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140
분신으로 절대무신 140화
45장. 천마심법
만풍과 천마의 악연은 지독한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게 그는 태생부터가 천마와의 악연 속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천마는 그를 낳은 어미를 죽이고, 그와 함께 태어난 쌍둥이 중 형제 또한 죽였다. 그것으로 천마가 얻고자 한 것은 하나였다.
과연 하늘이 내린다는 천살성을 인위적으로 손을 댈 수 있는가이다.
놀랍게도 이 실험은 성공으로 끝이 났다. 제법 많은 공을 들여야 했지만, 천마는 끝내 그의 쌍둥이 형제의 혼으로 그 천살성을 인위로 만들어낸 것이다.
이후 만풍은 칠악 중 하나로 크다, 우연히 장일을 만나게 되었고 그의 호기심을 끌게 되면서 제자가 되었다.
어찌 보면 참으로 기묘한 인연이다.
만약 장일의 분신이던 화선이 천살성을 품을 제자를 키우지 않았다면, 그는 그 자리에서 장일의 손에 죽었을 테니 말이다.
어찌 되었든 그는 칠악의 하나였으니, 장일이 손속에 정을 둘 이유 따위가 없었다.
그렇게 천마의 품을 벗어난 그는 천마가 자신에게 강제로 안긴 천살성의 운명마저 마주 바라보며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다 일찍이 자신의 끝을 보게 되었던 그는 자신의 운명을 바꾸어주었던 스승님의 곁을 떠났다.
대외적으로 꺼낸 이유는 자신의 검을 완성하고 싶다는 것이었으나, 사실 그는 스승님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어찌 떠나고 싶겠는가?
그에게 있어 장일은 단순히 스승 따위가 아니었다.
과거 마가의 마인들이 천마를 향해 광신도와 같은 모습을 보인 것이 이해될만큼, 그에게 있어 장일이 그러했다.
그럼에도 그는 스승을 떠나야 했다.
천마가 곧 천하를 노릴 것이라 짐작했기 때문이다. 아니, 정확히는 천마가 자신의 스승을 노릴 것이라 그는 직감했다.
하여 스승을 떠나 무림맹에 발을 들였다.
신인과 같은 스승에게 조금이나 도움이 되고자 한다면 세를 이루어내야 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런 그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천마가 천하를 회롱하고 있구나. 이 모든 난세의 뒤에는 천마가 있다.”
그가 느끼는 천마의 가장 무서운 점은 바로 이런 것이었다.
그 지닌 힘이 천하를 뒤엎을 정도임에도, 그는 결코 쉬이 나서지 않았다. 그저 이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가지고 놀며 천하를 뒤엎을 뿐이다.
지옥이라고 해도 다르지 않는 난세는 비정한 살검을 품은 그조차도 질려 버릴 만큼 끔찍했다.
끝내 천하가 식음을 전폐하고 있음을 보게 되었을 때쯤. 그간 소식이 끊겼던 스승이 그를 찾아왔다.
“너의 검을 완성시키고, 천마를 죽이겠다.”
“따르겠습니다.”
갑자기 나타나 꺼낸 스승의 말이었으나, 만풍은 단 한 마디 의문을 드러내지 않은 채 그러겠노라 하였다.
하지만 내심 그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을 다시 지도하여 새로운 경지로 이끌어주기 때문이 아니었다.
스승께서 그간 모습을 감춘 것이 천마가 자신을 노리고 있음이라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스승께서 지금 다시 모습을 보인 것은 이제 천마를 죽일 자신이 스승에게 있다는 것을 뜻했다.
그 말은 스승을 위협하는 천마가 사라진다는 것이니 그가 그처럼 기뻐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검을 완성시키고 떠나는 스승의 뒤를 기쁨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것이 내 인생의 가장 큰 후회이기도 했다.’
그의 예상대로 스승은 당시에도 터무니없는 재주와 힘을 지닌 천마를 끝내 죽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스승 또한 죽고 말았으니, 그에게 있어 이만큼 끔찍한 일도 더 없을 것이다.
그 사실을 알았을 때 만풍은 하늘이 무너질 듯 슬퍼했으며 땅이 갈라질 듯 분노했다.
그런 그의 슬픔과 분노를 모르는 듯 마가가 날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제야 그는 알 수 있었다.
왜 스승께서 귀중한 시간을 내어서까지 자신의 검을 완성했는지를 말이다.
“나로 하여금 저들을 막고자 한 것이구나.”
확실히 그가 아니었다면 마가를 뛰쳐 나온 마인들에 천하는 다시금 식음을 전폐해야 했을 것이다.
공동혈사를 벌인 그 꼭두각시를 연상케 하는 마가의 십마는 그가 아니라면 천하의 누구도 상대할 수 없었을 만큼 끔찍한 존재들이었다.
그렇게 다시 길고 긴 전쟁이 일어났다.
그 과정에서 만풍은 끝내 마가의 십마들 중 절반을 베어내었고, 남은 절반 중 셋의 사지를 하나씩 끊어내었다.
그제야 마가는 항복의 의사나 다름없는 모습을 보였으며, 천하 또한 그런 그들의 의사를 받아들였다.
만풍은 그 협상을 그리 달갑지 않았으나 어쩔 수 없이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십마 중 여덟을 베어낸 대가는 결코 가볍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법 심각한 내상 두어 개를 품게 된 것이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나는 너무도 늙어버렸다.”
어느새 백수를 바라보게 된 그였다. 병들고 노쇠해진 자신이 이대로 전장을 전진한다면 그는 몇 년 버티지 못한 채 길에서 급사할 것이 분명했다.
하여 그는 이 협상을 받아들여야 했다.
스승께서 자신의 목숨을 바쳐 겨우 얻어낸 천하의 안위를 자신의 분풀이로 끝낼 수 없기 때문이다.
이후 그는 그간 전장을 떠도느라 정리하지 못한 그간 쌓아둔 깨달음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스승께서 그의 검을 두고 염라검법이라 했을 만큼 이미 살검으로서 더는 오를 수 없을 길에 이르렀던 그가 그 이상을 넘본다는 것은 사실 말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깨달음이 과거 스승의 배움의 길과 하나가 되기 시작하자, 그는 조금씩 나아가기 시작했다.
어느새 천하가 안정을 찾고, 다시 새로운 질서를 잡았을 때.
그는 끝내 인간의 것을 벗어난 경지에 들어서게 되었다.
다름 아닌 원영신을 이루고야 만 것이다.
수십 번을 환생하며 공을 빌어야 겨우 가능하다는 원영신을 그가 이루게 된 것은 사실 필연이라고 해도 다르지 않았다.
그럴 만한 게 천마에 의해 두 개의 혼을 품은 자였고, 그 다루는 살검과 달리 스승을 통해 도가의 정통을 이은 자였다.
그러니 이미 품은 두 혼 중 하나를 원영신으로 만들어 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게 선검(仙劍).”
거기에 이르러서야 그는 과거 스승께서 보였던 검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
어검비행술과 이기어검은 바로 이 선검이 풀어낸 다른 모습에 불과했던 것이다.
-쿠르르릉!
다만 다른 점이라면 하늘이 그와 같은 존재를 천하에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었다.
이는 인과 위를 노니는 존재는 천리를 뒤흔들기 때문이다.
그 또한 열리는 하늘 너머로 가는 것에 대해 별다른 꺼림이 없었다.
어쩌면 그곳에서 스승님을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기대를 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오욕을 내려놓고 칠정마저 지워내며 자연과 합일이 되는 가운데 그는 보게 되었다.
“……천마?”
바로 천마가 부활하고 있음을 말이다.
그것으로 그는 천선(天仙)의 가는 길을 멈추었다.
스승의 복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자 하늘이 내린 길을 막아선 것이다.
말은 쉬웠으나, 사실 그 과정은 대단히 어려운 것이었다. 도를 따르는 자가 천리를 역행하는 꼴이었으니, 이는 그 스스로를 부정하는 것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무수한 천형들이 그에게 쏟아졌으나, 역설적이게도 천선으로 가던 길에서 얻은 것들이 그것의 대다수를 막아 주었다.
하지만 끝내 모든 것을 막아내지 못했고, 하여 그는 그 천형에 짓눌려 천마가 세상을 희롱하고 있음을 그저 바라보아야만 했다.
하늘에 다다를 수 있을 기회를 스스로 놓치고 비천한 꼴이 되었으나, 그는 단 한 번도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다.
‘오히려 잘 되었다. 오욕과 칠정을 잃었다면 나는 더는 스승님을 그리워하지 않았을 테니.’
그에게는 스승이 하늘이었고 도였으며 모든 것이었다.
그러니 그것을 잃는 순간 그는 그가 아니게 되어버린다. 그라는 존재의 의의가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하니 그는 비천한 꼴임에도 오히려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렇게 그립고 그리웠던 스승이 그의 눈앞에 있었다.
처음 만풍은 그가 천마, 아니, 그가 다루는 꼭두각시인 줄 알았다.
여전히 연유를 알 수 없지만 스승과 천마가 같은 모습임을 알고 있는 만풍으로서는 당연할 수밖에 없는 착각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선검을 한순간 지워 버린 그 검은 역천을 따르는 천마가 다룰 수 없는 힘이었다.
그것은 오직 스승님만이 다룰 수 있는 검임을 그는 알고 있었다.
“어떻게…… 어떻게?”
긍정하는 스승에 잠시 말문을 잃어버린 만풍은 이내 그 말만을 읊조려댔고, 장일은 그저 볼을 긁적일 뿐이었다.
“도대체가 뭐가 뭔지?”
제갈천은 천지가 찢어질 듯 싸우던 그들이 한순간 검을 거두고, 그리운 이를 마주한 꼴을 보이자 도무지 지금의 상황이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하나는 확실했다.
그가 우려했던 회주와 무신의 반발은 없을 것이라는 걸 말이다. 한 산에 호랑이 둘이 될 수 없으니 어찌 되었든 부딪힐 수밖에 없는 일이었는데, 뭐가 뭔지 몰라도 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니, 그것이 그는 다행일 따름이다.
어느새 두 사람만의 술자리가 마련되었고, 그렇게 시작된 술자리는 밤이 늦도록 그칠 줄 몰랐다.
* * *
제자는 역천에 성공한 천마를 죽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자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를 죽일 방도를 찾기 위해 시공간의 비술마저 다룰 정도였던 그가 쉽사리 그 뜻을 꺾을 리 없었다.
제자는 여러 방도에서 그 길을 찾고자 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천마의 행적을 좇는 것이었다.
제자는 천마가 역천을 성공할 수 있던 그 근원을 찾을 수만 있다면, 그것을 상대할 방도를 찾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렇게 지독하다면 지독할 수십 년의 집착 끝에 제자는 찾아낼 수 있었다.
천마신공(天魔神功)의 근원이던 천마심법을 손에 넣은 것이다.
* * *
-분신.
길고 긴 세월을 넘어 다시 보게 된 만풍은 과거와 달랐다. 인간으로서 어딘가 결핍된 면들이 있었는데, 장일은 제자의 지난 행적을 듣고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너는 지선(地仙)이 되었구나.”
그리 말하는 장일은 복잡한 심정이 담긴 눈으로 제자를 바라보았다.
땅에 사는 신선이라 하니 그 존재가 대단히 특별할 것 같으나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흔히 민간에서 보는 신선에 대한 이야기는 환상에 불과했다.
신선지경에 이르렀다고 해서 그가 선하다는 것은 편견에 불과했다.
그나마 천선(天仙)의 경우는 그나마 나았다.
오욕과 칠정이 없는 초월자다 보니 삿된 욕심으로 천하를 희롱하는 일을 벌이지 않았다.
다만, 그렇다고 선하다는 것은 아니었다.
이는 인간의 선의 기준과 그를 초월한 존재의 선의 기준이 다르기에 생긴 일이었다.
그래도 아주 드물게 이해관계가 맞는다는 점에서 천선은 나은 존재인 게 분명했다.
그에 비해 지선은 천성을 그대로 지닌다.
민간의 신선에 대한 일화 중 장난기가 많고 괴팍한 신선들의 이야기가 종종 나오는데, 이들 모두가 천성을 그대로 지닌 지선에 대한 이야기다.
하여 일부 도가에서는 그들을 요괴와 같은 존재로 보기도 했다.
인간도 신도 아닌 존재라는 점에서 본다면 크게 틀릴 말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장일은 만풍이 지선이 된 사실에 대해 복잡한 심정을 드러낸 것이다.
무엇보다 천선에 오를 수 있었음에도 지선이 된 점은 실로 안타까울 일이었다.
“천리가 다시 순리로 흐르게 된다면 나는 너를 다시 천선의 길로 올릴 것이다.”
“스승님께서 원하신다면 그리하겠습니다.”
“……그래, 그것이 내가 원하는 길이니라.”
장일은 뒤늦게 알게 된 자신을 향한 제자의 그 맹목적인 모습이 그저 고마우면서도 또한 미안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