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ors who see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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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최대 IB 골든게이트 후계자와 OTK컴퍼니 3대 주주의 결혼.
세기의 결혼식인 만큼 세계적인 관심이 쏟아졌다. 결혼식장에 모이는 이들은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유명인이거나, 말 한마디로 수백억을 움직일 수 있는 금융계의 핵심인물들이다.
한국의 여야국회의원과 시도지사들은 은근슬쩍 참석하고 싶다는 의사를 통보해왔다.
개인적 친분도 없고, 골든게이트와 거래하는 것도 아닌데, 남의 결혼식에 왜 오려는 건지 모르겠다.
택규가 말했다.
“혹시 코스요리가 먹고 싶어서?”
“아니. 유명인들과 악수하고 사진 찍고 싶은 거겠지.”
그 다음 페이스노트에 사진을 띄우고 유권자들에게 투자유치를 위해 열심히 발로 뛰었다고 홍보하지 않을까?
속이 뻔히 들여다보여서 자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실제로 자리가 부족해 지금 초청한 사람들도 고르고 고른 거다.
그러자 분명히 안 받겠다고 했음에도 여기저기서 화환을 보내왔다. 임수미 사장은 그 화환들을 안 보이는 곳에 잘 세워놓았다.
김호민 교수는 김명준 교수님, 그리고 장세명 교수님을 비롯한 현주 누나의 대학시절 은사들과 함께 왔다.
난 김호민 교수에게 말했다.
“좀 쉬엄쉬엄하세요. 노벨상 하나 더 타시게요?”
“주면 받아야지.”
OTK배터리 로열티로 들어오는 돈만 해도 평생 써도 다 못 쓸 돈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연구에 매진하는 건 돈이나 명성 때문이 아니라, 순수하게 연구자로서의 욕심 때문이겠지.
투자자는 돈벌 기회가 생기면 달려들고, 연구자는 성과가 보이면 달려드는 게 당연하다.
모한 교수와 캐리는 지금 학기 중이라, 페트로프 교수는 칼리닌그라드의 TWR 건설현장에 있어서 못 왔고, 대신 축하인사를 전했다.
카로스, 페이스잇, M피자, OTK게임즈 등의 CEO들 역시 정신없이 바쁜 만큼 일부러 초대하지 않았고, 나중에 따로 연락하기로 했다.
각국 대사들도 참석했다. 안네케 공주는 노르웨이 대사와 함께 왔고, 양하나는 CL화학 양호영 사장 부부와 CL그룹 양준모 회장을 모시고 왔다.
그리고 민하영은 뒤늦게 혼자 왔다. 작은 체구에 커다란 안경을 쓴 모습이 귀엽다. 복장도 수수하고.
워낙 호화 결혼식인 데다가, 하객들은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훨씬 많았다.
민하영은 위축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 여기 진짜 내가 와도 되는 거야?”
“안 될 게 뭐가 있어? 밥 맛있게 먹고 우리 누나 축하해주면 돼. 하나 씨랑 안네케랑 같은 테이블로 잡아놨어.”
“어? 저 사람 영화배우 아니야?”
“맞아. 데이비드 비숍.”
할리우드 톱스타 데이비드 비숍은 애인인 샤샤 알렉산드로바와 함께 와 있었다.
민하영은 호들갑을 떨었다.
“대박. 나 팬이야. 데이비드 나온 영화 다 봤어.”
택규가 말했다.
“인사시켜줄까?”
“그, 그래도 돼?”
이런 자리 아니면, 언제 따로 만날 일이 있겠는가?
택규가 가서 몇 마디하자 다른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던 데이비드 비숍은 우리 쪽으로 왔다.
민하영은 놀라며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저 팬이에요.”
한국어지만, 대충 알아들은 모양이다.
민하영은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피, 픽쳐, 플리즈?”
데이비드 비숍은 기꺼이 같이 사진을 찍어주었고, 그녀는 좋아 어쩔 줄 몰랐다.
어머니는 택규네 어머니와 함께 신부대기실을 다녀왔다.
“수미 씨는 정신없이 바빠서 말 걸기도 힘드네.”
임수미 사장은 접객에 조금의 실수도 없도록 현장을 돌아다니며 지시를 내리는 중이다.
“그나저나 넌 언제 할 거니?”
“뭘요?”
어머니는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하도록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도 어서 결혼해야지. 언제까지 엘리 기다리게 할 거야?”
난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세요. 조만간 할 거니까요.”
“정말이니?”
“다 생각해놨어요.”
결혼식이 끝나고 나면, 엘리의 고향인 홍콩으로 가서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청혼할 생각이다.
물론 엘리는 아직 모르고 있지만.
내 말에 어머니는 반색했다.
“잘 생각했어, 아들.”
* * *
뉴욕주지사와 뉴욕시장이 함께 왔다. 뉴욕에는 모두가 알다시피 세계금융의 중심 월스트리트가 있다.
코퍼 주지사는 농담조로 나에게 말했다.
“OTK컴퍼니도 슬슬 월스트리트로 이사 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나 역시 농담으로 받았다.
“거기 렌트비가 너무 비싸서요. 돈을 좀 더 모아 보겠습니다.”
“하하하, 오시기만 한다면 제 월급에서 떼서라도 보태드리겠습니다.”
10대 그룹인사들도 몰려왔다. 서성그룹에서는 총수 부재를 대신해 권영철 실장과 이수학 서성SB 사장 등이 왔고, 은성차가 떨어져나간 은성차그룹에서는 김환진 은성RT 사장이 참석했다.
유리는 아버지인 신병두 부회장과 류철균 회장을 모시고 왔다. 두 사람 모두 이미 사흘 전부터 제주도에 와있었고 국부펀드 관계자들과 만남을 가졌다.
사모펀드의 수익은 펀드의 규모와 직결된다. RCK브로스는 조만간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에 투자할 리저널 펀드(Regional Fund)를 조성할 예정이다.
이제까지 인수합병 성공사례는 다 나열하기가 힘들 정도니, 다들 관심을 나타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야말로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어서 실크해트를 쓰고 지팡이를 든 노신사가 등장했다. 19세기 말쯤 영국에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이 멋지고 중후한 모습이다.
바로 골든게이트 CEO 제임스 C. 골드맨이다. 방금 전까지 다른 이들과 미팅을 하느라 객실에 있다가 끝나고 나서 내려온 것이다.
그 옆에는 노부부도 함께였다. 지금은 은퇴한 체이스 사우스웰 전 아시아지사장이다. 현주 누나에게 있어서는 은사나 다름없다.
오랜만에 만난 우리는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이 외에 수많은 유명인사들이 왔다.
예전에 이런 사람들을 처음 만날 때는 긴장도 했지만, 지금은 그냥 아는 사람을 만나는 것 같은 편한 느낌이다.
그 사이 내가 성장했기 때문일까?
“난 처음부터 아무렇지 않았는데.”
“너도 이차카와 시게루 만날 땐 긴장했잖아.”
“그야 시게루 옹은 전설이니까. 지금도 새로운 전설을 쓰는 중이고.”
각자 존경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 법이지.
그렇게 생각하는데, 한 순간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버크셔캐셔 워렌 보트 회장은 동년배의 노인과 함께 나타났다.
“오! 강진후 대표님!”
워렌 보트 회장은 내 손을 붙잡고 반갑게 흔들었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허허, 오래만입니다. 옆에 있는 이 친구는 찰리 베인입니다.”
보트 회장과는 몇 차례 만났고, 가끔 연락도 하지만 찰리 베인 부회장을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트 회장과 베인 부회장은 버크셔캐셔 본사가 있는 에덴스를 잘 벗어나지 않고, 외부행사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두 사람 다 80대 후반의 고령인 만큼 여기까지 장거리비행을 한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기도 하고.
그런 만큼 결혼식 참석을 위해 한국까지 왔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만나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강진후입니다.”
“반갑습니다, 강진후 대표님. 꼭 한번 만나고 싶었는데, 오늘이 바로 그날이네요.”
“아닙니다. 진작 제가 찾아뵀어야 했는데.”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그 역시 워렌 보트 못지않은 유명한 투자자다.
직접 투자를 해본 입장에서, 이 두 사람이 얼마나 위대한지 알 수 있다.
운이 좋으면 어쩌다 한번쯤 수백 퍼센트의 수익을 거두는 것은 가능할지 몰라도, 수십 년 동안 20퍼센트 수익을 꾸준히 낸다는 것은 누구도 하기 힘든 일이다.
예지력 같은 능력도 없이 세계 최고의 투자기업을 일궈냈다는 점에서 저절로 존경심이 들었다.
* * *
우리는 신부 대기실로 향했다.
안경 대신 콘텍트렌즈를 끼고, 신부화장을 하고,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현주 누나는 평소와는 전혀 다른 매력을 풍겼다.
택규는 감탄했다.
“우와! 우리 누나 오늘 진짜 예쁘네.”
현주 누나는 살짝 인상을 썼다.
“놀리는 거야?”
“진심이야.”
난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화려함보다는 차분하고 단아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누나는 마음을 가라앉히려는 듯 크게 심호흡을 했다.
“아무렇지도 않을 줄 알았는데, 왠지 떨리네.”
난 누나에게 말했다.
“아까 보니까 헨리도 떨고 있던데요.”
어쩌면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일지 모른다. 누군가와 결혼한다는 것은 그런 거겠지.
현주 누나는 따뜻한 시선으로 우리를 보았다.
“다들 고마워. 덕분에 헨리도 만났고, 건이도 낳았고, 이렇게 결혼도 하게 됐어. 너희 아니었으면 이런 행복이 있는지 모르고,지금도 혼자서 일만 하고 있었을지도 몰라. 특히 오택규.”
“응? 나?”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게임하고 애니만 본다고 걱정했었는데, 어느새 이렇게 훌륭하게 컸네. 정말 고마워.”
“아니, 뭐…….”
누나의 칭찬이 택규는 쑥스러운지 괜히 다른 곳을 쳐다보았다.
검은색 뿔테안경 아래로 물방울이 흘러내렸다.
“너 울어?”
내 물음에 택규는 고개를 저었다.
“안 울어.”
“누가봐도 우는 것 같은데.”
“크흡! 누나 시집보내는 내 마음을 니가 알기나 해?”
“…….”
누가 보면 딸 시집보내는 아빠인 줄. 참고로 정작 딸 시집보내는 택규네 아버지는 싱글벙글하고 계신다.
난 말 없이 택규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 * *
결혼식장의 장식과 소품, 식사까지 어느 것 하나 최고급이 아닌 게 없다.
이중에서 임수미 사장이 특히 신경 쓴 것은 식사. 이를 위해 한달 전부터 전 세계의 고가 식자재들을 직접 선별해서 주문을 넣었다고 한다.
정말이지 세계 부호들이나, 할리우드 스타들과 견줘도 뒤지지 않을 만큼 호화 결혼식이다.
택규는 흡족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해. 우리 누나 결혼식이면 이 정도는 돼야지.”
언제나 누나를 생각하는 착한 동생이다.
결혼식 내내 4대의 카메라가 한 장면도 빠지지 않고 촬영했다. 역시나 최고의 촬영팀을 섭외했고, 거의 영화촬영에나 쓸 법한 카메라가 동원됐다.
결혼식이 진행되는 내내 두 사람 옆에는 건이가 붙어 있었다.
아이와 함께 결혼식을 하는 것은 외국에서라면 모를까, 한국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다. 나중에 커서 부모님 결혼식 영상을 보면,자기가 있었다는 사실에 깜작 놀라겠지.
두 사람은 손을 잡고 키스했고, 하객들은 일제히 박수를 쳤다.
택규는 또 다시 울먹거렸고, 엘리도 눈물을 글썽거렸다.
“두 사람 다 행복해져서 다행이에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평생을 함께한다는 것은 그만큼 대단한 일이겠지. 난 엘리의 손을 꼭 붙잡았고,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 * *
난 사람들을 피해 건물 밖으로 나왔다. 하도 인사하고 악수했더니, 목이 쉬고 손이 얼얼할 정도다.
실제로 오른손은 새빨갛게 부어 있었다.
다시 안에 들어가면 또 쉴 새 없이 말을 걸어오겠지. 잠시 바람을 쐬며 한숨 돌리는데, 누군가 옆으로 다가왔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금발과 푸른 눈동자. 녹색 쉬폰원피스에 힐을 신었고, 손에는 레이스 장갑을 꼈다. 얼굴은 인형 같이 예쁘고,피부는 새하얗다.
화려하게 꾸미지 않았음에도 존재만으로 시선을 끄는 외모다.
대체 언제 온 거지? 결혼식이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안 보였던 것 같은데.
그녀는 푸른색 눈동자를 빛내며 말했다.
“반가워요, 강진후 씨. 우리 오랜만이네요.”
청아한 목소리에 영국식 억양이 잘 어울린다.
“여긴 어쩐 일이에요?”
“초대를 받았으니까요. 우리 가문이 골든게이트와 거래한 역사는 꽤 길어요.”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운용하는 투자금 규모나 소유한 은행들을 생각했을 때, 금융가에서 로스차일드와 거래를 안 하는 곳이 얼마나 되겠나?
난 상대를 보았다.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월스트리트 JP모건 본사에서였다. 그리고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다시 만났다.
이번이 세 번째인가?
“연락 기다렸었는데. 혹시 제가 드린 명함 잃어버렸나요?”
난 그녀를 보며 물었다.
“굳이 연락할 필요가 없어서요.”
“그래요? 전 당신과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은데.”
“무슨 얘기요?”
그녀는 고개를 살짝 옆으로 기울인 채 곰곰이 생각했다.
“흐음, 우리의 미래에 대해서는 어때요?”
갑자기 이게 뭔 소리야?
난 이전과 마찬가지로 대답했다.
“애인이 있어서요.”
그녀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알아요. 아까 부케를 받은 여자 분이죠.”
그녀는 내 쪽으로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왔다.
“그녀는 당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이건 또 무슨 뜻이지?
난 어이 없어하며 말했다.
“적어도 당신보다는 많이 알고 있겠죠.”
내 말에 그레이스 로스차일드는 소리 내서 웃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그럼 당신이 가진 그 능력에 대해서도 알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