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137
분신으로 절대무신 137화
44장. 천지회(天地會)
그 모습에서 장일은 이질감을 느꼈다.
자연스러운 그들의 모습이 오히려 누군가의 손에 강제로 만들어졌다는 느낌을 감추지 못했던 것이다.
다른 후계자 후보의 차원에 떨어졌던 장삼풍 때와 비교해도 더 기괴한 이질감을 느꼈기에 장일은 정보를 서둘러 모아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다행히 그에게는 적잖은 금력이 있었다.
“금의 가치가 이 정도로 높다니?”
은의 가치는 본신이 있는 세상과 비교해 비슷했으나, 금의 경우는 상당히 그 가치를 높게 잡았다.
못해도 10배 이상의 가치를 자랑했다.
일의 편의성을 위해 장일은 이 금을 5관을 챙겨왔었던 것을 생각하면, 실제로 그가 사용할 금의 가치는 50관에 이르렀다.
금 한 관이 금 100냥을 말한다고 본다면 현재 장일은 금 5,000냥을 가진 셈이다.
이만하면 한 나라를 대표할 상단의 1년 매출에 비할 만했다.
장일은 자신이 가진 금이 그처럼 큰 가치를 가졌다는 것을 안 순간, 제한 없는 수준으로 돈을 풀어 정보를 사 모았다.
이 도시에서 가장 크거나 화려한 객잔 세 곳을 방문해. 이들이 가지고 있던 인맥을 돈으로 사 정보를 모은 것이다.
그처럼 아낌없이 돈을 퍼부었는데도, 그가 소모한 자금은 금 10냥도 채 소모되지 않았다.
장일은 실시간으로 중구난방으로 쌓여 가는 정보들을 재조합하였고, 이내 충격적인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천마가 존재하는 세상이라니!”
정확히는 그가 찾아가고자 했던 천마가 아닌, 역천에 성공한 천마가 있던 세상에 떨어진 것이었다.
아직 과거의 일이 현재에 영향을 끼치게 하지 못했던, 시간 축인 본신마저 어찌하지 못한 사실을 알지 못한 그로서는 대단히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어쩌면 당악이 말했던 천마의 일화는 과장된 것이 아닐지도.”
산을 무너뜨리고 거대한 강의 줄기마저 그의 뜻대로 뒤틀고 찢어버리는.
그야말로 신이나 다름이 없는 절대자.
장일은 이 부분에서 어느 정도 과장되어 졌다고 여겼다.
이는 무신이라 불리는 장일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혈마와 그의 대전에서 전해진 일화 또한 그는 산을 무너뜨리고 대지를 뒤엎어 버린 절대 무신이었다.
그렇다 보니 장일은 천마가 역천에 성공했다고 한들, 그가 아예 넘볼 수도 없는 수준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천마가 그 지고한 시스템의 흐름에 영향을 끼친 것을 알게 되자, 그는 그 생각을 바꾸었다.
천마는 지금의 장일로서는 감히 넘볼 생각조차 하지 못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은 그의 앞에 놓인 정보들을 취할수록 더 확신할 수 있었다.
천마는 역천의 세상을 연 뒤, 세상을 몇 차례고 뒤집었다.
단순히 산과 강을 뒤틀어 버리는 정도가 아닌 세상을 자신이 세운 질서 아래 새로이 재편해 버린 것이다.
천리를 거스른 존재가 세운 질서였으니, 당연히 그 세상이 제대로 된 세상일 리 없었다.
그렇게 야만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예와 법도는 무너졌으며 염치를 모르는 이익만이 추구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 이익을 가장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곧 무력이었으니, 당연히 무인들의 위치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생각보다 이는 빠르게 자리를 잡았는데, 바로 천리를 뒤엎은 역천 아래 수많은 요괴들이 득실대기 시작해서다.
그를 상대할 수 있는 자는 무공을 배운 자들뿐이니, 그 현실적인 문제 아래 세상의 법도가 확실히 굳어져 버린 것이다.
자연 무장 단체가 과거의 왕실을 대신하게 되었으며, 그 왕을 자처하는 자는 그 일대를 능히 다스릴 저력을 갖춘 절대 무인이었다.
물론 이런 세상의 질서에 저항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수많은 강호인들과 왕실들이 그들에 저항했지만, 천마의 가벼운 손짓 하나에 이들을 몰살이 되었다.
마치 혈교의 무인들을 연상케 하듯 역천을 연 천마 아래 마교의 마인들은 과거와는 비할 수 없는 절대적 무위를 내보인 것이다.
이처럼 새로운 질서 아래에서 무인들의 수준은 비약적으로 상승하였다.
그 시작은 마인들의 손 아래 무너진 수많은 명가와 문파의 무공들이 시장바닥에 뿌려지면서였다.
여기에 역천의 세상에서 일어난 요괴들을 잡아 얻은 정수들이 영약의 역할을 하니, 그야말로 비약적인 무력의 상승이 이루어졌다.
이 시대의 무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무공은 정파의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정파의 무공을 취하는 자들은 대다수가 하수로 보았고, 사파의 무공을 익힌 자들은 중수로 여겼다.
가장 고수로 여기며 부러움을 사는 이들은 바로 마교의 마공을 익히는 자들이다.
이상하다 여길지 모르나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정파의 무공은 대부분 정도를 따르기에 그 뼈대를 잘 잡아야 했다.
이 말은 그 무공이 말하고자 하는 요체를 깨우치기 위한 방향을 잡는 법을 알아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단순히 무공서만으로는 깨우치기 힘든 일이었다.
상급의 근골을 지닌 이라면 가능하겠지만, 역시나 스승이나 그 무공서의 자문서가 없이는 상당히 큰 공을 들여야 했다.
그에 반해 사파의 무공은 이를 우선으로 두는 만큼 정도와는 거리가 멀었다.
요체가 없는 것은 아니나, 사도라 할 만큼 빠르게 힘을 얻을 수 있는 길을 가다 보니 정파의 무공에 비해 확실히 그 들이는 공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
이러니 중수로 여기는 것이다.
정파와 사파의 무공이 그렇다면 마공의 경우는 그러한 요체 따위는 아예 필요조차도 없었다.
마치 혈교가 다루던 신언처럼 마공은 인간이 숨겨진 진력을 다루어댔다.
무의식을 다루어 그 효율을 높이는 것으로, 가장 하품으로 취급하는 마공조차도 그 수준이 뛰어나 1년을 익히는 것만으로 정사의 무공을 10년을 익힌 자를 가볍게 뛰어 넘어섰다.
여기에 요괴들의 정수가 함께하니 그 속도는 더 빠를 수밖에 없었다.
이러니 무공들의 가치가 그처럼 정해져 버린 것이다.
물론, 마공이 왜 마공이며 사공이 왜 사공인지에 대한 이유는 명확하게 있었다.
부작용이 있던 것으로 이 중에서도 마공의 경우는 그 정도가 심했다.
오랜 공을 들여 수련 끝에 무의식을 활용하는 것이 아닌 강제로 무의식을 다루는 방법은 보통 인간의 감정을 다루는 방식이 주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대마와 같은 마약을 취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 성취가 높아질수록 큰 힘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나 끝내는 피를 탐하거나 그 성정이 격렬해지는 부작용이 뒤를 따랐다.
“그러나 지금의 시대에서는 그런 부작용은 그리 큰 단점이 아니지.”
과거였다면 인성이 말살된 자를 주적으로 삼아 그를 말살하였겠지만, 강자가 곧 법인 세상에서 그런 일이 벌어질 이유가 없었다.
물론 재수가 없다면 고수와 시시비비를 가리다 죽겠지만, 이미 그 부작용이 이른 만큼 큰 힘을 얻은 뒤의 그를 쉬이 죽일 이는 만나기 쉽지 않았다.
장일은 알면 알수록 천지회라는 단체가 경이로운 단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이 아니었다.
이같이 천리가 무너진 세상 속에 그 터무니없는 천마와 맞선다는 그들의 대의를 높이 산 것이다.
“일단 천지회를 찾아야겠군.”
천지회는 천마에 대항하고자 세운 곳이니, 뜻을 품는다고 해서 그들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장일은 그들과 접촉해 볼 법한 곳을 알고 있었다.
바로 본신이 여섯 번째 권능을 발휘했던 수암산이 그곳이었다.
“생각보다 더 지독하구나!”
수암산을 찾으러 가는 여정은 그리 순탄치는 않았다.
장일 그가 떨어진 곳이 동부 대륙이 아닌 저 멀리 북부 대륙의 끝자락에 위치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홀로 움직이는 것을 선호하다 보니 그는 이 여정에서 무려 열두 번의 습격을 받았다.
장일이 돈을 쓰는 데 망설임 없는 것에서 그가 적잖은 금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본 이들이 저지른 일들이었다.
검존이던 시대부터 시작해 그가 난세를 겪은 것은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그 어떤 난세에서도 이처럼 많은 습격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그 습격들은 하나같이 참으로 비열하면서도 무시무시했다.
독과 암기를 쓰는 것은 오히려 얌전한 편이었다.
지독한 경우는 마을 하나 전체를 몰살하다시피 다루며 장일을 노릴 때였다.
무엇보다 그를 노리는 전력 수준이 상당했다.
웬만한 반박귀진의 무인이라고 해도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을 정도의 전력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가장 큰 습격의 경우 초절정의 무인만 열이 넘었을 정도였다.
하지만 습격의 횟수가 늘어날수록 그들을 상대하는 장일의 검은 점차 여유로워져 갔다.
“보이는 힘만을 중시하는 자들뿐이구나. 십악이라면 상대하기 힘겨울지 모르나, 사군 정도만 되어도 오히려 이들을 희롱할 수 있을 것이다.”
십악과 사군은 본신의 시대의 사파 계열의 절대 무인들인 이제사군십악(二帝四君十惡)을 말했다.
말하자면 반박귀진의 경지에 완숙하게 올라선 사군만 되어도 그들의 허점이 쉬이 보인다는 뜻이었다.
그 정도 경지에 이른 자들이라면 요체가 없는 힘 따위는 쉽사리 흘려버릴 수 있었다.
이제(二帝)의 경우라면 그 힘을 흘리는 것을 넘어 그를 이용할 수도 있을 터.
그런 그들의 경지를 아득히 넘어선 장일의 경우 일류나 초절정이나 그에게 크게 다를 바가 아니었다.
“후우. 지긋지긋하군.”
한숨을 흘리는 그의 말과 달리 장일의 손속에는 한 점의 정 따위는 없었다.
그는 자신을 습격한 적들을 하나도 남김 없이 주살했다. 그것은 그 실력 차를 알고 살려달라고 빌어대는 이들조차도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그가 목숨을 연명시켜 주는 이들은 그의 심기를 건드리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이들은 보통 마공의 부작용에 휘둘린 마인들이 주였기에, 장일은 그들의 상태와 그들의 마공을 통해 마교를 살펴보기도 했다.
물론 그 과정은 마인들이 차라리 죽기를 바랄 만큼 지독했다.
장일은 수십 명의 마인들을 그처럼 고문하듯 살핀 끝에 마교의 힘을 대략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마교의 수준이 높구나.”
떠돌이 같은 이런 마인들이 접할 수 있는 마공이 제대로 된 것일 리 없었다.
마공을 마약이라고 비유한다고 하면 그 정제의 과정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그 효율도 그 부작용도 확연히 줄어든다.
한데 그가 살핀 떠돌이 마인들의 마공은 나름 정제된 마약 수준의 마공이었다.
그 말은 마교에 정식으로 속한 마인들의 마공은 상당한 수준의 마공일 게 분명했다.
“과거 마가의 칠악들이 다루던 마공에 가까울 수도 있겠군.”
한 지방을 지배하는 절대자의 경우라면 최소 칠악에 준할 정도일 것이다.
그 말은 한 나라를 지배하는 대마두의 경우는 불왕 정도의 수준일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된다.
이 말은 혈교의 십왕 정도의 실력자들이 마교에는 수두룩하다는 이야기였다.
이것도 최소로 잡은 것이라, 장일은 단순히 천마를 죽인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했다.
“부디 천지회가 그들을 상대할 수 있을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를 바라야겠군.”
그렇지 못한다면 이들의 숭고한 뜻은 아무런 의미 없는 발버둥에 불과할 것이다.
장일이 수암산에 도착한 것은 여정을 시작한 지 보름가량이 지났을 때였다.
그리고 장일은 생각보다 이르게 도착한 그곳에서 예상보다 이르게 천지회와 접촉할 수 있었다.
* * *
천지회의 회주를 만난 순간 나는 말문을 잃어버렸다.
그가 누구인지 대번에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알아차린 것은 나만이 아니었다.
회주 또한 나를 알아보고는 자신의 눈을 몇 차례고 의심하였다.
자신의 눈을 의심하던 그는 이내 검을 뽑아 나에게 펼쳤고, 천지를 갈라 버릴 듯한 그 검세에 나는 미소를 지었다.
* * *
-분신.
과거와 달리 수암산 일대에는 도시라 할 만한 곳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작은 마을 몇 개만이 겨우 보일 뿐이었다.
수암산의 지형 자체가 요괴들이 살기 적합한 곳이다 보니 그 들끓는 요괴들을 이기지 못해 생긴 일이었다.
하지만 의외로 수암산 호암 부근에는 요괴들이 접근하지 않았다.
호암 자체가 가지는 기질이 요괴들을 기피하게 하는 것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호암을 중심으로 펼친 진법의 영향 때문이 컸다.
장일은 천둔술을 깨우친 이라 진법에 있어서도 대가라 할 수 있는 이라, 단번에 그 진법의 수준을 알아보고는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
“상당한 실력자로다. 술법만으로도 능히 이제와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다.”
이를 알자 장일은 미약했던 천지회의 기대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