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ors who see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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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날드 스탬퍼 미국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이틀간 방한하기로 했다.
허창민 대통령과 만나 경제, 주한미군, 북핵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특이하게도 일정 중에는 게임업체들과의 만남도 포함되어 있다.
이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로날드는 이렇게 대답했다.
“한국에는 뛰어난 게임회사들이 많습니다. 미국은 이러한 기업들을 위해 여러 지원을 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미국대통령이 한국 게임회사들을 미국으로 유치할 의향이 있음을 밝히자 정부를 향한 비난이 또다시 쏟아졌다.
-ㅋㅋㅋ신전미 장관이 게임산업 다 말아먹었네. 진짜 대단하다. 존경스럽다.
-꺼어억! 한국게임 잘 말아먹었다!
-신전미 임명한 허창민은 대가리 박고 반성 좀 해라.
-게임규제법안은 자유국민당 의원들도 같이 발의했는데, 뭔 소리?
-허창민 지지자지만, 이건 새정치당이 더 잘못한 게 맞음.
-헬조선에서 여가부랑 싸우느니 미국 가는 게 낫지.
-그나저나 로날드는 오자마자 강진후부터 만난다는데.
-허얼! 그럼 대통령은?
-대통령보다는 강진후가 먼저지. 대통령이야 5년마다 바뀌지만, 강진후 돈은 점점 늘어날 텐데.
-빅원 이후로는 거의 동지 아님? 노벨평화상도 같이 받았잖아.
* * *
로날드 대통령은 정상회담 하루 전 한국에 도착했다.
난 차를 타고 그가 묵는 호텔로 향했다. 그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남산에 있는 미국계 호텔체인 그랜드파로스 호텔에 묵었다.
로날드는 나를 보더니 기뻐하며 끌어안았다.
“다시 보니 반갑군.”
“작년 말에 노르웨이에서 뵙고 처음이네요. 그동안 잘 지내셨죠?”
몇 달만의 재회다. 생각해보면 미국 대통령을 이렇게 자주 만날 수 있다는 건 대단한 특권이겠지.
로날드는 피곤하다는 표정으로 소파에 앉았다.
“요즘 몸이 예전 같지 않네. 젊었을 때는 며칠 밤을 새도 끄떡없었는데.”
“세계최강국 대통령이라도 나이는 어떻게 할 수 없나 보네요.”
내 말에 로날드는 쓴웃음을 지었다
“자네는 젊으니 아직 모르겠지만 나중에 깨닫게 될 거네. 아무리 돈이 많아도 나이 먹는 것은 피할 수 없다는걸.”
확실히 아직은 잘 모르겠다.
우리는 마주보고 앉아 그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한국정부랑 사이는 어떤가? 최근 여러가지 문제로 부딪치는 모양이던데.”
“좋지도 나쁘지도 않습니다.”
“한국 대통령이 자네를 멀리한다고 있다고 하던데?”
“뭐, 가까이 하는 것보다는 백번 낫죠.”
권력과 돈은 불가근불가원이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는 편이 서로에게 좋다.
한국은 국가주도형 계획경제로 성장해왔고, 이는 정경유착이라는 고질적인 문제를 낳았다.
기업이 명절선물이랍시고 1만 원 권이 가득 담긴 사과박스를 정치인에게 건네는 일은 비일비재했다. 심지어는 현금박스를 트럭에 가득 실은 다음 차키를 넘기는 일도 있었다. 일명 차떼기다.
과거야 그렇다 치더라도 21세기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그나마 지금은 예전에 비해 많이 나아졌지만.
“정치할 생각은 없나?”
“없습니다.”
로날드는 피식 웃었다.
“정치 안 한다고 말한 사람이 나중에 보면 꼭 어디 출마해 있더군.”
나도 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될지도 모르죠.”
나는 이제 겨우 20대다. 지금이야 정치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해도 나이가 들면 생각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
“대충 알고 있겠지만, 미국 내에서도 OTK컴퍼니를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고 있네.”
이유는 OTK컴퍼니가 자율주행과 배터리를 무기로 자동차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
전문가들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컴퓨터OS를, 구블이 인터넷검색을, AMZ가 온라인상거래를, 페이스노트가 SNS를 장악한 것처럼 OTK컴퍼니가 카로스를 통해 모빌리티 시장을 장악하게 될 것이라 우려했다.
현재까지 시장 전체에 영향을 끼칠 정도는 아니지만, 자율주행전기차의 보급이 늘어날수록 독과점 논란은 커지게 될 것이다.
“정치권에서까지 말이 나오지 않는 건 자네가 빅원에서 미국을 구한 영웅이기 때문이지. 카로스가 GM과 포드와 협력하고 있기도 하고. 하지만 언론에서는 자네가 돈이 너무 많다는 점을 계속 지적하고 있네.”
엄밀히 말해 내가 그 돈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내가 보유한 지분의 가치를 사람들이 그렇게 평가하고 있을 뿐이지.
그렇다 하더라도 평가액이 지나치게 많은 건 사실이다. 2위 부자인 AMZ CEO 제이크 바이런과 비교해도 8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인류역사상 누구도 가져본 적이 없는 부가 내 손에 있는 것이다.
로날드는 지나가는 투로 말했다.
“혹시 미국으로 귀화할 생각은 없나?”
사실 그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다. 어차피 지금도 검은머리 미국인이라고 욕을 먹고 있기도 하고.
“한번 생각해보겠습니다.”
* * *
로날드 대통령은 한국에서 이틀간의 일정을 마친 뒤 일본으로 떠났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완패한 중국과는 달리 일본은 현재 진행형이었다.
오카자키 총리는 간신히 재집권에 성공했지만, 이전에 비해 권력기반이 크게 약화된 상태다. 로날드는 최대한 일본을 강하게 압박해 최대한 많은 양보를 얻어낼 생각이다. 가뜩이나 자만당 내에서도 비판에 시달리는 오카자키 총리 입장에서는 골치가 아플 것이다.
출근해서 할 일이 없어서 놀고 있는데, 택규가 창밖을 내다보며 말했다.
“이거 좀 심하지 않나?”
“좀이 아니라 많이 심하지.”
날씨가 좋은 날에는 강남일대의 전망이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지금은 희뿌연 먼지로 인해 도로조차 잘 보이지 않았다.
마치 건물 전체가 운무 속에 잠겨 있는 듯 했다. 자동차들은 대낮임에도 전조등을 켜고 다녔다. 직원들도 다들 마스크를 쓰고 출근했고, 건물 전체에 공기청정기가 거세게 돌아갔다.
“하루가 멀다 하고 메이드 인 차이나 미세먼지가 몰려오는데, 중국에 뭐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니야?”
“했는데 씨알도 안 먹히잖아.”
중국은 미세먼지가 자신들 탓이 아니라며 열심히 오리발을 내밀었다. 그러면서도 한국이 공동조사를 제안하자 단칼에 거절했다.
그런데 조사해서 중국 탓이라는 게 밝혀지더라도 해결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그리고 놀랍게도 중국은 그동안 나름대로 노력을 해왔다.
“한국이 중국발 미세먼지로 이렇게 고통 받고 있을 정도면, 중국 상황은 어떻겠어?”
물이나 음식이 오염됐으면 따로 사먹기라도 하지만, 공기는 그럴 수도 없다.
한마디로 부자나, 공산당 고위층이나, 서민이나 다 같은 공기를 마셔야 한다. 그런 만큼 환경문제에 있어서는 공산당도 사활을 걸고 싸우는 중이다.
“친환경 에너지를 늘리면 되잖아.”
“안 하고 있겠어?”
중국이 친환경 에너지에 별 관심도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큰 착각이다.
중국정부는 최근 10년 사이 엄청난 보조금을 쏟아 부으며,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렸다. 관련 기업들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사막에는 태양광패널을, 산맥에는 풍력발전기를 마치 잔디처럼 깔아놓았다.
하지만 재생에너지를 아무리 늘려봐야 중국이 필요로 하는 발전량을 감당할 수 있을 리 없다.
“중국은 에너지 구조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어.”
현대사회에서 에너지는 국가의 근간. 때문에 강대국들은 에너지 확보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러시아는 석유와 천연가스가 풍부해 예전부터 에너지 걱정은 안 했다. 미국은 셰일혁명 이전까지는 중동 석유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셰일혁명 이후에는 에너지 자급을 넘어 수출까지 하는 국가로 거듭났다.
그러나 중국은 여전히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에너지 자급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인근 해역의 탐사와 시추를 늘리며 석유와 가스 채굴에 나섰고, 일정부분 성과도 거뒀지만, 소비량 증가에 비하면 턱도 없는 수준이다.
그나마 풍부한 에너지자원은 석탄. 그래서 석탄 화력발전소를 잔뜩 짓고, 공장도 석탄으로 돌리고, 심지어는 가정용 난방마저 석탄으로 했다. 그 결과가 바로 하늘을 가득 메운 미세먼지다.
그렇다고 발전소와 공장을 멈출 수도 없는 노릇.
그래서 내린 결론은 결국 원전이다. 현재 중국에 건설 중인 원전만 15기에, 향후 40기를 더 지을 예정이다.
그런데 이 원전 대부분이 동부연안에 몰려있다. 심지어는 한국과 거의 붙어있는 것과 다름없는 산둥반도에서 짓는 중이다.
“왜 그쪽에다 지어?”
“원자력발전소는 원자로 냉각을 위해 냉각수를 구하기 쉬운 바닷가에 짓는 게 당연하잖아. 그리고 중국은 연안도시들이 발전한 만큼 그 주변에 산업단지들이 몰려 있기도 하고.”
원전과 산업단지는 가까울수록 좋다. 한국의 경우 원전 근처에 전력소모량이 큰 제철소와 조선소 등이 몰려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다가 사고 나면 우리도 같이 죽지 않나?”
“설마 사고가 나겠어?”
“원전도 메이드 인 차이나잖아.”
“요즘은 메이드 인 차이나도 괜찮아. 그리고 미치지 않고서야 원전을 대충 짓진 않겠지.”
원전은 한번 사고가 나면 천문학적인 피해가 발생하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경우만 봐도 일본이라서 그 정도 버틴 거지, 다른 나라였다면 경제가 파탄 났을 것이다.
중국 원전이 터져 한국이 피해를 입을 정도라면, 중국본토는 그야말로 방사능 지옥이 펼쳐지게 된다.
수십 년 동안 전 세계에서 발생한 원전사고는 딱 세 건이다. 그리고 이 사고들을 교훈 삼아 안전성을 더욱 강화했다.
택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그거 반대로 말하면 사고가 나긴 난다는 거잖아.”
“뭐, 그렇지.”
만에 하나 사고가 터지다면?
중국이야 자신들이 잘못해서 피해를 입는 거지만, 한국은 아무 잘못도 없는데 피해는 같이 입게 된다.
“그렇다고 원전을 못 짓게 할 수도 없지. 원전 대신 석탄 화력발전소 짓는다고 하면 더 문제니.”
“흐음, 중국이 화력발전소를 돌리면 미세먼지 마시다가 죽는 거고, 원자력발전소를 돌리면 사고시 같이 죽는 건가?”
“정답.”
이래저래 골치 아픈 이웃을 옆에 두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외교적으로 강하게 말하기도 힘든 것이 중국은 한국의 최대수출국이다. 경제 의존도가 큰 만큼 무역보복이라도 당하면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된다.
“뭐, 그것과는 별개로 정부가 외교를 잘하고 있다는 건 아니지만.”
외교력은 국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경제력, 군사력이 강해 다른 나라 눈치 볼 것 없으면 얼마나 좋겠냐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한국이 강대국과의 외교에서 불리한 입장이긴 하나, 생각해보면 고조선 때부터 주위에 강대국이 없었던 시절이 없었다.
그러니 주어진 환경 안에서라도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내야겠지.
택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런데 말이야. 지금 한국이 중국과 일본과 사이가 안 좋은 건 반쯤 너 때문 아니야?
“……아주 좋은 지적이야.”
중국은 저우차 사태 이후, 일본은 니시다 증권 사태 이후 반한감정이 극도로 높아졌다.
두 나라 극우 정치인들은 지금도 내 얘기만 나오면 이마에 핏대를 세우고 욕을 퍼부어댔다.
“환구시보인가에서 너를 망탁조의에 비유하던데. 넷 중 누가 제일 좋아?”
“……다 싫어.”
아무리 그래도 망탁조의는 좀 심하지 않나?
* * *
OTK컴퍼니가 로사톰에 투자한 이후 진행파원자로 개발계획은 착착 진행됐다.
아무리 러시아 경제가 어렵다고 해도 마음만 먹는다면 실험비용 정도는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동안 실험이 중단됐던 것은 성공 가능성에 회의적이었기 때문.
실제로 러시아 원전기술은 미국에 비해 3년가량 뒤처진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강진후가 나선 뒤로 상황이 달라졌다. 10억 달러라는 돈을 떠나, 그가 투자했다는 것은 성공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나 다를 바 없었다.
러시아 정부, 로사톰 할 것 없이 최선을 다해 실험을 지원하고 협력했다. 한순간에 바뀐 태도에 실험 총책임자인 페트로프 교수마저 놀랄 정도였다.
쿠르스크 인근에 건설된 500MWe 규모의 원자로에서 진행될 실험에 전 세계의 시선이 쏠렸다.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원자로를 냉각시킬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갖춘 상태에서 실험이 시작됐다.
모두가 숨을 죽인 가운데 페트로프 교수는 버튼을 눌렀다.
먼저 소량의 농축우라늄(235U)이 핵반응을 일으켰다. 이어서 열화우라늄(238U)이 타올랐고, 액화 금속 나트륨이 열을 흡수해 전기에너지로 전환했다.
“반응속도 이상 없습니다!”
“냉각수 온도 이상 없습니다!”
“방사능 수치 이상 없습니다!”
우려했던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연료봉이 마치 불을 붙인 시가처럼 천천히 타오르는 것을 확인한 관계자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내지르며 박수를 쳤다.
그제야 페트로프 교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오랜 기간 함께 고생했던 연구원들은 기뻐하며 서로를 끌어안았다.
상용화까지 거쳐야 하는 난관들이 남아있긴 하지만, 이제까지 이론으로만 존재하던 TWR이 현실에서 구현 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이 소식은 즉시 모스크바의 크렘린궁으로 전해졌다.
비소츠키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어 언론 앞에 발표했다.
“페트로프 교수팀이 실행한 진행파원자로 실험은 성공을 거뒀습니다. 러시아 정부는 이 기술을 상용화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이는 러시아 기술의 승리이자, 러시아 국민들의 승리입니다. 러시아는 이제 세계최고의 원전강국이 됐습니다. 한때 인류를 위협했던 핵물질은 이제 인류의 번영을 위해 쓰이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