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131
분신으로 절대무신 131화
그 심정은 장이의 처가 된 지효 또한 다르지 않은 모양이었다.
종종 장이와 눈이 마주칠 때면 저도 모르게 눈웃음을 지어 보였는데, 다만 시댁에 살게 되다 보니 애써 삼가는 모습이었다.
다미는 그런 둘째 오라버니의 모습에 헛웃음을 흘려댔다.
“하하. 큰 오빠만으로 버거웠는데 이제 작은 오빠까지 저러다니. 어휴. 내가 집을 나가든가 해야지.”
앞날이 구만리 같은 자신의 연애사를 볼 때 다미가 그리 말할 법도 했다.
그처럼 다미의 연애사는 참담하기 그지없었다.
눈치가 없는 것인지 아니면 아예 그럴 여지를 주지 않으려는 것인지 다미가 아무리 저 나름의 꼬리를 흔들며 애정 공세를 보여도 조한의 태도는 한결같았다.
그녀를 바라보는 눈에 깃든 애정에는 남녀 간의 정 따위는 보기 어려웠던 것이다.
다행히 나중에서라지만 장일이 다미의 애정사를 알아보고는 나름의 도움을 주기로 했다.
천이통을 통해 다미와 조한의 연을 살펴보기로 한 것이다.
“……차라리 보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이련만.”
그들의 전생을 본 장일은 그리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전생에 엮인 다미와 조한의 사이는 원수라고 해도 다름없는 사이라서다.
정확히는 다미가 조한에게 사기를 친 것인데, 문제는 이 사기가 조한의 어미를 죽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에 있다.
그 업보가 작지 않은 것으로 아마 장일이 개입이 되지 않았다면 다미는 이번 생에 조한에게 큰 피해를 입었을지 모른다.
어쩌면 살해당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런 업보가 있으니 아무리 다미가 마음을 애쓴다고 한들 조한과 그녀가 엮일 리 없었다.
“작을 찾아보기 힘든 사내대장부인 조한이 끝내 혼인을 안 한 게 이상하다 여겨졌건만 이러한 사정이 있었구나.”
다행히 다미의 경우는 뒤늦게 혼인을 하였지만, 그녀가 잘살았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장일은 잠시 고민하다 이내 다미를 보며 중얼거렸다.
“8카르마 포인트로 충분할지 모르겠구나.”
장일은 카르마 포인트를 사용해 지금껏 다루어본 적이 없는 역사의 흐름을 뒤틀어 보려 결심했다.
역사의 흐름이라고 하니 거창했으나, 실상은 전생의 다미가 조한에게 사기를 치려는 마음을 바꾸려는 정도였다.
다행히 다미도 조한도 전생에서는 역사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한 가난한 백성이라 장일은 카르마 포인트의 소모가 많지 않을 것이라 여겼다.
본래라면 이같이 카르마 포인트를 사용하는 대상은 장일과 그의 분신에 한해서만 가능했다.
이는 그 당시의 사정을 자세히 알고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아마 본인이라고 한들 그에 대한 기억이 희미하다면 장일도 자신의 일을 바꾸기는 불가능했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의 존재감이 커지고 역사의 흐름에 대한 영향력이 커지면서 사소한 것 하나를 바꾸는 데에도 상당한 카르마 포인트가 필요했다.
자연 카르마 포인트가 얼마나 경이로운 것인지 알고 있는 장일로서는 이를 쉬이 다룰 수 있을 리 없었다.
하지만 천이통을 통해 상대의 전생을 알아볼 수 있게 되자 이 같은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어디 보자. 그래, 이 부분만 바꾸면 될 것 같군.”
장일은 설정창을 불러들여 남은 8카르마 포인트 중 2카르마 포인트를 소모한 끝에 과거 두 아무개 사이의 연의 흐름을 뒤틀었다.
-까가강!
연 씨는 사기를 친 돈을 덜덜 떨며 챙기려다, 저 너머 갑작스레 떨어진 기왓장 소리에 놀라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제야 연 씨는 볼 수 있었다. 싼값으로 어머니를 고칠 약을 구했다며 기뻐하는 나무꾼의 그 순진한 모습을 말이다.
한겨울에도 홑옷을 입어 온몸이 벌겋기 그지없는 나무꾼이 이 돈을 모으기 위해 어떤 고생을 했을지는 너무도 뻔히 보였다.
“어휴! X발!”
결국 연 씨는 욕지거리를 내뱉고는 이내 나무꾼이 챙긴 가짜 약재 보따리를 휙 하니 뺏어 버렸다.
“왜, 왜 이러십니까? 어르신.”
“아무리 생각해도 이 약재를 그 값에 준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 같네. 대신 자네 어머니에게 필요한 약재를 구하는 데 도움을 주겠네.”
그 말에 나무꾼은 슬픈 얼굴을 보이며 연 씨에게 사죄했다.
“죄송합니다. 사람이 염치가 있어야 하는 법인데…… 귀한 약재를 그 값으로 살려고 했으니.”
연 씨는 나무꾼의 말에 양심이 찔렸던지 헛기침을 하며 화를 내듯 소리쳤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따라오게. 이 돈으로 자네 어미에게 쓸 약재를 구하려면 제법 발품을 팔아야 하니.”
“가, 감사합니다.”
“흥!”
연 씨는 다 된 밥에 재를 뿌린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그 마음과 달리 자신의 한 말을 기어이 지켜냈다.
나무꾼이 가져온 돈 이상의 좋은 약재들을 구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연 씨 덕분에 좋은 약재들을 구한 나무꾼은 그것으로 약을 지어 어미에게 받쳤다.
하지만 그의 어미는 중병에 들었던 터라 그 약으로도 완치를 하지는 못했다. 그저 본 역사에 비해 겨우 3년을 더 살았을 뿐이다.
그러나 나무꾼은 연 씨를 원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연 씨 덕분에 어머니가 3년을 더 살았다는 것을 알았기에 평생을 감사의 마음을 지닌 채 살게 되었다.
장일은 겨우 2카르마 포인트를 사용한 것으로 그렇게 조한과 다미 사이에 얽힌 연을 뒤바꾸어 놓았다.
생각보다 카르마 포인트의 사용이 얼마 들지 않은 것은 연 씨가 본래 고약한 심보를 지닌 사기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저 그 또한 힘든 삶을 살아가던 도시의 한 백성일 뿐이었으니, 장일이 한 것은 그의 양심이 다시금 고개를 들 기회를 주게 만들었을 뿐이었다.
그렇게 과거의 연이 바뀌자, 현생의 다미와 조한의 연 또한 달라졌다.
결코, 연인이 될 수 없었던 두 사람의 선연(善緣)이 크게 얽히며 짙어져 버린 것이다.
“그럼 어찌 될지 한번 볼까?”
장일은 자신의 일이 어떤 파장을 놓을지 궁금해하며 동생의 일을 슬며시 살펴보았다.
“이씨! 또 어디 간 거지?”
다미는 최근 들어 점점 찾기 힘들어진 조한에 약이 바짝 오른 상태였다.
열흘 전부터 전과는 다른 이상한 태도를 보이더니, 나흘 전부터는 이처럼 그 모습을 보기가 힘들게 된 것이다.
자칫 조한과 자신의 관계가 그저 누이로서 굳어질까? 마음이 쓰였던 다미로서는 여간 골치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녀는 이제 마지막으로 조한이 종종 찾는 객잔에까지 살펴보려는 듯 끝내 대문을 나섰다.
-콰앙!
-탁.
요란하게 대문을 닫고 다미가 떠나자 그제야 조한은 숨어 있던 나무에서 내려섰다.
그의 그 거대한 체구를 생각하면 나뭇가지가 부러지지 않은 게 이상할 일이었지만, 무왕이라 불리는 별호를 생각한다면 그 정도의 재주는 별 게 아니었다.
그렇게 다미를 피해 다녔던 모습과 달리 조한은 저 멀어져가는 다미의 뒷모습에서 쉬이 눈을 떼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두근두근!-
달라진 것은 다미를 바라보는 시선만이 아니었다. 다미를 생각할 때면 미쳐 날뛰는 그의 심장 또한 그와 같았다.
언젠가부터 다미의 천진난만한 목소리가 옥구슬 굴러가는 것처럼 들려왔으며, 그녀가 짓는 웃음은 그의 심상을 뒤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그저 누이로 생각했던 이가 여자로 보이기 시작한 것으로, 이런 쪽으로는 눈치가 없는 조한으로서는 죄책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가 다미를 피해 다니는 것은 그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여기 있었구나!”
그러나 다미는 조한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끈질겼다. 그녀는 끝내 조한을 발견해 내고는 이후 곤란해하는 조한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그에게서 떨어질 줄 몰라 했다.
“이거 올해가 가기 전에 좋은 일이 또 생기려는가?”
장일은 그런 다미와 조한의 모습에 기꺼워하며 그리 말했고, 이런 장일의 말은 얼마 가지 않아 실현이 되었다.
“다미에게 연모의 마음을 품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스승님.”
“그리되었어요. 나 무조건 우리 낭군님 아니면 혼인 안 할 거니 그리 알아둬요.”
“허어! 다미와 조 형께서 만난다고?”
“…….”
그들의 발언에 놀라는 이들은 장이 뿐이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다미가 조한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던 가족들은 오히려 이들의 발언에 크게 축하하였다.
“너는 오라버니 잘 둔 줄 알거라.”
“흥! 뭐라는 거예요?”
본 역사와 달리 자신으로 인해 엮인 두 사람이기에 장일이 그리 말했으나, 그 사정을 모르는 다미는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그를 볼 뿐이었다.
그리고 그해 가을 다미와 조한은 끝내 혼인을 치르게 되었다.
그렇게 제자와 동생들을 모두 혼인시키는 데 성공한 장일은 이후 장일의 삶은 평탄했다.
전생에도 그랬듯이 노랑 사이에서 딸 아이 하나를 얻은 장일은, 매년 새로이 찾아든 천검문의 제자들을 지도하거나 고향을 찾아 농사를 짓기도 했다.
이 외에도 황극을 깨우쳐 가기도 했는데, 다만 도경을 바탕으로 깨우친 태극과 달리 황극은 그 바탕이 될 게 없어 그리 이렇다 할 큰 성취를 이루지는 못했다.
물론, 분신을 사용한다면 단숨에 큰 성취를 이룰 수 있겠지만, 그래서야 소소한 일거리 하나가 지워지는 셈이라 장일로서는 꺼릴 따름이었다.
그렇게 가문으로 돌아온 지 10년이 흘렀을 때쯤.
장일은 스스로 흑객이라 이야기하는 기이한 방문객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날은 유난히 추운 겨울밤이었다.
그 추운 날씨만큼이나 달빛은 청명했던지라, 장일은 그 동장군의 매서운 기세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밤 나들이를 나섰다.
그를 쫓아다니기 바쁘던 어린 딸은 어느새 어미 품에서 잠이 들었던 터라, 장일은 오랜만에 홀가분한 모습으로 길을 나섰다.
뭐, 달리 집을 나선다고 해서 갈 곳이 크게 많은가 하면 그렇지는 않았다.
광장에 커다란 석상이 있을 정도로 유명 인사다 보니 그가 갈 수 있는 곳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재작년에 자신이 사들이니 작은 객잔에 들려 따뜻한 술과 음식을 시켰다.
설마 무신이 이처럼 작은 객잔에 들릴 것이라 여긴 이들은 없었기에, 장일은 삿갓을 쓴 채 다소 자유로운 모습으로 술잔을 비워댔다.
그렇게 비워진 술이 한 병 두 병을 넘어 어느새 다섯 병이 되었을 때쯤.
한 사내가 그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당악이 무신을 뵙습니다.”
“……으음.”
조심스레 자신에게 포권을 보이며 예를 갖추는 그를 무시할 수 없던 터라 고개를 돌린 장일은 침음을 흘려야 했다.
당악이라는 사내가 지독한 천형(天刑)을 앓고 있는 자라는 것을 알아보아서다.
얼굴의 일부가 썩고 있는 것은 차라리 양반이었다. 정작 그보다 더 문제인 것은 그 속이다.
그 스스로를 잡아먹는 자가포식이라 하는 기괴한 천형을 앓던 것으로, 이런 천형을 타고난 자는 10살을 넘기지 못하고 죽고 만다.
이마저도 명의가 붙어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고, 장일과 같은 약왕이 붙는다고 해도 20살 이상은 넘기기 불가능했다.
한데, 놀랍게도 썩어가는 당악의 외모에서 볼 수 있는 그의 나이는 불혹은 넘긴 지 오래였으니 장일로서는 흥미가 일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천형을 하나도 아닌 그것도 둘이나 동시에 앓고 있음에도 이때까지 살아 있다는 점이다.
“같이 술이나 한잔하세.”
결국, 장일은 당악을 자신의 맞은편에 앉혔고, 이에 당악은 기뻐하며 장일이 내어준 술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술을 받은 것과 달리 당악은 그 술을 마시지는 못했다.
그가 겪고 있는 천형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는 그가 장일에게 찾아온 목적이 달리 있었기 때문이다.
장일도 당악과 같은 자가 자신을 찾아온 이유가 궁금했기에 무언으로 허락을 하였고, 이에 당악은 다시금 포권을 보이며 자신을 소개했다.
“다시금 인사드리겠습니다. 사천당가의 후손이자 천지회 소속인 당악이 무신의 도움을 구하고자 찾았습니다.”
“…….”
장일은 난데없는 천지회와 사천 당가를 거론하는 당악에 당황스러웠으나 여전히 침묵으로 그의 말을 듣고자 했고, 이에 당악은 반기면서도 한편으로 쉬이 말을 올리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이어진 그 말에서 장일은 어째서 당악이 저 같은 태도를 보였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황당하게 들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지금으로부터 600년 뒤에 태어난 이입니다.”
“!!!”
그랬다.
갑작스레 그를 찾아온 당악은 미래에서 장일을 만나기 위해 찾아온 자였다.
장일은 천이통을 통해 그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고, 그렇기에 더욱 황당하면서도 그가 겪고 있는 천형들이 이해가 되었다.
정말로 시간을 거슬러 온 자라면 하늘이 그에게 그 같은 천형을 내린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