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49
분신으로 절대무신 49화
19장. 정의맹
그럴 만도 한 것이 장일의 시침은 호침과 피내침, 삼릉침, 돌개침을 동시에 놓았다.
보통은 호침으로 시침을 시작하고, 이어 삼릉침이나 돌개침을 놓은 뒤 마지막으로 피내침으로 마무리했다.
그도 아니면 피내침을 먼저 놓고 호침으로 시침을 하는 정도였는데, 장일은 그런 상식을 깨뜨렸다.
아마 한 성의 명의라 자부한 이가 이곳에 있다면 미친 짓으로 여기며 그를 말렸을 것이다.
하지만 일국을 대표하는 명의인 주안은 달랐다.
이론적으로나 가능한, 꿈에서나 볼 법한 시침이라는 것을 알아본 것이다.
장일은 호침에 이어 피내침을 놓았는데, 호침의 단점이라 할 수 있는 저자극을 삼릉침 이상으로 끌어 올렸다.
호침 특유의 부작용이 적은 장점을 살려 자극을 높인 것인데, 자연 이로 인해 이어진 삼릉침과 돌개침의 효능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 자극에 깨어난 기의 흐름을 삼릉침이 증폭시키듯 끌어모았고, 돌개침은 그것을 달래듯 다시 새로운 방향으로 내돌렸다.
‘허! 몸속의 기혈의 흐름을 직관한다고 해도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야말로 신의 경지에 이르렀구나.’
주안은 장일에게서 신의를 떠올렸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가면을 쓴 데다 목소리를 긁어 나이를 온전히 짐작하기는 어려웠지만, 그런 점을 고려해도 장일이 젊은 자라는 것을 그와 같은 명의가 알아보지 못할 리 없어서다.
‘……신의의 제자분일까?’
그나마 내놓을 만한 답안이라면 이런 것인데, 이 또한 이해되지 않는다.
신의의 제자가 굳이 자신의 신분을 감출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드러내어 신의의 명예를 높이는 것이 이득이었다.
이러한 그의 의문은 얼마 가지 못했다.
장일의 시침이 그 끝을 달리고 있어서다.
-덜덜덜.
시침의 끝에 다다르면서 오 왕자의 육신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고, 그 흔들리는 만큼이나 그 얼굴 또한 붉어져 갔다.
오 왕자의 창백했던 얼굴이 피가 모이다 못해 시뻘겋게 익어갔을 때쯤, 그의 코에서 검은 핏물이 쏟아져 나왔다.
-툭!
그리고 그 검은 핏물과 함께 새끼손톱만 한 무언가가 툭 튀어나왔다.
-탁…… 퍼엉!
벌레 같은 것이었는데, 장일은 그것이 튀어나오자마자 그를 잡아채고는 이내 내기를 일으켜 터뜨렸다.
“이제 고독은 처리되었소.”
별것 아닌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사실 지금 장일이 이룬 일은 그와 거리가 멀었다.
아마 신의가 이 자리에 있다고 하더라도 장일처럼 산 채로 고독을 꺼내는 것은 불가능했을 터다.
최소 하루 이상은 공을 들여야 했을 것이며, 이마저도 특별한 약재가 함께 동봉되어야 했다.
장일이 그 모든 과정을 넘어 침으로 이를 가능케 한 것은 그의 침에 깃든 활검 덕분이었다.
피를 흘린 탓인지, 오 왕자의 안색은 전보다 더 창백해져 있었다.
그러나 주안은 알 수 있었다.
그 겉보기와 달리 오 왕자의 호흡도 맥박도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음을 말이다.
장일은 다시 피내침 십수 개를 오 왕자의 몸에 시침한 뒤 한동안 맥을 살피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틀 뒤 시침한 것을 제거하면 되오. 아마 그때쯤이면 오 왕자도 깨어나실 거요.”
주안은 장일의 말에 침을 꼴깍이며 물었다.
“달리 무엇을 더 하면 되겠습니까?”
“기력이 상하였으니, 보신에 좋은 약재를 달여주면 그만이오.”
“알겠습니다.”
어느새 공손해진 주안은 장일의 말에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달리 맥을 살피지 않았지만, 그 드러난 모습만으로도 오 왕자는 빠르게 회복되고 있어서다.
그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뒤에서 지켜보던 만총이 다가와 주안에게 물었다.
“정말……. 정말 다 치료된 것이오?”
“그렇습니다. 더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입니다.”
“허어!”
주안의 확신 어린 말에 만총은 믿을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지만, 그가 보기에도 오 왕자의 안색은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었다.
장일은 놀라는 만총을 보며 말했다.
“이제 당신이 약속을 지킬 차례요.”
“당연히 약속을 지킬 것입니다.”
주안이 그러하였듯이 만총 또한 태도를 바꾸었다.
마치 은공을 대하는 듯한 태도였는데 이 같은 태도를 보일 것을 짐작했던 터라 장일은 놀라지 않았다.
“이것이 말씀하셨던 동자삼입니다.”
“……놀랍구나!”
장일은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문헌으로 본 것 이상으로 동자삼에 내재된 기운이 대단하였기 때문이다.
이 정도의 물건이면 달리 연단을 하지 않고 취해도 자신이 생각한 것 이상의 결과를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장일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흑삼으로 만들기보다는 단을 빚는 게 나을 듯하군.’
문제는 이런 동자삼으로 단을 빚으려면 그를 보좌할 약재가 필요하다는 것인데, 마침 장일에게는 그에 준하는 약재가 있었다.
바로 백호에게서 받은 오음초로, 장일은 그를 떠올리고 단을 빚을 것은 생각한 것이다.
‘넉넉히 보아도 일곱 환은 얻을 수 있겠어.’
이리 만들어진 환단은 저마다 최소한 한 갑자를 얻을 수 있는 신물이니, 이 중 세 알만 취해도 그는 일월합벽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탁!
“그리고 약속했던 금입니다.”
만총이 그리 말하며 보따리를 풀어내자 그 안에는 묵직한 금괴 다섯 개가 있었다.
저마다 한 관(3.75㎏)에 달하는 것으로 그 하나에 금 100냥에 달하는 가치가 있었다.
사람의 눈을 황홀케 하는 금빛의 자태가 대단했지만, 장일은 앞서 동자삼과는 달리 큰 흥미를 보이지 않고 이를 챙겼다.
하지만 만총이 내어준 것은 그게 다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쓰는 직인을 본뜬 작은 옥패를 내어주며 말했다.
“이건 언젠가 저의 도움이 필요할 때 쓰시면 됩니다.”
“알겠소이다.”
장일은 이 옥패를 금보다 더 반기며 챙겼다.
지금 당장 사용해도 유용할 것이겠지만, 훗날 그가 구한 오 왕자가 이나라의 왕에 오른다면 이 옥패의 가치는 비교할 수 없이 오를 게 분명해서다.
그렇게 세 가지를 챙긴 장일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고독이 죽었으니 적들은 오 왕자가 죽었다고 생각할 것이오. 그걸 잘 이용해 보시오.”
“……고맙습니다.”
거기까지 생각지 못했던 만총은 이번이 큰 기회라는 것을 깨닫고 다시금 예를 갖추었다.
이 기회를 어찌 살리냐에 따라 오 왕자에게 이런 짓을 벌인 범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음은 물론, 그를 바탕으로 후계자 자리에 앉을 수 있는 확률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는 그가 장일에게 내어준 모든 것을 합친다고 해도 더 큰 선물이었다.
그는 그제야 장일이 지략에도 뛰어난 이라는 것을 알고 뒤늦게나마 그 지혜를 빌리고자 했다.
“으음. 가셨구나.”
하지만 그가 고개를 들었을 때에는 이미 장일은 모습을 감춘 지 오래였다.
그로부터 이틀이 지나 중부 대륙으로 가는 배가 도착했다.
* * *
배를 타고 내린 곳에는 수백 년 전 보았던 정의맹이 자리하고 있었다.
중부 대륙으로 가는 배를 탄 지 나흘 만에 후회하는 이가 생겼다.
초일이었다.
-우웨에엑!
강물의 물결과는 차원이 다른 바다의 파도를 이기지 못한 이의 말로였다.
이마저도 장일이 침을 놓아 뱃멀미를 어느 정도 잡아 준 것이었다.
그전에는 아예 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 쉴 새 없이 토하는 등 사람 구실을 하지 못했다.
“으윽……. 살려줘!”
먹으면 바로 토하다 보니 아예 밥을 먹는 것조차도 겁을 내는 초일과 달리 다른 일행들은 배를 타고 가는 여정을 마음껏 즐겼다.
생각 이상으로 배는 크고 고급스러웠기 때문이다. 그 실내에 있는 방만 수십 개였으며, 음식 또한 훌륭한 숙수들이 만들어주어 하나같이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상반되는 분위기 속에서 아홉 날이 지났고, 그제야 장일 일행은 정의맹이 위치한 우 나라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 그리웠다. 땅아.”
초일은 배에 내리자마자 더는 흔들리지 않는 땅의 소중함을 느꼈는지 무릎을 꿇고 바닥을 매만져댔다.
이런 그의 모습에 요화가 일행들을 보며 말했다.
“돌아갈 때도 배를 탈 것이라고 얘기 안 했어요?”
“저 모습을 보고 어찌 그리 말하겠는가?”
“……장 대협께서는 다른 방도가 없나요?”
“잠을 재우는 방법이 있기는 합니다만 부작용이 있습니다.”
한동안 심한 불면증에 시달려야 하는 터라, 장일은 초일에게 이 방법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요화는 부작용이 있다는 말에도 ‘역시 방법이 있었네’라며 박수를 치며 해결되었다는 태도를 보이고는 더는 이에 대해 거론하지 않았다.
장일 또한 초일의 모습을 보자니 차라리 그게 나을 것 같아 그 또한 내심 동감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렇게 배에서 내린 곳은 그들의 목적지나 다름이 없는 곳이었다.
우나라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대도시인 창녕이라는 곳으로, 이곳에는 그들의 목적이던 정의맹이 위치하고 있었다.
“확실히 정의맹이 있는 곳이라서인지 무인들의 수준이 높구려.”
“그럴 수밖에 없지요. 사실상 창녕은 천년의 역사를 지닌 대불사의 관할이니 말입니다.”
“하기야 대불사의 속가제자들은 강호에서도 유명하지.”
대불사는 불가의 사문(寺門)이다 보니 본래 그 제자들은 스님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강호라는 곳에도 발을 걸치고 있다 보니 자연스레 속세와 연이 짙어질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나온 것이 바로 속가제자였다.
다소 그 구분이 자유로운 도가와는 달리 불가에서 속가제자는 사실상 반쯤은 스님이라고 해도 다르지 않았다.
불가의 무공이 불법에 기반을 둔 것이다 보니 생긴 일인데, 이 때문에 대불사의 속가제자들 중 강호에 크게 문제를 일으킨 이들은 없다시피 했다.
특히나 불법을 다루다 보니 그 인내심이 범인을 크게 상회한 터라, 그 무공 또한 대단했다.
그런 속가 제자들이 문파나 세가를 열며 오랜 세월을 함께한 것이다.
자연히 무인의 질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은 좀 변한 것 같구나.’
검존이던 당시에만 해도 대불사는 끝내 속가제자들을 내놓지 않았다.
편협해서라기보다는 대불사의 무공 중 속가제자들이 익힐 정도로 만만한 것이 없어서다.
그러나 이처럼 속가제자들이 생긴 것을 보면, 그간 이들을 위한 무공들이 따로 만들어진 모양이다.
그렇게 마차와 말들을 몰고 창녕에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장일 일행은 저마다 감탄을 흘려댔다.
하나의 내성을 보는 듯 그 규모가 생각 이상이어서다.
“저기가 정의맹이라는 곳인가 봅니다. 어마어마하네요.”
“이런 곳이 사대세력 중 가장 세력이 약하다니? 믿어지지 않는군요.”
“대단해요!”
저마다 놀라는 일행들에 김오가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놀랄 일은 아니오. 정의맹은 한때 정파를 대표하던 유일한 단체였으니 말입니다.”
김오의 말에 가장 공감하는 이는 다름 아닌 장일이었다.
‘실제로 정의맹은 혈마대전 당시 무림맹의 역할을 소화하기도 했지.’
물론 당시 정파도 사파도 혈교의 기습적인 공격에 그 세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그런 점을 고안해서라도 대단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