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146
분신으로 절대무신 146화
46장. 북명신공(北冥神功)
“무극에 대한 가르침을 받고 싶습니다.”
“……제가 알려드릴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리 말하는 큰 조의선인의 말과 달리, 그가 깨우친 삼극에 대한 깨우침은 작은 수준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가 그리 말한 것은 겸손의 미덕을 보이려 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장일이 그 가르침을 청하고자 자신의 정체를 밝혔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큰 조의선인은 장일을 장문인의 제자나 혹은 그와 같은 항렬로 여겼다.
그 나이대에 비해 어딘가 조심스럽게 대하는 무당파의 분위기에서 그리 여긴 것이다.
“!!!”
그러나 실제로 드러난 정체에 큰 조의선인은 그간 이루었던 부동심이 거짓인 것처럼 크게 뒤흔들리고 말았다.
하기야 황제를 베어 천하의 질서를 새롭게 재편한, 무당파의 개파조사 삼봉진인이 이 장년의 사내라는 것에 과연 누가 믿을 수 있을까?
그러나 오히려 너무도 거짓말 같기에 큰 조의선인은 그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장일이 그에게 보여준 그 현기 어린 언행의 이유를 알게 되는 것 같아 더욱 그러했다.
그 정체를 알게 된 큰 조의선인으로서는 감히 크게 알려드릴 게 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처럼 삼봉진인의 명성은 중원을 넘어 이미 천하 각지의 나라에도 퍼진 상황이었다.
그렇게 큰 조의선인은 장일이 원하는 대로 무극을 가르쳤는데, 그 과정에서 그는 장일이 삼봉진인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마치 알고 있는 것을 새로이 되새기는 게 아닌가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구나.’
하늘이 내려준 천재는 하나를 알면 열을 한다.
하지만 정말로 하늘에 닿는 자는 하나를 통해 그 하나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자였다.
하나를 통해 열을 아는 것은 대단한 일이지만, 그것은 시간과 노력을 통해 얼마든지 따라갈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하나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없는 것이었다.
뛰어난 통찰력으로 그 가르침을 완전히 파악해야 하는 것은 물론, 그를 받아들일 수 있는 그릇이 만들어져야 했다.
무공으로 말한다면 10성을 넘어서는 것을 말하는 것이니, 그게 쉬울 리가 없었다.
한데, 장일은 그런 쉽지 않을 일을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행하고 있었다.
그 가르침을 받는 내내 이를 깨우치더니 그 가르침이 끝이 났을 때에는 이미 그만의 것으로 재편성된 뒤였다.
그리고 다음 날이 되어서는 그것을 완성하기에 이르니, 만약 장일과 그간 교분을 쌓지 않았다면 그가 자신을 놀리는 것이 아닌가? 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결국 그가 아는 것을 모두 가르치는 데 사흘도 채 되지 않았다.
아니, 이미 그때에는 장일이 그를 넘어선 뒤였다.
‘소문대로 삼봉진인은 이미 인간의 격을 넘어섰구나.’
겨우 사흘 만에 자신을 넘어서자 큰 조의선인은 그제야 장일의 진면목을 어렴풋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참으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로서는 더 많은 것을 내주지 못해 미안할 따름입니다.”
큰 조의선인은 그리 말하며 잠시 망설이더니 어렵게 입을 열었다.
“후에 삼극에 대해 더 많은 것을 깨닫고 싶다면 봉래산으로 찾아오십시오. 어쩌면 진인께서는 연이 닿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봉래산?”
중원과는 만 리 너머에 있는 산이지만, 장일은 그 이름을 들어 본 바가 있었다.
오래전부터 봉래산은 중원에서도 선산(仙山)으로 유명한 산이기 때문이다.
천하를 최초로 통일한 왕이 불멸을 이루기 위해 사람을 보내었다는 말이 있었고, 이 외에도 여러 전설들이 중원으로 흘러오기도 했었다.
장일은 봉래산을 거론하는 큰 조의선인의 말이 심상치 않은지라 반드시 그리하겠노라 말하였다.
이후 며칠 지나지 않아, 이들 사신들과 함께 조의선인들이 떠났고 그로부터 닷새가 지나 장일 또한 무당산을 내려서게 되었다.
하산을 하는 장일에 그의 정체를 아는 장무기 등이 크게 아쉬움을 드러냈다.
장일은 그러한 제자들의 모습에 미소를 보이더니 이내 품에서 한 권의 서책을 꺼내어 장무기에게 내어주었다.
“태극혜검(太極慧劍)이라고 한다. 너라면 이것을 다룰 수 있을 것이다.”
태극혜검은 그가 무검의 극의를 태극의 이치에 담아 사용하는 것을 새로이 풀어 만들어낸 검법서였다.
도가의 깨달음을 바탕이 되어야만 그 성취를 끌어 올릴 수 있는 무공이라, 도를 온전히 깨우치지 않은 자는 이를 대성할 수 없었다.
반대로 말하자면 도에 깨달음이 높은 이가 이를 다루면 빠르게 대성할 수 있다는 말이 되었다.
황제를 상대하고 그 혈마에게도 통하였던 태극혜검이었으니, 큰 난세를 앞두고 있는 지금의 형국에서 이 검법은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과연 장일의 예상대로 그가 하산한 지 3년이 채 되지 않아, 장무기는 이 태극혜검을 대성하기에 이르렀다.
그로부터 다시 5년이 지난 어느 날.
불안하던 천하의 형세는 결국 큰 난으로 불타기 시작했다.
* * *
북명(北冥).
어두운 북해를 뜻한다.
바다는 온갖 물을 받아들이지만 그 자신은 결코 변하지 않고 그저 바다로서의 정체를 지킬 뿐이었다.
천마심법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만든 이 심법을 나는 북명신공이라 명했다.
* * *
-분신.
장일은 속세를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 중원과는 멀고 먼 섬에 자리를 잡았다.
그가 자리를 잡은 곳은 땅이 워낙 척박해 오래전 사람의 발길이 끊긴 무인도였다.
다행히 비는 종종 내리는 탓에 물을 얻는 것은 어렵지 않았으며, 식량 또한 물고기나 해초 따위를 취하면 그뿐이었다.
그러나 먹는 것을 제한다면 대단히 혹독한 환경일 수밖에 없는데, 장일은 이 점을 그리 불편하게 느끼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가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은 고립된 곳이라는 점에 있다.
자칫 그가 천마심법을 감당하지 못해 마기에 휩쓸린다고 한들, 그가 쉬이 대륙으로 나아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장일은 그것으로도 부족한지 몇 가지 복잡한 절진을 섬 전체에 펼친 뒤에야 천마심법을 다루기 시작했다.
“우선 양의신공으로 마음을 나눈다.”
장일은 정확히 49일 만에 양의신공을 통해 마음을 둘로 나눌 수 있었다.
양의신공에서 말하는 마음을 둘로 나눈다는 것은 그의 인격이 둘이 된다는 말이 아니었다.
인지를 하는 것이 다각면으로 크게 늘어난다는 것을 뜻했다.
앞을 보고 있음에도 동시에 뒤를 보고 있게 되는 것으로, 좀 더 쉬이 말하자면 동전의 양면을 다루게 되었음을 말한다.
마치 영혼이 하나가 더 있는 것 같은 모습인데, 실제로 양의신공은 영혼을 분(分)할 수 있어야 이를 다룰 수 있다.
그렇다고 완전히 나눈다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그렇게 보이는 것으로, 앞서 동전의 양면을 말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였다.
장일이 양의심공을 신공이라고 칭한 것은 바로 이처럼 터무니없는 현상을 이룰 수 있게 되어서다.
그리고 이 정도는 되어야만 천마심법을 감당할 수 있었다.
일찍이 장일은 천마심법을 취하는 방법을 두 가지로 나누었다.
하나는 천마심법이라는 희대의 마공을 그에게 맞춘 새로운 정공으로 재탄생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그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방도이다.
이 중 양의신공은 천마심법을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한 방도를 취한 것으로, 장일은 양의신공이 준비가 되기 무섭게 바로 천마심법을 다루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마공은 처음이군.”
기괴한 사파의 무공도 접해 본 바가 있었던 장일이었지만, 애초 인간의 인성 자체를 무시하고 목적을 향해 달리는 마공은 익혀 본 바가 없었다.
하기에 장일은 조심스러운 손길로 마공의 기틀을 만들기 시작했다.
-까드드득!
그러나 그의 마음과 달리 천마심법은 그의 통제를 쉬이 따르려 하지 않았다. 광활하기 그지없는 세상을 그 탐할 수 있는 수많은 것들이 펼쳐져 있음을 알았던 것인지, 순식간에 그 틀을 부수고 나아가려 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거칠다는 말로도 부족한 그야말로 몰아치는 천마심법은 탐(貪)이라는 괴물이나 다름이 없었다.
장일은 서둘러 이 괴물의 고삐를 채우기 위해 준비한 그물을 던졌다.
그가 준비한 그물은 총 3개였다.
첫 번째는 태극이었다.
이제 더할 수 없이 완성한 태극이라는 그물은 능히 날뛰고 있는 이 탐이라는 괴물을 묶어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묶을 수 있을 뿐, 길을 들이기는 어려워 보였다.
그렇기에 장일은 두 번째 그물을 던졌다.
바로 황극이었다.
이미 천마를 멸하는 데 증명하였던 황극이었기에, 황극이라는 그물이 던져지기 무섭게 코뚜레를 꿴 황소처럼 괴물은 대번에 얌전한 기색을 보였다.
아무리 기운과 악의가 넘쳐도 그저 꿰인 것만으로 큰 고통을 주니 도무지 저항할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장일은 그런 것으로도 만족하지 못한 것인지 끝내 마지막 그물을 던졌다.
마지막에 던진 그물은 앞서 던진 태극과 황극에 비하면 조잡하기 그지없는 작은 그물이었다.
바로 큰 조의선인으로부터 깨우친 무극이 그것이다.
-키이이익!
그러나 의외로 그 작은 마지막 무극에 접하기 무섭게 괴물은 온몸을 비틀어대며 괴성을 흘려댔다.
그 과정에서 황극의 그물에 의해 온몸이 찢겨댔지만, 괴물은 날뛰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 고통조차도 지금 처한 위기에 비하면 별 게 아니라는 듯한 모습이다.
“……설마 이게 삼극의 묘용이던가?”
단순히 무극으로 저리 고통스러워한다기에는 말이 되지 않으니, 장일은 큰 조의선인이 말한 삼극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이것 생각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되는군.”
삼극이라는 것에서 이른 묘용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게 된 장일은 훗날 천마와의 결전에서 이것이 큰 힘이 될 것이라 여겼다.
‘봉래산을 찾아가야 할 이유가 또 생겼구나.’
아직 어설픈 무극만으로도 이러한데, 온전히 깨우치게 된다면 그로 인해 펼쳐진 삼극이 얼마나 대단할지 쉬이 상상이 되질 않는다.
“이로써 폭주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군.”
장일은 그리 생각하며 이내 괴물에게 펼친 무극을 거두었고, 그제야 괴물은 겨우 살았다는 듯 난자된 채 겨우 숨을 돌려댔다.
그렇게 한 번 각인시켰던 덕분일까?
천마심법은 얌전한 양처럼 그의 뜻을 따라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렇게 장일은 천마심법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렇게 순탄할 것 같았던 그의 무공은 얼마 가지 않아 큰 고난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건 생각지도 못한 일이군.’
바로 천마심법을 성장시키는 데 막대한 양의 기운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본신이었다면 이는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내기를 축적할 수 없는 장일에게는 이는 큰 문젯거리가 되었다.
본래라면 포기해야 했을 일이었으나, 장일은 쉽사리 포기하지 않았다.
천마심법이 내기를 필요로 한 것은 그것을 축적하기 위함이 아닌, 그 내기를 통해 영역을 확장시키기 위함이었다.
장일은 이 점을 넘겨 보지 않았다.
‘축적이 아닌 단순히 기운을 끌어 잠시 다루는 정도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내기가 없음에도 태극을 통해 주변의 기운을 다루는 것이 가능했던 장일이었기에 가능한 발상이었다.
물론 단순히 외부의 기운을 다루는 것과 그것을 잠시나마 끌어모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의 차이는 대단히 컸다.
그러나 장일은 이것이 불가능하다 여기지 않았다.
태극 하나라면 어렵겠지만, 황극과 무극이 함께 한다면 가능할 것이라 여긴 것이다.
훗날 구음진경의 완성에 적잖은 공을 차지한 북명신공의 탄생은 그렇게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