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48
분신으로 절대무신 48화
“설묘야? 왜 그러니?”
눈같이 하얗다고 해서 백호에게 설묘라고 이름을 지어준 노랑은 난데없는 백호의 애교에 의아함을 보였다.
장일은 눈치가 빠른 노랑의 모습에 이내 고개를 저었다.
동자삼이 지금의 그에게 중요하기는 한다지만 그렇다고 해서 노랑의 안전을 해할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백호는 앞으로 잘 봐달라는 뜻으로 이미 그에게 영초를 내어준 적이 있었다.
영초는 음초라는 것으로 음기가 대단히 강한 약초이다.
백호와 같은 요기를 다루는 요괴들이 사는 곳에 자라나는 약초로, 요괴들의 급에 따라 앞의 숫자가 바뀐다.
‘이만하면 오음초 정도는 되겠어.’
삼으로 치면 천종삼 정도는 되는 녀석이었다.
‘그 소녀는 아무래도 이 오음초를 취한 것일까? 운이 좋은 아이였구나.’
백호가 사는 동굴로 길을 안내해 준 소녀를 떠올리던 장일은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오음초 정도가 되면 너무도 강한 음기에 사람에 따라 독초가 되기도 했다. 그렇다 보니 태양의 기운을 타고난 이가 아니고는 그를 취해 득을 보기는 어려웠다.
그래도 득을 볼 수 있는 경우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명의라 할 정도의 이가 연단을 하여 기운을 중화시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바로 그에 준하는 독기나 화기에 병든 환자인 경우다.
다만 후자의 경우 득을 보는 일이 대단히 낮은 건 물론 최악의 경우 복합적인 악성을 앓을 수 있었다.
장일은 소녀가 후자의 경우라 보았고, 하여 운이 좋다고 생각한 것이다.
오음초는 여러 연단에 합성하여 사용할 수 있는 구하기 힘든 약재라 장일이 이를 얻었을 때 대단히 기뻐했다.
덕분에 장일은 남은 미련마저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래도 포기하기는 어렵구나.’
요괴, 그것도 백호 정도의 요괴를 잡는 데 이를 공을 쓰는 데에 장일은 짐작되는 것이 있었다.
아직 이틀 정도의 여유가 있는 만큼 그는 이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알아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안총의 중심부에 일하는 사람과 접촉해 이와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면 될 일이라서다.
다만 그 과정에서 여러 사람을 걸쳐야 하다 보니 금 두 냥이라는 거금을 소모해야 했다.
대단히 아깝기는 하였지만, 결과적으로 장일은 만족스러운 정보들을 수집할 수 있었다.
“오 왕자 쪽의 마차가 안총성을 찾았다라?”
이어 얼마 되지 여러 명의가 내성으로 들어섰으며, 다시 열흘이 안 되어 이나라에서 손꼽히는 의원인 주안이 초대되었다고 했다.
대외적으로는 성주가 아끼는 첩이 큰 병에 걸려서라 소문이 돌았지만, 장일은 그 소문을 믿지 않았다.
“아무래도 오 왕자가 병환에 누운 모양이다.”
그것도 아마 불치병의 일종일 것이다.
고치지 못하는 병을 앓았으니 보통은 포기해야 하지만, 성주는 물론 안총성의 미래를 걸고 있는 인물이기에 성주는 포기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마침 이때 백호가 모습을 보였다는 소문이 돌았다.
“주안이라는 의원이 그 백호를 잡아야 한다고 했겠지.”
한 나라를 대표하는 명의 정도 된다면 백호와 같은 요괴의 정수를 뽑아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주안은 이 정수를 통해 오 왕자의 선천진기를 강화시켜 불치병을 이겨내고자 했을 생각이었다.
“운이 좋았구나.”
장일은 그리 말을 툭 내뱉었다.
주안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지만, 이번 경우에 한해서는 정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장일 본인도, 오 왕자도, 주안이라는 명의도, 성주도 모두 운이 좋았다.
하지만 가장 운이 좋은 것은 역시나 오 왕자 본인일 것이다.
장일은 이 시대의 신의라 불리는 이와 비견될 의술을 지닌 약왕이었다.
특히나 수많은 이들을 치료하면서 불치병들도 여럿 겪어본바, 이런 점에서는 오히려 신의보다 나을 것이다.
그런 그가 오 왕자를 치료할 결심을 한 것이었으니 오 왕자 입장에서는 기연을 맞이한 셈이다.
“누군가?”
안총성의 성주직을 대대로 이어가고 있는 만총이 드러난 기척에 입을 열었다.
무장된 호위들이 겹겹으로 쌓인 내성에서 자신의 방에 몰래 찾아든 밤손님이었으니 두려울 법도 하건만, 그의 얼굴에는 그런 기색 따위는 한 점 보이지 않았다.
그 모습에 장일은 감탄을 숨기지 않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참으로 대단하시외다. 소문대로 대인다운 면모요.”
-스르륵.
방 안 한 곳에서 색이 번지듯 가면을 쓴 장일이 그 존재를 드러냈다.
그것은 혈마대전 당시 검존이 살왕에게 배웠던 은신술로, 장일은 이 은신술을 살왕 못지않게 다루었다.
혈교의 은밀한 곳까지 잠입하거나 그들의 추적을 뿌리치기 위해 숙달되다 보니 생긴 일이었다.
덕분에 신기와 같은 재주를 보이게 되었지만, 만총은 여전히 동요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용건이 무언가?”
“……두렵지 않소이까?”
“흥! 알량한 가면 따위에 가려진 네 녀석이야말로 내가 두려운 모양이지.”
되레 두렵지 않다면 가면을 벗고 정체를 드러내라는 그에 장일은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괜한 일에 끼어든 것이 아닌가? 싶었건만 그를 보니 차라리 잘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이나라가 고국과는 사이가 좋지 않다지만 이런 관리들이 많아야 민간이 편안해지기 때문이다.
특히나 혈마의 부활을 앞둔 지금은 더욱 그러했다.
그렇기에 장일은 아무것도 쥐지 않은 두 손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이 밤중에 은밀히 그대를 찾은 것은 거래를 위함이니 너무 적대하지 마시오.”
“거래?”
“오 왕자가 병환으로 쓰러진 것을 알고 있소.”
“……미친! 개소리하지 말고 꺼져라.”
오 왕자를 거론함에 만총은 냉담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장일은 찰나이나마 그가 동요를 보였음을 보고는 자신의 예측이 맞았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아마도 주안이라는 자는 불치병으로 보았겠지. 그것 때문에 그 백호라는 요괴를 잡으러 다닌 것 아니오?”
“…….”
“요괴의 정수를 사용하려고까지 했다면, 아마 오 왕자는 긴 시간은 버티지 못한 상태겠지. 주안 같은 자가 옆에 있겠다고 해도 길어야 서너 달 정도일까?”
“……그걸 어떻게 알고 있지?”
실제로 현재 오 왕자의 주치의가 된 주안은 그와 같이 말했던 바라, 만총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장일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말하지 않았소. 거래를 원한다고.”
“설마 백호를 잡은 건가?”
“백호 따위를 잡는 거야 문제도 아니지만, 그걸로는 오 왕자를 구하기 어렵소.”
안총성은 물론 주변 일대의 강호인들 대부분이 움직이고 있음에도 진전이 없는 백호 사냥을 그리 평하는데도 만총은 믿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무공과 연이 없다지만 장일이 앞서 보여준 재주가 세상에 매우 보기 드문 재주라는 것은 짐작해서다.
“좀 더 자세히 이야기를 해보시오.”
거기까지 생각이 들자 만총의 태도도 달라졌다.
그제야 이야기가 진전되는 것 같아 장일은 미소를 지으며 백호 사냥의 문제점을 이야기했다.
“백호라는 녀석은 그리 쉽게 잡을 수 있는 요괴가 아니오. 정파백대고수에는 들어야 상대해 볼 만한 녀석이지. 세력으로는 십육천(十六天) 무인과 같은 전력을 갖추어야 잡아들일 수 있을 거요. 이마저도 백호가 도망을 치지 않는다고 했을 때 이야기지.”
“자네는 잡을 수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장일은 그의 의문에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오. 중요한 건 말했다시피 백호를 잡아 얻은 정수가 너무도 대단하다는 게 문제지. 오 왕자는 이를 감당할 수 없소.”
“주안 그자가 틀렸다는 거군.”
“틀렸다기보다는 백호에 대한 문헌이 없다 보니 잘못 파악한 것이겠지.”
“으음…….”
그 말에 만총은 처음부터 모든 게 잘못되었음을 알고 신음을 흘렸다. 장일은 그의 모습에 다시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다시 말하지만, 거래를 원하오. 내가 오 왕자를 치료해 주겠소. 어쩌면 완치는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최소한 병환을 완화시킬 수 있을 거요.”
“무얼 원하는가?”
“동자삼을 원하오.”
“……알겠네. 병환이 완화만 되어도 내어주지. 거기에 정말 치료가 가능하다면 동자삼은 물론 백호를 잡는 것에 대한 보상까지 다 내어주겠네.”
“준다면야 거절은 않겠소이다.”
금 500냥까지 내어준다는 말에 장일은 내심 이를 반겼다.
오 왕자의 주치의가 된 주안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물린 방 안에는 약재 냄새가 가득했다.
주안의 특기인 활명(活命)탕을 만들기 위해 이른 냄새였는데, 그래서인지 오 왕자의 상태는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나쁘지 않았다.
‘어쩌면 반년은 넘게 버텼을 수도 있겠어.’
오 왕자의 의지가 강하고 운이 따른다면 1년도 버티겠지만, 그래 보았자 산송장과 같은 신세다. 의미는 없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것은 아는 장일은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강한 약재들을 잘 쓰는구려. 어째서 요괴의 정수를 거론했는지 이해가 되오.”
이 정도로 연단을 잘한다면 요괴의 정수도 취하기 좋게 잘 제련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장일이 누구인지 모르는 주안으로서는 그의 칭찬이 그저 고까울 따름이다.
“정말 치료가 가능하오?”
퉁명스럽게 말하는 그에 장일은 한 차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거야 살펴봐야 알겠지. 하지만 지금보다는 상태를 호전할 자신은 있소.”
“…….”
뛰어난 의원일수록 병환에 확답할 수 없음이라 주안은 장일의 그 대답에 눈살을 찌푸렸다.
그런 주안을 뒤로한 채 장일은 오 왕자의 맥을 짚었고, 얼마 가지 않아 그의 눈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혈교 이것들은 안 끼어드는 곳이 없군.”
“그게 무슨 말이오?”
“흔히 아는 불치병이 아니라는 이야기외다. 오 왕자는 독에 당한 거요.”
“독이라고? 그럴 리가!”
독에 당했다는 말에 주안은 크게 부정했다. 오 왕자는 중독의 어떤 증상도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건 오랫동안 살펴보았던 그였기에 확신할 수 있었다.
이런 주안의 말에 장일은 고개를 저었다.
“모르는 게 당연하오. 이건 혈교에서 다루는 고독(蠱毒)에 중독된 것이니.”
“고독을 내가 모를 것으로 생각하오?”
고독은 뱀·지네·두꺼비 따위의 독을 말한다. 복통(腹痛)·가슴앓이·토혈(吐血)·하혈(下血) 및 얼굴이 푸르락누르락하는 증세를 일으키는데, 아주 지독한 경우 미량으로도 소 서너 마리를 죽이기도 했다.
하지만 장일이 말한 고독은 그와 달랐다.
“일반적인 고독이 아니오. 말하자면 기생충 같은 놈이라고 할까?”
“??”
혈교의 고독은 뱀 지네 등과 같은 독충 등을 한데 모아 마지막에 살아남은 녀석을 혈술을 통해 개조한다.
그리하면 새끼손톱 반만 한 크기를 지닌 기생충 한 쌍이 만들어지는데, 같은 영혼을 지닌 녀석이라 한쪽이 고통받으면 다른 한쪽도 고통을 받는 기괴함을 보였다.
또한, 오랫동안 떨어져 있으면 죽고 마는데, 이때 기생을 하고 있던 숙주 또한 그 영향으로 죽고 마는 것이다.
과거 혈교는 이 방법으로 회유가 안 되는 정적들을 죽여 나갔다.
당시 의선이라는 이 고독을 제거하는 방법을 만들었으나, 문제는 의선 정도의 실력자가 아니면 그 후유증이 크다는 점에 있었다.
다행히 장일은 그 의선 못지않은 실력자였고, 무엇보다 그의 활검은 혈교의 천적과도 같았다.
“시작하겠소.”
장일은 무뚝뚝한 말투로 그리 말하며 침을 놓기 시작했다.
오 왕자의 몸에 수놓아지는 그의 침술은 신기나 다름없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장일이 미덥지 못했던 주안마저도 놀라 입을 벌렸는데, 얼마나 놀랐는지 그는 자신이 그러하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