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ors who see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289)
강진후의 발표를 들은 원상훈 시장은 당황했다.
‘설마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이야.’
원상훈 시장은 오래전부터주민들과의 소통을 대단히 강조했고, 항상 소통하고 경청하는 시장이라는 이미지를 쌓아왔다.
원래 계획은 강진후를 대화하고 설득해서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는 것이다. 그러나 강진후는 서울시의 협조요청을 거절하고 기숙사 건립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자신의 말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아니, 서울시장이 말하면 듣는 시늉이라도 해야 할 거 아니야?’
대체 어느 기업인이 서울시장에게 이럴 수 있겠는가? 임진용도 이러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강진후는 대통령에게도 이랬던 놈이다. 서울시장에게 이러지 말라는 법은 없겠지.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말해놨으니 물러서기도 힘들다. 만약 이제 와서 말을 바꾼다면 여당의 거센 비난, 그리고 임대업자와 지역주민들의 반발에 부딪치게 될 것이다.
강진후의 발언에 이미 원룸업자와 주민들이 시청으로 몰려와 거센 항의를 하고 있고,구청과 주민센터에도 쉴 새 없이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
일부 원룸업자들은 극단적인 분노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러면 우리 더 이상 일 못하죠. 그냥 학생들 다 내보내고, 단체로 원룸 폐쇄하겠습니다!”
“죽으면 죽었지, 기숙사 설립은 용납 못해요!”
“차라리 건물에 불 지르고 나도타죽을랍니다!”
이들 모두가 소중한 한 표를 가진 유권자들이다.
이대로 강진후에게 밀리는 모습을 보이면, 대권가도에도 차질이 생기게 된다.
차라리 이번 기회에 재벌과도 맞설 수 있는 강한 지도자의 모습을 보인다면,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을 것이다.
원상훈 시장은 강한 어조로 말했다.
“주택과 토지는 개인의 소유가 아닌 공공재입니다.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인 해결책이 나오기 전까지 시에서는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겠습니다.”
반대여론은 더욱 불붙었고, 원상훈 지지자들은 분개했다.
-오타쿠 VS 서울시장인가?
-원상훈 시장은 새정치당 차기 대선후보인데.
-대통령과도 맞짱 떠서 구속시켰는데, 시장 무서워하겠어?
-그전까지 저도 강진후 응원했지만, 이건 아닙니다.
-이 새끼 돈 벌더니 보수우파 다됨.
-지역주민들 의견 수렴한다는 게 뭐가 문제냐?
-서울시장 말도 무시하고 멋대로 짓겠다니! 지금이 무슨 개발독재 시대냐?
-돈 많은 재벌이라고 마음대로 해서는 안 됩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재벌이 아닌 국민에게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재벌공화국이 아닌, 민주공화국이다!
-옳소! 서민들 재산권을 보호하라!
-원상훈 시장은 공사를 중단시켜라!
-강진후는 즉시 사죄하라!
-네. 다음 원룸업자.
-ㅋㅋㅋ좌빨들 발끈하네.
-주민들 의견만 수렴하고, 학생들 의견은 수렴 안 함?
-까놓고 지금 원상훈 대권에 눈 돌아가 있지.
-어차피 좌파끼리 시빌워. 누가 이기든 존잼꿀잼.
-미친ㅋㅋㅋ 모두까기 인형. 좌파도 까고, 우파도 까고.
평소 원상훈 시장과 각을 세우던 자유국민당 의원들도 이번에는 힘을 보탰다. 특히 서울에 지역구가 있는 국회의원들은 길길이 날뛰었다.
자유국민당 마상태 의원은 직접 지역구를 찾아 주민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말했다.
“그 부지에 기숙사라니!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거기에는 한방병원에 들어와 일자리를 창출하고 주민들 건강을 증진시켜야 합니다. 기숙사를 몰아내고 서울시와 협의해 그곳에 한방병원 건립을 추진하도록 하겠습니다!”
지역주민들은 환호했지만, 네티즌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아니, 지금 기숙사 얘기 중인데 여기서 한방병원이 왜 튀어나와?
-저 인간 뽑은 사람 엎드려!
-너무 그러지 마세요. 얼마 전 국회 앞에서 단식투쟁하시다가 괴한에게 한 방 맞은 후부터 한방병원만 찾게 되셨다고 합니다.
-쯧쯧! 침이라도 한 방 맞으셔야겠네요.
-마상태 의원님 또 코마상태네. 제발 정신 차리세요.
-ㅋㅋㅋ코마상태.
-냅둬요. 본인이 입원할 병원 짓겠다는데.
* * *
기사와 댓글을 읽어보던 택규가 말했다.
“오늘도 네 욕이 넘쳐나네. 욕 많이 먹으면 장수한다는데, 이러다가 너 불로장생하는 거 아니야?”
“…….”
욕을 하도 먹었더니,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
어쨌거나 건축허가는 지자체의 권한이다. 아무리 법대로 건축하겠다고 해도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 답이 없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글쎄.”
사실 기숙사는 문제도 아니다. 이거 안 짓는다고 뭔 일 생기는 것도 아니고, 내가 딱히 손해 볼 것도 없다.
그러나 이번 일은 한국이 가진 문제점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바로 기득권 세력의 집단이기주의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새로운 경쟁자가 생겨나면 가격이 하락하거나, 매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누구도 자신이 손해 보는 상황을 반기지 않는다. 그게 생계와 관련된 일이라면 더더욱.
그러니 원룸업자들이 반대하는 것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진짜 나쁜 건 이런 지역이기주의에 편승하는 정치인들이지.”
심지어는 지역에 기숙사 건립을 막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당선된 시의원과 구의원도 있다. 이쯤 되면 나라가 미쳐 돌아가는 것 같기도 하고.
한국에서 욕을 먹지 않는 가장 쉬운 방법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거다.
아무것도하지 않으면,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으니까.
내가 정권과 각을 세우지 않았다면 보수층에게 욕먹을 일도 없었을 테고, 한국에 전기차공장을 짓겠다고 하지 않았으면 은성차 노조와 양대노총에게 욕먹을 일도 없었을 거다.
그랬다면 진보, 보수 할 것 없이 모두가 나를 좋아하고 응원하지 않았을까?
이번 역시 마찬가지다. 괜히 기숙사 짓겠다고 나섰다가 지역주민들과 여당 지지자들에게까지 욕을 얻어먹고 있다.
기존 노조가 반대한다고 연봉 4천만 원 일자리 못 만들고, 택시기사들이 반대하니 승차공유와 카풀을 못하고, 심지어는 원룸업자들이 반대한다고 학생들이 지낼 기숙사조차 짓지 못한다.
자신의 이익을 지키려는 기존 세력과 그들의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로 인해,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오로지 현상유지뿐이다.
차라리 전 세계가 다 같이 현상유지를 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
외부에서의 침략이 없었다면, 조선왕조도 500년은 더 갔을지 모르지. 그러나 조선이 쇄국정책을 하던 그때, 일본은 근대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일본은 메이지유신이 끝난 지 10년도 안되어 함선을 이끌고 쳐들어왔다. 그리고 패배한 조선을 상대로 강화도조약을 체결했다.
조선이 10년만 일찍 변화를 꾀했다면, 과연 그렇게 쉽게 나라가 넘어갔을까?
지금은 4차산업혁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산업이 급변하는 시기. 변화의 흐름을 잠시 지연시킬 수는 있어도, 변화 자체는 누구도 막을 수 없다.
한국이 현상유지에급급해하는 동안 다른 나라들은 엄청난 속도로 변하고 있다. 택시기사들이 결사반대하는 승차공유 문제만 놓고 보더라도, 선진국들은 이미 무인차로 건너가고 있다.
그럼 택시기사들 생계를 위해 무인차 개발도 중단해야 하는 걸까?
이게 엄청 먼 미래의 일이 같지만, 지금 당장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자율주행은 이미 상용화됐고, 정해진 길만 달리는 물류트럭은 무인차 운행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아직도 승차공유와 카풀을 하니 마니를 가지고 다투고 있고.
설사 욕을 먹고 표를 잃더라도 그게 옳은 일이고, 필요한 일이면 해야 한다. 그러나 정치권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여론을 의식하고 눈치만 보는 중이다.
누군가는 이런 상황을깨야 한다.
그리고 그걸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바로 나다. 왜냐하면 난 기존의 사회 시스템과얽매인 게 없고, 욕을 먹는 것에도익숙하니까.
주민들이 반대한다고 학생들 지낼 기숙사조차 짓지 못한다면, 이 나라에서 대체 뭘 할 수 있겠나?
* * *
강진후는 서울시가 허가를 내주지않는다면,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제 기숙사 문제는 서울시장과 강진후가 전면전으로 치닫는 모양새였다.
OTK컴퍼니는 서울소재 대학 총학생회에 공문을 보냈다. 서울시의 허가만 떨어지면 바로 착공에 들어가 1년 안에 완공해서 공급하겠다는 계획과 함께, 건축할 기숙사의 조감도와 비용이 적혀 있었다. 비용은 4인실 기준 월 15만 원 정도. 방학기간에는 자유롭게 방을 뺄 수도 있다.
이렇게 되자 이번에는 대학생들이 들고 일어났다.
그동안 기숙사 문제에 대해 대학생들은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지만, 누구도 귀를 기울여주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좀 달랐다.
총학생회는 서로 연대해서 투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학생들은 시청 앞으로 몰려가 항의했다.
“기숙사 건축을 허용해라!”
“OTK컴퍼니가 짓겠다는데, 서울시는 왜 못 짓게 하냐?”
“학생들은 원룸업자들에게 월세를 내기 위한 존재가 아니다!”
“기숙사 건축을 반대하는 원상훈 서울시장과 관련 정치인들은 다음 선거 때 낙선운동을 벌이겠다!”
대학생들이 집단행동에 나서자 원상훈 시장은 당황했다. 그가 노리는 것은 지방선거도 아닌 대선이다.
아무리 대학생에 비해서 주민 표가 많다고 하지만, 42곳의 대학생들이 모이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숫자다. 대학생은 물론이고, 그 가족들의 표까지 생각해야 하지 않겠는가?
‘대체 강진후 이 자식은 왜 이렇게 일을 키운 거야?’
원상훈 시장은 슬쩍 말을 바꿨다.
“제 말에 오해가 있었나 봅니다. 기숙사 건축을 못하게 하겠다는 게 아니라, 충분히 의견을 수렴하고 대화와 소통을 해나가며 진행할 수 있도록 시에서 지원하겠다는 겁니다.”
그러자 원룸업자들은 또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상인들은 상권 활성화를 기대하며 반겼지만, 반대 목소리에 금방 묻혔다.
원룸업자들은 임대료 하락과 공실을 우려해 반대한다지만, 지역주민들은 그야말로 온갖 이유로 반대를 했다.
동네 분위기 안 좋아진다, 애들 교육에 문제가 생긴다, 일조권이 침해받는다, 집값 떨어진다, 교육환경 나빠진다, 다른 것도 지어달라, 그냥 싫다 등등.
지역 커뮤니티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올라왔다.
-계속 반대하면 뭐라도 해주지 않을까요?
-그럼요. 강진후가 가진 돈이 얼마인데.
-정 기숙사 짓고 싶으면 주민 편의시설도 지어줘야죠.
-맞아요. 혐오시설 만들려면,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문화센터나 스포츠센터 같은 것도 같이 만들어줘합니다.
-마상태 의원님 말대로 동네에 한방병원 하나 뚝딱 만들어주면 좋겠네요.
-돈도 많은데 그 정도는 얼마든지 해줄 수 있겠죠.
-원래 우는 아이 젖 주는 법입니다. 반대를 심하게 해야 얻을 수 있는 게 큽니다.
-다른 지역들도 반대한다고 하니까, 우리도 힘내서 끝까지 반대합시다!
기숙사를 둘러싼 문제가 점점 커지자, 원상훈 시장은 다시 입장을 밝혔다.
“서로 대화와 소통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강진후 대표에게 공개토론을 제안합니다.한자리에 모여 주민들 의견도 듣고, 대학생들 의견도 듣고 하면 좋지 않겠습니까?”
* * *
택규가 물었다.
“저쪽에서 공개토론 하자는데 어떻게 할 거야?”
뜬금없이 이런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내가 토론회에 나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지?
기숙사 설립에 반대하는 것은 모든 지역이 마찬가지다. 그중에서도 서울에 후보지가 가장 많고, 반대도 가장 심하다.
서울시가 허용한다면, 다른 지역도 허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못할 것도 없지.”
난 홍보팀장에게 지시했다.
“공개토론에 응하겠다고 하고, 반대논리 싹 다 정리해서 저한테 보내요.”
* * *
강진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은 투자자.
때문에 그의 행동은 외국에서도 항상 이슈였다. CNN, BBC, NHK 등의 언론에서도 이번 일을 크게 보도했다. 기숙사를 몰아내자는 주민들의 시위와 인터뷰는 그대로 실렸다.
-저게 대체 무슨 일이야?
-대학생들 기숙사를 짓는데 저렇게 반대한다고?
-이해가 안 되는데. 학생들을 위한 일이면, 정부에서 나서서 지원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임대업자들이 임대료 떨어진다고 시위하니까, 서울시에서 허가를 안 내준다는데.
-푸하! 말도 안 돼. 농담이지?
-니들 지금 한국 무시함? 한국이라면 가능해!
-와우! 어메이징 코리아!
-저런 나라에서 뭘 하냐? 내가 강진후였다면, 그냥 안 하겠다고 할 듯.
-강진후 화나서 독일로 이민 오면 좋겠다. 베를린에 기숙사 지어준다고 하면, 다들 환영할 텐데.
-돈 싸들고 호주로 이민 오세요!
공개토론에 대한 관심도 점점 커졌다.
일전에 강진후가 청문회장에서 정치인들을 상대로 어떻게 행동했는지 본 사람들은 큰 기대감을 나타냈고, 공개토론 시청률은 대박 조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