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ors who see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285)
북미국제오토쇼(North American International Auto Show)가 디트로이트에서 개막했다.
원래 1월에 열렸어야 했으나, 빅원의 여파로 인해 개최가 늦어졌다. 최근 모터쇼의 화두는 자율주행차와 전기차로 대표되는 미래차다.
자동차업체들은 물론 IT업체들과 스타트업들이 참가해 전기차, 자율주행차, 3D프린터로 제작한 차 등 다양한 신기술을 선보였다.
그전에는 수소차도 여럿 등장했으나, 이번에는 완전히 사라졌다. 은성차와 함께 수소차 개발에 한 발 들여놓았던 BMW, 벤츠, 토요타, 닛산 등도 전부 수소차 대신 전기차를 들고 나왔다.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 몰라도, 현재로서는 전기차 기술 발전을 수소차가 따라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러 업체들이 신차를 공개했지만, 무엇보다 주목을 끈 업체는 바로 카로스다.
이 모터쇼에서 카로스는 최초로 신형 전기차를 공개했다. 스포츠세단 형태의 AD3, 도심형 SUV AD4다.
둘 다 공기역학을 고려한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이다. 사람들은 그전과 전혀 달라진 디자인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평범하며 무난했던 AD1과 AD2에 비해 디자인이 갑자기 달라진 이유는 새로운 자동차 디자이너가 합류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아우디 디자인을 총괄하며 수많은 히트작을 만들어냈던 세자르 렌체스터는 뭔가 도전적이고 재밌는 일을 해보고 싶다며, 카로스로 자리를 옮겼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합니다. AD3와 AD4는 기존 크라이슬러의 명맥을 잇는 차가 아니라, 자동차의 패러다임을 바꿔 놓을 완전히 새로운 차입니다. 그런 만큼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디자인을 선보여야 합니다.”
아무래도 기존 자동차 회사들은 전통과 아이덴티티를 이어가야 하기 때문에 디자인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카로스는 그런 제약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그 결과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이 탄생했다. 외관에서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사이드미러가 사라진 것이다. 대신 카메라와 디스플레이가 대체했다.
디자인만으로도 시선을 끌기 충분했지만, 놀랍게도 주행거리가 1천 킬로미터가 넘었다. 여기에 배터리 용량이 늘었음에도 15분에 약 40퍼센트, 30분이면 80퍼센트까지 충전이 가능한 급속충전기술도 선보였다.
이 정도면 전기차가 가진 단점을 상당부분 보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AD1과 AD2 주행으로 쌓은 데이터를 이용해 더욱 발전된 자율주행기술을 탑재했음은 물론이다.
카로스 COO 라이언은 발표회장에서 말했다.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카로스는 자율주행을 넘어 완전한 무인차 시대를 열어가겠습니다. 미래는 바로 지금입니다.”
AD3와 AD4의 공개는 엄청난 화제였다. 그런데 정작 더 큰 주목을 받은 것은 황당하게도 콘셉트카인 ADX였다.
ADX는 5인승 픽업트럭, 그것도 소형도 아닌 풀사이즈다.
픽업트럭은 매년 미국 자동차 판매량 베스트에 오를 정도로 미국인에게는 소울카나 다름없다.
엄청난 수요가 잠재되어 있는 시장이지만, 그동안 전기차가 나오지 않은 이유는 주행거리 때문이다. 특히 풀사이즈 픽업트럭은 그 덩치와 무게 때문에 그야말로 기름 먹는 하마나 다름이 없다.
기존 배터리로 만들었다가는 채 200킬로도 주행이 힘들다. 그러나 OTK배터리를 탑재한 ADX는 500킬로까지 주행이 가능했다.
라이언은 ADX는 어디까지나 콘셉트카고 정식출시 예정은 없다고 밝혔지만, 대중과 언론의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풀사이즈에 4륜구동 전기픽업트럭이라니!
-디자인 지린다.
-주행거리 300마일이면, 장거리도 뛰겠는데.
-저 정도면 도심에서도 먹어줄 듯.
-저거 출시되면 무조건 산다!
-진정한 남자라면 풀사이즈 픽업트럭이지!
모터쇼 기사는 온통 카로스 얘기로 도배가 될 만큼 반응이 뜨거웠다.
[카로스 전기차 공개, 자동차 업계 판도 바뀌나?]-이번 북미모토쇼의 주인공은 누가 뭐라 해도 카로스다. 그들이 들고 나온 세 대의 신차에 다른 차가 설 자리는 없었다.
다른 회사들이 자율주행차 양산을 바라볼 때, 카로스는 무인차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중략)
카로스의 가치는 이미 토요타, GM, 니콜라, 포드를 합친 것보다도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페이스잇은 포르노산업에서 쌓은 노하우를 활용해 카인포테인먼트 시장에 진출했고, M피자는 배달에 있어서 이미 카로스의 자율주행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앞으로 1, 2년 안에 운전자가 없는 자동차가 도로를 주행하는 모습이 자연스러워질 테고, 운전은 일부 사람들의 취미로만 남게 될 것이다.
이 모든 변화의 선두에 카로스가 있다.
이제까지 자동차왕은 헨리 포드였다. 그러나 21세기에는 그 왕좌를 강진후에게 넘겨줘야 할 지도 모르겠다.
* * *
북미국제모터쇼는 성황리에 끝났고, 각종 기사가 쏟아졌다.
출근해서 택규와 게임을 하고 있는데, 기홍 선배가 CEO실로 다급하게 뛰어올라왔다.
“크, 큰일 났습니다, 대표님.”
난 게임을 중단시켰다.
“무슨 일인대요?”
“노, 놀라지 말고 들으세요.”
“안 놀랄 테니, 얘기해요.”
대체 무슨 얘기를 들었는지 엄청난 충격을 받은 것 같은 모습이다.
“어젯밤 연준이 금리를 100bp 올리기라도 했어요? 아니면, 환율이 2천 원을 돌파했거나,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 이상으로 올랐나요?”
“그건 아닙니다.”
“그럼 뭔데요?”
기홍 선배는 소리치듯 말했다.
“대표님이 노벨평화상 유력 후보로 선정됐습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고, 나와 택규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봤다.
“뭐야? 그거였어?”
“뭐 대단한 일이라고, 별 일 아니네.”
기홍 선배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아, 아니, 놀랍지 않습니까? 노벨상 후보라니까요. 다른 상도 아닌 노벨상.”
노벨상은 모두가 알다시피 다이너마이트를 개발한 알프레드 노벨이 세운 재단에서 수여하는 상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공신력 있는 상이다.
“저 혼자는 아니고, 공동후보죠?”
“그렇습니다.”
난 기홍 선배가 내민 태블릿을 받아들었다.
나, 로날드 스탬퍼 대통령, 그리고 키란 모한 교수, 이렇게 셋이 공동후보로 선정됐다. 사유는 당연히 빅원을 미리 대비해 수백만 명의 목숨을 살렸기 때문이다.
택규는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어차피 올해는 얘가 받을 가능성이 가장 높지 않겠어요?”
기홍 선배는 재빨리 허리를 숙였다.
“축하드립니다, 대표님. 임직원들이 한마음으로 응원하겠습니다.”
사실 예상은 했어도, 막상 실감은 별로 나지 않았다. 내가 노벨상이라니. 학교 다닐 때 상도 몇 개 안 받았던 것 같은데.
“상금도 주지 않나?”
“얼마 안 될걸.”
찾아보니, 10억이 좀 넘는다.
“이거 인당으로 주는 건가, 아니면 3분의 1로 나눠야 하나?”
“가위바위보 해서 한 명에게 몰아주면 되겠네.”
“…….”
천재적인데.
백악관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로날드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웃음부터 터트렸다.
[하하하! 노벨평화상이라니. 그때 나한테 농담처럼 했던 말이 현실이 됐군.]“예?”
내가 그런 말을 했었어?
[빅원에 대비해야 한다고 날 설득하며, 나중에 노벨평화상을 타게 될 거라고 하지 않았나?]“아, 예. 그랬었죠.”
워낙 다급해서 별 말을 다 한 모양이다.
아직 후보일 뿐이지, 수상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그런데 로날드는 김칫국부터 시원하게 마시는 중이다.
“수상자가 발표될 때까지 기다려 봐야하지 않나요?”
“…….”
그런 것치고는 너무 좋아하는데. 만약 안 주면 노르웨이에 무역보복이라도 할 것 같은 분위기다.
가뜩이나 노르웨이는 류사오보에게 노벨평화상 준 것으로 중국에게 한 번 당한 전력이 있다. 미국마저 그러면, 앞으로 시상식 안 하겠다고 때려치우지 않을까?
어쨌거나 올해는 별다른 경쟁자도 없는지라, 우리의 수상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한다. 일단 후보로 오른 이상 웬만하면 주겠지.
한국은 경제규모에 비해 노벨상 수상자가 적다. 이제까지 수상은 딱 한 번.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은 것뿐이다.
한국인이 또 한 번 노벨평화상을 받게 될 수도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사람들은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오! 드디어 우리나라 노벨상 두 번째 수상자가 나오나?
-부럽다. 돈도 ㅈㄴ 많은데 노벨상이라니. 될 놈은 뭘 해도 되는 건가?
-그렇게 고생해서 사람들 구했는데 주는 게 맞긴 하지.
-그런데 강진후는 평화상보다는 경제학상을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
-돈 많이 벌었다고 노벨경제학상 줄 거면, 워렌 보트가 먼저 받아야지.
-노벨경제학상은 엄밀히 말하면 노벨상이 아닙니다. 상을 주는 주체도 노벨 재단이 아닌, 스웨덴 중앙은행이에요.
-그나저나 또 평화상이네. 옆 나라 일본은 과학과 문학 분야에서도 잘만 수상하는데, 우리나라는 평화상 말고는 받을 수 있는 게 없나?
-뭐든 받으면 좋은 거지.
그러나 모두가 이 소식에 환영하는 것은 아니었다. 나에 대한 호불호가 큰 만큼 싫어하는 사람들도 존재했다.
당장 보수단체에서 들고 일어났다.
-종북빨갱이 강진후가 노벨상이라니!
-그놈이 한 게 뭐가 있다고 상을 주냐?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감히 건방지게 로날드 대통령님의 업적에 숟가락을 얹으려 하다니!
-돈만 밝히는 투기꾼 놈에게 벌은 못 줄망정 상은 무슨 상이냐?
-우리 애국보수가 힘을 모읍시다!
-이번 기회에 아예 노벨상을 폐지시켜 버리자!
-박시형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보수단체는 주말을 맞아 대한문 앞에 모여 박시형 대통령 석방시위와 함께 강진후 노벨상 수상 반대시위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강진후 노벨상 수상 저지 범국민 행동위원회’라는 거창한 이름의 단체까지 만들어졌다.
이 단체에서는 서명을 받는 한편, 하루 한 장씩 노벨위원회에 편지를 보내기로 했다. 회원들에게 편지지와 봉투를 나눠주었고, 국제우편비를 마련하기 위해 성금도 모았다.
자유국민당 몇몇 의원들도 이에 편승해 ‘강진후는 노벨상을 받아도 안 되고, 노벨상을 받더라도 반납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정혜 의원은 강한 어조로 말했다.
“빅원의 참사를 막은 것은 전부 로날드 대통령님의 결단 덕분이었습니다. 미국에서 일어난 참사에 한국인이 공동수상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됩니다. 이는 국제적인 형평성에도 어긋날 뿐더러, 한미동맹을 해칠 우려가 있습니다. 국회차원에서 반대성명을 내야합니다!”
국민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나도 보수지만, 저 새끼들은 대체 누가 뽑은 거냐?
-죄송합니다. 지역구 주민으로서 대신 사과드립니다. 부끄럽고 쪽 팔려서 당장 이사하겠습니다.
-어디가 지역구인가 해서 검색해 보니 우리 동네네ㅜㅜ 아! ㅆㅂ 그날 놀러가지 말고 투표 할걸.
-다른 나라들은 노벨상 못 받아서 난리인데, 준다고 해도 난리치는 대한민국 클래스.
-지금 노벨위원회에 강진후에게 노벨평화상 주지 말라는 편지가 폭탄처럼 쏟아진다고 하네요.
-그런데 대체 뭔 생각으로 한글로 써서 보내는 거냐? 걔들이 그걸 읽을 수 있겠어? 대가리가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아예 류샤오보처럼 강진후도 연금 시켜. 그럼 못 받지 않을까?
-UN에 노벨상 폐지시켜 달라고 편지 보낸 새끼 누구냐? 그걸 왜 UN에 보내?
-걍 냅둬요. 국가망신 시키고 싶은가 보죠.
택규는 올라오는 기사와 댓글들을 보며 말했다.
“문득 각하께서 김대중 전 대통령 노벨평화상 취소공작을 벌였던 게 생각나네.”
“…….”
박시형의 비리를 터는 과정에서 노벨상 취소공작을 벌였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졌다. 심지어 여기에 보수단체와 국정원까지 동원됐다.
아무리 정치적 스탠스가 다르다고 해도 국가기관까지 동원해 이미 받은 노벨상을 취소해달라고 하는 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오죽하면 당시 노벨위원회 소속 심사위원은 노벨상 달라고 로비하는 나라는 봤어도, 노벨상 취소해달라고 로비하는 나라는 처음 봤다며 기가 막혀했다.
“정작 그래놓고 본인은 노벨평화상 수상하려고 눈물의 똥꼬쇼를 다하셨지.”
당연하지만, 뭐 한 게 있다고 노벨 재단에서 상을 주겠는가? 그리고 이미 준 상은 취소가 불가능하다.
결국 국민 세금으로 헛짓거리만 했을 뿐이다.
모한 교수는 언론 인터뷰도 사양하는 등 침착했지만, 로날드는 완전히 신났다. 그가 가는 곳마다 지지자들은 ‘노벨’을 소리쳤고, 그때마다 헤벌쭉 웃는 모습이 언론 카메라에 잡혔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김호민 교수가 노벨화학상 유력 후보로 올랐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