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104
분신으로 절대무신 104화
36장. 전란(戰亂)
3년을 넘게 끌었던 전쟁은 거짓말처럼 하루아침에 끝이 나버렸다.
마침내 승리한 것이었으나, 살아남은 이들 중 그 사실에 기뻐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너무도 급작스럽게 끝이 나버려 현실감이 나지 않아서다.
“정말…… 정말 전쟁이 끝이 난 거야?”
“하아. 이게 끝이라고?”
혼란스러워하는 병졸들과 달리 장수들은 앞날을 걱정했다.
“이제 수나라는 어떻게 되는 거지.”
“뻔한 것 아니겠는가? 갑자기 끝이 나버린 이 전쟁처럼 한순간 무너지겠지.”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오.”
“!!!”
비관적인 앞날에 갑갑해하는 그들에게 다가간 이는 다름 아닌 장일이었다.
갑자기 그들의 앞에 나타난 그에 장수들은, 아니, 그 주변의 모든 병사들은 경외 어린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가 이제 무신으로 불리고 있는 그가 적지의 수장들을 모두 베어내었기 때문임을 알아서다.
“바, 방법이 무엇입니까?”
놀라는 가운데, 그 해답을 듣고자 하던 한 장수의 말에 장일은 그를 보며 말했다.
“전쟁을 이어가는 것이오.”
“전쟁을 이어간다니 그게 무슨…….”
생각지 못한 답변에 저도 모르게 부정하려는 그에 장일이 말을 이어나갔다.
“이곳의 전쟁은 끝이 났지만, 아직 전란은 끝이 난 것이 아니오. 중부 대륙 곳곳에 일고 있는 작고 큰 전장들을 합치면 수십 곳에 달하오. 당신들은 이제 이곳을 향해 지원을 가야 하오.”
“그게 우리들에게 어떤 이득을 가져다준다 말입니까!”
전쟁을 지원을 해야 한다는 장일의 말에 누군가 참지 못하겠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북부연합을 상대로 수나라가 이 지독했던 전쟁을 이어나갔던 이유는 하나밖에 없었다.
자신들의 나라가 짓밟혔기 때문이다.
그들의 형제자매들이 이들의 창칼에 죽어 나갔으며, 평화로웠던 고향이 무너져 내렸다.
이들이 창칼을 들고 끝까지 싸웠던 것은 그 이유 때문이다.
그처럼 처절했던 전쟁이 이제야 끝이 났는데, 다시 전쟁을 이어나가라니 이들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아마 그 말을 꺼낸 이가 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주역이 아니었다면, 욕을 하고 침을 뱉었을 것이다.
“두 가지 이득을 얻을 수 있소. 하나는 전쟁의 물자를 지금처럼 받을 수 있는 명분이 생기오.”
전쟁의 물자를 지금처럼 받을 수 있다는 말에 장수들은 눈을 반짝였다. 그 말은 나라의 명줄이 다시 이어진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첫 번째 이득도 장일이 말한 두 번째 이득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것은 곧 북부연합을 치기 위한 발판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오. 이는 중부 대륙만 아닌 각 대륙에서 보내오는 물자들이 이곳을 거치게 된다는 말과도 같소.”
-꿀꺽.
무장들은 물론 병졸들 중에서도 눈치가 빠른 이들이 그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알아들었다.
그 막대한 물자가 수나라를 거치게 된다는 것은 무너졌던 수나라의 모든 인적자원들이 복원된다는 말과도 같았다.
아니, 편의를 위해 지원 물자 시설까지 만들어진다면 수나라는 과거의 영광 이상을 이루게 될 것이다.
전쟁에서 무너진 나라가 전쟁을 통해 성하게 되는 것이다.
이득은 수나라만이 아니었다.
중부 대륙 전체가 큰 이득이었다.
북부연합과의 전쟁의 최전선에서 싸워 살아남았던 이들은 돈을 주고서도 구하기 힘든 최정예의 병사들이었다.
전쟁 귀신들이라고 보아도 되는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그런 인재들이 지원을 한다면 전장의 판도가 달라질 것은 뻔한 일이었다.
망국의 운명을 앞두던 수나라의 왕은 장일의 제안을 듣기 무섭게 그를 받아들였다.
“덕분에 쓰레기들은 모두 치워졌군.”
그렇게 살길이 생기자 왕은 그제야 주변을 돌아보며 쓴 미소를 지었다.
전쟁에 이겨도 져도 끔찍한 결과만이 있을 것을 알자, 나라를 좀먹던 귀족과 상인들이 다른 나라로 도망을 친 것이다.
상당수가 도망친 덕분에 안 그래도 흔들리던 나라가 뒤흔들리게 되었지만, 왕은 차라리 다행이라 여겼다.
무신의 말대로라면 막대한 자금이 자국으로 들어올 것인데, 이 자금이 제대로 돌기 위해서는 신하들 중 진짜를 가려 그 권한을 내줘야 했다.
한데, 그 가짜들이 모두 알아서 나라 밖으로 빠져나갔으니, 이제 그 우려를 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또다시 백성들이 막대한 피를 흘려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그는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 * *
살왕을 죽였을 때쯤.
전란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북부연합을 상대로 가장 치열한 전장을 이어나갔던 수나라의 승리는 지난했던 중부 대륙의 전장들에게 희망을 가져다주었다.
수나라의 백전용사들이 다른 전장에 지원을 가기로 결정을 내렸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 수나라의 승리를 이끌었던 이 중 하나가 검선이라는 사실이 알려져서다.
이전까지만 해도 검선은 죽었을 것이라는 게 주였는데,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자 많은 이들이 크게 놀라며 기뻐했다.
놀랄 일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복마검선이 금왕을 죽인 일이 알려지자 그 소식을 들은 대부분의 이들이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들도 아는 것이다.
사악에 준하는 금왕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괴물인지를 말이다.
그야말로 복마검선이라는 별호에 걸맞은 업적이었다.
이처럼 그들 사제에 대한 경외심을 보이는 이들이 많아져 갔으나, 장일도 조한도 이에 연연하지 않았다.
그들은 무림맹에 복귀하기 무섭게 각기 새로운 전장으로 뛰어들었다.
정확히는 남은 십왕들을 쫓기 시작한 것이다.
조한은 목왕을 쫓았고, 장일은 살왕을 쫓았다.
혈마를 제한다면 십왕 중 가장 최강자라 할 수 있는 살왕은 여느 십왕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었다.
그는 세력을 이끌고 움직이기보다는 홀로 움직였는데, 그럼에도 그 존재감은 여느 십왕들보다도 압도적이었다.
이는 장일이 앞서 무존을 통해 경고하였음에도 죽은 무림맹의 절대강자들과 관계가 있었다.
놀랍게도 살왕은 그들이 이끄는 세력을 향해 홀로 뛰어들어 상대하였을 뿐 아니라, 그를 넘어 끝내 이들을 베었던 것이다.
그중에는 도존도 있었던 것을 생각한다면 살왕이 얼마나 괴물 같은 신위를 지녔는지 알 수 있을 일이다.
그나마도 이 정도에 그쳤던 것은 불왕과 법존이 힘을 합해 그를 쫓고 있던 덕분이다.
그러나 그들 또한 이제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아무리 뛰어난 고수도 세월을 이기지 못하는 법이었고, 그런 점에서 불왕과 법존도 예외가 아니었다.
백수를 넘긴 그들은 살왕과의 일전이 벌어질 때마다 쌓이는 내상에 본신의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들이 살왕을 쫓을 수 있던 것은 불왕의 나한도법 덕분이었다.
혈교를 사마의 존재를 베어내기 위해 오랜 세월을 거쳐 완성한 대불사의 나한도법은 아무리 살왕이라고 할지라도 쉬이 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아마 이 나한도법이 아니었다면 살왕은 오래전에 그들을 죽이고, 무림맹의 존폐를 뒤흔들어버렸을지 모른다.
그러니 장일이 복귀하기 무섭게 살왕을 쫓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아쉽습니다. 살왕과 칼을 나누어 보고 싶었는데.”
호승심을 보이는 제자에 장일은 피식 웃었다.
확실히 5년이라는 시간이 길기는 길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복마검법을 완성한 지금 이제 살의에 휘둘려지지 않음에도 이처럼 호전적인 것을 보면, 이제 제자도 완연한 강호인이었다.
“아마 한 끗 차이일 거다.”
“네?”
“살왕과 네가 싸운다면 한 끗 차이로 생사가 갈린다는 말이다.”
“……그 정도입니까? 살왕이.”
금왕을 시중 내내 압도하며 그를 베었던 조한이었기에 그 스스로의 칼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했다.
그런 제자의 모습에 장일을 헛웃음을 흘렸다.
“하아. 이 녀석아……. 그것도 천살성을 다루는 너니까 그리 말한 것이다. 지금의 복마검법으로는 살왕을 베지 못한다.”
“에휴. 아직 갈 길이 멀군요.”
자신의 검이 부족하다 말한 것이니, 반발할 법도 하건만 조한은 그저 한숨을 흘리며 순수히 이를 받아들였다.
그에게 있어 스승의 말은 곧 진실이며 진리였기 때문이다.
“이 전쟁이 끝이 나면 복마검법을 살펴보도록 하자꾸나.”
“여기서 더 나아갈 수 있다는 거군요.”
조한은 그 말을 크게 반겼다.
하지만 그 방법이라는 것이 도경을 깨우치는 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마냥 반기지는 못할 것이다.
이는 수도자와 같은 고행을 해야 한다는 말과도 같기 때문이다.
그를 알기에 장일은 더는 말하지 않은 채, 잔소리 아닌 잔소리들을 끝으로 다시 제자와 헤어졌다.
“아미타불! 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
살왕의 행적을 좇기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은 역시나 그를 쫓는 이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하여 장일은 불왕을 찾았고, 그는 자신을 찾아온 장일을 감회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가 돌아왔다는 것을 소문으로 듣기는 했으나, 실제로 마주한 것은 그와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였다.
그처럼 자신을 반기는 불왕과 달리 장일은 씁쓸한 낯빛을 보여야 했다.
“상태가 좋지 않군요.”
“하하하. 그리 대단치도 않소이다.”
들은 것보다 불왕의 내상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아서였다.
당장 요양을 한다고 해도 최소 몇 달은 고생해야 할 정도였다. 불왕은 그런 몸으로 살왕을 쫓고 있었던 것이다.
그야말로 상상치 못한 고통을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쯧! 대단치 않기는 무슨……. 땡중 주제에 지가 진짜로 부처라도 되는 줄 아는 거지!”
별것 아니라는 듯 불왕의 말에 멀리서 심통 맞은 노인 하나가 노기를 드러내며 다가왔다.
바로 사파의 삼존 중 하나인 법존이었다.
고약하기로 소문이 난 터라 사파인들조차도 그와 엮이려는 것을 꺼렸다.
그런데도 불왕이 법존과 함께한 것은 그 능력만큼은 사파제일인이라 할 수 있는 무존 못지않아서였다.
거기에 추격전에 있어서 법존의 능력은 독보적이었다.
실제로 살왕을 쫓아 그를 상대하는 일에서 그가 세운 공적은 한둘이 아니었다.
“법존을 뵙습니다.”
장일의 인사에 법존은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누가 정파인 아니랄까 봐. 별 잡것에게 예를 갖추는군.”
“…….”
자신을 잡것으로 말하는 법존에 장일은 어색한 표정을 보였다.
그런 장일의 모습에 불왕은 껄껄 웃어댔고, 법존은 미간을 찌푸려댔다.
“아미타불. 그도 당신의 정체를 압니다.”
“정체라면?”
“전생이 검존이라고 들었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드디어 저 땡중이 심마에 빠졌구나 생각했지.”
숱한 고대의 술법마저 다루면서 영혼의 존재를 느끼고 그를 이용할 수도 있게 된 법존이었지만, 그마저도 환생에 대해서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오히려 높은 경지에 이르렀기에 부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생과 환생의 과정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흐름 속에 일고 있는지 말이다.
그러니 설사 전생이 검존이었다고 해도 그를 자각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한데, 그를 자각한 자가 있다고 하니 법존이 불왕을 두고 미쳤다고 말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