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47
분신으로 절대무신 47화
18장. 동자삼(童子蔘)
“키히잉! 키이잉!”
신검인 청강검에서 이는 울음에 백호가 질색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미에게나 들었던 무시무시했다던 고대 요괴의 울음을 보는 듯했기 때문이다.
자신 따위는 한 입 거리로 먹어치울 것 같은 터라, 백호는 덜덜 떨며 물었다.
“너, 너도 요괴냥?”
“??”
갑자기 자신을 보고 요괴냐고 묻는 백호에 장일은 어이없다는 눈빛을 보이다 이내 그의 살기가 더욱 사납게 일어났다.
백호가 끝까지 자신에게 수작을 부린다고 생각해서였다.
“키히이잉!”
그런 장일의 모습에 백호는 경기 어린 모습을 보였다.
그 태도에서 자신의 예상이 맞았다고 오해한 것이다.
-스르르륵!
곧, 백호가 퍼뜨린 안개가 빠르게 잦아들었다.
“…….”
시야와 기감을 현혹시키던 안개를 백호가 스스로 거두어들이는 모습에 장일의 눈에 의문이 일었다.
하지만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그 안개가 거두어지며 드러난 백호의 모습이었다.
금색에 가까운 노란빛을 토해내는 백호는 그 새하얀 눈만큼 하얀 털을 지녀 그 자체로 신비로웠다.
요괴라기보다는 신령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끼이잉! 끼잉!
하지만 그런 신비로움도 백호가 눈물을 뚝뚝 흘려대면서 사라졌다.
뭐가 그리 서러운지 소리 내어 울어대는 터라 장일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요괴를 왜 요괴라 부르는지를 잘 아는 장일이었기에 그는 검을 거두지 않았다. 오히려 수작을 부리는 순간 베어버리겠다는 듯 그 기도를 날카롭게 다듬었다.
그렇게 천천히 걸음을 좁히던 장일은 일곱 걸음 안에까지 들어서자 그제야 다시 다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뭐가 그리 곤란하다는 거지?”
“키힝?”
장일의 말에 울음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는 백호였다.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하는 것 같아 장일은 다시 차근차근 말을 이어갔다.
“네가 잡아간 동료들을 무사히 돌려보내라고 하는 말에 너는 곤란하다고 했지. 왜 곤란하다고 한 거지?”
“그…… 그게, 이미 한 명을 숙주로 삼았다냥.”
“숙주? 누구를 숙주로 삼았지?”
“대, 대요괴께서 찾던 여자…… 키히잉!”
숙주로 삼은 게 노랑이라는 것을 알자 장일은 가까스로 내리눌렀던 살기를 다시 폭발시켰고, 이에 백호는 오들오들 떨어댔다.
마음 같아서야 당장에라도 찢어발기고 싶었으나, 그것이 결과적으로 좋지 않다는 것을 직감했기에 그는 다시 살기를 내리누르며 물었다.
“숙주로 삼았다는 것이 뭘 말하는 건지 자세히 이야기하는 게 좋을 거다.”
“아, 알았다냥.”
두려움에 떨며 꺼내는 백호의 이야기에 장일의 얼굴이 점점 불그스름해졌다.
숙주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백호가 한 일은 대상에 기생을 한다는 이야기였다.
이런 일은 요괴들 사이에서는 흔한 일이다.
어떤 것은 칼과 같은 것은 무기체에 어떤 것은 동물과 같은 유기체에 기생을 하는 게 자신의 요력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간혹 어떤 경우는 그 영향에 따라 새로운 요괴가 태어나기도 했다.
멀리 찾아볼 것도 없이 장일의 청강검이 그러했는데, 아마 장일이 아닌 혈교의 손에 들어갔다면 청강검은 눈앞의 백호 이상의 요괴로 탄생했을 것이다.
다만 숙주의 방법은 저마다 차이가 있었다.
완전히 일체화가 되거나 혹은 집처럼 사용하는 등의 방법이 있었는데, 백호가 노랑을 숙주로 삼은 방법은 후자에 가까웠다.
본래 백호는 인간을 해치는 등으로 요력을 쌓을 필요가 없었다.
여타의 여우 요괴들과 달리 백호는 태생부터 남달랐기 때문이다.
그의 어미였던 백호는 신령이 되려다 실패한 요괴였다. 신령에 오를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치고 만 백호는 자신의 뜻을 후대가 잇기를 바랐다.
아마 어미 백호의 계획대로였다면 분명 이 백호는 신령으로 올라섰을지 모른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바로 혈교가 범람하던 과정에서 혈교의 요괴들과 싸우다 혈독에 중독되고 만 것이다.
아무리 백호라고 해도 어둠의 신 율의 기운 앞에서는 큰 힘을 쓰지 못했고, 결국 새끼 여우의 성장을 채 바라보지도 못한 채 죽고 말았다.
그런데도 백호가 그의 어미만큼이나 성장할 수 있던 것은, 그녀가 죽기 전 자신의 정수를 물려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정수만으로도 백호는 신령으로서 성장하는 데 충분한 힘을 얻었다.
다만 문제가 있었다.
“어머니의 정수에 문제가 있었다냥.”
바로 어둠의 기운이 그의 어미가 남긴 정수에도 영향을 끼쳤던 것이다. 이 때문에 주기적으로 백호는 사람에게 그 정수의 힘을 기생시켜 정화의 과정을 거쳤다.
이번에 백호가 인간 세상에 모습을 보이게 된 것은 그런 이유여서다.
“이해되지 않는군. 너 정도라면 얼마든지 몰래 할 수 있었을 텐데?”
“그게, 아무 인간이면 안 된다냥. 순수한 요력을 받아들일 수 있는 순수성을 지녀야 한다냥.”
동정을 잃지 말아야 했고, 살인을 저지르지 말아야 했으며 순백의 마음씨에 단단한 의지를 지녀야 했다.
그 정도는 되어야지 백호의 정수에 휘말리지 않은 채 어둠의 기운을 제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인간은 몇 되지 않는다냥.”
그런 점에서 노랑은 모든 조건을 갖추었다.
그녀는 처녀였고, 살인을 저지른 적이 없었으며, 순수할 정도로 바른 마음을 가졌다. 또한, 가문이 몰락했음에도 다시 세우기 위해 의지를 불태우고 있었으니 백호로서는 길을 가다 금덩어리가 굴러들어 오는 느낌일 것이다.
“숙주가 되면 대상은 어떤 일을 겪게 되지?”
장일은 일이 참 더럽게 꼬인다고 생각하면서 물었고, 백호는 그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것을 아는지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숙주 입장에서도 그리 나쁘지 않다냥. 어찌 되었든 정수를 취하게 되는 것이니 여러모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냥.”
장일은 그 말에 잠시 생각하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지닌 정수의 문제로 신령이 되려다 만 백호의 정수는 인간으로 친다면 선천진기와 같은 것이었다.
그러니 이 정수를 지닌 노랑은 그 선천진기의 양이 늘어나는 것일 테고, 그 말은 그녀의 잠재력이 상승한다는 말이었다.
노랑은 지금도 나쁜 근골을 아니었지만, 아마 이번 일이 잘 마무리된다면 최소 한 단계 이상 근골이 성장할 것이다.
가만히 이에 대해 생각하는 데 백호가 침을 꼴깍거리며 말을 덧붙였다.
“무, 무엇보다 이뻐진다냥. 이 때문에 되도록 여자를 숙주로 삼으려 했다냥.”
숙주가 되면 한동안 그 정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백호는 그 주변에 있어야 했다. 자연히 숙주와 친분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러니 백호도 숙주가 행복해지는 것을 원했다.
그런 점에서 사내를 숙주로 삼을 경우 정말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사내임에도 웬만한 절세가인 못지않은 아름다움을 가지게 되는 것인데, 당연히 그의 말로가 좋을 리가 없었다.
과거 한 번 그 일을 경험했던 백호로서는 힘들더라도 여자를 숙주로 삼으려 했다.
이 점만 보아도 장일은 백호가 그리 나쁜 요괴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장일은 잠시 생각에 잠기다 물었다.
“얼마나 같이 있어야 하지?”
“이, 이번에는 조금 오래 있어야 한다냥. 못해도 5년은 같이해야…….”
그 말에 장일은 검을 거두며 말했다.
“10년. 별개로 10년을 숙주를 지켜 줄 수 있겠는가? 그리 약속해 준다면 그 정수에 깃든 삿된 기운을 완전히 없애주지.”
“……정말이다냥?”
장일을 대요괴로 보고 있던 백호로서는 그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어떻게 약속해 주겠느냐?”
“무, 물론이댜냥. 최선을 다하겠다냥.”
“…….”
장일은 미덥지 못한 백호의 모습에 잠시 흔들렸으나, 이내 자신의 뜻을 밀어붙였다.
혈마의 부활이 코앞까지 다가오고 있는 지금 백호는 혈교의 마수에서 훌륭한 지킴이가 될 것이라 생각되어서다.
“지금 모습으로는 어렵다는 건 알고 있지?”
“그건 걱정하지 마라냥!”
그 말을 끝으로 휘익 하고 공중제비를 돌던 백호는 어느새 작은 고양이로 변해 있었다. 본래의 모습만큼이나 하얀 털을 지닌 고양이는 귀엽다는 말로도 부족할 지경이다.
‘왜 말투가 저따위인지 이해가 되는군.’
아마도 그의 어미 여우였을 것이라 생각되던 과거의 백호는 그 격만큼이나 말투 또한 고상했다.
“성질은 더러웠지만…… 지금 생각하면 이 녀석 때문일지도.”
“냐옹?”
자신을 바라보며 하는 말에 의문 어린 눈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던 백호였다. 어딘가 엉뚱하면서도 순수한 그 모습에 장일은 고개를 저었다.
“이만 돌아가야겠다. 안내나 하거라.”
“냐아옹.”
살았다는 것이 기쁜지 입꼬리를 올리며 답하던 백호는 토실토실한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자신이 숨겨두었던 공간으로 안내했다.
요화와 노랑은 백호가 현혹의 요기를 풀어내자 이내 정신을 차렸다.
마치 한숨 푹 잔 듯한 모습이었는데, 특히나 노랑의 얼굴에는 활기가 가득했다.
최적화된 숙주라더니 벌써부터 정수의 영향을 받고 있는 모양이었다.
“어머? 이 고양이 뭐예요? 너무 귀엽잖아.”
“그르릉!”
안으려 손을 내미는 요화에 백호는 슬쩍 몸을 뒤틀어 피하더니 이내 노랑의 품에 조심스레 안겼다.
“아!”
귀여운 외모 이상으로 보들보들한 감촉에 노랑은 저도 모르게 탄성을 터뜨렸고, 어느새 그녀는 백호를 꼬옥 안아 들고 있었다.
“이만 가도록 합시다. 아무래도 백호는 이곳에 없는 것 같으니.”
“초일 소협께서 많이 실망하시겠어요.”
“어휴. 이만큼 했으면 되었죠.”
하지만 그건 초일의 집착을 우습게 안 것이었다.
노랑의 말대로 얼마 가지 않아 만나게 된 초일은 미련을 뚝뚝 흘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끝내 일행들과 헤어지면서까지 섬에 머물렀다.
그의 그 집착에 장일은 우려를 보이면서도 달리 반대의 의사를 보이지 않았다.
그의 마음을 돌리려면 진실을 말해야 하는데, 그건 또 다른 위험을 안고 갈 수 있어서다.
“냐오옹!”
그간 인간들과의 숨바꼭질을 끝낸 게 속 시원하다는 듯 백호의 흥얼거리는 울음은 오랫동안 이어졌다.
* * *
말로만 듣던 삼이 동자삼(童子蔘)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차마 욕심을 내려놓지 못했다.
대륙으로 돌아온 장일은 관에서 나온 소문에 노랑의 품에서 애교를 부리는 백호를 바라보아야 했다.
그 말이 많던 삼이 동자삼(童子蔘)이라는 말 때문이다.
삼은 오래 묵을수록 인간의 모습과 비슷해지는데, 천년을 묵은 삼은 말할 것도 없었다.
사내아이와 그 모습이 유사해지는데, 동자삼이라는 이름은 그것에서 비롯된 것이다.
귀하다는 말로도 부족할 만큼 전설로 여겨질 정도의 약초로 검존이던 시절에서도 이것이 세상에 나왔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약왕 때에서야 두 차례 말을 듣기는 했으나, 그때의 장일은 이에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장일은 달랐다.
‘이 동자삼이라면 일월합벽의 경지에 대번에 올라설 수 있다.’
그 말은 굳이 청강검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검존이 말년에 이룬 무력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것도 그대로 동자삼을 취했을 때 이야기였고, 이를 연단했을 때에는 그 이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니 내려놓았던 욕심이 다시 고개를 들 수밖에 없었다.
“냐……앙?”
자신을 심상치 않은 눈길로 바라보는 장일에 백호는 불안함을 느낀 것인지 이내 노랑의 품에 파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