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145
분신으로 절대무신 145화
최근 무당파 내에선 기괴한 소문이 돌고 있었다.
바로 한 달 전 장문인이 데려온 자에 대한 소문이 그것이다.
-청풍각에 묵고 있는 객은 사실 장문인의 아드님이시다.
처음에 그 소문이 돌았을 때 그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이들은 없었다.
그 말은 곧 출가(出家)한 장문인께서 외도를 하였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하여 처음에 이를 입에 담은 이들을 보았을 때 사람들은 크게 화를 내며 질타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소문은 쉬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장문인께서 그 바쁜 일정을 쪼개서라도 종종 청풍각을 찾았기 때문이다.
강나라의 왕을 객으로 모신다고 해도 그처럼 지극하지 못할 것이라, 소문은 점차 확신으로 변해갔다.
도무지 그 소문이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결국 장무기의 제자 백송이 스승을 찾아와 조심스레 물었다.
“스승님께서 데려오신 빈객은 도대체 누구입니까?”
“…….”
그 물음에 장무기는 쉬이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달리 장일이 함구하라고 말을 한 것은 아니었으나, 애초에 자신에게 검과 서찰을 보내어 스스로 찾아오게 한 점에서 그리 말한 것과도 같아서다.
침묵을 보이는 스승에 백송은 조금은 당황스러운 태도로 어렵게 말을 꺼냈다.
“지금 사문에서 그 빈객이 스승님의 아들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그건 또 무슨 말이더냐?”
생각지도 못한 어이없는 말을 들었다는 태도를 스승이 보이자 백송은 내심 안도를 하며 그 소문의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이유를 들은 뒤에도 장무기는 어이없다는 기미를 내려놓지 못했다.
다른 이도 아니고 무당파의 개파조사라 할 수 있는 삼봉 진인을 두고 그와 같은 오해를 하였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그게 아니면 자신이 그처럼 관심을 둘 이유가 없는 일이었다.
뒤늦게 받아들인 제자라면 또 모르지만, 이건 아들로 오해받는 것보다 더 말이 안 되었다.
장무기의 강호에서의 배분을 생각한다면 자칫 무당파를 넘어 강호의 질서를 어지럽힐 수 있어서다.
“네가 나한테까지 온 것을 보면 아무래도 소문이 쉬이 잠잠해지지 않을 것이라 본 것이겠지.”
“그렇습니다.”
긍정하는 제자에 장무기는 잠시 생각을 하다, 이내 몸을 일으켰다.
“이건 나 혼자 결정할 수 없는 일이다. 따라오거라.”
장무기는 그리 말하며 제자와 함께 청풍각으로 향했다.
“이제야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한 달 양의심공의 완성을 향해 달려가던 장일은 그제야 겨우 자신이 원하는 틀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무신이라 불리는 장일의 경지를 생각 한다면 상당히 늦었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는 그만큼 천마심법이 워낙 기괴하다 보니 생긴 일이었다. 기존의 양의심공으로는 감히 그를 담을 수 없던 것인데, 그런 점에서 본다면 겨우 한 달 만에 그 틀을 보게 되었다는 것은 장일의 무학이 하늘에 다다랐음을 뜻했다.
장무기가 그를 찾은 것은 이를 깨쳤을 무렵이었다.
“흐음. 제자와 같이 왔던가?”
달리 말도 없이 장무기가 제자와 같이 온 것이었으나 장일은 대략의 상황을 이해했다.
신경을 쓰지 않았다면 모를까, 하루에도 장문인이 아침 저녁으로 찾는 외부인이라면 말이 나올 수밖에 없음이다.
그리 본다면 한 달이나 지나 이처럼 찾아온 것은 상당히 늦은 시점이라 하겠다.
장일은 자신에게는 조손이라 할 수 있는 제자를 만나게 되는 것이라, 서둘러 차를 준비했다.
-쪼로로록.
장무기는 장일이 내어준 차를 마시고는 이내 감탄을 감추지 않았다.
“차가 그리 좋은 품종이 아니건만, 이런 맛이 나다니 참으로 놀랐습니다.”
“오랜만에 감로(甘露)를 다루어본 것이네. 마음에 든다니 참 다행이로군.”
백송은 스승과 사내의 대화에 화가 나기도 당혹스럽기도 어이가 없기도 했다.
도가 하늘에 이르신 스승께서 누구를 공대하시는 거야 종종 보는 것이라 놀랍지도 않지만, 그 스승님을 아랫사람처럼 대하는 장일의 태도는 화가 나다 못해 당혹스럽기까지 한 것이다.
‘더구나 감로라니. 고작 찻물 우려내는 것을 두고 어찌 그런 망발을 한단 말인가?’
감로가 무엇이던가?
신들이 마시는 음료수라고 하여 ‘신장(神漿)’ 또는 ‘천주(天酒)’라고도 부르고, 귀한 이슬이라는 뜻에서 ‘보로(寶露)’라 칭하기도 하는 것이었다.
그렇다 보니 누군가에게는 그저 전설로 회자되는 것으로 치부할지 모르나, 적어도 무당파에게 있어서는 그렇지 못했다.
이는 무당의 개파조사인 삼봉진인이 실제로 다루었던 것이기 때문이다.
여러 일화가 있으나 그중 가장 유명한 일화는 역시나 현무시위 우박과의 이야기일 것이다.
무공을 잃고 객잔의 주인이 된 우박은 우연히 자신의 객잔에 들린 장삼풍을 알아보고 크게 반기며 그를 지극한 마음으로 모셨다.
이에 장삼풍은 보답이라 하며 호리병에서 술을 내어주었고, 그를 마신 우박은 자신의 무위를 되찾을 수 있었다.
그렇게 부활한 우박은 지금의 강 나라의 모태가 되는 명나라를 일으키는 데 큰 일조를 하게 되었으니, 그야말로 천하 영웅이 한 잔의 술에 부활하게 된 것이다.
그러한 전설을 어릴 때부터 듣고 자랐던 백송이었으니, 그 개파조사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했다.
이러니 감히 무당파의 도사 앞에 함부로 감로를 입에 담아 올린 사내를 두고 그가 어이없어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참다못해 한마디를 해야겠다 싶어 그에게 고개를 돌렸고, 그 순간 그의 머릿속은 백지가 되어버렸다.
장일과 눈이 마주치면서 생긴 일이었다.
그 무량(無量)하기 그지없는 지혜가 깃든 바다에 무방비로 빠져든 것이니 그가 그처럼 된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물론 누구가 그 지혜의 바다를 엿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 정도의 자격을 갖추어야만 가능한 일로, 백송이 그리된 것만으로 그가 대단한 역량을 이루었음을 알 수 있다.
장일은 그런 백송의 상태를 알아보고는 나지막하게 웃음을 흘렸다.
“하하하. 나만큼은 아니지만 자네도 제자 복이 제법이네.”
“무량수불.”
그 말에 장무기는 불호를 읊으며 고개를 숙였다.
스승의 말은 제자를 칭찬하는 것 같으면서 사실 그런 제자를 키운 자신을 칭찬한다는 것을 알아들어서다.
“억지로 깨우지 마시게. 이대로 자연스럽게 깨어나면 제법 적잖게 얻는 게 있을 테니.”
“감사합니다.”
“그리고 원한다면 나에 대해 말하는 것도 허하겠네.”
“그럼 몇몇만이라도 인사를 드리러 찾아오겠습니다.”
“그러시게.”
장무기는 선선히 허락한 스승에 대단히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
과거에도 대단했지만 다시 뵙게 된 스승은 정말로 신선을 마주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한 분과 연을 맺게 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히 영광이었고, 더불어 스승 또한 그리 연을 맺은 이들에게 가르침을 아끼지 않으니, 장문인의 입장으로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일이다.
장일도 이러한 장무기의 마음을 알아보았기에, 그를 허락한 것이었다.
백송이 깨어난 것은 늦은 밤이 되어서였다.
그는 깨어난 뒤에도 한동안 반개한 눈으로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아야 했는데, 이는 그만큼 이번에 얻게 된 깨달음이 컸음을 뜻했다.
“스승님?”
적잖은 시간이 지나서야 깨달음의 여운을 정리할 수 있었던 백송은 이내 자신의 앞에 있는 스승을 보고는 놀란 기색을 보였다.
그런 제자의 모습이 어렸을 때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 터라 장무기는 껄껄 웃으며 말했다.
“그래, 많은 것을 깨우친 것 같구나.”
“꿀꺽. 도대체 그분은 누구이십니까?”
뒤늦게 백송은 자신에게 깨달음을 준 이가 그 사내임을 알고 조심스레 물었고, 이에 장무기는 웃음을 거두며 말했다.
“누군지 모르겠느냐? 백송 네가 가장 만나 뵙고 싶어 했던 분이시니라.”
“제가 가장 만나 뵙고 싶어 하다니요? 그게 무슨 말씀…….”
백송은 말을 끝내 잇지 못했다.
뒤늦게서야 그 사내의 정체를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황제와 같이 동귀어진하였음을 기록을 통해 보았기에 백송은 이내 자신의 생각을 부정했다.
그런 제자의 생각을 알아본 장무기는 고개를 저었다.
“나 또한 그리 생각하였다. 검 한 자루만을 남긴 채 황제와 함께 사라진 그 모습을 직접 보았으니 말이다. 그러나 내 생각이 틀렸던 모양이구나. 아니, 그것을 본 모든 이들이 잘못 생각한 것이지.”
“저, 정말입니까? 그분께서 장 진인이시란 말입니까?”
“그러하니라.”
“이럴 수가! 이럴 수가…….”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당황스러운 기미를 감추지 못하는 제자에 장무기는 나지막이 웃으며 말했다.
“내일 너의 사형들과 함께 안부 인사를 드리러 가려 했느니라. 그때 너도 같이 데려갈 생각이니 침착하거라.”
“하아. 그렇다면 정말 다행입니다.”
불혹을 넘긴 지 오래인 중년인이었음에도 오랜 꿈을 이루게 되었다는 사실 때문인지, 지금만큼은 어린아이와 같은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다음 날 장무기의 다른 다섯 제자 또한 백송과 같은 모습이 되었다. 나이가 많고 적은 것을 떠나 우상을 넘어 품고 있던 신을 뵙게 된 것이니 이들이 그처럼 기뻐하는 것도 당연했다.
“11년이 흘렀구나.”
어느새 다시 찾아온 봄을 맞이하던 장일은 그리 중얼거렸다.
길다면 긴 세월이었으나, 그 성과를 생각한다면 결코 길다고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가 끝내 완성한 양의심공은 이제 양의신공이라고 해도 과하지 않을 정도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처럼 장일은 자신이 완성한 양의신공이라면 능히 천마심법을 담을 수 있으리라 자신했다.
그러나 막상 이 양의신공을 완성했음에도 장일은 천마심법을 익히려 하지 않았다.
다름 아닌 혹시나 모를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본신이라면 모를까? 정상적이지 않은 내가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는 쉬이 판단하기 어렵다.”
구음진경을 다룰 수 있게 된다면 천마심법이 아무리 설친다고 한들 제압할 수 있겠지만, 지금의 그는 한 톨의 기운도 다루지 못하는 상태였다.
하여 장일은 혹시나 모를 일에 대비해 세속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로 결정했다.
혹시나 천마심법에 그가 잡아먹히게 된다고 한들, 천하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얻은 것은 양의신공만이 아니었다.”
5년 전 강 나라와 연을 맺기 위해 찾아온 동방 끝에 있는 나라의 사신들이 무당파를 방문할 때가 있었다.
사실상 강 나라에서 가장 실권을 가졌다 할 수 있는 무당파이니, 그들이 이곳을 방문한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물론 도문을 찾은 것만큼 이들 또한 그에 대한 준비를 하였다.
바로 조의선인이라 불리는 이들과 함께 온 것으로, 장일은 그들을 본 순간 자신의 세상에 있는 산인들과 유사한 자들임을 알아보았다.
다만 그 역사가 대단히 깊었고, 그 유산 또한 잘 이어져오고 있어서인지 장일조차도 감탄할 신비를 다루었다.
아쉬운 점이라면 그 신비가 무력과는 거리가 먼 것이라는 점인데, 그를 감안하고도 장일의 존경을 받기에 충분했다.
장일은 그들 중에서 대표자라 할 수 있는 큰 조의선인과 교분을 나누었고, 그 과정에서 무극(無極)에 대해 배우게 되었다.
“가르침에 따르면 태극, 황극, 무극을 묶어 삼극이라고 전하더이다.”
“삼극이라…….”
“중원에서는 이를 각기 다르게 보는 모양이지만, 저희는 이 셋을 하나로 보고 있지요.”
무당파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게 존중의 뜻을 보이기에 ‘저희’라고 말을 한 것이지, 큰 조의선인은 삼극에 대한 이야기에 확고하게 진실로 여기고 있었다.
장일 또한 그런 큰 조의선인의 생각에 반발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의 생각이 맞다고 여기었는데, 이는 실제로 황극을 깨우치면서 자연스레 무극을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