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ors who see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344)
출근해서 일하고 있는데, 택규가 말했다.
“어! 너 지금 실검 1위야.”
“응?”
이제까지 실시간검색 1위를 한 적은 셀 수도 없다. 얼마 전, 게임규제 문제를 놓고 여가부와 붙었을 때도 1위를 찍었고.
그런데 최근에는 별다른 이슈가 없지 않나?
난 포털사이트를 열어보았다.
[판타스틱인베스트먼트 박호진 대표. 작년 수익률 강진후보다 앞선다고 발표] [판타스틱인베스트먼트, 제2의 OTK컴퍼니로 성장하나?]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둔 OTK컴퍼니와는 달리 판타스틱인베스트먼트는 토종 한국 투자회사] [청년 투자자 박호진. 그의 성공비결은?] [스타트업 투자의 귀재 박호진. 향후 미래를 이끌어갈 각종 신산업에 투자] [박호진, 새벽에 부가티 사진과 함께 ‘잠을 자면 꿈을 꾸지만, 자지 않고 노력하면 꿈을 이룬다. 5년 안에 OTK컴퍼니를 뛰어넘기 위해 오늘도 난 멈추지 않는다’는 심경 페이스노트에 올려……]소파에 누워있던 택규는 벌떡 일어났다.
“헉! 방금 박호진에게 실검 1위 역전 당했어. 이대로 가만히 있을 거야?”
“…….”
뭘 어쩌라고?
난 기사 몇 개를 클릭해서 읽어봤다.
명문대를 휴학하고 주식투자로 돈을 벌었다고 알려진 박호진은 판타스틱인베스트먼트라는 투자회사를 설립했다.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재작년부터.
그는 케이블 경제채널 중 하나인 한국이코노미TV에 장외주식 전문가로 출연했다. SNS에 청담동 대저택과 부가티를 비롯한 슈퍼카 사진 등을 꾸준히 올려 유명세를 탔고, 그 덕에 예능까지 진출했다.
유명해지니 투자방송 시청률이 크게 올랐고, 언론도 더 띄워주었다. 이제는 SNS에 사진을 올리거나 무슨 말만 해도 인터넷 뉴스기사가 될 정도다.
언론은 그를 자수성가한 천재투자자, 또는 제2의 강진후로 열심히 띄워주었다.
같이 기사를 살펴보던 택규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와우! 한국에 이런 판타스틱한 투자가가 있었어? 조만간 강진후 따라잡겠는데.”
그가 투자하는 것은 주로 비상장기업.
코스피, 코스닥에 이름을 올린 상장기업과는 달리 비상장기업은 거래가 쉽지 않다.
물론 이러한 기업들의 주식만 전문적으로 거래하는 장외거래소가 있긴 하지만, 거래의 편의성이 상장주식과 비할 바는 아니다.
상장기업의 경우 매출과 영업이익, 재무상태 등을 공시하고, 주기적으로 감사도 받는다. 그러나 비상장기업은 그런 의무에서 자유롭다.
때문에 정확한 가치평가가 쉽지 않고, 이는 주가를 저평가시키는 요인이 된다. 하지만 반대로 보자면 원석을 골라낼 수만 있으면 상장기업에 투자하는 것과는 비교하기도 힘들 만큼 큰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까지 보면, OTK컴퍼니의 성장방식과 비슷한데, 한 가지 큰 차이가 있어.”
내 말에 택규가 물었다.
“뭔데?”
“일반인들에게 투자를 받아.”
정확히는 자신들이 보유한 비상장주식은 물론이고, 판타스틱인베스트먼트 주식까지도 적극적으로 팔고 있다. 우리로 치면 카로스나 페이스잇, 그리고 OTK컴퍼니의 지분을 팔아 치우는 식이다.
박호진은 나중에 상장되고 나면, 적어도 수십 배에서 많게는 1000배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투자자들을 꼬드겼다.
그러면서 자주 OTK컴퍼니를 예로 들었다. 실제로 우리는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 그러한 수익을 거뒀으니.
하지만…….
택규는 눈을 껌뻑거렸다.
“상장만 하면 수백 배 오를 주식이 있으면, 빚을 내서라도 자기가 가지고 있어야지, 왜 남한테 팔아?”
“혼자 먹기 미안했나 보지. 아니면, 자선사업하거나.”
자본금 고작(?) 138억 원으로 출발한 OTK컴퍼니는 현재 1천조 원이 넘는 것으로 평가됐다. 만약 초기에 단 1퍼센트만 사들였다면, 10조 원이 넘는 돈을 벌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외부투자를 전혀 받지 않았고, 지분 역시 우리끼리만 가지고 있다.
그런데 누군가 비슷한 형태의 기업을 설립하고 언론에서 제 2의 강진후니, 제 2의 OTK컴퍼니니 하고 띄워주니, 사람들이 돈을 싸들고 몰려든 건가?
“그래도 꽤 잘 맞췄다고 하잖아. 실제 방송에 나와 추천한 장외주식 중에 30배 이상 오른 것도 있다는데.”
“어차피 투자의 결과는 둘 중 하나야. 오르거나 떨어지거나. 동전 던지기와 비슷하지. 열 개 추천해주는데, 그중 한두 개 안 맞으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아?”
경제채널을 틀기만 하면 24시간 내내 온갖 투자전문가들이 나와서 주식이 어떻고 부동산이 어떻고, 쉴 새 없이 떠들어댄다.
대체 뭐하는 사람들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들 연구소 소장이라는 직함 정도는 달고 있다. 부동산매매연구소 소장, 주식투자연구소 소장, 세계경제연구소 소장 등등.
이게 진짜 연구소인 건지, 집에서 인터넷 보며 공부하는데 연구소라는 이름을 붙인 건지.
건강프로그램이 의사를, 법률프로그램이 변호사를 모셔다 놓고 의견 듣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그 사람들은 의사자격증과 변호사자격증이라도 있다.
그런데 투자전문가는 전문가임을 증명할 수단이 없다. 그 사람이 정말로 실력이 있는 건지, 투자해서 돈을 벌긴 벌었는지 확인할 길이 없는 것이다.
나와서 하는 말은 정해져 있다.
특정 주식종목이나 부동산을 추천하며 앞으로 오를 테니 사라고 권유하는 것이다. 놀랍게도 이 사람들은 해당 종목에 먼저 투자했거나, 부동산 중개를 하며 수수료를 챙긴다.
하는 말이 맞으면 좋은 거고, 아니면 마는 거다.
방송사에서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프로그램 앞뒤로 ‘전문가의 추천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의견이며, 제공된 정보에 의한 투자결과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자막을 띄운다.
이런 전문가들 중에서 박호진은 가장 뜬 케이스라 볼 수 있다. 오죽하면 예능까지 얼굴을 내밀겠는가?
택규와 박호진이 나온 영상을 보며 얘기를 나누는데, 상엽 선배가 CEO실로 올라왔다.
우리 얘기를 들은 상엽 선배가 말했다.
“아아, 박호진. 나 걔 한 번 만났었는데.”
“그래요?”
“뭔 파티 같은 데서 우연히 마주쳤어. 악수하면서 존경한다 어쩐다 하던데.”
“선배가 보기에는 어때요?”
내 물음에 상엽 선배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말했다.
“어떻긴. 딱 봐도 사짜지. 성공한 기업가나 투자자의 경우 뭔가 특유의 카리스마랄까, 분위기 같은 게 있잖아. 어떤 느낌인지 알지?”
난 고개를 끄덕였다.
“알죠.”
“그런데 얜 그런 게 전혀 없어. 궁금해서 투자했다는 기업들을 좀 살펴봤는데, 듣도 보도 못한 곳들이야. 하는 짓도 투자자기보다는 영업사원에 가깝고.”
“언론에서는 제 2의 강진후라고 하잖아요.”
택규의 말에 상엽 선배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냥 언론 플레이지. 애초에 비교대상이나 돼?”
택규는 내 어깨를 두드렸다.
“하긴 아무리 청담동 대저택과 부가티를 자랑한다 한들, 우리 진후에 비하면 불우이웃이나 다름없죠,”
“요즘 여의도에 이런 놈들이 많아. 적당히 투자회사 하나 설립한 다음 돈대줄 사람 모으기 위해 투자강연을 열고 방송사를 기웃거리지. 그중 90퍼센트는 사기꾼이라고 봐도 좋을걸.”
박호진이 뭔 짓을 하고 돌아다니든 나랑은 별 상관없다. 나한테 피해주는 것도 아니고.
그러나 택규의 생각은 좀 다른 모양이다.
“무슨 말이야? 자라나는 사기꾼은 사뿐히 즈려밟아줘야하는 거 아니겠어?”
“귀찮은데, 굳이?”
택규는 씨익 웃었다.
“재밌잖아.”
“…….”
사기꾼 잡는 게 뭔 취미생활이야?
택규는 정기홍 팀장을 불렀다.
“골든게이트 쪽이랑 얘기해서 판타스틱인베스트먼트랑 걔들이 투자한 기업들에 대해 알아봐주세요. 감히 강진후를 제치고 실검 1위를 찍을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 좀 해보게.”
* * *
OTK컴퍼니는 투자회사로 시작해 초거대기업으로 성장했다.
그전까지 세계최대의 투자회사는 누가 뭐라 해도 버크셔캐셔였다. 그러나 현재 OTK컴퍼니 시총은 버크셔캐셔의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게 불과 몇 년 만에 이뤄낸 성과라는 것이다.
OTK컴퍼니의 성공사례가 알려진 이후 모두가 제2, 제3의 OTK컴퍼니를 꿈꿨다. 투자회사가 우후죽순 생겨났고, 제2, 제3의 강진후를 자칭하는 이들이 등장했다.
박호진 역시 그들 중 하나였다. 평범한 주식투자자였던 그는 OTK컴퍼니 성공을 본 뒤 그동안 번 돈으로 판타스틱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해 스타트업 투자에 나섰다.
그러나 그에게는 강진후와 같은 안목이 없었다. 그가 투자한 기업들은 유니콘으로 성장하기는커녕 몇 달 못가 무너졌다. 사들인 주식은 전부 휴지조각이 될 위기에 처했다.
그는 손실을 피하기 위해 보유한 주식들을 되팔기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물론 조만간 망할 기업이 아니라, 향후 상장만 하면 수백 배 성장할 기업이라고 홍보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주식을 사겠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것 역시 강진후의 성공 때문. 사람들은 공부든 운동이든 정상에 오른 사람을 보면, 엄청난 노력과 재능이 뒷받침됐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투자는 다르다. 남이 돈 번 것만큼 쉬워 보이는 게 없다. 그저 카로스나 페이스잇 같은 기업을 찾아 돈을 넣어놓고 있으면 그만이니.
그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사기꾼의 행보를 걷기 시작했다. 사기꾼에게는 보여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청담동 대저택으로 이사했고, 무리해서 부가티를 사들였다. 그리고 SNS를 통해 투자성공으로 얻은 부라며 자랑했다.
마침 언론 역시 이에 주목하고 있었다. 강진후와 비슷한 나이대의 성공한 투자자라는 콘셉트는 모든 언론이 원하는 것이었다.
한국이코노미TV에 장외주식 전문가로 출연한 이후부터는 모든 일이 잘 풀렸다. 별 가치도 없는 주식들은 그의 말 한마디에 수십, 수백 배의 가격에도 팔려나갔다.
대저택에 살며 여러 슈퍼카를 몰고 다녔고, 아이돌그룹 출신의 모델과도 교제했다. 그야말로 꿈꿔왔던 모든 것을 이룬 셈이다.
언론은 그의 성공을 앞다퉈서 보도했고, 박호진은 여러 투자강연과 방송에서 당당하게 말했다.
“연내 안에 판타스틱인베스트먼트를 코스닥에 상장하겠습니다. 시총은 3조로 예상합니다. 현재 저희가 투자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이 연달아 상장하면, 향후 판타스틱인베스트먼트 가치는 30조 원 이상으로 늘어나게 될 겁니다. 5년 안에 판타스틱인베스트먼트를 OTK컴퍼니를 뛰어넘는 기업으로 키우겠습니다!”
박호진의 명성이 높아질수록 상상도 못한 금액이 수중으로 굴러들어왔다. 그리고 그 돈은 다시 그의 명성을 높여주었다.
언론은 판타스틱인베스트먼트가 OTK컴퍼니 이후 탄생한 한국최대의 투자회사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오래 지속될 수는 없다. 사기는 언젠가 밝혀질 수밖에 없다.
박호진 역시 불안감을 느꼈다. 조만간 정리하고 도망쳐야 한다고 생각했고, 슬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차피 사기를 치는 거라면 최대한 돈을 챙겨야 한다.
그래서 그는 오늘도 수백 명을 모아놓고 열정적으로 투자강연을 빙자한 장외주식 판매영업에 열을 올렸다.
“판타스틱인베스트먼트는 조만간 상장주관사 선정에 들어갈 것입니다. 이를 위해 KYB증권사 및 여러 증권사들이 경쟁 중입니다. 현재 판타스틱인베스트먼트는 장외에서 3만 원에 거래 중이지만, 공모가는 90만 원이 될 예정입니다. 판타스틱인베스트먼트의 주주가 되실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사람들은 눈을 빛내며 그의 말을 경청했다. 그런데 갑자기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다들 놀란 표정으로 핸드폰을 꺼내 들여다보았다.
더 이상 누구도 강연을 듣고 있지 않았다. 누군가 손을 들며 소리쳤다.
“판타스틱인베스트먼트가 사기라는데 사실입니까?”
“예?”
그 순간, 강연장에 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일어나 소리쳤다.
“뭐야? 이거 사기였어?”
“지금 우리한테 쓰레기 주식을 팔고 있었던 거야?”
“내 돈 돌려줘!
박호진은 당황하며 주머니 속에 있는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포털사이트의 뉴스란에 OTK컴퍼니 홍보팀의 발표가 속보로 떠있었다.
[OTK컴퍼니는 재무적투자를 위해 상장예정 기업들을 분석 중에 있습니다. 그런데 판타스틱인베스트먼트와 그 회사가 투자했다고 알려진 여러 기업들의 경우 상장요건을 충족하지 못함은 물론이고, 심각한 부실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기가 의심되는 만큼 투자자들의 주의를 거듭 당부드립니다.]박호진은 경악했다.
‘뭐, 뭐야? 강진후가 왜 나 같은 피라미한테까지 관심을 갖는 건데?’
* * *
한국이코노미TV에 나온 박호진은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판타스틱인베스트먼트는 중국과 홍콩 투자자로부터 거액의 투자를 받기로 예정되어 있습니다.그런데 그 모든 투자계획들이 취소됐습니다. 이게 대기업이 중소기업 죽이기에 나선 것과 다를 게 뭡니까? 하지만 전 결코 좌절하지 않겠습니다. 저를 믿어주신 투자자 분들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힘내겠습니다.”
그동안 쌓인 게 많은 보수언론들은 박호진을 옹호하는 기사를 실었다.
[강진후의 사다리 걷어차기. 견제인가, 질투인가?](전략) 한국은 빠른 산업발전에 비해 투자문화가 제대로 성숙되지 못했다. 투자문화가 발달된 외국에서는 성공한 투자자가 후배 투자자를 이끌어주는 것은 흔하게 볼 수 있는 일이다.
워렌 보트는 그가 집필한 책에서 미국에서 다시는 자신 같은 투자자가 나오지 못할까봐 우려했다.
그런데 이번에 강진후가 보여준 행동은 이와는 정반대다. 마치 자신이 타고 올라간 뒤 사다리를 걷어차듯, 새로운 투자회사에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해 곤경에 빠트렸다.
금융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금은 어느 때보다도 투자자로서의 윤리의식이 중요한 때다. 적어도 견제나 질투로 인해 이제 막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젊은 투자자의 명성을 짓밟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할 것이다.
안타깝게도 여론의 반응은 싸늘했다.
-박호진 사짜삘 난다니까. 부가티 타고 다닐 때부터 알아봤음.
-ㅋㅋㅋ강진후 뛰어넘겠다, 어쩐다 하더니.
-아니, 강진후가 틀렸을 수도 있잖아. 자기 자리 위협하는 것 같으니, 죽이려고 저러는 거 아님?
-치졸하게 저게 뭐하는 짓이야? 자기가 다 해먹기 위해 저러는 건가?
-이게 뭔 빌 게이츠가 윈도우 불법다운로드 받고, 워렌 보트가 증권사 신입사원에게 투자상담 받는 소리야?
-이런 건 무조건 강진후가 맞음. 다른 전문가 100명보다 강진후 한 명 말을 믿겠음.
-맞아. 돈 문제에 한해서는 강진후가 무조건 옳아.
-레알. 우리 할아버지 매일 강진후 종북빨갱이라고 욕하시는데, 막상 OTK컴퍼니가 어디에 투자했다고 하면 관련종목들 눈에 불을 켜고 살펴보심.
-ㅋㅋㅋ박시형 석방 집회하는 부모님연합 회원들도 강진후가 종목 하나 찍어주면 전부 증권사로 달려간다는 데 내 손목을 건다.
-종북좌파든 수구꼴통인지는 난 모르겠고. 중요한 건 이제까지 투자해서 실패한 게 없다는 거지.
의혹이 커지자 박호진의 말만 믿고 비상장주식을 사들인 투자자들이 돈을 돌려 달라며 회사로 몰려갔다.
그러자 박호진은 판타스틱인베스트먼트 주식으로 교환해주겠다며 시간을 끌었다.
투자자들의 민원이 빗발치자 금융당국은 조사에 나섰다. 그럼에도 박호진은 계속 방송에 나와 억울함을 호소하며, 판타스틱인베스트먼트는 아무 문제없다고 큰소리쳤다.
하지만 수사 본격화되자 투자유치를 한다는 핑계로 싱가포르로 출국하려다가 인천공항에서 긴급체포 됐다.
검찰은 그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구속기소했다.
밝혀진 결과에 의하면 사업계획은 엉터리였고, 자산 규모는 과장되어 있었다. 청담동 대저택과 사옥으로 쓰는 빌딩은 월세고, 부가티는 리스로 사들였다. 그나마도 수리를 못해 최근에는 주차장에만 세워놓고 있었다.
사기 수법은 간단했다. 본인이 방송이나 강연을 통해 허위정보를 퍼트린 뒤 헐값에 사들인 비상장주식을 수십, 수백 배의 가격에 투자자들에게 되팔아 부당이익을 챙긴 것이다.
여기에는 언론의 책임이 가장 컸다. 그를 장외주식 투자전문가로 소개하면서도 최소한의 검증조차 거치지 않았다.
그 방송을 보고 박호진에게 투자했던 사람들은 망연자실했다. 막상 그가 구속되자, 그동안 띄워주었던 언론사들은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 * *
피해자들 숫자는 5천 명. 피해금액은 1천억 원이 넘었다.
박호진은 상장만 하면 대박이 터질 거라며 팔아치운 장외주식들은 아무 가치가 없는 것들로 밝혀졌다. 상장은커녕 당장 망할 것 같은 회사들이다.
피해자들이 돈을 돌려달라고 몰려갔지만, 박호진은 이미 압류가 들어왔고 자신은 돈이 없다며 변제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정작 국내최대 로펌 정앤김에 변론을 맡겨, 전관변호사 열 명으로 구성된 초호화 변호인단을 구성했다.
이게 바로 금융사기의 문제 중 하나다.
피해자들은 돈이 없어서 생계조차 걱정하는데, 가해자는 사기 친 돈으로 전관변호사들을 고용한다. 사실상 피해자들 돈으로 자신을 변호하는 셈이다.
택규는 구속된 박호진을 보며 말했다.
“제일골드코인도 그렇고, 판타스틱인베스트먼트도 그렇고. 대체 이 나라는 왜 이렇게 사기꾼이 많은 거야?”
“한국은 금융범죄에 관대하니까.”
이는 문화적인 차이도 크다. 선진국일수록 신뢰를 중요하게 여긴다. 때문에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책임을 묻는다. 피해액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종신형을 때리기도 한다.
그런데 한국은 100억을 넘게 해먹어도 몇 년 살고 나오면 끝이다. 어떤 놈들은 아예 사기 친 다음 돈을 숨겨 놓고 자수한다. 자수하면 형이 감경되니까. 이후 출소해서 숨겨놓은 돈으로 떵떵거리며 사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금융사범에 대한 형량을 늘려야 한다. 교도소에서 2, 30년씩 썩어야 하는데, 밖에 있는 수십억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난 고개를 내저었다.
“어떻게 보며 금융범죄자는 살인자보다 더 나빠. 살인자는 기껏해야 한두 명 죽이지만, 금융범죄자는 수많은 가정을 파탄내고 일가족을 자살로 몰아넣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