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ors who see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429)
를 보는 투자자 428 >
신종훈 수사관의 폭로는 계속 이어졌다.
“청와대 내에서는 오래전부터 강진후 대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이번 임진용 회장의 구속 역시 정치권력이 자본권력을 압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입니다. 그동안 봐주었던 재벌들의 범죄를 단호하게 처벌함으로써 앞으로 빠져나갈 구멍을 없애겠다는 갑니다. 한마디로 청와대가 강진후를 두려워해서 검찰을 이용해 재벌 죽이기에 나선 겁니다.”
그 외에 공기업 낙하산과 인사개입 같은 자잘한 폭로를 이어가더니, 마지막으로 말했다.
“이것 외에도 폭로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이제부터 차례대로 이 정부의 비리를 폭로하겠습니다. 지인들이 제가 자살하지 않을까 염려를 하는데, 전 무슨 일이 있어도 자살하지 않습니다. 만약 제가 죽는다면, 자살이 아닌 타살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전 절대 자살하지 않습니다.”
이 폭로로 인해 인터넷은 발칵 뒤집혔다.
-그러니까 결국 강진후 때문에 임진용을 잡아넣었다는 거 아니야?
-아니, 대체 강진후가 뭘 잘못했다고 이래?
-청와대가 두려워 할 만도 하지.
-까놓고 지금 대통령 말이 세겠냐, 강진후 말이 세겠냐?
-대통령은 어차피 5년 뒤면 바뀜. 그런데 5년 뒤면 강진후 재산은 지금보다 배로 늘어나 있겠지.
-박시형도 보내버린 게 강진후임. 허창민도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 없음.
-아니, 그 전에 저 사람 말이 과연 진짜일까?
-쯧쯧, 직권남용과 뇌물로 조사받던 놈이라잖아. 저런 범죄자 말을 믿냐?
-이슈 만들어서 자기 죄 덮으려는 개수작.
경찰은 영장을 들고 영상이 촬영된 오피스텔로 쳐들어갔으나, 그는 이미 잠적한 뒤였다.
다음 날, 그는 아내에게 ‘가족들을 잘 부탁해’ 라는 문자를 남기고 모든 연락을 끊었다.
-뭐야? 자살 당한 거야?
-허창민이 빨간색 마티즈 보냈네~
-진짜 정부에서 죽인 거야?
-이게 말이 돼?
-ㅋㅋㅋ 청와대 비리 까발렸더니, 자살시켜주는 좌파정부 클래스~
-이게 5공 시절과 다를 게 뭐냐?
-아니, 정부가 아무리 멍청해도 이런 상황에서 제보자를 살해한다고?
-허창민을 탄핵하라!
경찰은 대대적인 인력을 동원해 수색에 나섰다.
다행히 그는 신라대 근처의 한 모텔에서 발견되었다. 발견 당시 모텔 안에는 번개탄과 밧줄 등이 있었고, 자살을 기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속보) 신종훈 조사관, 서울 모텔에서 ‘숨 쉰 채’ 발견] [경찰 신종훈 조사관 체포] [생명에는 지장 없으나, 병원으로 이송] [상태가 호전되는 대로 구속영장 재신청……]자유국민당은 그를 공익제보자로서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새정치당은 업무상 기밀누설 혐의로 처벌해야 한다고 맞섰다.
어쨌거나 비위행위에 대해서는 혐의가 확실한 만큼 신종훈 수사관은 구속됐다. 딱히 증거도 없는 폭로였던 만큼, 그냥 해프닝으로 끝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역시나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허창민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발언했다.
“최근 조세피난처를 활용한 기업자금의 해외유출과 역외탈세가 도를 넘고 있습니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는 것이 당연합니다. 이는 성실하게 납세하는 국민들의 박탈감으로 이어지고, 조세저항을 불러올 있는 만큼 관련 사항을 철저하게 조사해주시길 당부드립니다.”
그러면서 수년 전 발생한 파나마 페이퍼즈 사건을 거론했다.
파나마에 있는 모색 폰세카라는 로펌의 기밀문건이 유출됐고, 이 문건을 통해 조세피난처로 유명한 파나마와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설립한 법인과 소유주 등이 밝혀진 사건이다.
명단에는 각국 정치인, 할리우드 스타. 스포츠 스타, 기업가, 범죄자 등 다수의 유명인사들이 포함되어 있었고, 한국인도 한둘이 아니었다.
이는 조세피난처를 활용한 탈세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대통령 발언이 나간 후 남윤상 국세청장은 긴급발표를 했다.
“기업들의 외국진출, 국제거래의 증가 등으로 역외탈세 규모가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국세청은 재작년에 1조4천억 원을 추징한데 이어서, 작년에는 1조8천억 원을 추징했습니다. 조세형평성을 위해서라도 기업 규모는 물론이고 법인과 개인 구분 없이 역외소득과 재산을 은닉한 혐의가 확인되면 고강도 세무조사를 벌일 예정입니다. 또한 인력을 충원해 앞으로는 해외 은닉자산과 역외탈세를 뿌리 뽑겠습니다. 현재 미신고 역외소득과 재산에 대해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자진신고를 받고 있고, 자진신고시 가산세, 과태료 면제, 그리고 조세포탈 등의 범죄에 대해서도 형사적으로 관용조치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 기간 이후에 적발된 탈세행위에 대해서는 검찰과 협력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습니다.”
새정치당은 이에 발맞추듯 해외로의 자금유출과 탈세를 막겠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10만 달러 이상의 역외자산에 대한 신고 의무화와 처벌을 강화하는 법을 입법하기로 했다.
* * *
나와 택규, 그리고 현주 누나에게도 국세청의 공문이 날아왔다. 역외자산에 대해 자진신고를 하라는 것이다.
택규는 나에게 물었다.
“얘들 갑자기 왜 이래?
OTK컴퍼니는 모두가 알다시피 조세피난처에 법인이 있다.
신원노출, 자산보호, 절세 등을 목적으로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만드는 일은 드물지 않다. 여기까지는 합법이니 문제될 것도 없다.
문제가 되는 것은 탈세와 돈세탁.
한국은 이미 자국거주자의 역외소득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미국 주식을 사서 수익을 냈다면,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도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그러나 법인은 얘기가 좀 다르다. 외국법인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서 한국이 세금을 매길 권한은 없다. 다만 OTK컴퍼니의 자금이 나한테 배당이나 월급 등으로 이전될 때만 과세를 할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OTK컴퍼니는 배당을 거의 하지 않고, 계속해서 재투자를 하는 중이다. 따라서 한국에 납부할 세금도 없다.
산업자본은 땅 위에 공장을 세우고 인력을 고용한다. 하지만 금융자본은 어디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자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세금과 규제.
조세피난처로 분류되는 파나마의 경우 세계에서 가장 많은 상선을 가지고 있다. 상선은 편의치적 원칙에 따라 세금과 규제가 적은 곳에 등록할 수 있다. 그래서 선박을 건조한 나라와 소유주의 국적과 관계없이 선주들은 선박을 파나마에 등록한다.
미국계 PEF 론스타의 경우 벨기에에 종속법인을 세운 다음, 이를 통해 한국에 투자해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
굳이 벨기에 페이퍼컴퍼니를 거쳐서 투자한 이유는 한미조세조약에 의하면 한국에서 올린 수익에 대해 한국에 세금을 납부해야 하지만, 한벨기에조세조약은 면세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벨기에법인이 페이퍼컴퍼니고, 투자이익이 전부 론스타에 귀속됐다는 점을 들어 과세에 나섰고, 론스타는 과세가 부당하다고 맞서며, 이 문제는 결국 ISD까지 올라갔다.
또 다른 예로는 엔플, 구블, 페이스노트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은 서비스를 판매함에 있어서 EU 내에서 가장 법인세가 싼 아일랜드로 수익을 몰아주다가 걸렸다. EU는 이에 대해 수십억 달러의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나섰고, IT기업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처럼 세금을 둘러싸고 각 국가와 다국적 기업들은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중이다.
만약 OTK컴퍼니가 처음부터 한국법인이었다면, 해외로 이전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OTK컴퍼니는 처음부터 조세피난처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반트코인 판매대금을 시작으로 착실하게 자산을 불려왔다.
엄밀히 말하면 주주와 CEO가 전부 한국인이라는 것을 빼면, 한국과는 별 관련도 없다. 그런데도 갑자기 이러는 것은…….
“정말로 나를 타겟으로 하는 건가?
난 일전에 만났던 허창민 대통령을 떠올렸다. 깊게 파인 주름과 굳게 다문 입술. 내가 본 그는 굳건하고 강직한 모습이었다.
그는 변호사로서 일신의 영달을 추구하기 보다는, 사회적 약자를 보살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충분히 존경할 만하다. 그러나 인격적으로 훌륭하다고 해서 반드시 훌륭한 대통령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가 자본권력을 제어하는 것이 정의라고 생각한다면, 무슨 일이 발생하게 될까?
택규가 말했다.
“우리 국적을 바꾸는 게 어떨까?”
누구는 태어날 때부터 얻는 게 국적이라지만, 누구는 평생을 노력해도 얻기 힘들다. 복지수준이 높은 선진국일수록 시민권 발급에 까다로운 조건을 두고 있다.
그러나 돈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준다. 1년치 국가예산을 싸들고 가겠다는데, 싫어할 나라가 어디 있겠는가?
한국은 민족과 국가가 일치한다. 한민족이 곧 한국인인 만큼 국적을 바꾸는 건 배신으로 취급된다.
하지만 대다수의 나라들은 여러 민족이 섞여 있다. 중국만 하더라도 55개의 소수민족이 있고, 미국은 ‘인종의 용광로(Melting Pot)’라 불릴 정도로 전 세계 모든 인종들의 집합소다.
미국은 귀화하는 이들을 기꺼이 미국인으로 받아들인다. 이민자들은 곧 미국의 성장동력이기도 하다.
인도 출신 이민자가 시총 1조 달러 기업의 CEO가 되기도 하고, 오스트리아와 멕시코 출신 이민자가 주지사가 되기도 한다.심지어 전 대통령의 경우 아버지가 케냐인이다.(주지사는 귀화한 미국인도 가능하지만, 대통령은 미국 출생자만 가능하다)
몇년 전, 프랑스 정부가 부유층을 대상으로 최고 75퍼센트의 과세를 하겠다고 하자, 유명배우 드빠르디유, 알랑드롱을 비롯한 수많은 부자들은 프랑스 국적을 버리고 다른 나라 국적을 취득했다.
프랑스 최고 부자인 LVMH 아르노 회장은 벨기에 국적을 신청했다가, 여론의 반발로 인해 취소했다.
이에 대해 비난하는 여론도 있지만, 개인의 선택이니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어찌됐든 국적은 개개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보는 것이다.
다른 재벌들의 경우 이미 한국에 본사와 사업체가 있고, 한국시장 의존도가 큰 만큼 외국으로 귀화가 어렵다. 여론의 반발도 클 테고.
하지만 난 상관없다. 병역의무까지 끝마쳤으니, 더더욱 걸릴 건 없겠지.
* * *
난 권영철 실장을 다시 만났다.
신종훈 수사관의 폭로는 사실 여부를 떠나 서성그룹에 큰 도움이 되었다. 임진용 회장의 구속이 부당하다는 여론이 커진 것이다.
“정말로 정부가 저 때문에 저러는 건가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꼭 대표님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정부가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지금 한국경제는 OTK컴퍼니가 견인하고 있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만약 OTK컴퍼니가 없었다면, 지금 경제성장률은 어떻게 됐을까요? 저희 경제연구소의 계산에 의하면 2퍼센트도 힘들었을 겁니다. 이조차도 정부가 대규모 추경을 투입했을 때의 수치입니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과의 외교관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대표님이 안 계셨다면 어땠을까요? 당장 저번에 벌어진 일본의 무역보복만 하더라도, 미국이 누구 편을 들어줬겠습니까?”
동아시아에서 한국과 일본은 미국의 중요한 동맹국이다. 그러나 우선순위로 보자면, 아무래도 일본이 앞선다.
실제로 한일무역분쟁에서 자신들이 불리한 상황에 처하자 일본은 워싱턴 정가에 엄청난 로비를 펼치며 자신들의 편을 들어 중재해 달라고 요청했다.
내 부탁으로 로날드가 그걸 막아줬던 거고.
“대표님께서 모든 일을 해결하는 사이, 그동안 정부가 대체 뭘 했습니까?”
택규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말했다.
“정말로 한 게 없긴 하네.”
허창민 대통령은 이렇다 할 만한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다. 하지만 대단히 잘한 것도 없었다.
“새만금 개발을 추진해 폭등하는 서울 집값을 잡은 것도 대표님이 하신 일입니다. 정부는 여기에 숟가락을 얹었을 뿐이죠.한마디로 이 정부는 한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러니 더더욱 대표님의 존재를 신경 쓸 수밖에 없겠죠.”
회장이 잡혀간 만큼, 나오는 말이 고울 리는 없을 것이다.
“대표님의 존재가 한국경제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어느 정부도 제어할 수 없는 권력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법 위에 군림하는 재벌이라고 해도 정부와 국회는 두려워한다. 아니, 실제로 두려워하는지 아닌지 몰라도 적어도 그런 척 행동했다. 그래서 청문회에 나가면 한참 어린 국회의원의 호통에도 공손하게 머리를 조아린 것이다.
하지만 난 그런 재벌들의 행동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제 존재 자체가 위협이라는 거군요.”
권영철 실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방에 있는 호랑이가 사람을 해치지 않겠다고 말한다면, 대표님은 안심하고 잠들 수 있겠습니까?”
돈은 단지 모여 있는 것만으로도 힘을 갖는다. 그걸 나쁜 일에 사용하지 않겠다고 말해봐야 누가 믿어 주겠는가?
“단지 허창민 정부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다음에 정권이 바뀐다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한국이 품기에 대표님은 너무 큰 존재가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