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1882)
1893. 이터널 에덴
“주, 죽여줘. 제발….”
데이비드 김이 말했다.
마크를 비롯한 대원들은 이질감을 느꼈다. 이 창문도 없는 방안에는 피 냄새가 짙게 배여 있었다. 온갖 경험을 해온 덕분에 알 수 있었다. 이 방에서 끔찍한 일이 일어났음을.
하지만 정작 데이비드의 몸은 멀쩡했다. 상처 하나 없다. 두 눈에 희망의 빛이 조금도 없고, 안색이 창백하긴 하나 겉으로 보이는 외상은 없었다. 정신적인 문제다. 정신적인 고문을 당한 것이다.
마크는 데이비드 김에게 다가갔다.
“데이비드 김. 정신 차리십시오. 저희는 당신을 구하기 위해 미국에서 왔습니다. 미국으로 돌아가야죠.”
마크는 데이비드 김의 어깨를 두들기며 그를 부축하려고 했다.
데이비드 김은 그들을 돌아봤다.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을 구하러 온 군인들. 어느 정도 정신 차린 데이비드 김은 발작하듯 소리쳤다.
“나가! 여기서 나가! 나가라고 이 멍청이들아!!”
“…데이비드 김?”
“그놈을! 그놈부터 죽였어야지! 아니, 죽일 수 있긴 하나? 가서 상층부에 전해! 놈의 능력은 전기를 다루는 것뿐만이 아니다! 사람을 회복시킬 수 있다! 죽은 사람을 되살리는 것도 가능하다! 인간을 가져서는 안 되는 능력을, 절대로 가져서는 안될 놈이 가졌다고! 최우선으로 놈을 죽여야 한다! 그것이, 그것이 오직 이 세계를 위한 일이다!!”
마크와 대원들은 멈칫했다. 죽은 자를 되살리는 능력? 아무리 각성자가 초능력을 사용한다고 해도 가능한가? 데이비드 김은 고문으로 인해 미쳐버린 게 아닐까?
플레이어인 마크도 부활 능력에 대해선 들어본 적 없었기에 확신을 내릴 수 없었다. 그래서 그냥 판단을 미뤘다.
“무전으로 지휘부에 데이비드 김의 말을 전해라.”
지지지직.
대원의 무전기에선 노이즈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먹통입니다.”
“…아무래도 우리 침입을 알아차리고 손을 쓴 것 같군.”
여긴 테크놀로지스트의 영역이기도 했다. 전파 방해가 들어와도 이상하지 않았다. 마크가 억지로라도 데이비드 김을 부축하려고 했다. 그가 마크를 밀쳐냈다.
“당장 여기서 나가 미국으로 돌아가라! 돌아가서 내 말을 전해!!”
“데이비드 김! 저희 임무는 당신을 구하는 겁니다!”
“그놈은 내 배 속에 뭔가를 넣었다! 아마도 폭탄일 거다! 당장 여기서 나가!”
마크를 비롯한 대원들의 얼굴에 경악이 서린다. 사람 배에 뭘 넣었다고? 그들은 경악하면서도 빠르게 몸을 뺄 준비를 했다.
“돌아가서… 내 가족들을… 내 가족들을 부탁한다. 보상 따윈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그들이 무탈하게만 살 수 있도록.”
쾅!
데이비드 김의 말이 전부 끝나기도 전에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데이비드 김과 가장 가까이에 있던, 다른 대원들과 달리 평범한 인간 육체를 가진 그도 무사했다. 다만 데이비드 김의 피와 내장을 뒤집어써야 했다. 데이비드 김은 복부가 터진 채로 죽었다.
“…….”
가장 우선해야 할 목적인 데이비드 김의 구출이 실패된 순간이었다.
“데이비드 김은 미끼였군요. 하마터면 위험할 뻔했습니다.”
“…아니, 미끼도 뭐도 아니다. 우릴 죽일 생각이라고 하기엔 폭발력이 너무 낮다. 가까이 있던 나도 피만 뒤집어쓴 꼴이지. 놈은 그저 우리를 비웃고 싶었던 거다. 임무에 실패하고 병쪄 있는 우리를.”
“어떻게 합니까? 데이비드 김의 말을 최우선으로 지휘부에 전합니까?”
“데이비드 김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의 말이 100% 확실하다는 보장은 없다. 그리고 우리 임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본래 작전대로 타깃을 사살합니까?”
“…사살은 어쩔 수 없는 경우에 한한다. 데이비드 김의 말을 마냥 무시할 수도 없으니. 우선 제압이다.”
마크가 손짓했다. 대원들은 일사불란하게 밖으로 뛰쳐나갔다. 보안팀이 몰려온다. 허나 보안팀이 방아쇠를 당기기도 전에 대원들의 총구가 불을 뿜었다. 그들은 훈련받은 군인 중에서도 최정예. 어설프게 훈련받은 보안팀과는 격 자체가 달랐다.
그들은 성유진이 있는 본관을 향해 내달렸다.
두두두두두!
하늘에서 전투 드론 4대가 날아온다. 예상했던 일이다. 대원들은 보자마자 챙겨온 EMP 수류탄을 던졌다.
펑!
테크놀로지스트는 한국에만 있는 건 아니다. 이 EMP 수류탄도 미국에 있는 테크놀로지스트가 만든 무기였다.
두두두두두!
“…EMP 수류탄이 먹히지 않습니다.”
“EMP 차폐 기능까지 있는 건가? 국가도, 기업 소속도 아닌 일개 테크놀로지스트가 얻을 수 있는 기술이 아닐 터인데.”
“한국 정부가 은근히 밀어주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국가의 보물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은 테크놀로지스트를 그냥 내버려 두는 것도 말이 안 되고요.”
“그렇긴 하지.”
그들은 여유로웠다.
총으로 무장한 전투 드론 4대를 상대하는 것? 그들에게 있어 간단한 일이었다. 그들은 집중해서 한 발, 한 발 신중하면서도 빠르게 전투 드론에게 쏘았다.
“명중. 옆에 있는 빨간색 센서가 약점입니다.”
엄지 크기만 한 센서였다. 맞추는 건 둘째 치고 찾아내기도 힘들었다. 허나 대원들은 어렵지 않게 전투 드론의 센서를 박살 내 침묵시켰다.
“2시 방향. 드론 세 대가 추가로 날아옵니다. 방금 상대한 드론보다 크기가 작습니다. 총구도 없습니다.”
“폭탄 드론인가. 존.”
“예”
존이 앞으로 나서서 능력을 사용했다. 방어막이 펼쳐진다. 폭탄 드론이 방어막에 부딪혀 폭발을 일으켰으나, 방어막은 멀쩡했다.
그때였다.
옥상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무언가가 날아와 방어막을 강타한다.
파지지지직!
전격이었다. 폭탄 드론에도 멀쩡했던 방어막이 전격에 불안정하게 흔들린다.
“…타깃 발견. 옥상에 있습니다.”
“원거리에서 싸울 생각인가? 방어막 없애고 일제히 사격 개시.”
방어막이 사라지자마자 방아쇠를 당긴다. 총알이 성유진에게 쏟아진다.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해도 100m 안팎의 거리. 그들에겐 먼 거리도 아니었기에 명중을 의심치 않았다. 허나 총알이 성유진의 몸에 닿지 않았다. 성유진의 앞에서 돌연 총알이 멈추더니 그대로 아래로 후두둑 떨어졌다.
“…저건 뭐지?”
“능력의 활용 같습니다. 자력을 이용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정보부의 말에 따르면 전기 능력자는 그 능력 활용 방법이 무궁무진하다던가.”
“총이 안 통한다? 골치 아프군. 접근해야 하나.”
접근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성유진이 지상을 향해 폴짝 뛴 것이다. 성유진이 떨어진다. 대원들은 반사적으로 총알을 갈겼다. 소용없었다. 일반 총알로는 놈에게 닿지 않는다. 혹시 몰라 챙겨온 철갑탄도 마찬가지일 터. 성유진을 상대하기 위한 다른 특수탄이 필요했다.
“존! 튕겨내!”
성유진이 떨어지기 직전 존이 방어막을 펼쳤다. 방어막이 회색빛으로 빛난다. 방어막에 반사 효과가 부여된 것이다. 성유진은 칼과 함께 방어막 옆으로 튕겨 나갔다. 공중에서 제비를 돌더니 그대로 바닥에 착지했다.
“루카스!”
“제압 실시!”
루카스가 성유진을 향해 손을 뻗으며 능력을 사용했다. 땅과 허공에서 끈들이 나타나 성유진의 몸을 붙잡는다. 이 끈에 붙잡힌 자는 능력을 사용할 수 없다. 대각성자부대의 핵심은 루카스의 이 속박 능력이었다.
“거추장스럽게, 뭐야.”
성유진이 짜증 난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끈이 몸을 묶더니 여기저기 끌어당긴다. 몸이 찢어질 정도는 아니었다.
“…왜 멀쩡한 거지?”
대부분 각성자는 끈에 몸이 묶이면 토한다. 끈의 원리는 정신을 뒤흔들면서 능력 발동을 할 수 없게 만드니까. 각성자가 능력을 발동하기 위해선 체력과 정신력 둘 다 필요하니까.
“정신 방어 계열 능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상관없다. 속박에 걸린 이상 제대로 움직일 수 없을 테니까. 리암!”
“오오오오오!”
대원 중 가장 덩치가 큰 리암이 성유진을 향해 돌진했다. 그의 몸이 더 커지고, 몸은 금속으로 변한다. 리암의 돌격은 질주하는 장갑차나 다를 바 없었다.
이변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성유진의 갈치검이 은빛으로 환하게 빛나며 어두운 주위를 밝힌다. 마치 영화 속에나 나올 듯한 광선검 같았다.
속박된 성유진은 제한된 움직임 속에서도 칼을 휘둘렀다. 고작 빛나는 칼로 리암을 어떻게 할 수 있을 리가 없다는 믿음은 곧바로 산산이 조각났다.
리암의 몸이 반으로 갈라졌다. 달리는 트럭에 부딪혀도 다치지 않던 놈이 양단되어 피와 내장을 쏟아내며 즉사했다.
그 충격에 멈칫한 순간이었다.
꽝!
보호막이 흔들렸다.
마크는 급히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야구 모자를 푹 눌러쓴 여자가 있었다. 금속 야구 방망이를 손에 쥔 여자는 웃으며 방어막을 두들겼다.
“아, 이거 깨부수는 맛이 있네!”
“대장님! 버티기 힘듭니다! 이 년 무식하게 힘이 세서…! 윽!”
쨍그랑!
보호막이 부서진다.
“노아!”
“안 됩니다! 타깃을 속박하는 것만으로도 힘듭니다! 지금 타깃을 풀면 상황은 더 악화됩니다!”
“제길. 피커! 저 여자부터 해치운다!”
피커는 손을 칼로 바꾸고는 최혜진에게 휘둘렀다. 최혜진은 뒤로 물러나며 공격을 피했다. 야구 방망이를 어깨에 걸친 그녀의 몸놀림은 가벼웠다.
“그놈이 칼을 휘두르는 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네.”
“넌 정보에 없었는데… 뭐 하는 년이냐?”
“알아서 뭐 하게.”
최혜진이 피커에게 접근했다. 피커의 칼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피커가 칼을 금속 방망이를 들어 막아 낸다. 방망이가 그대로 반으로 갈라져 떨어졌다. 최혜진은 혀를 차며 반으로 짧아진 방망이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최혜진과 피커에게는 기량 차이가 있었다. 최혜진은 본능적으로 오래 싸우면 자신이 진다는 걸 알았다.
푹.
피커의 칼이 최혜진의 복부를 찌르고 벤다. 최혜진은 짧아진 방망이로 피커의 머리를 후려쳤다.
“자기 목숨을 내다 버리면서까지 공격하다니… 미친년.”
“이쪽은 목숨이 한 개가 아니야. 좆 같게도 내 것이 아닌 게 문제지.”
최혜진도 바닥에 쓰러졌다.
그리고 직후, 하늘에서 벼락 한 줄기가 떨어져 대각성자부대를 전원 감전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