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ors who see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433)
를 보는 투자자 432 >
언론은 강진후와 술라이만 왕세자가 걸으며 대화를 나누는 사진과 함께 여러 추측성 기사를 실었다.
술라이만 왕세자는 기자들에게 말했다.
“강진후 대표님과의 대화는 매우 유익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앞으로도 한국과의 경제협력을 지속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그가 강진후에 대해 매우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자, 인터넷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직접 사우디로 와달라고 요청했다는데.
-사우디 투자부장관 같은 거 시켜주려나?
-ㅋㅋㅋ 이러다가 강진후 사우디로 국적 바꾸면 잼겠다~
-그럼 한국정부는 어떻게 되는 거임?
-거기 널린 게 공주인데, 그중 한 명이랑 결혼해서 왕족 되는 거 아님?
-뭔 소리야? 강진후 애인 있잖아.
-거긴 부인 네 명까지 가능.
-지린다ㅜㅜ 나도 사우디로 귀화하고 싶다.
-ㅋㅋㅋ 머리가 있으면 생각을 해봐라. 거기가 남녀성비가 1대4가 아닌 이상, 누군가 네 명의 부인과 결혼한다는 건 세 명은 평생 솔로라는 얘기임.
-그 셋 중 하나가 집에서 놀며 인터넷에 댓글이나 달고 있는 바로 당신!
-응. 너도 포함.
-진짜 세기의 투자자를 이렇게 대접하는 것도 한국밖에 없을 듯.
-박시형 때부터 전통인지, 강진후 우습게 아는 건 한국 정치인들밖에 없음.
* * *
오일머니는 역시 대단했다.
술라이만 왕세자가 방한한 나흘 동안 국내외 언론들은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했다. 이 와중에 몇몇 기레기들은 내가 사우디로 귀화하거나 이민을 갈 수도 있다는 식의 기사를 냈다.
청와대와 여당은 따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역외자산 지진신고와 처벌에 대한 입법 논의도 갑자기 쏙 들어갔다.
역시 외국정상과 친해져서 나쁠 건 없나?
그렇게 생각하는데, 어느 순간 택규의 손에 사우디아라비아 여행책자와 ‘아랍어 첫걸음’ 책이 들려 있었다.
이러다 조만간 몸에 토브를 휘감고, 머리에 카피예라도 두를 기세다.
난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만해, 미친놈아! 뭔 사우디야?”
“나중에 여행이라도 가보려고.”
“니가 거기를 왜 가?”
“왕세자가 놀러오라잖아. 가면 국빈 대접 받지 않겠어?”
“…….”
너의 그 더러운 속셈을 내가 모를 줄 알아?
난 결백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택규에게 말했다.
“거기 겁나 더워. 너 더운 거 싫어하잖아.”
“괜찮아. 에어컨 틀면 돼.”
그건 그렇다.
기름국이다 보니, 공공시설과 쇼핑몰 등에서 아끼지 않고 빵빵하게 틀어준다.
“거긴 로스트 판타지 접속이 안 돼.”
택규는 깜짝 놀랐다.
“뭐? 대체 왜?”
“미풍양속 위반인가 보지.”
로스트 판타지는 중세유럽을 주된 배경으로 하는 판타지. 종교도 나오고, 성기사라는 직업도 나온다.
물론 그 종교가 이슬람교는 아니다.
“그럼 포르노는?”
당연히 페이스잇도 접속금지다.
“보다 걸리면 엎드려뻗친 다음 큐대로 맞지 않을까?”
실제로 사우디는 아직 태형을 집행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GDP로만 따지면 진작 선진국 반열에 올랐어야 한다. 하지만 오일머니로 커진 경제력과는 달리 정치, 사회,문화, 언론 등은 후진국보다도 못하다.
특히 절대왕정과 이슬람교를 기반에 둔 통치체제는 여성차별, 언론탄압, 국가통제 같은 부작용을 낳았다.
선진국들이 여성인권, 언론자유, 종교자유 등을 강조하는 이유는 그게 보편적 가치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게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애초에 인구 절반에 달하는 여성 인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겠는가?
석유수출로 번 돈을 국민들에게 나눠주던 때야 별 문제 없었겠지만, 내수 진작, 기술개발, 제조업 육성 등을 위해서는 사회전반을 개혁해야 한다.
당장 개혁조치라고 실행한 게 여성정치참여, 여성참정권확대, 여성스포츠관람, 여성운전 허용 등인데…… 고작 이거 하는데도 성직자들이 종교적 이유를 들어가며 입에 거품을 물고 반대하고 있다.
술라이만 왕세자도 골치가 아프겠지.
택규는 슬쩍 손에 든 책을 내려놓았다.
“사우디는 다음 기회에 놀러가는 걸로.”
* * *
난 김호민 교수의 연락을 받았다.
그때 만난 이후에 그는 연구소에 틀어박혀서 연구만 하고 있었다. 아예 진전이 없다면 모를까, 성과가 눈앞에 보일듯 말듯 하니 더 답답해하는 모습이다.
[제라티늄을 대체할 만한 소재를 찾는 게 쉽지가 않네.]혹시 몰라 원자재시장에서 제라티늄을 매입하는 중이다. 하지만 워낙 거래량이 적다보니, 소량씩 나눠서 주문을 넣었음에도 금방 가격이 출렁였다.
사실상 대량매입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이번에 BID가 내놓은 배터리 봤지? 이미 중국업체들이 빠르게 따라오고 있어.]이 세상에 혼자만 독점할 수 있는 기술이란 없다.
김호민 교수가 OTK배터리를 만들어냈다는 것은 다른 사람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제품의 등장은 후발주자들에게 개발방향을 제시해주고 시행착오를 줄여준다. 특허로 인해 그대로 베낄 수 없다면, 특허를 우회할 방법을 찾기도 한다.
실제로 OTK배터리가 출시된 이후 기존 NCM배터리 용량은 30퍼센트 이상 증가했다.
중국과 일본 업체들은 코발트 가격 하락을 기회로 더욱 투자를 확대했다. BID는 새로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출시하며,주행거리를 800킬로미터로 늘렸다고 자평했고, 향후 1년 안에 OTK배터리를 뛰어넘겠다고 선언했다.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무시할 만한 것도 아니다. 중국업체들은 국가의 지원까지 등에 업고 있는 만큼 성장세는 무서울 정도다.
아예 OTK배터리의 차세대 배터리를 개발하겠다고 달려드는 곳도 한둘이 아니다.
가만히 있으면 언젠가 따라잡힌다. 우리 역시 OTK배터리 이후를 준비해야 하는 입장은 똑같은 것이다.
조사를 해본 결과 산업 전반에 걸쳐 고용량 배터리에 대한 수요는 넘쳐난다. 너무 당연하게도,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진작 남들이 하고 있었다.
처음에 배터리와 모터로 움직이는 전기비행기에 대해 떠올렸을 때만 해도 ‘이게 가능한가?’ 라는 의문이 들었는데, 이미 에어버스,보잉, 지멘스, 제트그린, 플라이버즈 등 대기업과 스타트업 할 것 없이 뛰어들어 각축전을 벌이고 있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나 배터리. 용량과 가격, 충전시간 등이 다 문제다.
그럼에도 업체들은 개발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반대로 배터리 기술이 발전하기만 한다면, 기존의 비행기보다 더 큰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전기비행기 역시 연료비 절감, 친환경, 소음 등 모든 면에서 유리하다.
아직 대형여객기에 적용하기에는 기술적 한계가 큰 만큼 10인승 이하의 경비행기와 유인드론 개발을 먼저 진행 중이다.
당장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하이브리드카처럼 전기모터와 엔진을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비행기나, 2차전지의 한계를 인정하고 수소연료전지 탑재로 방향을 튼 곳도 있다.
과거에는 투자와 개발이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진행됐다면, 최근에는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먼저 고용량의 배터리가 나오고 나면 이어서 비행기 개발에 투자하는 게 아니라, 배터리 기술이 앞으로 더 발전할 것으로 믿고 그에 맞춰 유인드론과 비행기 기술에 미리 돈을 쏟아 붓는 것이다.
지금은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기.
엔플, 구불, 페이스노트 같은 기업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먼저 성공한 기업들은 독점적인 지위를 누린다. 반면 한번 뒤처지면 다시는 주도권을 잡기 힘들다.
그래서 너도나도 전력을 다해 뛰어들고 있다. 송 마사요시가 인사이트 펀드를 만들어 투자하는 것도, 술라이만 왕세자가 왕족들 주머니를 탈탈 털고 아람코 상장을 통해 투자금을 확보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느 순간, 스마트폰이 일상 속으로 들어왔듯이, 정신을 차려보면 사람을 태운 드론이 도시를 오가고, 전기비행기가 나라와 나라 사이를 오가는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그때가 오고 나서 뒤늦게 후회해봐야 소용없겠지.
[이 배터리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있을 수도 있어.]난 일전에 김호민 교수가 했던 말을 돌려주었다.
“배터리는 미래의 반도체니까요.”
[잘 알고 있네.]모두가 그걸 알기에 열심히 투자와 기술개발을 하는 중이다.
“그래도 결혼식은 오실 거죠?”
[그럼 가야지. 그때 봐.]* * *
제주공항에 연이어 전용기들이 도착했다.
이 정도 금융인과 투자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때문에 결혼식 일주일 전부터 미팅이 벌어지고, 세미나가 열리고, 투자에 관한 얘기가 오갔다.
활주로는 착륙해 격납고로 이동하는 전용기들로 인해 교통체증이 발생할 정도였다.
공항 개장 이래 이렇게 많은 전용기가 한번에 몰린 것은 처음이다. 게다가 거기에 탄 사람들 한 명, 한 명이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거물들이다.
공항직원들은 촉각을 곤두세운 채 입국서비스에 만전을 기했다. 결혼식 참석을 위해 할리우드 스타들이 온다는 소문에 서울과 부산은 물론 일본과 중국에서 온 팬들까지 몰려들었고, 제주공항은 출국자를 제외하고는 아예 공항출입을 불허하는 결정을 내렸다.
실론호텔은 물론 제주도청은 만반의 준비를 기울였다. 전 직원들이 휴가를 반납하고 비상근무태세에 들어갔다.
만에 하나 작은 사고라도 발생하면, 제주도의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되는 만큼 조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았다.
* * *
우리는 제주도에 도착했다.
전용기가 몰려 고생하는 제주공항을 위해 일반 항공기를 이용했다. 실론호텔에서 만난 임수미 사장은 진이 빠진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룹 일에, 새만금 투자에, 이번 결혼식까지. 그동안의 스케줄을 보면 쓰러지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다.
택규가 말했다.
“저희 누나 때문에 고생 많으세요.”
임수미 사장은 웃음에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저희 호텔에 이런 좋은 기회를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녀는 실론호텔을 세계적 호텔체인으로 키우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있다. 새만금 개발에 이어서 이번 역시 좋은 기회였다.
결혼식에 참석한 투자자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면, 향후 해외진출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난 현주 누나에게 물었다.
“기분 어때요?”
먼저 와서 결혼식 리허설을 끝마친, 누나는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결혼식이 이렇게 힘든 일인 줄 몰랐어. 빨리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야.”
엘리는 단호하게 말했다.
“무슨 말이에요? 온 김에 주말까지 제주도에서 놀다 가야죠.”
이쪽은 놀고 싶은 마음뿐인가?
그리고 드디어 결혼식 당일이 밝았다.
고급차들이 줄을 지어 호텔로 들어왔고, 주변에는 보안을 위해 경찰병력까지 배치됐다. 취재가 허락되지 않은 만큼 호텔은 언론과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하게 차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구에는 수많은 내외신 기자들이 몰려 있었다.
택규는 오랜만에 양복을 쫙 빼입었다.
맨날 늘어난 츄리닝만 입고 다니다가 핏이 맞는 양복을 입으니 사람이 달라 보인다. 이전에는 그냥 오타쿠처럼 보였다면, 이제는 성공한 오타쿠처럼 보인다랄까?
택규는 혀를 내둘렀다.
“우리 누나 결혼식이 이 정도로 엄청날 줄이야.”
상상을 초월하는 스케일에 잔뜩 긴장한 것은 택규네 부모님 역시 마찬가지. 두 분은 긴장되는지 서로의 손을 꼭 붙잡은 채 살짝 떨었다.
설마 딸이 세기의 결혼식의 주인공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겠지.
헨리네 부모님은 의외로 평범한 느낌이다. 하긴, 그의 아버지는 골든게이트 경영과는 일절 관련이 없고, 지금은 평범하게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러나 헨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두 분 모두 큰 키에 뛰어난 외모를 지녔다.
양가 부모님은 서로 인사하고, 하객을 맞을 준비를 했다.
엘리가 현주 누나와 함께 신부대기실에 있는 동안, 나와 택규 역시 함께 결혼식장 입구에서 하객들을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