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664)
〈 664화 〉 664.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664.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내 마차 뒤로 에이든 왕자와 귀족들이 모였다. 그 주위는 나의 충성스러운 여기사들이 경계를 서고 있다. 밖에서는 내가 무엇을 하는지 보이지 않을 것이다.
내 앞에 모인 귀족들은 총 18명이었다. 이 귀족들은 내게 돈을 빌렸거나, 헬브리트 공작에게 약점이 잡혔던 귀족들이다. 헬브리트 공작이 죽으면서 자유의 소중함을 느끼며 행복한 귀족의 삶을 살려고 했다. 그러나 어림도 없지. 내게 헬브리트 공작의 장부와 명부가 있는 이상 저들의 주인은 나로 바뀌었다.
“오오! 남작을 따르는 귀족들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이건…! 이건 가능하겠어!”
에이든 왕자는 모인 귀족들을 보고 생각 없이 기뻐했다. 그는 이 무거운 분위기를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기뻐했다. 이 귀족들이 자신의 편이 될 것을 아는 것이다.
“왕자님.”
“그래. 남작. 무슨 일인가?”
“이들과 대화를 나눌 동안 조용히 해주십시오.”
“으음. 남작이 부탁하면 들어줘야지….”
에이든은 입을 다물었다. 손가락을 꼼실거리며 눈동자를 굴리는 게 심심한 모양이다. 내가 옆에선 유리아에게 눈짓하자, 그녀가 에이든에게 술병을 건넸다.
“고, 고맙군.”
그는 천천히 술을 아껴먹으며 상황을 주시했다.
나는 귀족들의 얼굴을 살펴보며 입을 열었다.
“바르마르마 남작.”
쥐를 닮은 그가 꿀꺽 마른 침을 삼키며 내 앞으로 나섰다.
“바르마르마 남작은 참 간도 크십니다. 밀무역을 하고서 어떻게 공주의 옆에 붙을 생각을 하셨습니까? 지금 라펠리의 재상이 아일린 공주란 걸 모르시진 않으실 텐데….”
“프, 프루커스 남작님! 조용한 곳에서! 둘만 있는 곳에서 대화를 나누시지 않겠습니까?!”
바르마르마가 화들짝 놀랐다. 다른 귀족들이 밀무역에 관해 알게 되는 게 싫은 모양이다. 이 중에 누군가 바르마르타를 고발하거나 협박할 수 있으니까. 나는 헛웃음을 흘렸다.
‘그딴 걸 신경 썼다면 애초부터 전부 모으지 않았지. 이놈들은 다 똑같은 놈들이니까.’
내게 돈을 빌린 놈들도 마찬가지다. 이놈들은 내 돈을 갚지 못한다. 유리아가 이미 그렇게 손을 써놓았기 때문이다. 돈으로 비리로 목줄이 채워진 그들은 이미 내 노예들이었다.
“전 바르마르마 남작과 여러분에게 실망했습니다. 아일린 공주가 어떤 년인지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지금에서야 여러분을 웃으며 대하겠지만, 왕위에 올라가면 태도가 싹 바뀌어 여러분을 숙청하러 들것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그 여자의 뒤에서 실없이 웃고 계시더군요.”
“맞소! 남작의 말이 맞소! 그년은 천사처럼 웃지만 악마같은 년이오. 그년이 왕이 되면 뻔하지. 숙청이 시작되고 나라에는 망조가 들 것이오!”
에이든이 끼어들었다. 그는 있는 힘껏 아일린을 욕했다. 나는 그의 욕을 전부 들은 뒤에 말했다.
“왕자님. 제가 조용히 해달라 하지 않았습니까.”
“크음. 아일린의 이름이 나와서 내가 잠시 흥분했군. 미안하다.”
왕자는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나는 내 눈치를 살피는 바르마르마를 보다가 다른 귀족들의 이름을 부르고 그들의 비리를 전부 언급했다. 내게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경고의 의미였다. 그리고 경고는 잘 먹혀 들었다.
‘폭탄 목걸이는 관두자. 그건 너무 위험해.’
너무 압박하면 저들끼리 뭉쳐서 날 배신할 수도 있다.
‘그리고 폭탄 목걸이는 마스터급의 도움만 받으면 해체할 수 있지. 귀족들이 힘을 합치거나, 아일린 공주에게 도움을 청하면 폭탄 목걸이를 해체하는 건 일도 아니야.’
유리아는 내게 말했다. 헬브리트 공작은 저들을 마냥 채찍으로만 다루지 않았다고. 적당한 당근을 준다면 저들은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여러분. 고개를 드십시오. 저는 여러분에게 실망하긴 했지만, 전 여러분을 잡아먹는 괴물이 아닙니다. 실수는 누구라도 저지르지 않습니까?”
유리아에게 눈짓했다. 유리아는 내가 따로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행동했다. 가끔 보면 내 머릿속을 훤히 들여다보는 것 같아서 놀랄 때가 있다.
유리아는 마차의 뒷문을 열었다.
마차안에 있는 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반짝이는 금화와 보석, 드워프가 만든 명품 무기와 갑옷들이다. 이건 내 재산의 일부일 뿐이다. 나는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도, 전쟁이 시작된 후에도 식량과 무기를 몰래 팔며 짭짤하게 벌어들이고 있다.
에이든 왕자를 포함한 귀족들이 입을 벌리며 마차 안을 쳐다봤다. 입안에 벌레가 들어가도 모를 정도로 놀란 모양이다.
“나는 여러분을 무보수로 부려 먹을 생각이 없습니다. 여러분이 제 지시를 따라주고 잘 행동한다면…. 당연히 보수를 지급하겠습니다. 절 못 믿으시겠다고요? 이제 믿게 될 겁니다. 유리아. 나눠드려.”
“네. 주인님.”
유리아는 금화와 보석을 주머니에 넣어 귀족들에게 나눠주었다. 물론 에이든 왕자에게도 주었다. 이런 걸 소외시키면 무슨 짓을 저지를 줄 모른다.
산더미같은 재화가 절반 정도 줄어들었다.
귀족들은 양손에 든 묵직한 주머니를 보며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탐욕으로 일그러진 역겨운 미소였다. 나는 그 미소를 보며 한탄했다.
‘왜 여자 한 명이 없냐.’
평균 연령 40대의 귀족들이었다. 미녀 귀족 한 명 있었다면 기분이 좀 좋아졌을 텐데.
“프루커스 남작님! 전 프루커스 남작님을 따르겠습니다!”
“남작님. 무엇을 하면 됩니까?”
“하하하. 아일린 공주는 똑똑하지만 결국은 여자. 왕위는 역시 에이든 왕자님이 계승해야 마땅합니다.”
“왕자님. 왕좌를 차지하시면 제게도 한자리 주십시오.”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게 변했다. 옆에서 보고 있던 왕자는 어안이 벙벙한지 고개를 획획 돌리기 바빴다.
“여러분. 여러분 중에 이번 국장에서 공을 세우는 사람이 있다면… 전 그분에게 보수를 약속하겠습니다.”
“공을 세운다니…. 전쟁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정전입니다. 아일린 공주를 지지하는 귀족들은 시시때때로 우리를 노릴 겁니다. 우리는 우리를 지켜야 합니다. 그리고 정치적으로 그들을 공격 해야 하죠. 또 중립을 지키던 귀족을 우리 쪽으로 끌어들인다면…. 제가 확실하게 보상하겠습니다. 드워프가 만든 갑옷과 무기를 드리겠습니다.”
“드워프가 만든 갑옷과 무기….”
귀족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드워프가 만든 갑옷과 무기는 가지고 있는것만으로도 자랑거리가 되는 물건이었다. 특히 갑옷을 더 선호한다. 전쟁터에서 눈먼 화살이 날아와도 드워프제 갑옷이 있다면 안심할 수 있으니까.
귀족들은 저들끼리 눈치를 보다가 굳게 고개를 끄덕였다.
“맡겨만 주십시오!”
“일단 우리가 해야 할 건 에이든 왕자님을 보좌하고, 왕자님을 음해하는 소문을 바로 잡는 것입니다. 좀 힘들긴 하겠지만 열심히 해주십시오.”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그때였다.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여기사들 사이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누군가가 찾아온 것이다.
“비켜라. 프루커스 남작을 만나러 왔다!”
“안 됩니다. 누구도 들여보낼 수 없습니다.”
“나를 모르나? 난 선하이츠 공작이다. 기사 따위가 감히 나를 가로막느냐?”
“저희는 주군의 명령을 따를 뿐입니다.”
“너희의 주군은 남작에 불과하다는 걸 모르나? 너희의 지금 태도는 충정이 아니다. 내가 프루커스 남작에게 실망하기 전에 비켜서라.”
나는 혀를 찼다.
남부의 대귀족 게보른 선하이츠 공작. 그는 가진 권력에 비해 평판이 좋지 않은 자였다. 자신보다 낮은 작위의 귀족을 무시하기 일쑤였고, 젊었을 적에는 에이든 왕자 이상의 망나니였다.
나는 일이 터지기전에 여기사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비켜 드려.”
“네. 주군.”
여기사들이 옆으로 비키며 길을 만들었다.
화려한 옷을 입은 선하이츠 공작은 당당하게 걸어왔다. 나이는 50대의 남성이다. 하얀 머리카락이었는데 자세히 보면 머리카락이 어색하다. 가발이다. 그가 심각한 원형 탈모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전부 알고 있다. 그의 횡포가 말하지 않을 뿐이지.
선하이츠 공작은 마차에 기대어 서있는 나를 보며 대번에 눈살을 찌푸렸다.
“무례하다고 들었지만… 설마 나를 보고도 제대로 인사조차 하지 않을 줄이야. 프루커스 변갱백의 후광을 믿고 있는 건가?”
“무례한 건 공작 각하입니다. 이곳에 왕자님이 있습니다. 보이지 않으십니까?”
선하이츠 공작은 천천히 주위를 둘러봤다. 에이든 왕자는 내 옆에 있었다. 굳이 찾아볼 필요는 없었다. 그는 대놓고 에이든 왕자를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죄송합니다. 왕자님. 제가 시야가 좁아 왕자님이 계신지 몰랐습니다.”
“크으음. 그럴 수도 있지….”
에이든 왕자는 나와 선하이츠의 눈치를 살폈다.
“그런데 프루커스 남작. 그런데 대체 언제 인사할 생각이지. 그리고 주위에 있는 그들은 뭔가. 나를 보는 눈이 불손하군. 꼭 나를 적국의 귀족을 보는 듯한 눈이로다.”
“죄, 죄송합니다. 공작 각하.”
귀족들이 고개를 숙였다. 아무리 좆같아도 선하이츠 공작이 가진 권력은 진짜다.
그러나 나와 유리아는 그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선하이츠 공작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날 노려봤다.
“공작 각하께서 어쩐 일로 절 찾으셨습니까?”
“…내 귀에 아일린 공주님에게 무례를 저지른 귀족이 있다는 말이 들렸다.”
“무례가 아닙니다. 아일린 공주님과 대화를 잠깐 나눴을 뿐입니다.”
“대화? 아일린 공주님을 면전에서 무시하고 귀족들을 데려간 것이 대화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그리 열불을 터트리시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아일린 공주님이 공작 각하께 하소연이라도 했습니까?”
“공주님을 모욕하지 마라! 나는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러 왔을 뿐이다!”
“잘못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보란 듯이 한숨을 내쉬자 그의 얼굴이 더욱 가관으로 변했다. 아일린 공주가 대체 어떻게 그를 구워삶았는지 몰라도, 선하이츠 공작은 이미 공주의 열렬한 추종자가 되어 있었다. 저 늙은이에겐 어떤 말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아일린 공주님을 향한 모욕은 나를 향한 모욕이나 다름없다. 너의 선택지는 두 가지다. 가서 공주님을 찾아가 무릎 꿇고 사과하는 것. 선하이츠 가문과 전쟁을 치르는 것.”
선하이츠 공작이 두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막무가내였다. 하지만 그의 권력이 막무가내를 정상으로 만들었다.
“프, 프루커스 남작. 여, 여기서 일단 숙이는 게 어떻겠나?”
에이든 왕자가 덜덜 떨며 내 어깨를 잡았다.
퍼억!
“커헉!”
에이든 왕자가 주먹을 얻어맞고 뒤로 날아가 쓰러졌다.
“아, 죄송합니다. 왕자님. 남자가 제 팔을 잡으면 반사적으로 주먹이 날아갔던지라…. 이건 명백하게 왕자님의 실수입니다만, 저도 사과하겠습니다.”
“크흐윽. 나, 난 괜찮다. 남작….”
나는 경악한 표정으로 이쪽을 쳐다보는 선하이츠에게 웃으며 말했다.
“공작 각하의 뜻은 잘 알았습니다. 영지전을 준비할 수밖에 없겠군요. 공작 각하의 선전포고는 잘 들었습니다. 날은 언제가 좋겠습니까? 장례식이 끝난 직후도 괜찮고, 당장 한 달 뒤라도 상관없습니다. 시기와 장소는 공작 각하께서 원하시는 때로 하시길.”
“……제정신인가. 남작?”
“제정신입니다. 빨리 답을 주시지요. 공작 각하. 설마 농담으로 전쟁을 입에 담으신 건 아니리라 믿습니다. 아무렴 공작이신데 함부로 전쟁을 입에 담겠습니까. 이왕 이렇게 된 거 영지와 작위, 재산까지 전부 걸고 하죠. 물론 목숨도 걸고요. 어떻습니까? 아, 당장 무릎 꿇고 빈다면 전쟁은 없던 일로 해드릴 수 있습니다.”
선하이츠 공작의 얼굴이 시뻘겋게 변했다. 그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날 가리켰다.
“내가, 내가 전쟁을 못 할 것 같으냐…! 좋다! 전쟁이다!”
“안 됩니다!”
아일린 공주가 나타났다. 선하이츠 공작의 소식을 듣고 헐레벌떡 온 모양이다.
“공주님!”
“영지전은 안 됩니다! 영지전은 결코 안 됩니다! 두 분은 지금 왕국의 상황을 잊으신 겁니까?! 영지전은 결코 허락할 수 없습니다!”
영지전은 내전의 도화선이 될 수 있었다. 아일린 공주로서 반드시 막아야 한다. 그리고 왕실의 대표자라 할 수 있는 그녀가 허락하지 않는다면 영지전은 성립되지 않는다. 에이든 왕자에겐 권한이 없다.
“공주님. 전쟁을 먼저 하자고 한 건 선하이츠 공작 각하입니다. 무릎 꿇고 사과한다면… 아니, 이건 많이 나간 걸 인정합니다. 제게 고개 숙여 사과한다면 전쟁은 없던 일로 하겠습니다. 이후에도 이 일은 끄집어내지 않겠습니다.”
“네 놈…!”
“선하이츠 공작 각하! 부탁드립니다! 제가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한 번만! 한 번만 숙여주십시오! 지금 상황에 영지전은 말도 안 됩니다!”
아일린 공주가 필사적으로 선하이츠 공작을 말렸다. 그녀는 내 힘을, 정확하게는 유리아의 힘을 짐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일린 공주는 선하이츠 공작에게 고개까지 숙였고, 선하이츠 공작은 결국 내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
“…미안했다. 프루커스 남작. 내가 흥분하여 실언했다.”
“이해합니다. 공작 각하의 성질머리야 유명하지 않습니까.”
“…….”
그는 아일린 공주에게 이끌려 떠나면서 나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두고 보자.
딱 그 말을 하는 표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