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13
분신으로 절대무신 13화
‘집이 이렇게 좁았던가?’
군에 가기 전만 해도 장일은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그때는 그저 몇 안 되는 감자 따위라도 배를 채우면 날 어둡기 무섭게 눈을 감는 게 일상이었기 때문이다.
집안에 몇 안 되는 양식이라도 보태려 이런저런 험한 일 쪽을 기웃거리다 보니 그로서는 당연한 일상이었다.
그러나 어릴 때라면 모를까? 작은 방 하나에 다섯 식구가 모여 잠을 청하니 비좁지 않을 리 없었다.
막내인 장다미는 어미의 품에 꼭 안겨야 했고, 장이 또한 누나인 다숙에 안기듯 자야 했다.
그래야 겨우 그가 겨우 잠을 자야 할 자리가 만들어졌다.
물론 장일이 그만큼 크게 성장했던 것도 이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방법이 없다면 모를까, 이제 그렇지는 않았다.
장일은 다음 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머릿속에 정리하며, 고스란히 느껴지는 동생들의 온기와 색색거리는 코걸이를 자장가 삼아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을 먹기 무섭게 장일은 촌장을 찾았다.
장일이 사는 마을은 나름의 규모가 있는 곳이었다. 유지들도 여럿이었는데, 그중에서도 촌장은 가장 큰 유지이다.
거기에 관의 개입이 적은 시골이다 보니 촌장은 그를 대신해 여러 가지 마을의 대소사를 대신하기도 했다.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그래그래. 참 다행이구나. 하아.”
그는 빈말이 아니라는 듯 한숨을 보였다.
당시 장일이 징집되는 것을 적극적으로 말리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다. 그러나 그리될 경우 그의 조카가 끌려가야 하는 판이었으니, 촌장으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장일은 그런 촌장의 모습에 그가 최소 염치는 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확실히 아는 만큼 보인다고 장일은 과거에는 마냥 어렵기만 했던 촌장이 사실 정이 많은 인물임을 안 것이다.
실제로 둘째인 다숙이 일을 할 수 있도록 주선한 것도 촌장이라고 들었던 터라 장일은 촌장에게 유감을 가지지 않았다.
장일은 인사와 함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다 곧 자신이 찾아온 목적을 이야기했다.
“운 좋게도 군에서 공을 세워 약간의 재물을 손에 넣게 되었습니다. 그걸로 집과 땅을 사고 싶습니다.”
“공을 세웠다고? 오호. 소문이 사실인 모양이구나.”
마차라고 하기에는 빈약하지만 나름의 수레에 가득 면포를 담아 말이 이끄는 수레를 끌고 왔으니, 이런 시골 마을에서 소문이 나지 않을 리 없었다.
촌장도 그런 소문을 들었던 모양이나, 긴가민가했었는데 장일이 이처럼 이야기를 하니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늘이 도왔구나. 참으로 좋은 일이다. 그래 여유가 있을 때 땅을 사는 것도 좋지. 한데 집까지 사고 싶다고?”
“네. 가능하면 마당도 크고 방도 여럿인 집이면 좋겠습니다.”
“으음. 마침 그런 조건의 집이 있기는 한데, 문제는 생각보다 큰 집이라는 것이다. 못해도 면포로 사십 필은 내주어야 할 것이다.”
“다행히 그 정도는 있습니다.”
“……그게 정말이더냐?”
장일은 믿기 어려워하는 촌장에게 품에서 전역서를 꺼내주었고, 그를 받아 든 촌장은 잠시 말문을 잃다 어렵게 입을 뗐다.
“……백인장!”
백인장이면 일 년에 한두 번 세금을 가져오려 마을에 찾아오는 관리보다 몇 끗이 높았다. 전쟁에서 공을 세웠다고 해서 그리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촌장은 그제야 장일이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크게 성공해 돌아왔음을 알았다.
장일은 놀라는 촌장에게 전역서를 다시 받아 챙기며 말했다.
“그러니 돈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소도 두 마리를 사고 싶습니다.”
“그, 그래. 음. 걱정하지 말고 나를 믿으시게. 내 발품을 팔아보지.”
“감사합니다.”
장일에게 자신을 믿으라는 촌장의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그는 하루도 안 되어 장일이 말한 조건의 집을 구해다 주었다.
그 집은 과거 마을을 떠났던 유지 중 하나가 살았던 집이었다.
“별채와 본채가 같이 있는 집이네. 방은 네 개이고, 마당도 두 개나 되네. 본래라면 면포로 60포 이상을 받아야겠지만, 그간 관리를 하지 않다 보니 37포면 거뜬히 살 수 있을걸세.”
확실히 낡다 보니 수리를 하려면 면포 5포는 필요로 할 듯 보였다. 그러나 그 점을 두고 보아도 크게 이득이라 장일은 만족스러웠다.
“다행히 추수까지 시간이 남을 것이라, 사람 구하는 것도 어렵지 않어. 때를 잘 잡은 거지.”
시골에서 추수는 대단히 큰 행사였다. 일 년 농사의 결실을 보는 일이라 이 일에 온 마을 사람들이 총출동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이 아니었다면 촌장의 말대로 최소 한두 달은 뒤에 집을 수리할 수 있을 터였다.
무엇보다 촌장이 거론하지 않았지만, 유지가 있던 집답게 소 마구간도 있었다. 물론 이것도 수리를 해야 할 부분이 있었지만, 뼈대라 할 수 있는 부분이 튼튼하니 별다른 비용은 들지 않을 것이다.
“집은 이렇게 하기로 하고, 땅을 사고 싶다고 했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말한다면 40마지기 정도는 어렵지 않게 살 수 있을걸세. 다만 이 중 절반은 소작을 주고 있는 터라, 실제로 자네가 모두 산다면 자네가 손을 댈 논은 20마지기가 좀 넘네.”
1마지기는 쌀 한 말의 씨앗을 뿌리는 면적을 뜻한다. 평년일 때 논 1마지기에 쌀 2가마(160㎏)가 나오니, 40마지기이면 80가마가 나오는 셈이다.
20마지기면 40가마를 얻는 셈이고, 소작을 주면 보통 절반은 주인이 가지니 20가마가 고스란히 얻는다.
한 해에 60가마를 손에 넣는 것이니, 이만하면 마을의 웬만한 유지 못지않았다.
“모두 구매하면 얼마를 주어야 합니까?”
“정말 모두 구매하려는 건가? 그러면 은으로 60냥은 주어야 할 것이네.”
“생각보다 싸군요.”
“허허허. 싸다니.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건 이 마을에서 자네뿐일걸세. 물론 면적에 비해 싸게 나오기는 했지. 그러나 이 중 3할이 터가 그리 좋지 않을 걸 생각하면 그리 싼 것도 아니지.”
생각보다 소작을 주는 비율이 높다고 하더니 이유가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한해 50가마는 보장이다.
“소를 두 마리를 산다고 했지? 그럼 그중 한 마리는 송아지로 키운다면 은 10냥이면 될 것일세.”
“좋군요. 촌장님의 말대로 따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허허. 잠깐 발품을 좀 판 것이니 그리 생각할 것 없네.”
그러나 생각보다 촌장은 이 일을 진행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고, 여러 유지들 또한 그의 뜻을 쉽사리 따랐다.
사실 농사일이 전부인 시골에서 땅은 웬만하면 내놓기 싫은 일이었다. 그럼에도 40마지기를 우선 꺼내놓은 이유는 하나였다.
바로 장일이 백인장 출신이기 때문이다.
이런 시골 마을에 이런 관직 일을 한 사람이 있으면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특히나, 징수 문제로 오는 관리를 상대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보통 이런 오지까지 오는 관리들은 돈을 바라고 오는 이들이 대다수였기 때문이다.
그럴 때 백인장 출신이 마을에 있다면 관리들은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물론 관행상 발품비는 주어야겠지만, 그거야 전과 비교하면 정말 소소한 수준이다.
장일은 고민 끝에 은 5냥으로 밭도 10마지기 정도를 사들였다.
다만, 그가 직접 손을 댈 밭은 아니었다. 소작을 줄 밭이었다. 논만으로도 충분한 그가 이처럼 밭까지 욕심내 사들인 것은 훗날을 위해서였다.
바로 동생들이 장성하였을 때를 생각한 것이다. 장이는 말할 것도 없었고, 다숙과 다미의 경우도 제대로 된 혼수품을 챙겨줘야 했다.
특히나 혼수품 하나 없이 몸만 오는 경우 소박을 맞기도 한다고 하니, 장일로서는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이사를 한 것은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뒤였다.
기존의 시일에서 3일이나 일찍 공사가 끝이 난 것인데, 이는 추수를 코앞에 두면서 장일이 밤을 새우다시피 일을 도운 덕분이었다.
그리고 그런 장일에 목수인 최 씨가 그저 놀랍기 그지없다는 눈빛으로 말했다.
“솔직히 말해보시게. 군에서 대장 목수 아래에 있었는가?”
“그럴 리가요. 아시지 않습니까? 저는 장비도 잘 몰랐습니다.”
“그게 정말이면 자네는 목수가 천직일세! 하늘이 내린 재능이야!”
장일은 그런 최 씨를 호들갑을 떨어댄다고 생각하면 넘겼으나, 최 씨는 아니었다.
처음에는 초보자처럼 장비를 어색하게 다루던 장일이 하루가 다르게 능숙해지더니, 마지막 날이 되어서는 숙련자라 불리어도 무색하지 않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도 힘은 어찌나 좋은지 장정 두 사람이 겨우 들 것도 거뜬히 들어 움직이는 데다, 원숭이처럼 몸도 날렵하면서도 균형감각이 좋았다.
하지만 최 씨가 정말 장일이 대단하다고 느낀 것은 바로 나무를 다루는 점이다. 생각보다 목수 일에 사용될 나무를 다루는 것은 쉽지 않다.
자칫 잘못하면 다치는 것은 십상이며, 규격에 맞지 않은 게 나올뿐더러 균형 등에서 비틀어져 내구성이 바닥을 기게 된다.
그런데 장일은 이런 부분에서 놀라웠다.
달리 자를 대지 않아도 눈썰미로 잘라내는 것이 규격에 정확히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거기에 아무리 단단한 나무도 그 손에 들어가면 수수깡처럼 잘려져 나오니, 최 씨로서는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었다.
전생의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이른 부수적인 재주였지만 그를 모르는 최 씨로서는 천재적인 목수라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장일에게 질척거리는 최 씨였지만, 곧 그가 40마지기를 가진 부자라는 것을 알고는 손을 떼었다.
그 정도의 부자라면 굳이 어렵고 힘든 목수 일에 매달릴 이유는 없었다.
그렇게 겨우 최 씨를 떼어낸 장일은 그제야 가족들을 데리고 이사할 집을 보여주었다.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던 어머니 오향 이외 다숙, 장이가 저마다 크게 놀랐다.
“오라버니!”
“우와! 엄청 커. 방이 세 개나 돼. 우리 이제 여기서 살아?”
“헤헤헤. 엄마. 이거 바. 꼬꼬야. 꼬꼬.”
아직 너무 어려 뭐가 뭔지 잘 모르는 다미는 그저 마당에 풀어둔 닭들을 쫓아다니기 바빴다.
그런 다미를 품에 안아 든 장일이 말했다.
“뒤에 작은 별채가 하나 더 있어. 그건 내가 사용할 거야. 아직 어린 다미는 어머니와 함께 자고, 장이와 다숙이 각자 방 하나씩 가지면 돼.”
“와아! 내 방이 생긴다고? 형님!”
장이는 집에 자신의 공간이 생긴다는 게 기쁜지 날 듯이 장일에게 달려들었다. 장일은 그런 장이를 가볍게 잡아채며 잠시 안다 내려주곤 말했다.
“장이 너에게 말과 소를 다루는 법을 가르쳐 줄 거야. 앞으로 잘 배우도록 해.”
“와아! 우리 소도 키워요?”
“그래, 내일 들어온다. 송아지도 한 마리도 들어오니 동생이라고 생각하고 잘 키워야 한다. 알았지.”
“헤헤. 알겠어요. 저만 믿어요. 형님.”
장이는 좋아 죽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평소 마을 친구들이 자기 집에 소나 말, 또는 돼지가 있는 것을 자랑하곤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말은 물론 소도 두 마리나 키운다고 하니 장이로서는 뻐길 만한 게 생긴 셈이다.
다숙이도 자기 방이 생긴다는 것에 작게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이제 여자로서 태를 보이고 있던 시기라,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하던 차였기 때문이다.
장일은 동생들의 기뻐하는 모습에 오히려 그 자신이 더 기쁜 듯 올라간 입꼬리는 내려가지 않았다.
“꼬꼬다. 작은 꼬꼬.”
그러거나 말거나 장일의 품에 있는 다미는 닭무리가 귀엽고 신기한지 한참 동안이나 시선을 떼지 못했다.
이삿짐이 많지 않다 보니 이사를 마치는 데에는 반나절이 걸리지 않았다.
오히려 어지러운 집 안을 청소하는 데 한나절이 더 걸렸다. 그렇게 깨끗하게 짐을 정리를 마쳤던 장일은 배 터지게 밥을 먹은 장이가 밤에 한 행동에 피식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낮에만 해도 자기 방이라며 몇 번이고 뒹굴던 것과 달리 밤이 되자 혼자 잠을 자는 게 무서운 듯 어머니 방에 미적거려 댔기 때문이다.
“아직 장이가 어리긴 어린 모양입니다.”
“그럼, 장이도 아직 아가지, 아가.”
불편하긴 해도 애들이 품에 있는 것이 좋은 오향으로서는 장이의 이런 귀여운 행동이 그저 기꺼울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