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169
분신으로 절대무신 169화
DNA에서부터 각인되다시피 한 혐오감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것은 그가 어떤 방식이든 종을 초월한 존재라는 것을 뜻했다.
장일에게는 그것이 무(武)였으며, 시영 또한 무언가로 그에 이른 것이다.
이 점만 보아도 상대가 과거 그가 상대한 숙적 천마 못지않은 자라는 것을 알 수 있으나 장일은 긴장감 없는 태도로 시영의 안내를 받았다.
안내라고 하지만 원룸이라 그리 안내받을 것도 없었다.
원룸의 한 가운데 미리 준비된 다상에 마주 앉은 것으로 끝이었다.
-후르릅.
그렇게 장일과 마주 앉은 시영은 달달한 매실차를 마시다 입을 열었다.
“괜찮다면 빨리 협상을 끝냈으면 하는데 어떤가?”
“…….”
시영은 당연하다는 듯 협상을 거론했다. 장일은 그 말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나 시영은 상관없다는 듯 말을 이어갔다.
“100일이 훌쩍 넘었으니 이미 나에 대한 정보들 대부분을 알았겠지. 그럼 자네가 나를 죽일 수 없다는 것도 알 것이네.”
오만한 말이었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무려 8성에 이르는 권능 주인공을 가지고 있는 이상 그를 죽일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최소한 그의 세계에서는 말이다.
“왜 죽일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거지?”
“흐음.”
그러나 장일은 그리 생각하지 않는다는 듯 반론했고 이에 시영은 볼을 긁적이다 말을 이어갔다.
“자네 정도라면 당연히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니었던가?”
“뭘 말인가?”
“권능이 가진 힘을 말이네. 자네 정도라면 그 진명을 듣는 순간 알 것인데?”
“……만약 협상을 한다면 어떤 식이지?”
“하하하.”
시영의 말을 부정하지 않던 장일은 이내 협상을 입에 담았다. 그러자 시영은 그러면 그렇지라는 얼굴로 웃음을 터뜨렸다.
앞서 장일이 보인 반론이 그저 협상의 과정 중 하나로 여긴 것이다.
“파격적으로 대해주지. 과거 초월종 정도의 협상의 수준으로 말이네.”
그러며 시영은 손을 까닥이었고, 이에 허공에 반투명한 문서 한 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과거 그가 어느 한 초월종과 협상한 계약서였다.
고작 종이 한 장에도 다 담기지 않는 문헌이었지만, 그 짧은 문헌과 달리 그 계약의 수준은 확실히 파격이라 할 만한 것이었다.
간략히 내용을 정리하자면 무려 두 개의 권능과 더불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카르마 포인트의 절반을 내어준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게 지금 시영이 가지고 있는 권능은 모두 8개였고, 이것들 중 태생이 4성 아래인 권능은 없었다.
시영을 죽이면 하나의 권능을 얻을 뿐이지만, 협상을 하면 둘을 얻게 되니 협상을 안 하는 게 더 이상할 일이다.
무엇보다 내어주는 권능 중 하나는 장일이 선택할 수 있었다.
이만하면 파격적인 것을 넘어 굴욕적이기까지 한 협상이었다.
이 정도로 파격적일지 몰랐던 협상에 장일도 잠시 흔들렸으나, 이내 그는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후계자 전쟁에 뛰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네. 그렇기에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하지.”
“하하. 그런가? 원한다면 그에 관련된 내용들도 공유해 주지.”
이야기가 잘될 것 같은 터라 시영은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주인공의 권능 때문일까? 아니면 그의 나태함 때문일까? 이러한 태도만 보아도 그가 이번 침공자인 장일과 싸우기 싫다는 뜻이 가득 보였다.
하지만 그의 마음과 달리 장일은 무심한 태도로 말을 이어갔다.
“만약 협상을 하고 싶다면 나는 그대의 진 권능을 받고 싶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모양이군. 진 권능은 협상에 올릴 수 없네. 죽여 빼앗는 방법 말고는…….”
시영은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어가다 이내 끊었다.
그가 그걸 정말 몰라서 꺼내는 말이라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는 시영의 무뚝뚝한 얼굴을 바라보았고, 이내 난잡하게 자란 자신의 수염을 매만지다 입을 열었다.
“처음부터 싸우려 했던 건가?”
“아니, 가능하다면 싸우기는 싫지만 그 방법 말고는 자네의 진 권능을 가져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 피할 이유는 없지.”
“하아. 어째 이번에는 쉽게 넘어가는가 했더니.”
그리 말하였지만 시영의 얼굴 어디에도 두려워하는 기색은 없었다. 그저 귀찮아하는 모습만이 가득할 뿐이다.
-우적우적.
그는 자신의 앞에 있는 다과를 마저 다 씹어 먹은 뒤에야 말을 꺼냈다.
“싸울 장소는 내가 정해도 되겠지? 이래 보여도 나름 보물이라 할 만한 레어템들이 한둘이 아니라서 말이야.”
한정판 게임이나 프라모델을 말하는 것이었는데, 그를 알지 못하는 장일이었지만 아무래도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꿀꺽꿀꺽.
그러고는 내어준 차를 단번에 마시고는 일어섰고, 시영 또한 느긋한 얼굴로 일어섰다.
-후우웅!
그들이 일어서기 무섭게 그들의 머리 위로 터무니없는 검은 구멍이 일어나더니 이내 그들을 삼키고는 사라졌다.
-휘이이이잉!
그렇게 검은 구멍을 통해 모습을 감춘 그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온몸을 얼어 붙일 눈보라가 이르는 거대한 얼음대지였다.
대낮임에도 영하 50도 아래를 가볍게 넘어가는 혹독한 추위에도 시영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묻어나는 눈을 가볍게 털어내며 말했다.
“여기가 넓기도 한 데다, 무엇보다 복구하기는 편하거든. 그러니 자네도 마음껏 힘을 써도 될 거야.”
“좋군.”
장일 또한 의미 없이 사람을 죽이는 것은 싫었기에, 이 혹독한 장소에 대해 만족했다.
-스르르릉.
-…….
그는 이내 청강검을 뽑아 들었는데, 그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혹독하던 눈보라가 도망이라도 간 듯 그들이 있는 일대에서 모습을 감춘 것이다.
천지가 자신에 비해 그 작디작은 칼 하나를 두려워하는 모습은 기괴하였으나 시영은 그저 흥미로워할 뿐 두려워하는 기색은 없었다.
그렇게 두 초월자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콰르르릉!
칼을 먼저 뽑아 든 것은 장일이었지만 먼저 공격을 과한 것은 시영이었다. 공격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일반적인 형태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의 가벼운 손짓 아래 공간이 그의 아래에 놓인 듯 붕괴되고 뭉개지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바로 그의 부 권능 중 하나 중력이 펼쳐진 것이다.
4성에 이른 중력의 권능답게 장일에게 가해진 중력은 어마어마했다. 100배는 가볍게 넘었는데, 인간이 아닌 고대급 요괴라고 해도 곤죽이 될 힘이었다.
-쿠구구구구!
놀라운 것은 그 중력이 갈수록 커진다는 점이었다.
150배…… 200배…… 300배.
거인의 손아귀에 들어선 듯 사방에서 어마어마한 압력이었고, 이것 하나만으로도 시영은 천마와 대적할 만했다.
본래라면 4성의 중력이라고 해도 이 정도까지 다룰 수 없겠지만 그를 다루는 이가 10성의 존재감에 이르렀던 시영이었다.
그 잠재력 이상을 뽑아내는 것은 그에게는 너무도 쉬운 일이었다.
-후우웅!
그처럼 몰아치는 중력에도 장일은 담담하게 칼을 한번 휘둘렀고, 그것으로 그에게 가해지던, 아니, 그 일대를 붕괴하던 중력은 자취를 감추었다.
“!!!”
설마 검짓 한 번에 자신의 권능을 지워버릴 줄 상상치 못했던 탓일까? 어딘가 무료한 기색이 있던 시영의 눈에 처음으로 격정의 불꽃이 이르렀다.
그것은 생존을 위한 불꽃이었다.
이에 시영의 모습이 달라졌다. 그 눈은 제왕의 그것과도 같았으며, 그에게서 풍기는 기도는 능히 이 세상을 발아래로 두는 절대자나 다름없었다.
-쿠르르르릉!
한순간 달라진 시영에 천지가 뒤흔들리는 가운데, 정작 그를 상대하는 장일은 처음과 같은 태연한 태도로 말을 꺼냈다.
“다른 건 없는가?”
마치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다고 한들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것을 돌려 말하는 듯한 장일이었지만, 시영은 그것이 모욕적이다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이것이 마지막 기회라는 듯 그는 모든 능력을 극한으로 퍼붓기 시작했다.
-화르르륵!
만년설을 가볍게 녹일 듯한 불길이 그의 손짓에 일어났다. 마치 신화 속의 드래곤이 퍼붓는 브레스가 이러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불길이었으면, 능히 웬만한 도시 하나를 지옥으로 만들기에 충분한 힘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으로도 장일이 뻗은 검의 격을 넘지 못했다.
거짓말처럼 하나의 벽을 만나 사그라지는 불길 속에도 시영은 놀라지 않은 채 모든 권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한 별의 종 하나를 하루 만에 지워 낼 저주가 퍼부어졌고, 듣도 못한 기괴한 권능이 일기도 했다.
그러한 힘이 무려 다섯이나 일어나 장일에게 쏟아졌는데, 진짜는 따로 있었다.
바로 그의 부 권능 중 가장 높은 등급인 7성에 이른 권능 창조.
그 창조에 의해 과거 그가 죽였다 탄생된 피조물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숫자가 수백에 달했는데, 황제와 비슷한 격을 지닌 존재만 열이 넘었다.
그러나 정말로 끔찍한 것은 그런 황제를 압도적으로 넘어선 두 존재였다.
인간과는 다른 대요괴라고 해도 다르지 않는 그것이 지닌 존재감은 압도적이었다.
등급으로 친다면 SSS+급이라 할 수 있었고, 이는 그 천마와 비등하다는 말이었다. 실제로 그것은 시영이 죽였던 침공자로 그는 그것을 복원한 것이다.
말하자면 두 명의 후계자 후보가 장일을 노리고 있는 셈이었다.
“제법이군.”
이리되자 장일도 검의 격만으로는 그것을 감당할 수 없었고, 이내 그는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후우우웅!
그의 검이 펼쳐질 때마다 그를 노리던 권능의 힘이 사그라졌다.
세상을 불태울 듯한 불길이 지워졌으며, 세상의 종말을 이야기할 저주가 사라졌다. 기괴하고 그의 정신체를 삼키려던 권능 또한 거짓말처럼 사멸되었으며, 공간과 시간을 희롱하던 권능들 또한 그 힘을 잃고 지워졌다.
그것은 시영의 피조물 또한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그 하나만으로 나라 하나를 멸망시킬 수백에 달하는 끔찍한 존재들이 시영에게 몰아쳤지만, 그 어떤 존재도 시영에게 흠 하나 내주지 못했다.
그나마 과거 침공자였으며 시영에 의해 창조된 두 피조물만이 장일에게 힘이 닿았을 뿐이었다.
-우두두두둑!
그렇지만 역시나 별다른 해를 주지도 못한 채 피조물은 장일의 손길 속에서 박살이 나더니 이내 먼지처럼 붕괴되어 쓰러졌다.
그렇게 시영이 꺼내어 놓은 모든 수가 장일에 의해 모두 막혀 끝이 나는 듯 보였다. 지금만큼은 그의 권능 주인공조차도 방도가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푸우우욱!
“!!”
언제 나타난 것인지 작고 투명한 칼날 하나가 장일의 몸을 파고든 것이다.
지금의 상황이 이해되지 않아 놀라는 장일의 모습에 시영은 안도 어린 한숨을 흘리며 말했다.
“설마 이걸 쓰게 될 줄 몰랐군. 사멸이라는 권능이다. 나도 죽을 뻔했지.”
사멸(死滅).
죽어 없어진다는 그 권능처럼 과거 이를 다루던 존재는 초월종이 아님에도 시영을 죽음 직전까지 몰았던 침공자였다.
만약 시영의 주인공이라는 권능이 아니었다면, 아니, 그가 다루던 사멸이 2성짜리가 아니었다면 분명 죽는 것은 시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살아남은 것은 시영이었고, 그렇게 그가 빼앗은 이 사멸이라는 권능은 시영에 의해 창조와 같은 7성급으로 올라온 상태였다.
이거라면 아무리 시영이라고 해도 살아남을 수 없었다.
“자네가 방심을 해줘서 다행이야. 그렇지 않았다면 이처럼 쉽게 맞출 수 없었을 것인데.”
시영이 그리 말했으나, 그 방심 또한 주인공의 권능에 의해 벌어진 일이라는 걸 장일은 그제야 알게 되었다.
또한, 그는 알 수 있었다.
그가 앞서 퍼부었던 모든 힘은 이 한 번의 공격을 위한 것을 알게 되자 장일은 피를 토하는 가운데에도 감탄을 숨기지 않았다.
“과연 12번의 침공을 막은 건 우연이 아니었군!”
“…….”
감탄을 하는 장일의 모습에 시영은 알 수 없는 불길함을 느껴야 했다.
분명 사멸의 칼날에 적중되었으니 더 이상 그가 살아날 방도가 없음을 알고 있음에도 그러했다.
-퍼석!
그러한 그의 불길함은 장일의 육신이 급격히 썩어들다 이내 먼지로 환해진 것을 봤을 때에도 다르지 않았다.
그 모습에 착각인가 싶어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대던 시영이었지만, 그 고갯짓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는 자신이 느낀 불길함이 착각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다.
“정말 권능이라는 건 기괴하기 짝이 없군.”
바로 거짓말처럼 그와 멀지 않은 곳에 먼지가 되어 사멸되었던 장일이 태연히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