 줄이야!’
뱀파이어를 잡아 은밀히 실험해봤기에 200명 넘는 뱀파이어를 먹은 성수운이 대단한지 안다.
‘그런데도 성유진을 이기지 못했지!’
그냥 이기지 못한 정도도 아니다. 기껏 장소를 빌려줬는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전투를 벌이지도 못하고 폭주했다.
이젠 알 수 있다. 성수운은 작전이 시작되기 전부터 한계에 몰려있었던 것이다.
성유진은 폭주한 성수운을 처리하지도 않고 사라졌다. 개같이 일본에 유기한 것이다.
성수운. 아니, 이젠 성수운이라 부르기도 뭣한 고깃덩어리 괴물은 NEW 도쿄 타워를 삼키며 점점 크기를 키워갔다. 이대로 있다가는 괴수에 의해 도쿄가 박살 나게 생겼다.
“총리 각하…. 일본 국민들이 동요하고 있습니다. SNS를 통해 괴수의 모습이 퍼지고 있습니다. 총리 각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으며, 성유진에게 도게자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도게자?! 우리가 뭘 잘못했다고 도게자인가! 괴수는 자위대를 처리하면 돼! 자위대를 보내! 지지율은 한국을 때리면서 올리면 된다!”
한국 때리기 전략.
역대 일본 총리들이 사용해온 유서 깊은 정치 전략이었다. 효과는 발군이다.
장관들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었다.
“잊으셨습니까? 한국에는 성유진이 있습니다.”
“그게 무슨 상관… 이런 씨발!”
총리는 저도 모르게 한국 욕을 내뱉었다.
현재 전 세계에 ‘지존 성유진’ 팬데믹이 유행 중이다. 성유진을 적대하면 머리가 터져 죽는 병. 일본 국민 99%가 감염된 병.
이미 한국은 성유진의 나라다. 일본 국민들을 선동해서 한국을 때렸다가 성유진에 대한 적대감을 가지게 될 테고, 지존 성유진 병에 의해 머리가 터져 죽을 것이다.
“일단 저 빌어먹을 괴수부터 처리하지. 자위대를 보내.”
“도쿄 시내에서 전투를 벌이는 건….”
“다른 방법이 있나?!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은 필요불가결! 피난 명령을 내리고 괴수를 조금이라도 빨리 처리해라!”
“하잇!”
일본 자위를 위한 자위대가 도쿄 시내로 출격했다. 탱크가 도로를 달리고 전투기가 도쿄 상공을 가로질렀다.
NEW 도쿄 타워를 삼킨 괴물을 죽이기 위해 미사일과 포탄이 날아간다.
콰아앙! 쾅!
괴수의 몸에 폭발이 일어난다. 한 덩어리였던 고깃덩어리가 잘게 부서지며 사방으로 튀었다. 그게 재앙의 시작이었다.
작은 고깃덩어리는 초능력을 사용하며 자위대원에게 달라붙었다. 자위대원이 소총을 갈겨도 초능력 앞에선 대부분의 총알은 무용지물이었다. 작은 고깃덩어리는 기생충처럼 자위대원에게 파고들었다.
그것은 감염이었다. 감염된 자위대원은 뱀파이어도 뭣도 아닌 고깃덩어리가 되었다. 그들은 도쿄를 활보하며 인간을 습격했다. 그러다 어느 시점이 되면 도쿄 타워에 있는 본체에게 스스로 걸어가 흡수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괴수는 점점 더 커지고, 도쿄는 점점 더 나락으로 떨어진다.
“이럴 수는 없다!!”
총리가 시뻘건 얼굴로 소리쳤다.
괴수가 나타나고 일주일. 도쿄는 괴수에 의해 함락 직전이다. 괴수를 죽이기 위해 출격한 자위대는 역으로 괴멸당했다.
이미 도쿄에는 희망도 뭣도 없었다. 일본인들은 기회만 되면 열도에서 벗어나 도망치려고 했다. 그중에 가까운 한국으로 도망가는 일본인들이 많았다.
총리는 고개 숙인 장관들을 서늘한 눈빛으로 둘러보며 분노했다.
“가만히 입 다물고 있지 말고! 대책을! 대책을 내놓으란 말이다!”
“…….”
대책은 있었다.
압도적인 화력으로 괴수를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소멸시켜버리는 것이다.
즉, 핵폭탄. 도쿄에 핵폭탄을 떨구는 것이다. 허나 일본은 핵폭탄에 민감했다. 그리고 공식적으로 핵폭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여기서 핵폭탄을 쓰자는 말을 하는 순간 책임까지 져야 한다.
총리도 그걸 알기에 장관들을 압박하는 것이다. 핵폭탄의 여파를 책임질, 가미카제를 원하고 있다. 저 괴수와 함께 죽을, 명예 대신 원망이 가득한 가미카제를!
“…….”
침묵.
“…….”
침묵.
“…….”
또 침묵.
무거운 침묵은 3시간이나 이어졌다. 결국 지쳐버린 총리는 직접 산제물을 지목했다.
“방위대신.”
한국으로 따지면 국방부 장관이라 할 수 있는 방위대신.
“…네. 총리 각하.”
방위대신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자위대의 의미가 뭐지?”
“…자위하는 부대입니다.”
“그렇다. 자위하는 부대다! 허나 지금 자위대는 자위하지 못했다! 저 빌어먹을 고깃덩어리 괴수가 도쿄를 강간했고, 일본 전체를 강간하려 하고 있다! 방위대신! 자네의 임무는 뭐지?!”
방위대신은 눈을 질끈 감았다. 총리가 자신을 지목하는 순간부터 운명은 정해졌다.
“일본을 자위하는 것입니다…!”
“방위대신. 총리로서 묻겠소. 저 괴수를 처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오?”
사납던 총리의 기세가 줄어들었다. 그는 부드러운 어조로 물었다. 심지어 하오체까지 썼다.
방위대신은 떨어지지 않는 입술을 간신히 열었다.
“핵폭탄. 핵으로 괴수로 소멸시켜야 합니다.”
“괴수가 도쿄에 있는 건 알고 있소?”
“이대로 둬도 도쿄는 괴수에 의해 멸망할 것입니다. 그리고 괴수는 다른 도시로 갈 것입니다. 일본의 미래를 위해 도쿄를 버려야 합니다.”
“방위대신이 그렇게 말한다면 어쩔 수 없지…. 근데 핵폭탄이 있소?”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핵폭탄이 하나 있습니다. 그걸 쓰게 해주십시오. 모든 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
핵폭탄을 개인적으로 가졌다. 말도 안 되는 말이었다. 자신이 성유진도 아니고 어떻게 개인이 핵폭탄을 소유하겠는가. 허나 그 누구도 그를 지적하지 않았다.
총리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방위대신의 각오를 존중하겠소.”
그날, 도쿄 중심지에 핵폭탄이 터졌다.
도쿄 위에 버섯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방위대신은 기자회견을 열어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있음을 공표했다. 또한 그날 자정에 독극물을 먹고 자살했다.
그러나 경악스럽게도 그들의 목적은 이룰 수 없었다. 황폐해진 도시 잔해 속에서 괴수가 살아있었기 때문이다. 그 크기는 작았다고 해도 소멸하지 않고 살아 있었다.
“핵으로도 죽지 않다니! 이건 말도 안 돼!”
총리가 소리쳤다. 그는 고깃덩어리가 일본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멘탈이 흔들린다. 어떻게 대응할 수가 없다. 핵폭탄을 또 쓴다? 일본 전체를 불태울 쓸만한 방법이 아니다.
“젠장, 젠장, 젠장! 이대로는… 이대로는 일본이 멸망한다!!”
“총리 각하. 진정하십시오. 아직 시간은 있습니다!”
“닥쳐! 그딴 말을 지껄일 시간에 대책을 말해라!”
밖에는 빌어먹을 전염병과 괴물이 돌아다닌다. 총리가 보기엔 이미 일본은 망했다. 지지율은 이미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다만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끌어내려지지 않을 뿐이다. 지금 일본 총리 자리는 썩다 못해 불타오르는 왕좌니까.
“으아아아아아아!”
총리가 미쳐 날뛴다. 종이와 만년필이 허공을 날았다.
한참을 발광하던 총리의 머리에 전구가 번뜩였다.
“…일본은 망한다. 그건 확정이다. 하지만 일본만 망해선 안 된다. 애초에 뱀파이어 부대를 지원한 건 전 세계다. 전 세계가 책임을 져야지.”
광기는 총리의 상식을 박살 냈다.
“총리…?”
“자위대에게 명령해서 괴수 고깃덩어리 조각을 전 세계로 퍼트려라. 전염병과 괴수의 콤보. 전 세계도 맛봐야지.”
“그건 안 됩니다! 아무리 은밀하게 진행하더라도 들킬 수밖에 없습니다! 전 세계가 일본을 비난하고 적대할 것입니다!”
“그럼 이대로 우리만 죽자는 거냐?!? 미국은 일본을 버렸다! 아니, 미국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가 일본을 버렸다!”
“총리! 진정하십시오!”
“나는 죽지 않는다. 전염병이고 괴수고 다 조까라그래!!”
악을 쓴 총리는 비서에게 시켜 무언가를 가져오라 시켰다. 비서는 강철 가방을 가져왔다. 가방을 열자 뱀파이어 혈청이 든 주사기가 나타났다. 총리는 자신에게 망설임 없이 주사기를 사용했다.
총리의 송곳니가 길쭉하게 늘어났다. 그의 분위기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뱀파이어 혈청은 많다. 너희도 써라.”
“총리! 미쳤소?!”
“세상은 망했다. 망할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선 강해져야하고, 뱀파이어가 되는 것이 최선이다. 너희도 선택해라. 뱀파이어가 되어 지배할 것인지… 인간이 되어 지배받을 것인지.”
장관들은 총리에게 압도당했다. 총리의 눈은 포식자의 그것이다. 인간을 먹는 뱀파이어. 여기서 그에게 거스르면 잡아 먹힐 것이 분명했다.
“…총리의 말이 맞습니다. 일본은 망했습니다. 하지만 뱀파이어가 된다면… 신일본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총리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장관들은 모두 혈청을 자신의 몸에 주입했다. 전원 뱀파이어가 되었다.
그들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으음. 좋군. 힘이 느껴집니다.”
“이게 뱀파이어의 몸인가…. 늙은 몸에 활력이 도는군. 이거 참…. 20대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하하. 진즉 뱀파이어가 될 걸 그랬습니다.”
총리는 만년필을 쥐고 천장을 향해 던졌다. 콰직! 형광등이 박살 나고 불이 꺼진다. 회의실에 어둠이 내려앉았다.
“신일본을 위한 회의를 시작하지.”
“아까 총리께서 말씀하신 대로 고깃덩어리를 전 세계 퍼뜨려야 합니다.”
“그 전에 우선 우리 모두 진조가 될 필요가 있습니다. 인간을 뱀파이어로 만들어 먹도록 하죠. 물론 총리께서 먼저 진조가 되셔서 우리를 이끌어주십시오.”
“인간이 너무 많습니다. 그 많은 인간이 우리 뱀파이어의 지시를 따르겠습니까? 인간의 수를 줄어야 합니다.”
“지존 성유진 병을 이용하죠. 선동과 날조로 인간들이 성유진을 적대하게 만드는 겁니다. 그럼 알아서 머리가 펑 터져 죽겠죠. 우리는 살아남은 인간을 관리하면 됩니다.”
신일본의 세계 지배를 위한 계획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