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ors who see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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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난 유니버설 픽처스의 마이클 뮐러 사장을 만났다. 그는 50대 독일계 미국인으로 나를 만나기 위해 호텔로 달려왔다.
우리는 반갑게 악수를 나눴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강진후 대표님.”
“저야말로 초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세계 영화산업의 중심은 누가 뭐래도 할리우드고, 셀 수도 없이 많은 영화사들이 모여 있다.
유니버설 픽처스는 할리우드 내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거대 제작사. 그러니 제작비가 수억 달러씩 들어가는 이런 블록버스터 영화를 제작할 수 있었겠지.
하지만 그런 유니버설조차도 OTK컴퍼니에 비하면 중소기업이나 다름없다.
“영화는 재밌게 봤습니다. 흥행도 잘 될 것 같던데요.”
뮐러 사장은 조금도 고민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블라인드 시사회를 몇 차례 해본 결과 호평이 압도적이었습니다. 재미와 작품성, 그리고 화제성 등을 감안했을 때 역대 최대의 수익을 거둘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호모 루덴스(Homo Ludens)라는 말처럼 인간은 항상 놀이와 재미를 추구한다. 경제가 성장할수록 문화와 여가에 쓰는 돈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실제 세계적으로 문화산업 규모는 나날이 커지는 중이다. 그로 인해 창출하는 부가가치 역시 엄청났다. 전 세계에서 히트하는 영화의 경우 매출이 10억 달러를 넘기도 한다.
영화 하나 잘 만들어 수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이다!
물론 모든 작품이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닌 만큼 망하면 본전도 못 건진다.
올해 한국에서 개봉한 일제강점기 배경의 영화만 해도 온갖 애국 마케팅을 펼쳤으나, 실존인물에 대한 논란, 개연성 없는 시나리오, 시대착오적인 연출, 배우들의 발연기 등으로 인해 쫄딱 망해 제작사와 배급사에 큰 피해를 안겨주었다.
어찌나 심하게 망했는지 망한 영화의 대명사가 되었고, 망한 영화로 유명세를 타며 영화를 본 사람은 없어도 영화제목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지경이었다.
물론 ‘빅원’이 그렇게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뮐러 사장의 표정을 볼 때 내심 15억 달러 이상은 기대하고 있는 듯했다.
“최근 영화산업의 성장세가 무섭네요.”
“그만큼 제작비도 크게 오르고,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서로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가운데 인수합병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그중 가장 적극적인 것은 바로 월트 디즈니 컴퍼니.
픽사를 합병한 것을 시작으로, 마블스튜디오와 루카스 필름을 차례대로 합병했고, 얼마 전에는 폭스의 영화와 TV 부문을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인수 당시 반독점법 논란이 될 정도로 큰 건이었다. 하지만 미국 법무부는 인수를 승인했고, 폭스는 결국 디즈니의 품에 안겼다.
다른 제작사들 입장에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카로스가 주도하는 카인포테이먼트에 대한 기대감이 큽니다.”
다른 제작사들과 마찬가지로 유니버설 픽처스 역시 자율주행기술로 인해 열리고 있는 카인포테이먼트 시장에 주목했다.
운전에서 해방되며 차는 이제 가장 좋은 여가공간으로 바뀌었다. 게다가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차량의 떨림도 적다.
이동하는 동안 편하게 영화와 각종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토비와 제라드는 차 에도포르노를 서비스하고 싶어 했지만,안타깝게도 이는 불가능했다.
대신 페이스잇이 그동안 포르노 서비스로 인해 쌓은 알고리즘을 활용해 카로스와 손을 잡고 카인포테이먼트 산업에 진출했다.
이를 위해 두 회사는 힘을 합쳐 ‘렛츠(Lets)’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카로스의 OS에 기본으로 장착되는 OTT 서비스다.
가정용 OTT시장은 이미 넷플레이가 장악한 지 오래다. 넷플레이는 전 세계에 1억5천만 명에 달하는 가입자를 확보했고, 그 수익을 활용해 지금도 수많은 자체 콘텐트를 제작해 쏟아냈다.
넷플레이 역시 진작부터 카인포테이먼트에 눈독을 들이고 있지만, 이쪽 시장에서 만큼은 한번 붙어볼 만하다.
일단 차를 만드는 것은 우리니까. 그리고 디즈니와 유니버설을 비롯해 할리우드 제작사들은 렛츠와 손을 잡았다. 콘텐츠 공급자 입장에서는 한 회사가 독점하기보다는 다양한 플랫폼들이 경쟁하는 게 좋기 때문이다.
뮐러 사장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유니버설 픽처스에서는 로스트판타지를 영상화하고 싶습니다.”
요즘 대세는 원 소스 멀티 유즈(OSMU).
영화 제작사들은 좋은 소재를 확보하기 위해 판권경쟁을 벌였다. 소설, 만화, 게임 등등.
로스트판타지는 현재 가장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MMORPG. 세계관과 스토리가 워낙 매력적인 만큼 영화화를 희망하는 제작사들도 많았다.
그러나 원작이 좋다고 해서 반드시 영화화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까지 실사화 했다 망한 작품들이 어디 한둘인가?
유니버설 픽처스는 얼마 전 아이스스톰이 만든 MMORPG ‘레전드 오브 워’를 영화화시켰다가 말아먹은 전력이 있다.
게임 세계관과 방대한 설정을 한편에 억지로 담으려다 보니, 이도저도 아닌 영화가 되어버린 것이다. 중국시장에서의 흥행 덕분에 간신히 손익분기점은 넘겼지만, 예정되었던 2편 제작은 무산됐다.
이치카와 사장도 택규도 로스트판타지가 그런 꼴 나는 것은 원치 않을 것이다. 만들려면 잘 만들어야 하고, 잘 만들지 못할 거면 아예 안 만드는 게 낫다.
“문화산업은 제 권한이 아니라서요.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한국에 오셨을 때 부대표와 상의해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 *
영화 시사회는 곁다리일 뿐, 본격적인 일정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난 모한 교수와 함께 로날드 대통령의 연설이 열리기로 예정된 LA로 향했다. 모한 교수는 왠지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왜 그러세요?”
“전에도 말했지만, 난 골수 민주당 지지자네.”
“그래요? 이제 모두가 공화당 지지자로 알고 있을 텐데.”
모한 교수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바로 그게 문제라는 거네. 나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들, 조상님들까지 다 민주당을 지지했데, 내가 공화당 대통령을 지지하는 게 말이 되는 일인가?”
말은 이렇게 해도 빅원 때의 일로 로날드를 지지하고 있을 거다.
난 웃음을 지었다.
“이번까지만 지지하시고, 다음 대통령부터는 다시 민주당을 지지하세요.”
로스앤젤레스는 캘리포니아뿐 아니라 미국 서부에서 가장 큰 도시다. 그리고 지난 대선 당시 다이앤에게 몰표가 나왔던 지역이기도 하다.
뭐, 이건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대부분의 도시들이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연설장에는 이미 수만 명의 로날드 지지자들이 운집해 있었다. 우리는 준비된 자리에 앉았다.
수만 명이 내려다보는 단상에에 영부인 베로니카 스탬퍼가 마이크를 들고 올라섰다. 체코 출신의 모델인 그녀는 중년의 나이에도 여전히 아름다움을 뽐냈다.
베로니카 스탬퍼는 자신의 남편이 얼마나 가정적이고, 얼마나 열정적인지에 대해 10분 정도 얘기했고, 이어서 로날드의 등장을 알렸다.
“제 남편이자 미국의 대통령, 로날드 스탬퍼입니다!”
지지자들은 일제히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로날드! 로날드!”
로날드는 환호에 화답하듯 두 손을 흔들며 단상으로 걸어 들어왔다. 마치 경기장에 입장하는 프로레슬링 선수 같은 모습이다.
마이크를 건네받은 로날드는 연설을 시작했다. 시작은 민주당과 언론에 대한 비판이었다.
“민주당이 대체 그동안 한 게 뭡니까? 세금을 올리고 그것을 쓸데없는 곳에 낭비하는 일만 했을 뿐입니다. 언론은요? 여기 빈자리가 한두 곳만 있어도 CNN과 뉴욕타임즈는 바로 ‘로날드는 연설장을 가득 채우지도 못했다’라고 속보를 낼 겁니다.”
그 말에 지지자들은 취재를 하는 언론들을 향해 거센 야유를 보냈다.
로날드는 이어서 경제를 강조했다.
“미국경제는 전 세계로부터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미국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제적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저는 대통령이 된 뒤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감세와 규제 완화를 이끌어 냈습니다. 지금도 집무실 책상에 앉으면 어떻게 미국인들에게 승리를 안겨줄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자화자찬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그중에서도 백미는 역시나 빅원에 대한 것이었다.
“제가 빅원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을 때 모두가 저를 미쳤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수많은 비난에도 뜻을 굽히지 않았습니다.만약 민주당 말을 따랐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요? 이 자리에서 여러분 모두가 아는 두 사람을 소개시켜드리겠습니다.”
드디어 우리 차례다. 나와 모한 교수가 단상 위로 올라가자, 우레와도 같은 박수와 함성이 쏟아졌다.
사람들은 일제히 우리 이름을 소리쳤다.
“강진후! 강진후!”
“모한! 모한!”
로날드는 모두가 보란 듯이 특유의 과장된 동작으로 우리를 세게 끌어안았다. 난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저는 OTK컴퍼니 CEO 강진후입니다. 이렇게 반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사실 로날드 대통령님과 함께 이 자리에 섰다는 것만으로도 저에게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영광입니다. 로날드 대통령님께서는 빅원이라는 사상초유의 재난을 대처하는 데 있어서 확신과 결단이 무엇인지 저에게 보여주셨습니다. 이러한 위대한 대통령을 탄생시킨 미국인들께 진심으로 존경을 표하고 싶습니다. 미국의 위대한 승리는 전부 위대한 국민들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난 미리 연습한 대로 당시 로날드가 펼친 활약과 위대함에 대해 얘기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이미 한 배를 탄 신세라 어쩔 수 없다.
내 발언이 끝나고 나자 모한 교수는 마이크를 넘겨받아 발언했다. 로날드 대통령이 올바르게 대처한 덕분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자리에서 이런 연설을 하고 있는 이유는 하나.
로날드는 손가락을 치켜 올리며 말했다.
“우리는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는 미국을 어느 때보다도 위대하게 지킬 것입니다. 저는 이 시간부터 미국 대통령으로서 재선 캠페인을 공식적으로 개시하겠습니다.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Keep America Great)”
* * *
[로날드 대통령, 재선도전 선언!] [재선 출정식에서 민주당과 언론을 강도 높게 비판] [OTK컴퍼니 CEO 강진후, 찬조연설로 로날드 대통령 지지 밝혀!]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 [지지자들 열렬하게 환호!]민주당 역시 이번 달 말에 20명의 후보들의 TV토론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경선 레이스에 돌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누가 후보가 되든 사람들은 큰 관심이 없었다.
민주당 지도부 내에서도 이번 선거는 포기하는 분위기였다. 어차피 질 선거라 생각하기 때문인지 민주당 경선은 그리 치열하지 않았다. 거물정치인들의 불출마 선언도 잇따랐다. 이번 선거는 넘기고 다음 선거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사실 재선승리는 따 놓은 당상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거창한 출정식일 벌인 것은 어느 대통령도 거두지 못한 압도적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다.
현재 로날드의 지지율은 최소 70퍼센트, 많게는 80퍼센트에 육박했다. 이유는 당연히 빅원이라는 사상초유의 재난을 잘 극복해냈기 때문.
여기에 현직 프리미엄도 더해졌다. 실제로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는 경우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게다가 지금 미국경제는 대호황이다. 다우존스지수, 나스닥, S&P 할 것 없이 사상최고치를 경신했고, 실업률은 최저치였다. 많은 기업들이 구인난을 겪을 정도였다.
임금은 지속적으로 올랐고, 호황에도 불구하고 물가는 안정적이다.
미래를 이끌어갈 신산업들의 성장과 함께 도시재건으로 인해 건설경기가 활황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호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미국경제를 낙관했다.
물론 로날드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개인적으로는 성추문, 러시아 스캔들, 탈세 등의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 미국은 환경문제, 빈부격차, 동맹국과의 마찰 등의 문제를 겪었다. 지난 대선에서 공약으로 내세웠던 불법이민자 문제도 해결되기는커녕 더욱 심해졌다.
저상장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미국경제만 유독 호황을 누리고 있다. 때문에 경제침체와 정정불안을 겪고 있는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베네수엘라 등 남미국가들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조국을 떠나 이동했다.
마치 골드러시 당시 서부로 금을 캐러가듯, 사람들은 삼삼오오 무리를 이뤘고, 그 규모가 어찌나 커졌는지 언제부터인가 언론에서는 그들을 낙타를 타고 사막을 횡단하던 대상들의 명칭을 따서 캐러밴(Caravan)이라 불렀다.
그들의 최종목적지는 당연히 미국이지만, 거대한 장벽에 가로막혔다. 몰려든 이민자들로 인해 멕시코와 맞닿아 있는 미국의 국경검문소는 사실상 마비상태였다.
로날드는 불법이민자 유입을 막기 위한 대책을 세우라며 멕시코를 압박했지만, 멕시코 역시 답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미국으로 가려 하는 이민자들이 못 들어가고 눌러앉는 바람에 그들을 관리하느라 엄청난 지출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불법이민자 문제는 그만큼 미국경제가 좋다는 반증이나 다름없었다.
극단적인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재선가도는 꽃길이나 다름없다. 그저 꽃잎들을 사뿐히 즈려밟고 편하게 걸어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