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2424)
EP.2424 2424. 펫 케이지
현실로 나오자마자 펫 케이지를 꺼냈다.
마키나는 여전히 펫 케이지 속에서 멍청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입에 남아 있는 정령옥을 사탕처럼 쪽쪽 빨면서 고개를 두리번거린다.
“여긴 어디야?”
“내 집.”
“여기 집 아닌데….”
인벤토리 내부에서 시간이 멈춘다. 즉, 마키나는 인벤토리를 인식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지금 보니 마키나는 인벤토리에 들어갔다는 자각조차 없는 것 같았다.
[행동력: 99/100]펫 케이지를 보니 행동력이 줄어들었다. 현실로 오자마자 줄어든 것을 보아하니 오랫동안 활동할 수 있을 것 같진 않았다.
‘인연 소환처럼 출신 유희 세계가 비활성화된 것도 아니군.’
잠시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정령옥을 모두 먹은 마키나가 다시 철창을 잡고 난리 치기 시작했다.
“꺼~ 내~ 줘~~”
덜컹덜컹.
펫 케이지가 덜컹거린다. 내구성이 썩 좋아 보이진 않는다. 그러나 펫 케이지는 마키나의 힘을 잘 버텼다.
펫 케이지 내부에서 안 그래도 작은 마키나의 몸이 더 줄어든 상태라고 해도 마키나는 정령이었다. 작정하고 힘을 쓰면 일반인 이상의 힘을 쓸 수 있다.
“야, 마키나. 너 그 안에서 힘을 못 쓰는 거냐?”
“힘이 안 나와. 대체 이런 건 어디서 가져 온 거야? 풀어줘어어~”
“그런 것 치곤 좀 얌전하다?”
마키나의 성격상 울면서 땡깡쳐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난리를 피워도 땡깡치는 수준은 아니었다.
“답답해! 꺼내줘!”
덜컹덜컹덜컹!
더 난리치는 마키나를 보며 펫 케이지를 발로 찼다.
“꺄아아악!”
펫 케이지가 바닥을 굴렀다.
내부에서 여기저기 부딪힌 마키나가 분노해 소리쳤다.
“야! 성유진!! 진짜 이럴 거야? 아줌마한테 다 이른다! 진짜 이를 거야!”
마키나의 말을 무시하고 펫 케이지를 확인했다. 제법 세게 찼음에도 멀쩡했다. 흠조차 나지 않았다.
“닥치고 솔직히 말해봐. 거기 썩 불편하진 않지?”
“조, 조금은?”
[주의: 펫의 성향에 따라 케이지를 불편하게 여길 수도 있습니다. 다른 세계에서 펫의 능력치가 변동될 수 있습니다.]펫 케이지에 적힌 주의 사항이었다. 다행히 마키나는 해당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나는 펫 케이지 앞에 쪼그려 앉아 마키나와 이야기를 나눴다. 마키나를 꺼내기 전에 이곳은 본래 세상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시킬 필요가 있었다.
“다른 세게? 정령계나 마계처럼 말이야?”
“좀 다르지만 맞긴 해.”
“어쩐지 네게서 느껴지던 정령 친화력이 없어진 것 같은데 그것 때문이야?”
“그래도 계약은 이어져 있잖아. 다른 세계에 대해선 일절 말하지 말 것. 엄마한테도 마찬가지야. 약속을 지키겠다고 맹세하면 풀어줄게.”
마키나는 애처럼 행동해도 진짜 애는 아니었다. 어린아이처럼 무분별하지 않았다. 떼를 써도 되는 상황을 파악할 줄 알고 이용한다. 어떻게 보면 영악하다고도 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유아용 애니메이션에 왜 그렇게 환장하는지 모르겠지만.
“저, 정령옥 3개! 3개만 주면 무덤까지 비밀로 할게!”
이처럼 기회가 생기자마자 딜을 해온다.
정령옥 3개. 그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줄 수 있다. 하지만 마키나가 괘씸했다.
“2개.”
“3개! 3개 아니면 다 말하고 다닐 거야!”
“야. 너 정령옥이 얼마나 귀한지 몰라? 내가 이거 얻으려고 온갖 개고생을 했어.”
“정령옥이 귀하긴 해. 그래도 3개!”
“앞으로를 생각해야지. 네가 이렇게 나오면 내가 너한테 정령옥을 주고 싶겠어? 너 나 말고 정령옥 구할 수 있어? 어? 있냐고?”
“…아, 앞으로 안 줄 거야? 그, 그럼 2개만 받을게….”
마키나가 바로 꼬리를 내렸다.
정령옥의 수급처는 유희 생활 어플 밖에 없다.
오직 나만이 정령옥을 이용할 수 있다. 나와 마키나 사이에 넘을 수 없는 갑을 관계는 예전부터 형성되어 있었던 것이다.
“비밀을 지킬 것을 맹세하냐?”
“맹세합니다!”
“나와서 멋대로 힘쓰지 마라.”
“알았어! 빨리 정령옥!”
펫 케이지에서 마키나를 꺼냈다. 소형견처럼 작아졌던 마키나는 케이지를 나오자마자 원래의 크기로 커졌다. 그래 봤자 60cm 크기였지만. 5살 짜리의 키가 100cm를 넘는 걸 생각하면 굉장히 작았다.
정령옥 2개를 던져주자 마키나가 냉큼 집어먹었다.
“너 몸 키울 수 있지?”
가끔 성하리가 마키나를 데리고 밖에 나갈 때가 있었다. 산책과 마트를 갈 때다. 그때 마키나는 몸을 키웠다.
“응. 힘을 사용하면. 왜? 그거 피곤해서 싫어. 그리고 조금 밖에 안 커져.”
60cm가 100cm 정도로 커진다. 만 5세 정도로 커진다는 것이다. 실체화까지 하면 일반인들은 마키나가 정령이라는 걸 알 수 없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집 밖으로 나갈 때는 몸을 크게 만든 채로 데려가야겠군.’
관계를 물으면 대충 동생이라 둘러대면 되겠지.
“마키나. 로봇 청소기 한 대 만들어 봐라. 간단하지?”
마키나의 능력은 3개.
1. 기계 제작. 본래 존재하는 물질로 기계를 만드는 것. 재료가 충분해야하고 어느 정도 기술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2. 기계 구현. 대량의 마나를 소모해 일시적으로 기계를 구현하는 것. 공상 과학에서나 나오는 기계들을 구현할 수 있다.
3. 기계 빙의. 물질에 빙의하면 물질을 기계화하고, 기계에 빙의하면 그 기계를 지배한다. 따라서 기계를 대상으로 절대적인 상성을 자랑한다. 단, 고성능의 인공지능 같은 건 본체에 직접 접촉해야 한다.
“만들라고? 재료는?”
인벤토리에서 금속들을 꺼냈다. 강철, 구리, 황금, 초전도체, 갈치늄 등등. 플라스틱이나 고무도 있었다.
마키나는 재료들을 향해 양손을 내뻗으며 힘을 사용했다. 재료들이 뭉치더니 기계로 변한다. 동시에 내 안의 마나가 빠르게 소모되고 있었다. 자기 자신의 힘이 아닌 내 마나를 사용하는 것이다.
생각보다 많이 빠지긴 해도 감당할 수 있다. 그보다는 펫 케이지 행동력에 집중했다.
[행동력: 98/100] [행동력: 97/100]행동력이 줄어들었다. 단순히 대화할 때는 멀쩡했는데 마키나가 힘을 쓰니 빠르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로봇 청소기를 완성했을 때는 행동력이 95가 되었다.
“휴. 힘들어.”
로봇청소기의 형태는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달랐다. 하얗고 동그란 몸체 위에 왕이 앉을 법한 옥좌가 있었던 것이다. 마키나는 그 옥좌 위에 털썩 앉았다.
위이이이잉.
로봇 청소기가 빨빨빨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마키나는 꺄르르 웃으며 좋아했다. 로봇청소기는 정확히 마키나가 손짓하는 곳에 따라 움직였다.
“잠깐. 리모컨도 없이 조작할 수 있는 거냐?”
“응? 내가 만든 거니까 당연하지.”
나는 다가가 마키나를 옆으로 던졌다.
“비켜.”
“꺄악!”
로봇청소기를 자세히 살펴본다. 디자인적으로는 최악이었다. 성능은 자세히는 몰라도 나쁘지 않다. 그 사이에 먼지가 제법 쌓였으니까.
“근데 이거 어떻게 충전하는 거냐?”
“응? 아, 맞다. 충전 기능 넣는 거 깜빡했어. 헤헤. 그래도 배터리는 있어. 네가 번개 능력으로 충전하면 되잖아.”
“멍청한 년.”
“멍청하다고 하지 마!”
달려온 마키나가 내 다리에 주먹을 날렸다. 퍽퍽. 힘은 실리지 않았기에 맞아줄 만 했다.
“마키나. 일 좀 해줘야겠다.”
“일?”
“내가 널 왜 불러왔다고 생각하는 거냐. 이 집 좀 개조하자. 미래적으로 말이야.”
마키나를 부려 먹기 전에 로봇 청소기를 인벤토리에 넣으려고 했다.
[3포인트를 소모해 소유권 강탈을 사용하시겠습니까?]로봇 청소기 주제에 3포인트인가.
마침 잘 됐다. 시험해 볼 게 있다.
“야, 이건 이제 내 거다. 알지?”
“응? 그래. 어차피 네 재료로 만든 거니까.”
다시 인벤토리에 넣어봤다. 로봇 옥좌 청소기가 인벤토리로 쓱 들어갔다.
‘방금 그걸로 소유권 이전이 인정됐군. 꼭 강탈할 필요는 없다는 거지.’
나는 마키나를 데리고 집안 곳곳을 개조했다. 가장 먼저 개조한 것은 침대였다. 자주 여자들을 데려오곤 하니 침대 개조는 필수였다.
“거친 플레이를 해도 괜찮은, 푹신하면서도 내구성이 뛰어난 침대가 좋겠군. 아, 방수 기능은 당연히 있어야하고.”
“방수 기능? 오줌이라도 싸는 거야? 이 오줌싸개!”
마키나가 건수 잡았다는 듯이 놀리기 시작했다. 나는 태연했다. 내가 싸는게 아니라 여자들이 질질 싸는 거니까.
“하라면 해라. 인체 공학 적인… 그, 뭐냐. 침대로 말이야.”
마키나가 침대를 만들었다. 내구성과 방수 기능을 제외하면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기존에 있던 침대가 훨씬 낫다.
“이 쓸모없는 년. 이렇게밖에 못해?”
“인간 기준으로 편한 침대라는 게 뭔지 모르겠어. 내가 꼭 그걸 알아야 해?”
마키나는 인간이 만든 애니메이션이나 음식을 좋아하는 주제에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이건 다른 정령들도 비슷했다. 정령친화력을 가진 인간을 제외하면 소 닭 보듯 한다고 할까.
“블루투스 샤워기. 못 만드는 거냐?”
“만들 수 있어! 지금보다 더 많은… 아주 많은 마나가 필요하지만! 구현은 가능한데 해줄까?”
지나친 오버 테크놀로지는 넘어가기로 했다.
‘마법으로는 존나 쉽게 가능한 것 같던데. 과학은 마법만도 못하군.’
마키나가 내 말을 들으면 지랄할게 분명했기에 속으로만 생각했다. 어쨌든 마키나의 힘으로 집을 스마트하게 만드는 것에 성공했다.
가장 마음에 든 것은 오나홀 컬렉션이 장식된 장식장이었다. 화려한 조명으로 빛나는 오나홀 장식장이 내 마음에 쏙 들었다.
“으엑. 오나홀을 왜 장식장에 넣어두는 거야? 보지 발도 하려고?”
“이 오나홀들의, 보지의 아름다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거냐. 잘 봐라. 이 보지는 최근에 얻은 초선의 보지로….”
“조선?”
“아니, 초선. 삼국지에 나오는 여자지.”
“됐어. 그런 거 관심 없어.”
식탁도 개조했다. 홀로그램 화면이 나오는 테이블로 개조했다. 홀로그램 화면이 나오는 식탁이었다. 알몸의 여자 홀로그램이 섹시 댄스를 춘다. 이제 식사할 때 홀로그램 스트립쇼를 볼 수 있게 됐다.
이것저것 개조하다 보니 어느새 행동력이 바닥났다.
[행동력: 0/100]“아악?”
마키나가 갑자기 소리치더니 역소환되어 사라졌다.
인벤토리에서 펫 케이지를 꺼냈다. 마키나가 들어 있었다.
“왜 또 여기야? 꺼내줘!!”
꺼내 봤다. 그러나 10초도 지나지 않아 다시 케이지 안으로 역소환되었다.
“이, 이게 뭐야? 나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응? 구해줄 거지? 유진아! 나 구해줄 거지?!”
대답하기도 귀찮아서 케이지째로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확인해본 결과 3시간마다 행동력 1이 회복됐다.
‘행동력을 전부 회복하려면 300시간이니…. 2주 좀 안 되나. 집을 개조하는데 이 모양이니 전투라도 벌이면 행동력이 바닥에 치겠군.’
그리고 마키나의 힘은 [아카데미의 구원자] 세계에 있을 때보다 약해졌다.
‘음. 효율이 안 좋아졌다고 해야 하나.’
어쩄든 마키나 덕분에 현실이나 다른 세계에서도 편안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거다. 특히 [백환] 세계. 현대 물건을 가져온다고 해도 한계가 있기에 은근히 불편했었는데 마키나를 이용하면 현실보다 더 편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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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옥좌 청소기를 화승희에게 분석을 부탁했다.
“재밌는 물건이었어요. 청소기에 충전 기능이 없는 건 둘째치고… 의자는 왜 로봇 청소기 위에 올려둔 거예요? 고양이 의자예요?”
“아, 그거. 나도 몰라. 로봇 청소기에 들어간 기술은 어때? 똑같이 복제할 수 있겠어?”
“하려면 할 수는 있어요. 대충 몇 개월은 걸리겠지만요.”
“…몇 개월이나 걸린다고? 왜?”
“기술이 좀 달라요. 고등한 기술이 들어간 것 같다고 할까. 아니, 조금 궤를 달리하는 기술이랄까. 그보다 로봇 청소기 안에 초전도체랑 알려지지 않은 금속이 있던데… 그거 어디서 얻었어요?”
“로봇 청소기 자체를 던전 보상으로 얻었어. 나머지는 나도 몰라.”
나는 딱 잘라 말했다.
초전도체? 공표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초전도체를 만들 수 있는 건 나뿐이다. 하승희는 초전도체를 얻으려고 날 들들 볶을 것이 분명했다. 돈은 이미 충분히 많은데 뭐하러 귀찮은 일을 하나.
하승희의 눈빛이 가늘어진다. 매서운 안광을 발하는 것으로 봐선 초전도체에 관해 캐물을 것이 분명했다.
“내가 바쁜 일이 있어서. 나중에 보자.”
서둘러 자리를 벗어났다.
하승희의 보지맛이 아쉽긴 했지만… 어쩔 수 없다. 지금의 하승희라면 섹스하면서도 초전도체를 물고 늘어져 귀찮게 하겠지.
집으로 돌아온 나는 마도카를 떠올렸다. 최근 잔느의 몸을 탐내고 있지 않던가.
‘어디 건방지게 주인님의 물건을 탐내. 마키나를 이용해 기강 좀 잡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