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50
분신으로 절대무신 50화
“아미타불!”
현 정의맹의 맹주 송오 대사가 크게 불호를 읊었다.
방문의 허락을 구하는 서신 때문이었다.
서신은 오나라 남오 지역 연합에서 온 것으로, 그 안에는 그들이 온 정의맹을 방문한 이유가 세세하게 적혀져 있었다.
이 중 송오 대사의 눈길을 이끈 것은 남오 연합의 대표로 거론된 천검문이었다.
지금이야 한 나라의 명성을 넘기기도 어려운 곳이라지만, 100년 전 정사대전이 일기 전까지만 해도 천하백대세력 중 한 곳으로 거론되던 곳이었다.
하지만 송오 대사가 천검문을 아는 주된 이유는 다른 이유다.
이는 정의맹이 유지되고 있는 이유와도 관련이 있었다.
“훗날 혈마의 부활을 대비하라!”
정의맹은 사실상 대불사가 많은 부분을 희생해 이끌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단체다.
천하십대세가 중 남궁세가와 모용세가가 함께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 둘의 영향력은 잘해야 1할도 채 되지 않았다.
실제로 남궁가와 모용가는 정의맹을 그저 다른 정파의 세력에 맞서 내세울 세로 활용할 뿐이다.
이렇다 보니 정의맹의 존재는 득보다는 실이 많았다.
아마 이 정의맹을 포기한다면 대불사는 얼마 가지 않아 정파의 제일 세력으로 올라가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데도 대불사가 정의맹이라는 단체를 붙들고 있는 것은 혈마의 부활을 대비하라는 선대의 유언 때문이다.
유언을 남긴 이는 혈마대전에서 최전선에 활약했던 불존이었다.
손수 혈마의 목을 베어냈던 그였으나, 정작 그는 가장 큰 회의감에 빠졌다.
혈마가 죽었음에도 죽은 게 아니라는 것을 느낀 것이다.
“아미타불. 이자는 꼭두각시에 불과했구나.”
그것을 느낀 그는 이후 혈마의 부활에 대비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혈마대전 이후 점차 무용하게 된 정의맹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한 편으로는 혈마를 상대할 방도를 남기기도 했다.
그 결과가 지금의 정파의 판도였다.
그들은 정의맹에서 떨어져 나간 세력들에게 또 다른 세력을 일기를 바랐던 것으로, 구룡맹, 정도맹, 영웅맹은 그렇게 탄생되었다.
과거 혈마대전을 앞둔 정파는 형식적인 정의맹을 앞둔 채 수십 갈래로 나누어졌던 것을 생각하면 이들의 세력을 유지하는 것만으로 큰 역할을 한 셈이다.
남궁가와 모용가가 정의맹을 그저 이용의 대상으로 쓰이고 있음을 알고 있음에도 대불사가 그들을 놓지 않은 것은 이런 이유였다.
자연 정의맹에는 혈마대전에 대한 정보들이 수백 년이 지난 지금에도 자세히 기록돼 있었다.
그중에는 갑자기 튀어나왔다고 해도 과한 것이 아닌 검존에 대한 기록도 상당 부분 차지했다.
검존은 살아남은 구존들 중 유일하게 대문파 출신이 아니었으며, 혈마대전 당시의 그의 활약은 대영웅이라고 불리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특히나 요 나라의 유명한 장군 출신답게 그의 진가는 전장에서 빛을 발했다.
전장의 흐름을 살펴보는 눈이 대단히 뛰어났던 것으로, 그가 이끄는 세력전에서는 단 한 번 패한 적이 없었다.
어디 그뿐일까?
혈마대전 초기 당시 혈교에 홀린 사파의 검귀가 그의 칼 아래 죽었다.
당시 누가 보아도 검귀는 장일에 비해 한 수 위라 평가받았으니, 그 일은 상당히 충격적인 것이었다.
그 결과 장일은 검왕으로서 명성을 높이게 되었고, 이후 검존으로서까지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처럼 검존은 혈마대전을 거론할 때면 빠질 수가 없는 인물이라, 그 당시 기록을 살펴본 송오대사가 그의 사문 천검문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런 천검문이 수백 년을 지나 다시 혈교에 대한 정보를 물고 왔다.
송오 대사는 참 묘하다고 생각하며 기립해 있는 제자에게 말했다.
“이들을 모셔오시게.”
“알겠습니다.”
명을 받고 물러나는 제자를 잠시 바라보던 송오 대사는 나지막한 한숨을 흘리며 서신을 쓰기 시작했다.
대불사의 장문인에게 보내는 서신이었다.
“이렇게 빨리 정의맹에 들어오게 되었는지는 몰랐네요?”
“아무래도 대불사로 단일화된 곳이라 그런 모양이오.”
장일의 말대로 정의맹은 대불사의 세력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정의맹을 이끌기 위한 인력을 대불사의 속가제자들이 채웠던 것으로, 이렇다 보니 정의맹은 대불사의 전력을 확인하는 곳으로 여겨졌다.
그래도 대불사의 사람만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의외로 맹주에게 길을 안내해 주던 이는 대불사가 아닌 모용가의 사람이었다.
모용춘이라는 자로, 그는 방계 중에서도 한직에 속하는 사람이었다.
모용의 피가 옅은 자인 것인데, 그렇다고 한들 모용가의 그늘에 있는 이는 확실했다.
무공보다는 행정에 치우친 인재라 무림 세력에는 맞지 않는 이었다.
그야말로 형식을 위해 채운 인사인데, 그래도 이처럼 맹주와 가까이 있는 것을 보면 유능한 이인 것은 분명했다.
그는 장일 일행에 여러 흥미 어린 시선을 보였다.
정의맹에서 먼 곳에 있는 오나라에서 온 이들인 데다, 그 사신의 구성원들이 하나같이 대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큰 흥미는 역시나 맹주의 태도였다.
‘나에게 안내를 맡긴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저들이 방문한 목적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겠지.’
그리고 그 관련은 그가 아닌 모용 세가일 것이 분명했다.
모용춘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맹주는 평소와 같은 소탈한 태도로 그들을 맞이했다.
이후 장일이 대표가 되어 남오 지역에서 벌였던 태산파를 앞세운 혈교의 수작을 이야기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혈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것은 물론이다.
“혈마?”
모용춘은 저도 모르게 의문을 보였다.
지금이야 혈마에 대해 모르는 이들이 많다지만, 정의맹의 영향이 있는 곳에서만큼은 아니었다.
정의맹의 설립된 이유였으니, 정의맹의 구성원들이라면 혈마대전에 대해 어느 정도의 지식은 있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의문도 잠시였다.
“신검 대협이 겸손히 말한 것입니다. 당시 태산파 문주 소구는 능히 일월합벽에 올라서 있었습니다.”
“!!!”
모용춘은 그저 장일이 천검문의 제자이기에 이 사신단의 대표가 되었다 생각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장일이 너무도 젊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가장 뛰어났기에 그 대표가 되었음을 알게 되자, 장일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달라졌다.
‘정말 그 말이 사실이라면 세가에 반드시 알려야 할 자다!’
장일의 나이를 고려한다면 그는 분명 십육천에 오를 존재였다.
어쩌면 십육천 중에서도 다시 격을 달리한다는 오왕에 오를지도 모를 일이다.
이러한 대영웅의 면목을 보이는 자라면 모용가로서는 서둘러 대처하는 게 옳았다.
가장 좋은 것은 그를 세가의 사람으로 만든 것일 테지만, 그게 어렵다면 좋은 친우로서 관계를 선점해야 했다.
놀란 것은 모용춘만이 아니었다.
맹주 송오 대사 또한 놀란 눈빛을 보였다.
물론 일월합벽에 오른 고수들의 격차가 저마다 큰 편이기는 하지만 그를 고려해도 일월합벽을 상대했다는 것은 믿기 힘든 성과였다
“괜찮다면 검을 보여줄 수 있겠소?”
“알겠습니다.”
장일은 순수히 맹주의 뜻에 응했다.
의심해서라기보다는 그의 말에 신빙성을 주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아서다.
그 대상은 역시나 그들을 안내해 주었던 모용춘과 뒤늦게 이 자리에 초대된 남궁가의 사람 때문일 것이다.
-스르릉!
“!!”
장일이 검을 꺼내자 저마다 소리 없는 탄성을 냈다. 단번에 그가 다루는 검이 대단한 명검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어져 펼쳐진 장일의 검에 그들의 탄성은 이내 지워져 버렸다.
-후우우웅!
섬뜩한 검명과 함께 일어난 살기가 거대한 회장을 한순간 가득 채웠다.
그 살기가 자신들을 향해 쏟아지는 것이 아님에도 그 회장에 있는 모든 이들이 소름이 돋는 것을 경험해야 했다.
그것은 장일 일행들도 다르지 않았다.
그나마 노랑은 그 정도가 덜했는데, 이는 장일이 배려를 해서라기보다는 그녀가 품은 백호의 정기 덕분이었다.
그렇게 회장을 가득 채우던 살기는 이내 점차 옅어지다 종내에는 살기가 완전히 지워졌다.
-사아악!
그 뒤에야 장일은 검을 한차례 펼쳤다.
“아미타불!”
그 검을 바로 앞에서 마주했던 맹주는 끝내 불호를 흘려야 했다.
그 펼친 검이 심검(心劍)이라는 것을 알아서다.
주천화부에 이른 이가 어떻게 일월합벽에 이른 고수를 상대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이 한 번의 검으로 모두 날려버렸다.
“검에 마음이 이르렀으니, 베어내지 못할 게 어디 있을까?”
맹주는 장일이 심검에 들어선 고수임을 그 말로서 증명하였고, 모용춘과 남궁가의 사람은 또 한 번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마음 같아서야 서둘러 회장을 벗어나 가문에 이 사실을 알리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이들의 바람과 달리 회의가 끝이 난 것은 그로부터 반나절이 지난 뒤였다.
장일 일행이 준비해 온 증거들을 확인해야 했던 데다, 그로서 남오 연합에 대한 지원도 이야기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지원에 대한 것은 생각보다 순조로울 것은 분명했다.
이미 심검을 다룸으로써 대영웅으로서 진가를 보이는 장일이니만큼 모용가와 남궁가에서는 앞다투어 사람을 보낼 테니 말이다.
‘과연 맹을 이끄는 분다운 지모(智謀)를 지니셨구나.’
아마 이 때문에 굳이 회장에 없어도 될 모용춘과 남궁가의 사람을 붙잡고 있는 것일 터라 장일은 내심 감탄했다.
하지만 정작 그가 가장 감탄한 것은 따로 있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대불사는 변하지 않았구나!”
천년이라는 시간은 아무리 정의로운 세력도 부패하게 마련이었다. 한데도 대불사는 변함없는 모습으로 그 자리에 있었다.
그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는지라 장일은 그저 혀를 내두를 따름이었다.
그로부터 닷새가 지났다.
그 닷새 만에 정의맹의 변화는 놀라운 것이었다.
정의맹을 유지하는 한편 삿된 욕망에 이를 것을 고려해 속세와 거리를 최대한 두었던 대불사의 스님들이 정의맹에 입성했다.
그중에는 면벽수행을 하던 고승도 있었으니, 대불사가 이번 일을 얼마나 중시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일이다.
특히나 십육천 중 하나인 전대 대불사의 장문인 불왕 백진 대사가 다시 세상에 나온 것은 큰 관심을 일기에 충분했다.
이런 대불사 못지않게 남궁가와 모용가에서 대단한 인사들이 정의맹을 찾았다.
남궁가에서는 십육천에 준한 실력을 지녔던 전대 대장로 청천검이 나섰으며, 모용가에서는 가주가 직접 나섰다.
그렇게 과거에도 그랬듯이 잠들었던 정의맹은 다시 깨어나기 시작했다.
“불왕을 다시 뵙게 될지 몰랐소이다.”
불왕과 같은 세대였으나 그 위상은 크게 달랐던지라, 그를 대하는 청천검의 예는 극진했다.
“아미타불. 혈마가 도래한다는 데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소.”
“……과연 혈교가 그런 미친 짓을 또 하겠습니까?”
“그들의 교리를 생각하면 지금까지 참은 것도 놀라운 일이오.”
혈마대전 이후 혈교는 엄청난 핍박을 받았다. 광천교라는 이름으로 바꾸었음에도 강호가 그들을 대하는 태도는 대단히 모질었다.
하지만 끝내 광천교를 멸하지 못했는데, 그들의 주 활동지이던 북부대륙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위치가 대단했기 때문이다.
광천교를 멸하려면 그 신도들 모두를 죽여야 했는데, 이래서야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꼴이나 다름없었다.
그것은 사파라고 해도 다르지 않아 결국, 팔다리를 잘라 버리는 형태로 두는 것으로 일을 그쳤다.
하지만 종교의 힘은 놀라워 그 잘라 버린 팔다리를 기어이 복구하는 데 성공했고, 이후 혈교는 북부 대륙에서 다시 점점 세를 견고하게 다져 나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생긴 희생은 어마어마했으니, 청천검이 그리 말한 만도 했다.