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159
분신으로 절대무신 159화
이 일에 가장 놀란 것은 역시나 만풍이었다.
“……정말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만풍이 준비한 것은 천마신공만이 아니었다.
당연히 그 천마신공을 완성하기 위한 요괴들의 정수들과 돈으로도 사기 어려운 환단들을 빼곡히 채워 놓은 상태였다.
이만하면 천마신공을 완성하고도 남을 양이었다.
물론 그 양과 별개로 그것을 취하는 것은 별개의 일이었으니, 만풍은 아무리 스승님이라고 해도 천마와 조우하기 전에 천마신공을 완성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신공다운 그 안에 담긴 역천의 이치의 수준도 대단하거니와, 물리적으로 내공을 치환하는 데 적어도 한 달은 넘게 걸리는 탓이다.
한데, 그런 그의 예상을 비웃듯 장일은 겨우 하루 만에 천마신공을 대성하였다.
그것도 그가 준비한 정수들과 환단을 취하지 않고 이룬 결과였으니, 만풍으로서는 그저 경이로울 따름이었다.
장일은 자신을 경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제자에 미소를 지어 보이다 이내 명을 내렸다.
“지금 당장 실전 경험이 많거나 혹은 그 자질이 뛰어난 자들을 모아오거라. 남은 시간을 통해 백마귀를 상대할 전력을 만들 것이다.”
“아, 알겠습니다.”
이제 겨우 하루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백마귀를 상대할 전력을 만든다는 스승의 말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백마귀가 어떤 존재들인가?
천마신공의 원본을 얻은 그조차도 이들 중 3할을 상대한다고 자부할 수 없을 정도다.
최소 반박귀진에 이른 자여야만 겨우 상대해 볼 법했다.
그러니 스승님의 말은 그런 반박귀진에 이른 자들을 하루도 채 안 남은 이 시점에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니, 만풍으로서는 황당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의외로 만풍은 이해하기 어려울 뿐, 스승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곧 그는 천지회의 간부들을 비롯해 153명의 인원들을 스승에게 보내었다.
결전을 코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서 난데없이 소집하여 자신들을 무신에게 보내는 회주에 이들은 저마다 불만을 토해냈다.
“정말 회주께서 왜 이러시는지 모르겠군. 안 그래도 경계에 쓰는 인력이 없어 버거울 지경이건만.”
“하아. 이럴 때일수록 회주께서 더욱 모습을 보이며 다독여 주셔야 하는데.”
그들 대부분이 간부이다 보니 현 상황이 얼마나 끔찍하게 흘러가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들이 불만을 가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그러나 이들의 불만은 얼마 가지 않아 거짓말처럼 지워져 버렸다.
“바쁘니. 간략히 설명하지. 자네들이 백마귀를 상대해야 하네. 나는 그 힘을 주기 위해 그대들을 불러들였네.”
“!!!”
그 모두가 놀라는 발언을 한 장일은 겨우 한나절도 채 되지 않아, 그 자신의 이야기를 현실화시켜 버렸다.
아마 북명신공만이었다면 아무리 장일이라고 해도 하루 내내 전념한들 열에 하나도 반박귀진에 끌어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제자가 자신을 위해 가져온 요괴의 정수와 환단을 그들에게 취하게 함으로써 그 일은 쉬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그저 간단히 한 걸음 혹은 두 어 걸음을 내밀 수 있게 도와주기만 하면 되는 일이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물론 그 한 걸음을, 아니, 그 종이 한 장의 차이를 평생 넘지 못한 자들이 그들 대부분일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신비가 벌어진 셈이다.
한나절 만에 일을 마친 장일은 이후 이차, 삼차까지 회의 사람들의 전력을 끌어올리는 데 전념했다.
덕분에 장일은 잠 한숨도 못 잔 채 전장에 나서게 되었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42명이 반박귀진이라는 절대경지에 다다른 데다, 200명에 달하는 이들이 저마다 한 단계 혹은 두 단계의 경지를 뛰어넘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 말은 곧 하루도 채 안 되는 시간에 전력이 열 배 이상의 성장을 뜻한 것이라, 이만하면 천지회가 천하를 상대해 볼 법한 전력은 갖춘 셈이었다.
“결국 중요한 건 천마다. 그를 죽일 수 있느냐에 따라 앞날의 향방은 달라지게 된다.”
물론 실패한다고 해서 그것이 절망스러운가 하면 그렇지는 않았다.
아직 이 세상에는 그와 같은 분신이 셋이나 남아 있기 때문이다. 만약을 위해 그들에게 천마신공의 원본이 전해지도록 안배를 남긴 만큼 결국 천마의 죽음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그리 생각하면서도 장일은 되도록 이 전장에서 그를 죽일 생각이었다.
“천마가 죽는다고 한들 모든 게 끝은 아니니.”
그가 남긴 흔적들을 지우려면 상상 이상의 공이 필요로 하다.
단순히 장일 혼자서 노력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었다. 많은 이들이 그 뜻을 따라야 겨우 바로 잡을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천지회는 현 세상의 마지막 불씨라고 할 수 있다.
달리 말하자면 이 전쟁에서 그가 패한다면 그 불씨가 꺼진다는 말이 되었다.
아예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불씨를 새로이 지피는 것과 작은 불씨를 크게 키우는 것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었다.
장일은 그것을 잘 알기에 어떻게든 천마를 이 결전에서 끝낼 생각이다.
쉽지 않을 일이었지만, 불가능하다고 생각되지도 않았다.
비록 원본이라지만 천마신공을 취한 지금이라면 그 천마의 구음과 다툰다고 한들 크게 밀릴 것이라 생각되지 않아서다.
-후우우웅! 쿠르르릉!
“으음!”
뒤흔들리는 천지의 비명에 장일은 곧 상념을 내려놓았다.
저 보이지 않는 지평선 너머에서 천마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음을 본 것이다.
“저, 저 정도일 줄이야…….”
천마의 등장에 만풍은 공포에 젖어 들어야 했다.
과거 그가 보았던 천마도 끔찍했건만, 지금의 천마는 그의 인지를 한참이나 벗어난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것을 알아보았던 것만으로도 만풍은 크게 성장한 셈이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그는 감히 천마에 대적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제자가 그럴 것이라는 걸 알았기에 장일은 쓴 미소를 짓다 이내 다시 천마에게 시선을 돌렸다.
“……저게 이 시대의 천마인가.”
과거 장일의 분신을 취하면서 그의 모습과 동일시하였던 천마의 모습은 없었다.
소문대로 팔 척의 붉은 피부를 지닌 황금빛의 눈을 지닌 거인이 그를 대신할 따름이다. 하지만 그 겉모습보다 더 끔찍한 그의 존재감이다.
하늘도 땅도 그에 굴복한 듯 두려워하니 실로 역천의 주인다운 모습이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장일은 한 가지 확신할 수 있었다.
“역시나 지금의 천마는 과거의 천마와는 확연히 다른 존재로군. 녀석은 나를 알지 못한다. 그 영혼 또한 어긋나 있었으니, 이제 나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군.”
자신에게서 나왔으나, 이제 완전히 별개의 존재가 된 괴물임을 확인한 장일은 고개를 저으며 신살을 뽑아 들었다.
그를 죽이기 위해 만들었던 칼이 드디어 쓰일 곳을 찾은 것이다.
-스르르릉!
동시에 그의 등에 매여 있던 청강검이 스스로 뽑혀 나오더니 장일의 주변을 맴돌았다.
“믿거라. 천마는 오늘 죽을 것이다.”
“죄송합니다.”
-툭.
자신이 천마와의 일전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인지한 만풍의 사죄에, 장일은 가볍게 그의 등을 툭 치고는 나아갔다.
-후우웅…… 쿠르르르릉!
그렇게 천마를 향해 가볍게 한 줄기 바람처럼 나아가던 장일은 이내 자신에게 몰아친 거대한 벽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것은 절대자의 걸음이었고 그의 시선이었으며 그의 의지였다.
웬만한 절대무인이라며 그중 하나만으로도 전의를 상실해 버렸겠지만, 나아가는 장일의 움직임에는 한 점 흔들림이 없었다.
천마의 격이 아무리 높다고 한들 장일에 미칠 리가 없어서다.
하지만 장일의 얼굴은 밝아지지 않았다.
이미 그런 것은 짐작했던 일이라서다.
그보다 생각했던 것보다 천마가 높은 격을 이룬 것이 신경이 쓰일 따름이다.
하기야 서쪽 세계의 신비들을 모두 먹어치운 셈이었으니, 그만한 격을 이룬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히려 기괴함을 느낀 것은 천마였다.
역천을 이루고 신비들을 포식하기 시작한 그의 격에 감히 견줄 자가 없었건만, 처음으로 자신의 격이 닿지 않는 존재가 나타나니 그로서는 장일이 괴기하게 여겨질 뿐이다.
-갈!
천마후라 불리는 천마의 일갈이 터졌고, 이에 천지의 흐름이 경직되어 버렸다. 당연히 그 일대의 모든 생명체들 또한 광기에 젖음과 동시에 경직되었으나 그조차도 장일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무량수불!
오히려 천마후에 맞서 장일이 사자후를 터뜨리자, 천마후에 의해 경직된 세상은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반야의 지혜가 담긴 사자후다운 모습이었다.
그렇게 동수로 시작한 아니 오히려 반 수는 앞선 장일은 지금의 상황을 믿기 어려워하는 천마에게 뿌연 하얀 빛을 머금은 청강검을 날렸다.
-후르르르릉!
청강검에서 이른 하얀 빛은 천마를 향해 나아갈수록 더욱 커져만 갔는데, 그 정체를 알아본 천마는 이를 악물며 이내 손을 펼쳤다.
과거 일수에 천하를 쥐었다고 하는 파천수였다.
검붉은 빛의 거대한 손바닥이 모습을 드러내기 무섭게 유검을 품은 청강검을 비틀고 뭉개려 들었고, 이내 얼마 가지 않아 청강검에 깃든 유검은 자취를 잃어버렸다.
그러나 진짜는 청강검이 아니었다.
그것은 천마의 시선을 빼앗는 용도일 뿐, 장일이 진짜 노린 것은 신살의 천명과 함께 한 유검이다.
-츠즈즈즉…… 피익!
과연 유검만이 아닌 신살의 천명을 띈 신살과 함께 하자 천마의 그 터무니없는 파천수도 온전하지 못했다.
끝내 파천수를 지워내고 그의 몸에 상처를 남기기에 이른 것이다.
-!!!
상처라고 하지만 생채기에 불과할 정도로 가벼운 상처였다. 그러나 정작 그 상처를 입은 천마의 얼굴은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진 상태였다.
설마 자신의 격을 담은 파천수가 깨어질지도 몰랐던 데다, 무엇보다 그 상처 속을 파고드는 신살의 천명이 교활한 뱀처럼 그를 노려댔기 때문이다.
-퍼어어엉!
잠시 그 고통에 시선이 팔린 것을 장일은 놓치지 않았고, 어느새 자유로워진 청강검이 그를 공격에 성공했다.
그 힘이 어찌나 강한지 수백 장을 넘게 뒤로 날아갔는데, 장일은 그 날아가는 천마의 뒤를 쫓으며 굳어진 표정으로 신살을 휘두를 준비를 마쳤다.
지금의 상황만 본다면 장일이 크게 우세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라서다.
생각했던 것보다 천마가 다루는 파천의 힘은 유검에 비해 크게 부족하지 않았으며, 그가 다루는 구음은 천마신공의 원본을 취하여 순도가 배 이상 높아진 장일보다 우세했다.
오랜 고생 끝에 완성한 신살이 아니었다면 장일은 더는 천마와 싸우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장일의 걱정은 이어진 접전에서 현실이 되었다.
-쿠카가가강!
-천마현신!
한순간 천마에서 흘러나온 붉은 빛이 일대를 삼켜버리더니 이내 거인이 되어 장일을 짓밟고 뭉개려 한 것이다.
그에 맞서 장일 또한 거대한 백장에 달하는 백색 빛을 토해내었으나, 확실히 천마에 비하면 부족한 것은 사실이었다.
이마저도 북명신공을 통해 끝없이 소모되는 구음을 보충하였으니 아슬아슬하게 버티었던 것이지, 그것이 아니었다면 이번 일전에서 내상을 각오해야 했을지 모른다.
-쿠르르릉! 퍼버버벙!
그렇게 시작된 천마와 장일의 전투는 과히 신마의 전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천지가 어째서 이들을 두려워하는지 이해가 될 만큼, 그들이 부딪힌 일대는 모든 것이 파괴되다 못해 지워져 버렸다.
산은 물론 거대한 평야마저도 부서지고 망가져 그 형체를 지워 버리니 인간의 비약한 상상 따위는 그들의 힘을 감히 잴 수조차 없었다.
그래서일까?
그 터무니없는 신마의 전투는 얼마 가지 않아 그곳에 모인 이들의 신경에서 벗어나 버렸다.
재해나 다름없는 두 자연의 흐름을 인간이 어찌할 수 없음을 안 그들로서는 이제 자신들의 전쟁을 시작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