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560)
〈 560화 〉 560. 아카데미의 구원자
560. 아카데미의 구원자
“…죄송합니다. 너무 의외의 일이었던지라 잠깐 유진 님을 의심했습니다. 교주님의 뜻이 그러하다면 받아들이겠습니다.”
이스테는 순순히 고개를 숙여 내게 사과했다. 그녀와 귀찮은 실랑이를 벌이지 않아도 되니 다행이었다.
“네 고행은 뭐지? 이 특수 던전을 공략하는 건가?”
“네. 이 섬의 시험을 모두 극복해야 합니다.”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지?”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약 3개월 전에 이 섬에 들어왔습니다.”
“3개월 동안 있었다고? 식량도 없는데?”
“이곳에선 먹지 않아도 죽지 않습니다. 예외가 있다면 식욕의 시험뿐입니다.”
“식욕의 시험…. 숲에 있는 그 열매를 말하는 건가.”
“네. 유진 님은 벌써 통과하셨습니까? 대단하시군요.”
이스테의 얼굴에 감탄의 빛이 서린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장담하는데 그녀는 미녀가 될 것이다.
‘원작의 일러스트를 보면 쭉쭉빵빵한 금발미녀였지.’
미래에 그녀를 따먹기로 마음속으로 기약한다.
“식욕의 시험은 별거 아니더군.”
“저는 그 시험이 힘들었습니다. 일주일 동안 나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열매를 탐했습니다. 먹어도, 먹어도 채워지지 않았으나, 먹는 것 자체가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나는 이스테를 이해할 수 없었다. 식욕의 시험이 일주일 동안 고생할 정도로 힘든 시험이었던가? 확실히 열매가 맛있긴 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의외로 식탐이 많나 보군.’
다시 입을 열었다.
“여기에선 뭘하고 있었지?”
“길을 찾고 있었습니다.”
“길을 찾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앞만 걸어가도 사막을 벗어날 수 있다. 넌 같은 곳을 빙글빙글 돌고 있더군.”
“그랬습니까? 몰랐습니다.”
“눈을 감고 있어서 그런 건 아닌 것 같고…. 대체 왜 그랬지? 내가 알기로 너는 눈이 보이지 않는 것도 아닐 텐데.”
“눈을 뜨더라도 사막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겁니다. 이 사막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분노를 버려야 합니다. 저는 아직 분노를 전부 버리지 못했으니 사막이 길을 열어주지 않는 것이죠.”
“분노…? 이 섬은 역시….”
“네. 이 섬은 오욕칠정을 시험하는 곳. 이 섬의 시험을 통과하는 것이 제 고행입니다.”
“그렇군.”
고개를 끄덕였다.
원작의 이스테. 다시 말해 미래의 그녀는 감정이 없는 구목교의 성녀였다. 왜 감정이 없는지 알겠다. 이곳에서 전부 버렸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3개월을 지냈다면… 대부분의 시험을 통과했겠군.”
“아니요. 제가 모자라 절반도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그거 다행이군.”
카산드라는 굳이 나를 이스테에게 보냈다. 다시 말해 카산드라는 원작의 이스테를 바라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사막에선 분노를 버려야 길이 열린다고 했지?”
“네. 이 사막은 분노를 시험하고 있습니다. 저는 알 수 있습니다.”
“시험의 내용을 알 수 있는 건 그 눈 때문이겠지.”
“……네.”
“근데 왜 굳이 분노를 버려야만 하지?”
“분노가 사라져야만 길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버린다는 게 잘못됐다는 거야.”
나는 성큼성큼 다가갔다. 감정을 전부 버리면 인형밖에 되지 않는다. 나는 이스테가 인형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쭉쭉빵빵한 미녀가 되어 내 아래에 깔릴 텐데 감정 없는 미녀가 되면 너무 아깝다.
“이 섬은 오욕칠정을 시험할 뿐이야. 정답은 없어. 분노는 한 번 터트리면 일시적으로 사라지지. 분노를 버리는 게 아니라 내보여.”
“아, 그게…. 전 분노를 내보이는 법을 모릅니다.”
“그래? 그럼 내가 먼저 시범을 보여주지.”
나는 억지로 분노의 감정을 끌어올렸다. 게임에서 같은 팀으로 만난 쌉버러지 트롤 새끼들을 생각하니 머리끝까지 분노가 느껴졌다.
“아아아아아악! 이 병신 새끼들!!”
욕을 내뱉으며 발로 모래를 쾅쾅 발로 내리찍었다. 파직. 내 몸에서 뇌전이 튀고 흙먼지가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분노에 몸을 맡겼다. 모래, 바닥을 굴려 온몸이 흙투성이가 되었음에도 멈추지 않았다.
거의 10분 동안 분노를 토해낸 나는 기진맥진 상태가 되었다.
『분노를 극복했습니다.』
“봤지?”
자리에서 일어나 옷에 묻은 모래를 탁탁 털었다. 이스테는 입을 벌리고 이쪽을 쳐다봤다. 두 눈을 감고 있음에도 정확하게 나를 보고 있다.
“네? 네.”
“나처럼 분노하면 돼. 쉬우니까 너도 해.”
“저, 저도요?”
“내가 널 도와주기로 했잖아. 그러니 너도 내 말을 따라야지.”
그녀는 양손을 꽉 잡고 당황한 기색을 보이더니 곧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알겠어요. 한 번 유진 님처럼 해볼게요.”
이스테는 나로부터 약간 거리를 벌리고 다리를 들어 바닥을 팍팍 짓밟았다. 그러나 다리에는 조심성이 남아 있고, 새하얀 얼굴은 부끄러운지 붉게 달아올랐다.
“다리에 조금 더 힘을 주고 소리도 지르라고!”
“…네. 유진 님! 악! 악! 아아아악!”
분노를 토하는 건지 다리가 아파서 비명을 지르는 건지 모르겠다.
“계속해. 계속.”
그래도 효과는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이스테를 지켜보면서 상태창을 열었다.
『이름: 이스테
근력: F- 체력: F 민첩: F 내구: F- 마나: D-
특성: 원초의 눈 (SS+)
스킬: 초감각 (B)』
이스테의 나이를 생각하면 신체 능력도 준수한 편이었다. 특히 마나 랭크가 높은 편이었다. 나야 마나 큐브를 이용해 꾸준히 수련해와서 C랭크지만, 이스테는 선천적으로 타고났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스킬인 원초의 눈은 볼 것도 없는 초대박 특성이고…. 뭐, 원초의 눈을 컨트롤하기 힘들어 눈을 감고 생활하고 있는 거지만.’
초감각 스킬은 눈을 감고 생활하며 자연히 익히게 된 스킬일 것이다. 랭크는 B. 생각보다 훨씬 높다.
『이스테의 호감도 : 12』
호감도는 12.
호감도 20부터가 내게 관심을 가지는 수준인데, 우리가 방금 만난 걸 생각하면 호감도 12는 평범한 수준이었다.
“소리를 더 질러.”
“악! 아아아악! 악악!”
이스테가 분노를 쏟아내고 헉헉 숨을 내쉬었다.
“서, 성공했어요!”
“거봐. 굳이 감정을 버릴 필요는 없다니까? 이참에 처음부터 다시 해보자.”
“처음… 부터요?”
“괜찮아. 네가 내 말을 잘 따르면 일주일도 안 걸릴 거야.”
“꼭 그러실 필요는….”
“나도 내 고행을 도와주는 것뿐이야. 확실하게 도와주지. 물론 너처럼 미련하게 3개월 동안 여기에 있을 생각은 없어. 일주일 안에 끝내주지.”
•••
강원도의 어느 고급 펜션이 폭삭 주저앉았다.
성하리는 건물의 잔재 앞에서 창을 어깨 위에 올리고 주위를 둘러봤다. 구목교의 가면을 쓴 시체가 주위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성하리는 그들을 고문해서라도 입을 열려고 했지만, 광신도들은 말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 도리어 자기 목숨을 버려가면서까지 성하리에게 달려들었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 성유진에 대해서도 알려주지 않는다. 결국 성하리는 성질대로 구목교의 교인들을 모두 죽이고, 주위에 있는 결계까지 파괴했다.
히어로 협회에서 정보를 받아 뒤늦게 성하리를 쫓아온 성한구는 혀를 끌끌 찼다.
“하리야. 넌 부모가 되었는데도 여전히 성격이 불같구나.”
성하리는 성한구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녀의 두 눈에 물기가 차오른다.
“……아빠. 도와줘요. 우리 유진이… 찾아줘요. 부탁이에요.”
“…….”
성한구는 성하리의 모습에 잠깐 할 말을 잃었다.
“방금 내가 했던 말은 취소해야겠구나. 걱정 말거라. 유진이는 네 아들이지만, 내 손자이기도 하다. 내가 여기에 온 것도 유진이를 찾기 위해서지.”
성한구는 정령술을 이용해 땅의 정령을 불렀다. 비록 계약하지 않은 정령이라 할지라도 정령술을 이용하면 한 번쯤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땅 밑에서 불쑥 나타난 땅의 상급 정령은 3M가 넘는 거대한 몸을 가진 두꺼비 형체였다.
-네가 나를 불렀나?
“네. 이 땅의 정령이시여. 당신의 도움을 받고 싶습니다.”
-내 도움? 도와주는 건 어렵지 않지. 네가 합당한 대가를 치른다면 말이다.
하급이나 중급 정령의 경우엔 재밌다는 이유로 쉽게 도와준다. 인간에게도 제법 호의적이다. 하지만 상급 정도가 되면 인간을 하등하게 본다. 특히 이세계에서 터줏대감 노릇을 하고 있는 정령이라면 더욱더.
“여기 대가를 치르겠습니다.”
불명을 꺼내 공손히 바쳤다. 흙두꺼비는 물병을 획 낚아챘다.
-용종의 눈물이군. 기본이 되어 있는 인간이구나.
흙두꺼비의 눈동자가 데굴데굴 굴러 성하리에게 잠깐 향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인간이 있긴 하다만…. 이 정도의 물건을 받고 그냥 갈 수는 없지. 좋다. 원하는 걸 말해봐라. 정령사.
“제 손자가 납치되어 이 근처로 끌려온 거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시다시피 손자는 없었습니다. 손자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성한구가 차분하게 말했다. 마음이 타들어 가더라도 차분함을 유지해야 했다.
-땅의 기억을 보라는 거군. 알았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한 번 보도록 할까.
흙두꺼비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약 30초의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눈을 떴다.
-네 손자는 이곳에 없다. 가면 쓴 놈이 데려갔다. 결계… 아니, 마법인가. 인간이 만든 마법이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고 뛰어난 마법이군.
“……!!”
성한구는 주먹을 꽉 쥐었다. 당장 어디에 있는지 말해달라고 소리치려는 것을 꾹 참았다. 소리치면 흙두꺼비가 불쾌함을 느끼고 협조를 안 해줄 수도 있었다.
“어디로,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있습니까?”
-본래라면 거래는 여기서 끝이다. 하지만 놈들은 감히 번개의 정령을 붙잡아 작은 나무 우리 속에 가두었더군. 괘씸한 것들이다. 놈들이 마음에 안 드니 위치를 알려주지.
흙두꺼비는 커다란 앞발을 들어 올리고는 바닥을 쿵 찍었다. 바닥에는 발자국 대신에 한반도가 그려져 있고, 한반도 어느 지점에 동그란 표시가 되어 있다.
-그 마법은 이곳의 지하로 이어져 있다. 거래는 이것으로 끝이다. 당분간은 부르지 마라.
흙두꺼비가 지면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사라졌다.
성하리와 성한구는 재빨리 움직여 흙두꺼비가 남긴 한반도 그림을 들여다봤다. 한반도 그림은 제법 자세하게 그려져 있어서 표시의 위치를 특정하는 것도 쉬웠다.
“…서울 관악구…?”
성하리가 몸을 돌렸다. 성한구는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기다려라. 혼자 가서 전부 박살 낼 생각이라면 관두거라. 유진이가 있다. 유진이가 너 때문에 다칠 수도 있단 말이다.”
“유진이는 지금도 떨면서 날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어쩌면 놈들이 유진이에게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르고…!”
“안다. 그러니 더 확실하게 구해야지.”
“……협회에 연락하라고요?”
“아니. 유진이를 납치한 건 협회가 지정한 히어로다. 협회에 다른 배신가 있을 수 있지. 우리 가문이 직접 나설 것이다. 하리야, 같이 움직이자꾸나.”
“……이번 한 번만 도움받을게요.”
“아버지의 의중은 모르겠지만, 나는 유진이뿐만이 아니라 너도 진령성가의 일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잊지 말거라.”
협회에서 파견한 히어로들이 장소에 도착했을 때는 아무도 없었다.
•••
“허억. 헉….”
나는 숨을 거칠게 내쉬며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손등으로 닦아 냈다.
나를 이토록 곤란하게 만드는 건 색욕(色慾)의 시험이었다.
이스테는 가장 쉬운 시험이라면 동굴로 나를 안내했다. 그러나 이 색욕의 시험이 가장 쉬운건 이스테에게만 해당되는 말이었다. 이스테는 아직 어린 나이로 성이라는 것 자체를 잘 모르는 나이니까.
그녀는 성에 대해서 잘 모르기에 쉽게 통과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달랐다.
“후후후후.”
“아이잉.”
“후웃….”
내 주위에 알몸의 미녀들이 있었다. 모두가 눈이 번쩍 뜨이는 미녀들이었고, 몸매도 쭉쭉빵빵 그 자체다. 내 자지는 이미 불끈거리고 있다.
‘이건 가짜다. 색욕의 시험이야.’
식욕의 시험과 같다. 나를 유혹하는 그녀들을 모른 척 뿌리치고 지나가면 시험을 통과할 수 있다. 머리는 확실하게 이해하고 있다.
문제는 내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내 손은 스스로 옷을 벗고 알몸이 되어 발딱 서 있는 자지를 미녀들에게 과시하고 있다.
미녀들이 웃으며 내 몸에 착 달라붙었다. 그녀들의 냄새, 온기, 촉감. 그 전부가 진짜였다.
‘엄청난 시험이군.’
나는 이전에 에스테에게 말했던 말을 떠올렸다.
굳이 분노란 감정을 버릴 필요도 없다.
색욕 또한 마찬가지다.
‘성욕은 만족하면 결국 사라진다.’
탁!
나는 내 앞에 있는 여자를 잡아 바닥에 눕혔다.
“꺄앗.”
바닥에 눕혀진 여자가 교태롭게 몸을 비틀었다.
“설령 가짜라도 보지는 보지! 맛은 한 번 봐야지!”
여자를 향해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